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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나의 어린시절, 열 다섯 번째-15

나의 어린시절, 열 다섯 번째-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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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시절, 열 다섯 번째

아버지의 직업이 정해진 뒤 다시 우리에게 꽃다발 드는 방법, 인사하는 법, 소년단 넥타이를 매어주는 법 등을 설명해 주었다. 이중에서 소년단 넥타이를 매어줄 때는 정식대로 하자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실수하기 쉬우니 그냥 걸쳐놓고 한번만 매듭을 만들면 된다고 가르쳐 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조선 대표가 오기 전날, 다시 행사부에 모여 꽃다발 증정 순서를 정했는데 리후락 대표에게 꽃다발을 주는 학생은 행사부 당 간부의 딸이 뽑혔고 나는 그의 뒤에서 두 번째 오는 대표에게 증정하도록 결정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입을 색동저고리와 치마, 양말, 구두, 리본, 소년단 넥타이를 받았다. 색동저고리는 여러 번 사용한 뒤 한번도 빨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여 옷고름과 동정이 더럽혀져 있었기 때문에 집에 가지고 가서 깨끗이 빨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나는 아침 7시까지 행사부에 집합해야 해서 집에 돌아와 저고리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1월 2일 아침에는 새벽 4시 반부터 일어나 준비를 서둘렀다. 어머니는 저고리 옷고름과 동정을 손질해 두고 모든 것을 잘 챙겨 놓았다. 6시쯤 밥곽을 싸들고 집을 나섰다. 어머니가 무궤도 전차 타는 곳까지 바래다 주었다. 행사부 앞에는 고급 버스인 ‘까르샬'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행사부 아주머니로부터 간단한 복장 검열을 받고 뻐스에 올라 얼마쯤 타고 가다가 온실 앞에서 뻐스를 잠깐 멈추었다. 온실에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생화꾸러미 하나씩을 각자 받아들고 다시 뻐스를 타고 평양시 변두리인 중화구역 어느 야산으로 갔다.

이날 날씨는 흐렸고 쌀쌀 했다. 색동저고리, 치마만 입은 우리는 추위에 떨었고 더구나 남조선 사람들을 만난다니 더욱 떨리고 긴장되었다. 잠시 후 직승기 한 대가 바람을 일으키며 도착했다. 직승기 문이 열리고 남조선 대표 성원들의 모습이 보이자 행사부 아주머니는 우리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재촉했다. 나는 정신없이 뛰어나가 정해진 대로 두 번째 내리는 손님 앞에 가서 소년단 경례를 하고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게 무슨 꽃이지?”

꽃다발을 받은 사람이 인자한 음성으로 물었다. 사실 나는 그때 그 꽃이 무슨 꽃인지 알지 못했다. 전혀 예상치 않은 질문에 당황하면서 우물쭈물 했더니 그는 다시 “몇학년이냐?” 고 물어 “1학년입니다” 하고 얼른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첫 번째 대답을 하지 못 한게 몹시 마음에 걸렸다.

꽃다발 증정이 끝나자 우리는 행사부 여자의 안내대로 타고 왔던 뻐스를 타고 행사부로 돌아왔다. 돌아오자 행사부 요원이 우리에게, “무엇을 물어 보았지?” 하고 캐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한 첫 번째 질문 이야기는 빼고 두 번째 질문만을 말해 주었다.

행사부에서 싸갔던 밥곽으로 점심식사를 마치자 행사부 측에서는 학생 대표를 불러 수고했다며 1인당 10개씩 차례가 되도록 사탕을 주었다. 우리들은 사탕을 나누어 갖고 헤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이 내용이 내가 현재 기억하고 있는 그때 상황인데 북조선에서는 아마 ‘정희선'이라는 여자를 내세워 꽃다발을 준 사실까지 부인하려는 것 같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었을 정도다.

