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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눈물의 고백, 마흔 다섯 번째-213

눈물의 고백, 마흔 다섯 번째-213

눈물의 고백, 마흔 다섯 번째

나는 그들이 정부 비방을 마음 놓고 큰소리로 욕까지 섞어가며 떠드는 것이 이상스러웠다. 그리고 옆과 앞에 앉은 수사관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이 말을 들은 기색도 보이지 않고 태연스레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특무들이면서 정부 욕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가지 않다니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된 나라인가.' 우리가 순대국과 고기를 주문하자 뜨끈하고 맛있어 보이는 국밥과 고기가 금방 상에 놓여졌다. 북에서 먹던 순대국을 생각하고 그릇을 들여다보니 순대와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앉아 있었다. 한 그릇에 들어 있는 건더기를 가지면 세 사람분의 건더기가 되고도 남았다. 국물도 진하고 양도 많았다. 그런데도 가족들과 먹던 그때의 순대 맛이 그리웠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더 좋았다거나 그 순대가 더 맛있다거나 하는 입맛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산해진미를 갖다 놓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없는 것이 내 처지였고 심정이었다. 나는 목이 메어 그만 몇 숟갈 뜨다가 말았다. 남수사관들은 이마와 콧등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히도록 맛있게 먹었다. 그날은 그만 돌아가자고 내가 제의했다.

모처럼 많이 걸어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도무지 뭐가 뭔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남조선 사람들을 이해해 보려고 애쓰다가 문득 내 처지를 생각하면 처량하기 그지없고 서글프기 짝이 없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내가 그런 것은 알아서 무엇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남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다시 시무룩해 하자 수사관들이 화제를 만들었다.

“외출 소감이 어땠어? 좀 복잡하지? 오늘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더 그랬을 거야. 오래 전에는 통행금지 시간이 있었는데 밤 12시만 되면 순경이 잡아갔어. 그때는 일 년 중에 통금 없는 특별한 날이 며칠 없는 날이어서 사람들은 괜히 할 일 없이 통금 넘는 시간에 거리를 쏴 다니곤 했어. 그때에 비하면 거리에 사람이 없는 편이야.”

사람에 치이고 사람에 휩싸이던 명동거리를 생각하며 나는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통금있던 시절...” 하는 것으로 보아 벌써 오래 전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조선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듯 자유스럽게 살아 왔다는 말인가. 내 눈짐작으로 얼핏 하루 이틀 자유를 누린 사람들의 행동은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행동이 몸에 배어 있었고 자유를 누리는 방법도 익숙해져 있음을 느꼈다.

“아까 식당에서...”

나는 아무리 자유롭다 해도 정부 욕을 하는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특무들이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같아 한마디 하고 말았다.

“정부 욕을 마구 하던데 왜 그냥 두었습니까?”

내 질문에 수사관들은 오히려 내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의아해 했다

“특무들이 하는 일이 그런 일이 아닙니까?”

그제서야 수사관들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피식 웃었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 나라야. 법에 저촉되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언론의 자유가 있거든.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은 법을 어긴 사람들을 정당하게 잡아오는 일이지 아무나 잡아들이는 것이 아니야”

수사관의 설명이 나에게는 별다른 설득력이 없었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복잡하고 골아프게 정치를 하다나면 일률적인 단합도 이루어지기 어렵고 일사천리로 사달되어야 하는 지도자의 국가 시책이나 방침도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 틀림없었다. 명령과 지시에 따라 획일적인 정치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나레이션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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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고백, 마흔 다섯 번째-213 Confession of Tears, Forty-Fifth-213

눈물의 고백, 마흔 다섯 번째

나는 그들이 정부 비방을 마음 놓고 큰소리로 욕까지 섞어가며 떠드는 것이 이상스러웠다. 그리고 옆과 앞에 앉은 수사관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이 말을 들은 기색도 보이지 않고 태연스레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특무들이면서 정부 욕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가지 않다니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된 나라인가.' 우리가 순대국과 고기를 주문하자 뜨끈하고 맛있어 보이는 국밥과 고기가 금방 상에 놓여졌다. 북에서 먹던 순대국을 생각하고 그릇을 들여다보니 순대와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앉아 있었다. 한 그릇에 들어 있는 건더기를 가지면 세 사람분의 건더기가 되고도 남았다. 국물도 진하고 양도 많았다. 그런데도 가족들과 먹던 그때의 순대 맛이 그리웠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더 좋았다거나 그 순대가 더 맛있다거나 하는 입맛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산해진미를 갖다 놓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없는 것이 내 처지였고 심정이었다. 나는 목이 메어 그만 몇 숟갈 뜨다가 말았다. 남수사관들은 이마와 콧등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히도록 맛있게 먹었다. The cadets enjoyed the delicious meal so much that sweat beaded on their foreheads and noses. 남수사관들은 이마와 코뿔입에 땀이 줄줄 흘러가도록 맛있게 먹었다. 그날은 그만 돌아가자고 내가 제의했다. I suggested that we should go back then. 그날은 지금까지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모처럼 많이 걸어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Although I was tired from walking a lot that day, my mind was more confused than anything. 한동안 많이 걸어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도무지 뭐가 뭔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남조선 사람들을 이해해 보려고 애쓰다가 문득 내 처지를 생각하면 처량하기 그지없고 서글프기 짝이 없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내가 그런 것은 알아서 무엇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남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다시 시무룩해 하자 수사관들이 화제를 만들었다.

“외출 소감이 어땠어? 좀 복잡하지? 오늘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더 그랬을 거야. 오래 전에는 통행금지 시간이 있었는데 밤 12시만 되면 순경이 잡아갔어. 그때는 일 년 중에 통금 없는 특별한 날이 며칠 없는 날이어서 사람들은 괜히 할 일 없이 통금 넘는 시간에 거리를 쏴 다니곤 했어. 그때에 비하면 거리에 사람이 없는 편이야.”

사람에 치이고 사람에 휩싸이던 명동거리를 생각하며 나는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통금있던 시절...” 하는 것으로 보아 벌써 오래 전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조선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듯 자유스럽게 살아 왔다는 말인가. 내 눈짐작으로 얼핏 하루 이틀 자유를 누린 사람들의 행동은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행동이 몸에 배어 있었고 자유를 누리는 방법도 익숙해져 있음을 느꼈다.

“아까 식당에서...”

나는 아무리 자유롭다 해도 정부 욕을 하는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특무들이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같아 한마디 하고 말았다.

“정부 욕을 마구 하던데 왜 그냥 두었습니까?”

내 질문에 수사관들은 오히려 내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의아해 했다

“특무들이 하는 일이 그런 일이 아닙니까?”

그제서야 수사관들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피식 웃었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 나라야. 법에 저촉되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언론의 자유가 있거든.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은 법을 어긴 사람들을 정당하게 잡아오는 일이지 아무나 잡아들이는 것이 아니야”

수사관의 설명이 나에게는 별다른 설득력이 없었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복잡하고 골아프게 정치를 하다나면 일률적인 단합도 이루어지기 어렵고 일사천리로 사달되어야 하는 지도자의 국가 시책이나 방침도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 틀림없었다. 명령과 지시에 따라 획일적인 정치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나레이션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