제89화 남북의 발음
"제89화 남북의 발음" 정임: 여보세요? 이정임입니다.
상대방: 여보시오? 누구요? 이종임이요?
정임: 이정임입니다.
상대방: 이종임? 종임이라구요?
정임: 거 참 조선사람이 조선 말도 못알아들어서야, (버럭 화를 내며) 바를 정, 바를 정자의 정, 정임이라구요,정임!
가끔 이런 경우를 당할때면 답답해 죽겠다. 다 같은 조선사람인데 왜 어떤 때는 서로 말을 못 알아먹는지,
북한에 있을 때부터 남한 사람들의 말이 어떤 경우 조금씩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특히 임수경이 와서“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기억이 난다. 백두산에 올라 조선지도를 그린 기발을 들고 머리에 흰 띠를 두르고 부르던 그 때 노래는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
특이하게 ‘소원'이라는 발음이 “서원”에 가깝게 들렸었다. 아닌게 아니라 남한에 와서 보니 모음에서 ㅗ와 ㅓ의 발음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북한의 ㅗ 발음을 남한사람들은 어와 가깝게 들린다고 한다. 그러니 서로 꼭 반대로 느끼는 셈이다. 또 전문 방송인들은 북한의 ㅗ 발음이 ㅗ 와 ㅓ의 중간발음이라고 확정짓기도 한다.
가만보니 발음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것은 입모양때문인 것 같다.
ㅗ 발음을 보면 북한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소리 내고 남쪽은 입술을 앞으로 쑥 내밀고 발음한다. 반대로ㅓ 발음은 북한에서는 입술을 조금 내밀고 발음하고 반면 남한은 입을 약간 벌리고 발음한다. 그러니 꼭 반대로 들리거나 중간발음 같이 애매하게 들릴 때가 많은 것 같다.
정임: (북한 식으로) “오” , (남한 식으로) “오” 분명 다르게 들린다.
입모양이 다르니 당연히 소리가 달라지고 또 서로 상대방의 발음이 더 이상하다고 고집을 부릴 때도 있는 것이다.
젠장, 이제 통일 되면 어떤 것이 표준어가 돼야 할지... 그래도 통일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말을 알아못 먹는게 뭐 그리 대수랴, 오이든 어이든 먹는 채소란 걸 모를 사람은 없을 테니까,
북과 남이 함께 모여 앉아 북한은 오이를 먹고 남한은 어이를 먹는 날이 빨리 오기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