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불꽃축제
"제76화 불꽃축제" 수많은 사람들이 불꽃축제장으로 몰려들었다. 나도 오래 만에 다윤언니랑 함께 바람도 쏘일겸 불꽃축제 보러 나왔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불꽃을 선보인다고 하니 호기심도 나고 꼭 보고 싶었다. 축제장은 여의도였지만 우린 다음 역인 노량진에서 내렸다. 언니 말이 본축제장은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몰려 발디딜틈도 없다는 것이다. 노량진역에서 바라봐도 불꽃축제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단다.
노량진역에 내려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걸음을 빨리 재촉할 수가 없었다. 다윤언니 손을 꼭 잡고 사람들속에 묻혀 한 걸음 한걸음 전진하는데 답답해 미칠지경이였다. 사람들은 불꽃축제를 훤히 볼 수 있다는 노량진 수산시장 주차장꼭대기로 올라가는데, 계단 몇 개 올라가서는 멈춰버리고 몇 걸음 못 가서 또 멈추고, 난리통에 질서를 세우는 경찰아저씨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겨우 주차장 꼭대기에 다달으니 사람천지였다. 몇 시간 전에 빨리 가서 자리잡는다고 나온 걸음이였지만 아침부터 나와서 돗자리 펴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입이 딱 벌어졌다. 주변엔 다 먹은 캔맥주통이랑 여러가지 쓰레기들이 굴러다녀 어지러웠다. 딱 봐도 몇 시간동안 여기서 보낸 흔적이였다.
어디 편하게 서있을데도 마땅치 않아 대충 주차된 차량 사이에 들어가 섰다. 서있기도 불편했지만 불꽃이 터질 하늘을 바라보니 훤히 탁 트인게 조금 위안이 됐다. 불꽃이 하늘에서 피는 것이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남조선의 자랑인 63빌딩도 바로 앞에 보였는데, 다윤언니가 하는 말이 오늘을 위해 저 빌딩식당 예약이 두 달전에 끝났다고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저녁한때를 보내면서 화려한 불꽃축제도 즐긴다는 것이다. 상상만해도 참으로 이상적이고 행복할 것 같았다.
한 시간 반 정도 지나니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행사는 이미 시작했을터인데, 불꽃터지기만 기다리느라니 참 힘들었다. 비스듬히 옆에 있는 차체에 기대여도 보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허리마저 아파왔다. 다윤언니도 힘든 기색이였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불꽃이 7시 반이 되서야 드디여 터지기 시작했다.
효과: 펑!~ 펑!~
불꽃이 터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환호가 터졌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 나도 언제 힘들었던가 싶을 정도로 절로 목청이 커졌다. 정말 환상적인 불꽃들이 하늘에서 련이어 터졌다. 민들레, 개나리꽃, 수양버들을 비롯해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갖가지 꽃모양의 불꽃으로 밤하늘은 장관을 이루었다. 꼬불꼬불 올챙이들이 막 혜염치는 듯한 모양의 불꽃도 있고, 심지어 사람의 웃는 모양을 형상한 것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련이어 터지는 아름다운 불꽃에 혼을 뺏겼다.
제일 먼저 이딸리아팀에 이어 중국과 미국,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우리 나라 대한민국팀이 쏘는 불꽃으로 축제는 막을 내렸다. 조금은 고달프고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길 정말 잘 했다. 장관을 이루던 하늘엔 뿌연 연기만 자욱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속엔 아름다운 하늘의 불꽃들 하나씩은 간직되여 있을 것이다.
21세기 민족의 화합의지를 다지는 기쁨과 희망의 장으로 삼는다는 불꽃축제, 새삼, 나도 이 나라의 한 국민이란 사실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며 불꽃하나 간직하고 서울의 밤거리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