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미친 사랑 (2016/10/14) (3 - Audio ~42:00)
경자! 경자 너 여기서 뭐 하냐 지금?
경자 (취한)...어흐...어, 황남희...
남희 (떨떠름) 잘난 게 왜 여기 취해서 드러눠 있어?
경자 (흐느끼는) 언니!
남희 (어라)
경자 언니, 남희 언니... .내가 잘못 한 게 뭐유? 내가 도대체 잘못 한 게 뭐 야?
남희 왜 또 이래...갑자기 무섭게...
경자 애들에 시동생들에 식당일까지.... 그 때는 내가 사람인지, 일 하는 기 곈지 생각 할 겨를도 없이 .. 입에서 단내가 나게 살았는데 ... 그 때는 지가 필요하니까 참아 주고.. 이제는 나 같은 거 입만 뻥긋해도 싫다 이거야...
남희 얘가 왜 이래....얼른 집에 가서 자.. 주정 그만하고. 이러니 싫어하지..
경자 그래! 나 일 잘하는...애도 낳아주는 식모였다는 거 알아. 아는데! 아니 까! 분이 나! 그 인간 얼굴만 봐도 내 인생이 불쌍하고..(우는) 그 인간 이 밉고...지가 언제 나를 안 사람 취급, 여자 취급 해 줘 봤냐는 말이 야.... 밖에서는 그리 호인소릴 듣고 다니면서어!....
남희 (좀 안 됐고) ... 남자들이 다 그렇지 뭐...일어나 봐. 집에 데려다 줄 테니까...(끙끙대며 일으키다 다시 주저앉는)
경자 언니! 그래 놓고 그 인간 지금 지 동생네 가 있어. 내가 싫은 소리 좀 했다고... 시동생들도 다 지 형, 오빠 편이고...내 새끼들까지 나 보고 작작 좀 하래. 작작 좀...언니, 나 뭐 한 거유? 응, 도대체 뭐 한 거 야...(우는)
남희 뭘 하긴 뭘 해...잘 만 살았으면서...나도 있구만...
경자 아무도 몰라, 내 마음을..아무도.!.. 내 인생 억울하고 불쌍하고!... 내가 뭐 머슴인가 .. 일 못 하고 늙으니까 쓸모가 없어...
남희 ... 경자야, 남들은 뒤꿈치도 못 따라가게 잘 산 사람이 왜 이래? 왜 이 리 약해졌어? 경자야...일어나, 얼른..언니 집에 가서 자자...응, 경자 야...(일으키는)
경자 내가, 언니한테나 미안하지..아무한테도 안 미안해...아무한테도...
남희 말은...일어나 봐 좀...
E 코 고는 소리, 비닐봉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
정임 (어이없는) 그래서 여기서 이리 달게 주무시고 계시다?
남희 요 윗말에 지 시누 살잖냐, 야, 파스도 좀 사 오라니까.
정임 거긴 동태 들었고, 그 옆에 봉투...
남희 어..고맙다. 저걸 두고 가겠든...짊어지고 오느냐고 ..손목이 아예... 술은 어디서 저렇게 퍼 마신건지...
정임 ...젊어서는 그 고생 구덕 속에서도 그리 예쁘게 웃더니... 경자야, 방 경자...너무 속 끓이지 마라. 응, 친구야....우리가 언제는 누가 알아줘서 살았냐..
경자 (잠결에 뭐라는)
남희 몸만 늙나...마음도 늙어. 서운하고 서글프고 그런 거지...
M. 브리지
E 드르륵 문 열고 들어오는.
남희 국에다 밥 좀 먹어... 다 토해서 속 쓰릴 거....
경자야! 경자야! 어디 갔어? 밥은 손도 안대고..화장실에 있어? 경자 야...(E 화장실 문 두드리고는 열어보는) 무색한 건 알아서 말도 없이 집에 갔구만.....(E 화장실문 닫고, 상 치우는) .. 그 새 지 시누네 쫓아 간 건 아니것지. 그냥 있을 방경자는 아닌데.. 아구 내가 못 살아....(E 문 열고 달려 나가는)
E 남희 뛰어오는데, 경찰 사이렌 소리, 사람들 웅성대는.
남희 뭐야? 웬 경찰까지 와서...
시누 이 나이에 우리 오빠가 맞고 살아야 겠어요? 저 착한 오빠가...
경자 때리긴 누가 때렸다고 ...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진데 맞은 거지.. 난 손댄 적 없어. 아가씨...
시누 그게 그거죠.
경자 뭐가 그게 그거야...저 사람 좀 나와 보라고 해요. 영호 아부지, 영호 아부지!
시누 오빠가 지금 언니 얼굴 보고 싶겠어요? 할 얘기 있음 경찰서 가서 하 세요. 동네 창피하니까.
경자 (겁먹은) 경찰서!...아냐, 아가씨, 아니라고! 영호 아부지, 영호 아부지!
경찰 일단 서로 가시죠.
경자 싫어요! 내가 뭔 죄를 지었다고 경찰서엘 가요? 못 가요, 안 가요...(울 먹)
남희 잠깐만요.
경자 언니...
남희 늙은이가 뭘 어쨌다고 거길 끌고 가겠대...
시누 아시잖아요? 이렇게 안 하면 저 언니 계속 그럴거라구요.
경찰 일단 신고가 들어왔으니까 서에 가서 차분히 말씀하시면..
남희 사랑받고 싶어서 그런 걸 뭔 신고?
경찰 네?
시누 네?
남희 늙어도 사랑받고 싶어. 사랑을 확인하고도 싶고....
(시누에게) 자기네 오빠가 자기들 다 키워낸 저 고생한 올케언니한테 사랑한다, 고생이 많았다 그런 말 해 주는 거 들어 본 적 있어?
시누 네?
남희 없지? 그럼 자기들은? ...자기들은 해 준 적 있어?
시누 그건...
남희 자기 올케언니, 우리 방경자도 사람이고 여자야. 왜 끝없이 받기만 하 려고 그래? 방경자가 무슨 화수분도 아니고... 이제 다 늙어서 치사 좀 바라면 안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유? 경찰양반...
경찰 네?
경자 (울먹)....맞아요. 가족이라면서... 나만큼 사랑 안 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어요. 나만 사랑하고, 나만 다 퍼 주고.. 그러다 난 이제 이렇게 쭈 글쭈글한 껍데기만 남았는데.... 제일 가까운 남편이란 사람이 평생 소 닭 보 듯 하고....
남희 경자야...
경자 언니, 남희 언니! (오열하며 안기는)
남희 (울먹) 그래, 울어라, 실컷 울어. 너 잘 살았어. 그건 누가 뭐래도 내가 잘 안다. 우리가 다 알아. 방경자! 미친 듯이 사랑하며 살았다. 나야.. 미쳐서 살았고..
남희, 경자, 울면서 웃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