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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37 - 윤대녕 "어머니의 수저" - Part 3

Episode 37 - 윤대녕 "어머니의 수저" - Part 3

좌판에 앉은 할머니가 묵은 장아찌를 내놓고 팔고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먹고싶었던 된장 무 장아찌가 아닌 간장 장아찌였다.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한개를 샀다. 간장물이 곱게 잘 들어있었다. 그런데 집에와서 부엌칼로 썰어보니 이게 웬일인가. 무 속이 대낮 처럼 환했다. 그것은 무 장아찌가 아니라 무 짠지, 말하자면 단무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제 어디 가서 제대로 만든 장아찌를 먹을 수 있을까.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식품 코너에 가도 웬일인지 장아찌는 찾아보기 힘들다. 있다 하더라도 물감을 들인 듯 설익은 짠지에 불과하다. 앞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된장, 고추장, 간장을 직접 담글 수 있는 사람은 적어질 것이다. 김치 또한 그러하리라. 식품회사에서 제조 판매하는 고추장, 된장으로 연명할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 한구석이 서운하다. 그때쯤 되면 장아찌는 아예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른다. 이십대 중반에 절에서 먹전 그 장아찌들을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말이 있다. [열반경]에 나오는 말이다.

'법등명차등명.' 그 말씀으로 등을 밝히고 스스로 등을 밝히다.

네, 잘 들으셨습니까? 네. 이십대에 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작가의 모습 그리고 튀긴통닭을 들고 절에 올라온 여동생, 그리고 닭뼈를 대웅전 뒤뜰에 버리고 지네들이 몰려들고, 네 그런 장면과 또 대비되는 스님들의 모습, 동안거나 하안거, 겨울이나 여름에 이 토굴속에 들어가서 화두를 붙잡고 정진하는 모습이 대비되는 스님들을 보면서 상당히 중간중간 유머러스하고요. 이 장아찌라는 음식이 얼마나 귀한 음식인가 그런 생각도 들게하는 그런 산문이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 윤대녕 씨는 낚시를 좋아하세요. 그래서 이 책의 상당부분도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생선을 잡아서 먹거나 어디가서 드신 뭐 이런 얘기들이 있습니다. 네 저도 생선을 좋아하고요. 그것을 뭐 익힌 것이든 익히지 않은 것이든 다 좋아하는데 이분이 쓴걸 보다보면 아 정말 인생 멋지게 하시는 구나. 왜냐하면 제가 입에 대보지 못한 많은 생선들의 그 멋진 풍미가 이 글속에 들어있습니다. 그중에서 하나 읽도록 하겠습니다.

황복 먹고 배꽃을 보다

내가 복어라는 물고기를 처음 먹어본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어머니가 늑막염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던 병원 앞 식당에서였다. 누나가 저녁을 사주겠다기에 따라간 곳이 바로 복집이었다. 굳이 복을 먹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병원 앞에 있어서 그저 무심코 들어갔을 뿐이었다. 누나도 그때껏 복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복어엔 독이 들어 있다는데 먹어도 괜찮을까?”

막상 자리에 앉자 누나가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요리사가 다 알아서 하겠지.”

“그럼, 네가 알아서 시켜.”

메뉴판을 펼쳐보니 매운탕, 지리, 회, 샤브샤브 그리고 ‘복불고기'라는 게 있었다. 누나를 생각해 나는 복불고기 이인분을 주문했다. 그게 아무래도 무난할 것 같았다. 잠시 후 복살이 담긴 쟁반이 왔다. 고추장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었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 복불고기 맛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우선 매콤하고 쫄깃하다 싶었는데 곧 혀에 감기는 듯한 야릇한 느낌이 찾아왔다.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으나, 첫사랑의 여자와 나눈 첫키스의 느낌과 흡사했다. 누나와 나는 한동안 복불고기를 먹는 일에만 열중했다. 중간에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불콰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누나가 말했다.

“맛있다, 그치?”

“그러게. 정말 이상하게 맛있네.”

“근데 우리 이래도 되는 거니?”

“뭘?”

“엄마가 병원에 누워 계신데, 우리만 맛있는 거 먹고 있으니까 좀 그렇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도 시켜놓은 건 다 먹어야지, 아깝잖아.”

