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절망의 나날, 네 번째-100

절망의 나날, 네 번째-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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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네 번째

잠이 들면 악몽에 시달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하루는 내가 폭파시킨 남조선 려객기에 우리 가족들과 나, 김승일이 타고 있었다. 내가 우물쭈물 망설이자 김승일은 내게 시한폭탄 라지오를 빨리 비행기 선반 위에 올려놓고 내리자고 재촉했다.

눈을 부라리고 있는 김 선생의 얼굴은 죽어 있는 사람이었다. 무섭게 굳어 있으면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표정이었다.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고 얼굴 색깔은 푸르댕댕한 색깔이었다. 내가 우리 식구들에게 ‘어서 이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말을 하려 하자 죽은 것 같던 김승일이 내 팔을 와락 잡아 나를 비행기에서 끌어 내렸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꼼짝할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안 돼요. 우리 엄마, 아버지가 저기 있어요. 현옥아, 현수야! ' 나는 팔을 허우적거리며 동생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김선생은 내 발버둥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계처럼 나를 잡아 눌렀다. 나는 그의 팔 힘에 꼼짝없이 비행기에서 끌려 내려오면서 엄마, 아버지, 동생들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마유미, 마유미! 정신차려요.”

간호원들은 영어로 혹은 바레인 말로 나를 악몽에서 깨어나게 도와주기도 여러 번이었다.

또 이런 꿈도 꾸었다. 엄마,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식구들이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맨발로 눈길을 따라 산을 오르고 있었다. 나와 딱 마주쳤는데도 쌀쌀한 표정을 지으며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었다. 나를 원쑤보듯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너무 섭섭해서 식구들을 뒤쫓아가려 했다. 그때 외할머니가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무당이 되어 나를 눕혀 놓고 커다란 칼로 내리치려 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채 입에서는 불을 뿜고 있었다. 마침 지난 봄(87년 5월)에 피부암으로 죽은 막내 동생 범수가 내 손을 끌어 주어 우리는 날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땅 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달렸다. 비행기처럼 빠르게 달리다가 범수가 갑자기 잡았던 손을 놓아 버린다. 나는 어디론지 끝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데 간이 써늘하고 오금이 저려 비명을 질렀다. 역시 간호사가 나를 흔들어 깨워준다. 수건으로 이마와 가슴에 흐른 땀을 닦아 주었다.

얼마 동안을 눈만 감으면 악몽에 시달리고 깨어 있으면 육체적인 통증에 시달리면서 보냈다.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도 워낙 건강하고 젊었던 탓인지 나날이 회복되어 갔다. 몸이 조금 회복되자 예상했던 대로 바레인 경찰이 와서 지문을 찍어 가고 사진도 박아 갔다.

병원으로 옮겨 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날짜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아주 기나긴 시간이 흐른 것도 같고 며칠 안 된 시간인 것도 같았다. 크고 부드러운 눈을 가진 30대의 흑인 간호사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고 머리도 벗겨 주었다. 어디에서도 그런 따뜻한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녀의 그런 행동을 있는 그대로 감동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따뜻하다, 고맙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속에 숨겨진 저의를 알고 싶어 했고 그녀의 친절을 의심했다. 흑인 간호사는 교대할 시간이 되면 내 손을 꼭 잡고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마유미, 나중에 만나. 우리는 친구야.”

속삭이듯 귓가에 들려주는 그녀의 영어는 가슴을 촉촉이 적셨고 언니 같다는 마음도 들게 했다. 난 뭐라 대답할 수도 없어 그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 흑인 간호사가 나가고 어딘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여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죽어야 한다는 생각,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 등으로 심란하고 우울해 있는데 남자들 몇 명이 경찰의 안내를 받고 내 병실로 들어섰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절망의 나날, 네 번째-100 of despair|days|fourth|hundred Tage der Verzweiflung, Vierte - 100 Дни отчаяния, четвертый - 100 Days of Despair, Fourth-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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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네 번째 of despair|days|fourth|fourth Days of Despair, Fourth