장본인이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어쩌면 저런 억지를 쓸 수가 있을까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내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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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시절, 열 다섯 번째-15 Meine Kindheit, fünfzehn - 15 My Childhood, Fifteenth-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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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시절, 열 다섯 번째 My childhood, fifteenth

아버지의 직업이 정해진 뒤 다시 우리에게 꽃다발 드는 방법, 인사하는 법, 소년단 넥타이를 매어주는 법 등을 설명해 주었다. 이중에서 소년단 넥타이를 매어줄 때는 정식대로 하자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실수하기 쉬우니 그냥 걸쳐놓고 한번만 매듭을 만들면 된다고 가르쳐 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the proper way|||||||||||||||||vivid I still vividly remember being taught that when tying a boy scout necktie, it takes a lot of time and is prone to mistakes if done formally, so it's better to just drape it and make a knot once.

남조선 대표가 오기 전날, 다시 행사부에 모여 꽃다발 증정 순서를 정했는데 리후락 대표에게 꽃다발을 주는 학생은 행사부 당 간부의 딸이 뽑혔고 나는 그의 뒤에서 두 번째 오는 대표에게 증정하도록 결정되었다. ||||||||||I decided|Li Hu-lak|||||||executive||||||||||to present| The day before the Southern representative arrived, we gathered in the event department again to decide the order of presenting flower bouquets, and the student who would give the bouquet to Representative Li Hoo-rak was the daughter of a senior official in the event department, while I was decided to present it to the second representative coming after him. 그리고 다음 날 입을 색동저고리와 치마, 양말, 구두, 리본, 소년단 넥타이를 받았다. ||||colorful jeogori||||ribbon||| And the next day, I received a colored jeogori, skirt, socks, shoes, ribbon, and boy scout necktie to wear. 색동저고리는 여러 번 사용한 뒤 한번도 빨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여 옷고름과 동정이 더럽혀져 있었기 때문에 집에 가지고 가서 깨끗이 빨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storing|clothing ties||||||||||| The colorful jeogori had been used multiple times without being washed and stored as is, which left the ribbons and the trim dirty, so I added an explanation to take it home and wash it clean.

나는 아침 7시까지 행사부에 집합해야 해서 집에 돌아와 저고리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jeogori||I entrusted||to bed|I went to bed I had to gather at the event department by 7 AM, so I returned home, entrusted my jeogori to my mother, and went to bed early.

11월 2일 아침에는 새벽 4시 반부터 일어나 준비를 서둘렀다. ||||||||I hurried On the morning of November 2nd, I woke up at 4:30 AM and hurried to get ready. 어머니는 저고리 옷고름과 동정을 손질해 두고 모든 것을 잘 챙겨 놓았다. ||||tidying|||||| My mother prepared the jeogori's ties and the ribbon and made sure everything was well organized. 6시쯤 밥곽을 싸들고 집을 나섰다. ||taking|| I left home around 6 o'clock with my lunch box. 어머니가 무궤도 전차 타는 곳까지 바래다 주었다. |trolleybus||||| My mother accompanied me to the place where I take the tram. 행사부 앞에는 고급 버스인 ‘까르샬'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charter||| A luxury bus called 'Carshal' was waiting in front of the event department. 행사부 아주머니로부터 간단한 복장 검열을 받고 뻐스에 올라 얼마쯤 타고 가다가 온실 앞에서 뻐스를 잠깐 멈추었다. ||||check|||||||||bus|| After receiving a simple dress inspection from the event staff lady, we got on the bus and after riding for a while, we stopped the bus briefly in front of the greenhouse. 온실에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생화꾸러미 하나씩을 각자 받아들고 다시 뻐스를 타고 평양시 변두리인 중화구역 어느 야산으로 갔다. in the greenhouse||||flower bundle|one|||||||outskirts|||hillside| Each of us received one prepared bouquet of fresh flowers from the greenhouse and then got back on the bus to go to a hillside in the Chungwha district, which is on the outskirts of Pyongyang.

