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새해를 맞으며
"제87화 새해를 맞으며" 래일이면 2013년 또다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고향에 있다면 오늘 같은 날 장마당에 나가 설 장을 보느라 여념이 없겠지...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 날 다음가는 조선 사람들 최고의 명절인 설날엔 어떻게 하나 잘 쇠 보려고 그 어려운 살림에도 오기 꼬기 모아두었던 몇 푼의 돈으로 명절 준비를 하고 있겠지...
돼지고기 몇 백그람에 쌀 500그람, 계란 4알 사면 돈이 딱 맞아 떨어지건만, 갑자기 시장 한 구석에서 나대는 명태장수 아줌마의 드세차고 기가 센 목소리가 온 장안을 떠들썩하고...
명태장수; 자, 명태 생물이요, 올해 계사년엔 이 명태를 먹어야 집안일이 등 탈없이 쭉쭉 풀린다이, 먹을 게 부족한 집은 먹을 것이 풍족해지고 입을 것이 부족한 집은 입을 걱정 없어지겠으니, 자, 다들 두 마리씩 사가시오 자, 명태요, 명태, 올 한해 액운을 싹 없애주고 새해 복을 가져다 주는 명태 생물이요.
하두 사기가 많아 믿기진 않지만 너도 나도 사들고 가는 걸 보면 왠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은 그 쪽으로 종종...그냥 구경이라도 하려 들렸다간, 에라~ 먹을 고생 안한다는데, 밑져야 본전이겠지, 하고 명태 두 마리를 넌떡 사든다...
그 바람에 돈이 모자라 돼지 고기 500그람은 사지도 못하고...
새해가 밝으면 시래기밥에 명태국으로만 후룩 후룩 아침을 때우고는 제발 우리 식구 잘 살게 해주십사~ 물 한 그릇 떠놓고 귀신이든 조상이든 누구에게랄 것 없이 두 손 삭삭 비비며 간절히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고...
그렇게 오매불망 바라며 지나보내고 맞은 해 그 몇 해인데, 어이하여 이 놈의 세상은 점점 더 고달프고 각박해지기만 하는지...
그 지긋지긋한 땅을 탈출하여 대한민국에 와서 행복한 새해를 맞는 것도 벌써 두 번째다. 혼자만 이렇게 잘 사는 것 같아 고향 사람들께 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고향에 계시는 모든 분들 힘내주셨으면... 지금 김정은이 지 아비보다도 더 혹독하게 백성의 삶을 옥죄고 있지만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은 더 가까워 오는 법이니, 조금만 참고 버텨내길...
2013년 새해를 맞으며 제발 삶의 희망을 버리지 말고 모두들 몸 건강히 꿋꿋이 살아계시길~
노래; 희망찬 새해가 밝았어요. 사는 게 어렵다고들 하지만 마음속 깊이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최선을 다 한다면 새해에는 좋은 일도 많이 많이 생길 거예요,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 곁에 사랑하는 가족들, 정다운 친구들, 다정한 이웃들이 우릴 지켜보고 있어요, 서로 손을 내밀고 힘을 합쳐서 새해에는 정말 우리 모두 웃으며 살아요,
여러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