“주인한테 말해서 좀 싸달라고 할까?”

“하지만 병원에서는 구워 먹을 수가 없잖아. 익혀서 가져가면 다 식을테고. 환자한테는 매운 음식이 별로 좋지 않아.”

“그럼, 그냥 먹고 가자, 대신 엄마한테는 된장찌개 먹고 왔다고 하자. 알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남은 복불고기를 먹어치웠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어본 복불고기였다. 그 후 어느 복집을 가더라도 그런 메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전에서만 복불고기를 먹는 것은 아닐 텐데. 복어회는 속초에서 처음 먹어보았다. 동명항에 들렀다 나오는 길에 수족관에서 본 까치복을 잡아달라고 해서 친구와 둘이 문간방에 들어가 기다렸다. 삼십 분쯤 지나서 주인이 복어회가 담긴 접시를 들고 왔다. 흰 꽃잎처럼 보이는 회가 몇 겹으로 둥그렇게 놓여 있었다. 양이 생각보다 아주 적었다.

“복이 꽤 크던데, 회가 이거밖에 안 나와요?”

“복회가 원래 그래요. 독 있는 부분은 다 제거하니까요.”

“시간도 꽤 걸리네요.”

“살에 독이 남아 있을지 몰라 십 분쯤 찬물에 담갔다 꺼내거든요. 회도 되도록 얇게 떠야 하구요.”

아닌 게 아니라 복어회는 접시 바닥의 꽃무늬가 비칠 정도로 투명했다. 그토록 얇은데도 씹히는 맛이 매우 쫄깃했다. 감미롭게 혀에 감기는 맛이 아주 그만이었다. 아직도 독이 배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감미롭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자산어보]에서도 복어의 독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바다의 복어가 가장 독이 많고 강물의 복어는 독이 약하다고 했다. 관종석이 말하기를, 그 맛은 진미이나 요리를 할 때에 잘못 조리해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 이는 복어의 간과 알에도 강한 독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장기도 입에 넣으면 혀가 굳어지고 배 안에 들어가면 장기가 굳어지는데 그에 대한 약이 없으니, 부디 삼가해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복어는 간과 알뿐 아니라 피, 난소, 내장에도 고루 독이 들어 있다. 종류에 따라서는 이리와 껍질에도 독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복의 종류는 약 16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가시복, 은복, 밀복은 독이 없다. 우리가 흔히 복집에서 먹는 복어들이다. 하지만 독이 없는 탓인지 맛이 떨어지는 편이다. 맹독을 품은 참복이나 황복이 역시 맛도 좋고 값도 비싸다. 복어의 독은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물질로 청산가리의 약 천오백배에 달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무색, 무미, 무취이며 끓여도 독성이 파괴되지 않는다.

십 년 전쯤, 복어 미식가로 알려진 일본의 장관급 관료가 복어회를 먹고 사망한 기사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2004년에는 제주도에서 어부 두 명이 배에서 복어회를 먹고 사망했다. 그야말로 ‘일사를 불응'한 결과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복어 마니아로 유명했던 중국의 소동파가 한 말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복어는 원래 독을 가진 게 아니라 독이 들어 있는 먹이를 취해 후천적으로 독성을 품는다고 한다. 알수록 묘한 물고기이다.

가파도에서 낚시를 하다 이상하게 생긴 복어를 잡은 적이 있다. 어른 신발만한 크기였다. 노란 바탕에 갈색의 육각 무늬가 온몸을 그물처럼 덮고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다른 복들과 달리 몸통이 돌처럼 딱딱했다. 집으로 돌아와 [자산어보]와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뒤져보았으나 그런 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 날 바닷속 생물을 촬영하는 사람을 찾아가 물었더니, 이내 대답해주었다.

“거북복이군요. 난류성 어종이고 성질이 나면 온몸을 딱딱하게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죠. 근데 그거 어떻게 했어요?”

“바다로 돌려보냈죠.”