이날 날씨는 흐렸고 쌀쌀 했다. ||was cloudy|| The weather on that day was cloudy and chilly. 색동저고리, 치마만 입은 우리는 추위에 떨었고 더구나 남조선 사람들을 만난다니 더욱 떨리고 긴장되었다. colorful jacket|skirt|||cold|shivered||||meeting||trembling| Wearing only a colorfully embroidered jeogori and skirt, we shivered from the cold and were even more nervous and trembling at the thought of meeting people from South Korea. 잠시 후 직승기 한 대가 바람을 일으키며 도착했다. ||||||creating| A moment later, a helicopter arrived, causing the wind to stir. 직승기 문이 열리고 남조선 대표 성원들의 모습이 보이자 행사부 아주머니는 우리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재촉했다. helicopter|||||||||||||urged As the helicopter door opened and the faces of the South Korean representatives became visible, the event coordinator urged us to hurry outside. 나는 정신없이 뛰어나가 정해진 대로 두 번째 내리는 손님 앞에 가서 소년단 경례를 하고 꽃다발을 증정했다. ||I rushed out|||||||||||||presented I rushed out in confusion and went in front of the second guest as planned, giving a boy scout salute and presenting a bouquet.

“이게 무슨 꽃이지?” ||flower "What kind of flower is this?"

꽃다발을 받은 사람이 인자한 음성으로 물었다. |||gentle|gentle voice| The person who received the bouquet asked in a gentle voice. 사실 나는 그때 그 꽃이 무슨 꽃인지 알지 못했다. ||||||flower|| 전혀 예상치 않은 질문에 당황하면서 우물쭈물 했더니 그는 다시 “몇학년이냐?” 고 물어 “1학년입니다” 하고 얼른 제자리로 돌아왔다. ||||embarrassed|hesitated||||||||||| I was flustered by a completely unexpected question and stammered, so he asked again, 'What grade are you in?' I quickly replied, 'I am in first grade' and returned to my place. 나는 첫 번째 대답을 하지 못 한게 몹시 마음에 걸렸다. ||||||that I could not||worried|weighed on I felt very guilty for not being able to give the first answer.

꽃다발 증정이 끝나자 우리는 행사부 여자의 안내대로 타고 왔던 뻐스를 타고 행사부로 돌아왔다. |||||event staff's||||||the event department| After the bouquet presentation was over, we returned to the event department by riding the bus we had come on, following the guidance of the event department woman. 돌아오자 행사부 요원이 우리에게, “무엇을 물어 보았지?” 하고 캐어 물었다. ||staff member||||||| When we returned, a member of the event team asked us, 'What did you ask?' 나는 대답하지 못한 첫 번째 질문 이야기는 빼고 두 번째 질문만을 말해 주었다. ||||||||||the second question only|| I left out the story of the first question I couldn't answer and only told them about the second question.

행사부에서 싸갔던 밥곽으로 점심식사를 마치자 행사부 측에서는 학생 대표를 불러 수고했다며 1인당 10개씩 차례가 되도록 사탕을 주었다. the event department|||lunch||||||||||||| After finishing lunch with the lunch boxes brought by the event team, they called the student representatives to thank them for their efforts and handed out candies, giving each person 10 pieces in turn. 우리들은 사탕을 나누어 갖고 헤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이 내용이 내가 현재 기억하고 있는 그때 상황인데 북조선에서는 아마 ‘정희선'이라는 여자를 내세워 꽃다발을 준 사실까지 부인하려는 것 같다. |||||||situation|North Korea||Jung Hee-sun||to put forward||||to deny|| This is the situation I currently remember, but it seems that North Korea is trying to deny even the fact that they presented a bouquet with a woman named 'Jeong Hee-seon.'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었을 정도다. |||||||||I was at a loss| I was so incredulous upon hearing that I was at a loss for words.

장본인이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어쩌면 저런 억지를 쓸 수가 있을까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the perpetrator||fine|||||nonsense|||||| It's astonishing how the person involved is alive and well, yet they can come up with such a ridiculous excuse.

내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