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학교 기율대 귀신 괴담|왓섭! 공포라디오
승풍파랑님 사연입니다.
<경찰학교 기율대 귀신 괴담>
경찰학교에 다닐 때
떠돌던 괴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저는 의경으로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의경 지원자들은 논산 훈련소에서 4주 육군 교육을 받고
충주의 중앙경찰학교에서 3주간 경찰 교육을 받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죠.
입교하고 한 3일이 지나니까
기율대 귀신에 대한 소문이 퍼졌습니다.
기율대라는 것은 기율 교육대를 말하는 것으로
국방부 소속 군대의 군기 교육대 같은 곳입니다.
부대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유치장에 갇혀 있다가
이 기율대에 들어가 2주 동안 힘든 훈련을 하고
조교들한테 욕먹어가며 처벌을 받는 곳이죠.
봉사활동도 하고 정신교육도 함께 말입니다.
입교한 후
이 기율대에서 처벌을 받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요.
목이 찢어져라 군가를 불러대며
줄을 맞춰 뛰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조교들과 교육관들은
교육생들이 이 기율대를 보지 못하게 단속했습니다.
"기율대 쳐다보지 마라!
쳐다보는 놈들은 똑같이 기율대로 보낸다!"
"너희도 기율대 가고 싶어? 어?"
그래서 그냥 힐끔힐끔 눈동자만 움직여서 봤을 뿐
그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이 모습을 처음 보고
한 3일 뒤에 창원에서 올라온 동기가
이상한 소문을 전해주었습니다.
"야, 야. 너 기율대 귀신이라고 아냐?"
"응? 그게 뭔데?"
"저기 불침번 서는 애들이 봤다고 하던데
생활관 앞에 연병장에서
웬 놈 하나가
기동복을 입고 제식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제식을 얼마나 탁탁 맞춰서 하는지
칼 같다고 하더라고.
기율대 귀신이라고도 하고
제식 귀신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고."
"엥? 에이.. 설마.."
"오늘 내가 불침번이니까
한번 확인해 볼게.
저기 3층 복도 끝에서 불침번 서는 애가 봤다고 하던데
거기 걸리면 볼 수 있지 않겠어?
내가 보면 알려줄게."
"그런데 그 귀신이 기율대인지 전의경 교육생인지,
아나면 순경 교육생인지 어떻게 알아?"
"기율대는 기동복에서 명찰을 뗀다고 하잖아.
명찰이 없으니까 기율대인가 하는 거지."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동기는 문제의 귀신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와 같은 방을 썼던 동기들 모두
그 3층 맨 끝에서 불침번을 선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저 역시 그 귀신을 본 적은 없었죠.
하지만 언제나 잡담 시간엔 빠지지 않고
그 귀신이 등장했습니다.
논산 훈련소에서 같은 내무실을 썼으나
학교에서는 다른 생활실에서 생활하는 동기들도
그 문제의 기율대 귀신을 알고 있더군요.
내용을 종합해 보자면
1999년에서 2000년도 정도쯤
서울의 모 기동대에서 근무하던 의경이
힘든 훈련과 선임들의 구타, 가혹 행위
그리고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들에게 듣는 욕설과 조롱,
폭력을 견디다 못해 탈영을 하게 되었고
서울역에서 형사들에게 붙잡혀
결국 유치장을 거쳐 기율대로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미 심신이 피폐해져 버린 그 대원은
엄혹한 기율대에서의 기합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당시에는 기율대 대원들의 숙소였던
현재의 생활관 3층 맨 끝에 화장실에서
몰래 챙겨간 허리띠로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 저승으로 가지도 못하고
그 생활관 가까이에서 여전히 제식에 맞춰
구보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 불침번을 서고 나온 동기들이 듣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야, 너 기율대 귀신 봤냐?"
그러던 중
불침번을 서던 교육생 하나가
기절을 해서 실려 갔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당시 저희 기수에서 3명의 낙오자가 유급을 해서
그중 한 명이 저희 중대로 들어와
제 후임 대원이 되었는데
훗날 전해 들은 바로는
그 3명 중 하나가
기율대 귀신을 목격하고 기절해서
유급이 된 것이라 했습니다.
그 최성훈은 12시부터 2시까지
불침번 근무조였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의 3층 맨 끝 계단이
최성훈의 근무 장소였고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었죠.
근무 시간 동안은 계속 서 있어야 하지만
다리를 풀기 위해
몇 발자국 걸으면서 왔다 갔다 해도 되기 때문에
그렇게 다리도 풀고 잡생각도 하고 있던 중
화장실 가까이에서 이런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기율대들은 구보를 하면서 군가를 부르는데
그 부르는 방식이 특이합니다.
음에 맞추어 부르는 것이 아니고
랩을 하듯 빠르게 뚝뚝 끊어가며
목소리는 찢어질 듯 크게 부르는데
딱 그런 방식으로 부르는 군가 소리 같았다는 것입니다.
‘뭐야?
기율대 귀신인가?
설마 내가 보게 되는 거야?'
최성훈은 그 자리에서 얼었으나
한편으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소문으로만 존재하는 그 기율대 귀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죠.
그래서 심호흡을 한 번하고
훈련소 시절 다녔던 절에서 받은 염주를 꽉 쥐곤
화장실로 조심조심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 그러면 그렇지.
귀신이 있기는 어딨어.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그런데
화장실 거울 앞에 선 순간
변기 칸 바로 위에
빼꼼 나온 누군가의 머리와 눈이 보였습니다.
짧게 깎은 머리를 한
창백한 피부의 젊은 남자였습니다.
최성훈은 너무 무서워
소리도 못 지르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는데
다시 눈을 돌려보니
그 남자의 형상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겨우 나와서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눈 내리는 연병장에서
검은 형체 하나가 팔과 다리를 쭉쭉 뻗으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검은색 경찰 기동복 차림의 젊은 남자의 모습에
최성훈은 다시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기율대 귀신과 눈이 마주쳤고
기율대 귀신은 갑자기 멈추더니
형체가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뒤에서 차가운 기운을 느낀 최성훈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한겨울에 파카도 입지 않고
명찰이 없는 검은색 기동복만 입은 채
경찰 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얼굴은 창백했고
목에는 줄 같은 것으로
목을 조른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화가 난 눈초리로 말했습니다.
[야..
기율대 쳐다보지 말라는 지시 못 들었어?
보니까 신기해? 재밌어?
군기가 빠져가지고..
XX..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안 그래도 군 생활도 개같이 힘들었는데..]
그리곤 자신의 목을 조른 후에
손을 뻗더라는 겁니다.
최성훈은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겨우 풀려났고
그대로 쓰러진 상황에서
그 남자가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너 나중에 고참 되면
애들 패지 마라.
기율대 이런 데 오지 말고.]
그렇게 최성훈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전해 들은
경찰학교 기율대 귀신 괴담입니다.
그 귀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지금은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