“잘했습니다. 아주 귀한 물고기거든요.”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그는 내가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걸 늘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날도 그는 내게 낚시를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Episode 37 - 윤대녕 "어머니의 수저" - Part 3 Episode 37 - Dae-Ning Yoon "Mother's Cutlery" - Part 3 Bölüm 37 - Dae-Ning Yoon "Annemin Çatal Bıçak Takımı" - Bölüm 3

좌판에 앉은 할머니가 묵은 장아찌를 내놓고 팔고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먹고싶었던 된장 무 장아찌가 아닌 간장 장아찌였다.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한개를 샀다. 간장물이 곱게 잘 들어있었다. 그런데 집에와서 부엌칼로 썰어보니 이게 웬일인가. 무 속이 대낮 처럼 환했다. 그것은 무 장아찌가 아니라 무 짠지, 말하자면 단무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제 어디 가서 제대로 만든 장아찌를 먹을 수 있을까.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식품 코너에 가도 웬일인지 장아찌는 찾아보기 힘들다. 있다 하더라도 물감을 들인 듯 설익은 짠지에 불과하다. 앞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된장, 고추장, 간장을 직접 담글 수 있는 사람은 적어질 것이다. 김치 또한 그러하리라. 식품회사에서 제조 판매하는 고추장, 된장으로 연명할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 한구석이 서운하다. 그때쯤 되면 장아찌는 아예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른다. 이십대 중반에 절에서 먹전 그 장아찌들을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말이 있다. [열반경]에 나오는 말이다.

'법등명차등명.' 그 말씀으로 등을 밝히고 스스로 등을 밝히다.

네, 잘 들으셨습니까? 네. 이십대에 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작가의 모습 그리고 튀긴통닭을 들고 절에 올라온 여동생, 그리고 닭뼈를 대웅전 뒤뜰에 버리고 지네들이 몰려들고, 네 그런 장면과 또 대비되는 스님들의 모습, 동안거나 하안거, 겨울이나 여름에 이 토굴속에 들어가서 화두를 붙잡고 정진하는 모습이 대비되는 스님들을 보면서 상당히 중간중간 유머러스하고요. 이 장아찌라는 음식이 얼마나 귀한 음식인가 그런 생각도 들게하는 그런 산문이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 윤대녕 씨는 낚시를 좋아하세요. 그래서 이 책의 상당부분도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생선을 잡아서 먹거나 어디가서 드신 뭐 이런 얘기들이 있습니다. 네 저도 생선을 좋아하고요. 그것을 뭐 익힌 것이든 익히지 않은 것이든 다 좋아하는데 이분이 쓴걸 보다보면 아 정말 인생 멋지게 하시는 구나. 왜냐하면 제가 입에 대보지 못한 많은 생선들의 그 멋진 풍미가 이 글속에 들어있습니다. 그중에서 하나 읽도록 하겠습니다.

황복 먹고 배꽃을 보다

내가 복어라는 물고기를 처음 먹어본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어머니가 늑막염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던 병원 앞 식당에서였다. 누나가 저녁을 사주겠다기에 따라간 곳이 바로 복집이었다. 굳이 복을 먹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병원 앞에 있어서 그저 무심코 들어갔을 뿐이었다. 누나도 그때껏 복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복어엔 독이 들어 있다는데 먹어도 괜찮을까?”

막상 자리에 앉자 누나가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요리사가 다 알아서 하겠지.”

“그럼, 네가 알아서 시켜.”

메뉴판을 펼쳐보니 매운탕, 지리, 회, 샤브샤브 그리고 ‘복불고기'라는 게 있었다. 누나를 생각해 나는 복불고기 이인분을 주문했다. 그게 아무래도 무난할 것 같았다. 잠시 후 복살이 담긴 쟁반이 왔다. 고추장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었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 복불고기 맛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우선 매콤하고 쫄깃하다 싶었는데 곧 혀에 감기는 듯한 야릇한 느낌이 찾아왔다.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으나, 첫사랑의 여자와 나눈 첫키스의 느낌과 흡사했다. 누나와 나는 한동안 복불고기를 먹는 일에만 열중했다. 중간에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불콰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누나가 말했다.

“맛있다, 그치?”

“그러게. 정말 이상하게 맛있네.”

“근데 우리 이래도 되는 거니?”

“뭘?”

