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긴급출동
"제82화 긴급출동" 휴일이라 빈둥빈둥 집안에서 돌아가고 있는데, 사장님한데서 전화가 왔다. 회사직원분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전라남도까지 가겠는가하는 문의 전화였다. 난 모든 일을 제치고 가겠다고 나섰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다. 좋은 일엔 못가도 슬픈 일에는 꼭 가야한다고, 가서 슬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해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부랴부랴 준비하고 약속 장소까지 도착하여 사장님이랑 직원 4명이 합류했다.
그런데 도로에 차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야말로 보복전진이였다. 사장님 말이 토요일엔 항상 도로가 꽉 막힌단다. 휴일이라 모두들 나들이를 하러 나가는 모양이다.
하여튼 서울을 빠져나가는데만 두 시간이나 걸렸다. 경기도에 들어서니 차가 쌩쌩 달렸다. 어느덧 차가 충청도를 거의 벗어나 전라도지역으로 들어서는데, 사장님이 갑자기 외마디 소리를 지르셨다. 차 기름이 다 떨어져나간다는 것이다.
계기에 빨간불이 들어온걸 여직껏 보지 못했다면서 기름 다 떨어져 야단났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또 근처 주유소를 검색해보시더니 한참가야 한다면서 걱정을 늘어놓으셨다. 날도 점점 어두워지는데 어찌해야 하는지 정말 야단이다.
그런데 옆에 앉은 재민씨가 별걸 다 걱정한다며 한마디 퉁 내쏘았다. 그리고 모두들 표정들을 보니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식이었다. 차가 낯선 길가도로에 꼼짝 못하고 잡히게 될 상황인데, 이게 큰 일이 아니라니, 대체 왜이리 모두 태평스러운지 모르겠다.
불안한 마음에 계속 “어떻게 하죠?” 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혼자 안달복달했다.
그러자 이번엔 사장님마저 “에휴, 이 밤 꼬박 길에서 새야죠 뭐, 날이 밝으면 어떻게 움직여봐야지,” 하고 더 무시무시한 소릴 했다.
‘진짜 다들 왜이래? 이 무시무시한 길목에서 밤에 메돼지라도 나오면 어쩔려구, 지금 롱담이나 할 땐가?' 어느 누구 표정을 봐도 바빠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차는 점점 기름이 떨어져 속도가 천천해지는게 느껴졌다. 더럭 겁이 났다. 그때 앞에 말없이 앉아 웃고만 있던 다윤언니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다윤: 네, 삼성화재죠?
아 여기 익산 금마쪽 가는 국도인데요, 차가 기름이 다 떨어져서요.
네, 네 얘 곧 기름 가지고 온대.
정임: 엥? 그럼, 해결된거야? 우리 다 산거야? 엉?
난 너무도 기쁜 나머지 큰 소리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모두들 한바탕 웃어댔다. 그리고 한 15분정도 되니 차 한대가 와서 기름을 넣어주고 가는 것이었다. 너무나 희한한 광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와, 세상에, 사람구조하는 119가 있다는 소릴 듣긴 했어두 차 기름까지 넣어주는 전화가 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알고 보니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봉사를 해주는 ‘긴급출동' 써비스란다. ‘참 남조선에는 별 것이 다 있구나.' 연료를 공급받은 차는 부릉부릉 힘쓰는 소릴내며 다시 신나게 도로위를 쌩쌩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