눈을 부라리고 있는 김 선생의 얼굴은 죽어 있는 사람이었다. the eye|glaring|that is|Kim|teacher's|face|dead|that is|person Mr. Kim's face, glaring, looked like that of a dead person. 무섭게 굳어 있으면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표정이었다. frightening|stiff|while|no|movement|absent|was expression 恐ろしく固まったまま、何の動きもない表情だった。 It was a terrifyingly stiff expression with no movement at all.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고 얼굴 색깔은 푸르댕댕한 색깔이었다. the eyes|not moving|not|face|color|bluish|was His pupils did not move, and his face was a pale blue color. 내가 우리 식구들에게 ‘어서 이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말을 하려 하자 죽은 것 같던 김승일이 내 팔을 와락 잡아 나를 비행기에서 끌어 내렸다. I|our|family|quickly|this|from the airplane||words|trying|when|dead|thing|seemed|Kim Seung-il|my|arm|tightly|grabbed|me|from the airplane|pulling|down 私が家族に「早くこの飛行機から降りろ」と言おうとすると、死んだように見えたキム・スンイルが私の腕を掴んで私を飛行機から引きずり降ろしました。 As I was about to tell my family to 'hurry and get off this plane,' the seemingly dead Kim Seung-il suddenly grabbed my arm and pulled me out of the airplane. 그 힘이 어찌나 센지 꼼짝할 수가 없었다. that|strength|how|strong|move||was not その力強さに思わず身動きが取れなくなった。 The strength was so great that I couldn't move.

“마유미, 마유미! Mayumi| "Mayumi, Mayumi!" 정신차려요.” wake up "Get a hold of yourself."

또 이런 꿈도 꾸었다. also|this kind of|dream|I dreamed I also had this dream. 엄마,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식구들이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맨발로 눈길을 따라 산을 오르고 있었다. mom|father|including|all|family members|tattered|clothes|wearing|barefoot|snowy path|along|mountain|climbing|was お母さん、お父さんをはじめ、家族全員がぼろぼろの服を着て、裸足で雪道を歩いて山を登っていた。 My mom, dad, and all my family members were climbing the mountain barefoot in tattered clothes along a snowy path. 나와 딱 마주쳤는데도 쌀쌀한 표정을 지으며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었다. with me|exactly|even though|cold|expression|while|not knowing|pretending|just|passing by|was 私とばったり会ったのに、冷たい顔をして知らないふりをして通り過ぎるのであった。 They passed right by me, but they had a cold expression and pretended not to know me. 나를 원쑤보듯 하는 것 같았다. me|as if an enemy|doing|thing|seemed まるで私を睨んでいるようだった。 It felt like they were looking at me as if I were their enemy. 나는 너무 섭섭해서 식구들을 뒤쫓아가려 했다. I|too|was sad|to my family|trying to chase after|was 私は悔しくて家族を追いかけようとした。 I was so upset that I tried to chase after my family. 그때 외할머니가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무당이 되어 나를 눕혀 놓고 커다란 칼로 내리치려 했다. at that time|my maternal grandmother|in the movie|seen|instance|that is|shaman|becoming|me|lying|down|large|with a knife|trying to strike|was その時、母方の祖母が映画で見たことのあるシャーマンになり、私を寝かせて大きなナイフで叩きつけようとした。 At that time, my grandmother became a shaman I had seen in a movie and tried to strike me down with a large knife.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채 입에서는 불을 뿜고 있었다. colorful|clothes|wearing|while|from the mouth|fire|spitting|was 色とりどりの服を着たまま、口からは火を噴き出していた。 Dressed in colorful clothes, she was breathing fire from her mouth. 마침 지난 봄(87년 5월)에 피부암으로 죽은 막내 동생 범수가 내 손을 끌어 주어 우리는 날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just then|last|||||from skin cancer|died|youngest|younger sibling|Beom-soo|my|hand|pulling|giving|we|as if flying|running|started ちょうど昨年の春(87年5月)に皮膚癌で亡くなった末弟のパムスさんが私の手を引っ張ってくれて、私たちは飛ぶように走り始めた。 Just then, my youngest brother Beom-soo, who had died of skin cancer last spring (May 1987), pulled my hand and we started to run as if we were flying. 땅 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달렸다. ground|on|running|thing|not|in the air|ran 地面を走るのではなく、空中を走った。 We were not running on the ground, but in the air. 비행기처럼 빠르게 달리다가 범수가 갑자기 잡았던 손을 놓아 버린다. like an airplane|quickly|while running|Beom-soo|suddenly|was holding|hand|let go|lets go Running as fast as an airplane, Beom-soo suddenly let go of the hand he was holding. 나는 어디론지 끝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데 간이 써늘하고 오금이 저려 비명을 질렀다. I|somewhere|endlessly|down|falling|down|my liver|cold|knee|numb|scream|let out 私はどこまでもどこまでも落ちていき、肝臓が冷えて吐き気がして悲鳴を上げた。 I was falling endlessly down somewhere, my stomach felt cold and my knees were weak, and I screamed. 역시 간호사가 나를 흔들어 깨워준다. as expected|the nurse|me|shaking|wakes up やはり看護師さんが私を揺さぶって起こしてくれます。 As expected, the nurse shook me awake. 수건으로 이마와 가슴에 흐른 땀을 닦아 주었다. with a towel|my forehead|on my chest|flowing|sweat|wiping|I wiped She wiped the sweat off my forehead and chest with a towel.