“엄마가 병원에 누워 계신데, 우리만 맛있는 거 먹고 있으니까 좀 그렇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도 시켜놓은 건 다 먹어야지, 아깝잖아.”

“주인한테 말해서 좀 싸달라고 할까?”

“하지만 병원에서는 구워 먹을 수가 없잖아. 익혀서 가져가면 다 식을테고. 환자한테는 매운 음식이 별로 좋지 않아.”

“그럼, 그냥 먹고 가자, 대신 엄마한테는 된장찌개 먹고 왔다고 하자. 알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남은 복불고기를 먹어치웠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어본 복불고기였다. 그 후 어느 복집을 가더라도 그런 메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전에서만 복불고기를 먹는 것은 아닐 텐데. 복어회는 속초에서 처음 먹어보았다. 동명항에 들렀다 나오는 길에 수족관에서 본 까치복을 잡아달라고 해서 친구와 둘이 문간방에 들어가 기다렸다. 삼십 분쯤 지나서 주인이 복어회가 담긴 접시를 들고 왔다. 흰 꽃잎처럼 보이는 회가 몇 겹으로 둥그렇게 놓여 있었다. 양이 생각보다 아주 적었다.

“복이 꽤 크던데, 회가 이거밖에 안 나와요?”

“복회가 원래 그래요. 독 있는 부분은 다 제거하니까요.”

“시간도 꽤 걸리네요.”

“살에 독이 남아 있을지 몰라 십 분쯤 찬물에 담갔다 꺼내거든요. 회도 되도록 얇게 떠야 하구요.”

아닌 게 아니라 복어회는 접시 바닥의 꽃무늬가 비칠 정도로 투명했다. 그토록 얇은데도 씹히는 맛이 매우 쫄깃했다. 감미롭게 혀에 감기는 맛이 아주 그만이었다. 아직도 독이 배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감미롭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자산어보]에서도 복어의 독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바다의 복어가 가장 독이 많고 강물의 복어는 독이 약하다고 했다. 관종석이 말하기를, 그 맛은 진미이나 요리를 할 때에 잘못 조리해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 이는 복어의 간과 알에도 강한 독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장기도 입에 넣으면 혀가 굳어지고 배 안에 들어가면 장기가 굳어지는데 그에 대한 약이 없으니, 부디 삼가해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복어는 간과 알뿐 아니라 피, 난소, 내장에도 고루 독이 들어 있다. 종류에 따라서는 이리와 껍질에도 독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복의 종류는 약 16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가시복, 은복, 밀복은 독이 없다. 우리가 흔히 복집에서 먹는 복어들이다. 하지만 독이 없는 탓인지 맛이 떨어지는 편이다. 맹독을 품은 참복이나 황복이 역시 맛도 좋고 값도 비싸다. 복어의 독은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물질로 청산가리의 약 천오백배에 달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무색, 무미, 무취이며 끓여도 독성이 파괴되지 않는다.

십 년 전쯤, 복어 미식가로 알려진 일본의 장관급 관료가 복어회를 먹고 사망한 기사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2004년에는 제주도에서 어부 두 명이 배에서 복어회를 먹고 사망했다. 그야말로 ‘일사를 불응'한 결과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복어 마니아로 유명했던 중국의 소동파가 한 말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복어는 원래 독을 가진 게 아니라 독이 들어 있는 먹이를 취해 후천적으로 독성을 품는다고 한다. 알수록 묘한 물고기이다.

가파도에서 낚시를 하다 이상하게 생긴 복어를 잡은 적이 있다. 어른 신발만한 크기였다. 노란 바탕에 갈색의 육각 무늬가 온몸을 그물처럼 덮고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다른 복들과 달리 몸통이 돌처럼 딱딱했다. 집으로 돌아와 [자산어보]와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뒤져보았으나 그런 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 날 바닷속 생물을 촬영하는 사람을 찾아가 물었더니, 이내 대답해주었다.

“거북복이군요. 난류성 어종이고 성질이 나면 온몸을 딱딱하게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죠. 근데 그거 어떻게 했어요?”

“바다로 돌려보냈죠.”

“잘했습니다. 아주 귀한 물고기거든요.”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그는 내가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걸 늘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날도 그는 내게 낚시를 그만두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