병원으로 옮겨 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날짜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to the hospital|moved|that|since|how|has been|date|at all|guessing|possibility|not|time|has passed 病院に移ってから何年経ったのか、日付が分からないほど時間が経ちました。 I had no idea how long it had been since I was moved to the hospital; time had passed in a way that was completely ungraspable. 아주 기나긴 시간이 흐른 것도 같고 며칠 안 된 시간인 것도 같았다. very|long|time|has passed|thing|||||||seemed とても長い時間が経ったような気がするし、数日しか経っていないような気がする。 It felt like an incredibly long time had passed, yet it also felt like it had only been a few days. 크고 부드러운 눈을 가진 30대의 흑인 간호사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고 머리도 벗겨 주었다. big|soft|eyes|having|in his/her 30s|black|nurse|with a wet towel|face|wiping|giving|head|shaving|did 大きくて優しい目をした30代の黒人看護師が水拭きで顔を拭いてくれて、髪も脱いでくれた。 A Black nurse in her 30s, with large and gentle eyes, wiped my face with a wet towel and shaved my head. 어디에서도 그런 따뜻한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녀의 그런 행동을 있는 그대로 감동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anywhere|such|warm|treatment|receiving|having|experience|not|for me|her|such|behavior|||movingly|until accepting|quite|many|time|took どこかでそのような温かいおもてなしを受けたことがない私にとって、彼女のそのような行動をありのままに感動的に受け止めるまでには、かなり時間がかかった。 Having never received such warm treatment anywhere, it took me quite a while to accept her actions as genuinely touching. ‘따뜻하다, 고맙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속에 숨겨진 저의를 알고 싶어 했고 그녀의 친절을 의심했다. warm||heart|while feeling|on the other hand|that|inside|hidden|ulterior motive|knowing|want to|was|her|kindness|doubted あたたかい、ありがとう」という気持ちと同時に、その裏に隠された私の意図を知りたくなり、彼女の優しさを疑った。 Even though I felt a warm and grateful heart, I also wanted to know the hidden intentions behind it and doubted her kindness. 흑인 간호사는 교대할 시간이 되면 내 손을 꼭 잡고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black|nurse|shift|time|when|my|hand|tightly|holding|parting|thing|was regretting 黒人看護師は交代時間になると、私の手を握りしめて別れを惜しんでいた。 The Black nurse would hold my hand tightly when it was time to change shifts, expressing her reluctance to part.

“마유미, 나중에 만나. Mayumi|later|meet "Mayumi, see you later. 우리는 친구야.” we|are friends We are friends."

속삭이듯 귓가에 들려주는 그녀의 영어는 가슴을 촉촉이 적셨고 언니 같다는 마음도 들게 했다. whispering|to my ear|giving|her|English|heart|moist|wet|older sister|like|feeling|made|was ささやき声のように耳元で話す彼女の英語は、胸を潤し、姉のような気持ちにもなりました。 Her English, whispered softly in my ear, moistened my heart and made me feel like she was an older sister. 난 뭐라 대답할 수도 없어 그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I|what|answer|possibility|not|just|her|story|listening|being|only 私は何も答えられず、ただ彼女の話を聞いているだけだった。 I couldn't respond; I was just listening to her story. 그 흑인 간호사가 나가고 어딘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여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that|black|nurse|left|somewhere|heart|corner|feeling empty|I|eyes|closed|was その黒人看護師が去った後、どこか心の片隅が虚しくなり、私は目を閉じていました。 After the black nurse left, I felt a void in my heart, so I closed my eyes. 죽어야 한다는 생각,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 등으로 심란하고 우울해 있는데 남자들 몇 명이 경찰의 안내를 받고 내 병실로 들어섰다. should die|that|thought|in the future|how|cope|should||with|thought|etc|troubled|depressed|I am|men|few|people|police|guidance|receiving|my|hospital room|entered 死ななければならないという思い、これからどう対処していけばいいのかなど不安で落ち込んでいるところに、数人の男性が警察の案内で私の病室にやって来た。 With thoughts of needing to die and how to cope moving forward, I was anxious and depressed when several men entered my hospital room, guided by the po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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