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고백, 스물 여섯 번째-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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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고백, 스물 여섯 번째
그들은 형식적으로 몇 가지를 더 묻고 나에게는 폭파기재 작동방법은 잊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최 과장은 공항 면세점 같은 곳에서 물건을 싸주는 비닐 쇼핑백을 우리 앞에 내 밀었다.
“폭파용 라지오를 가져왔으니 우리가 돌아간 후에 확인하시오.”
우리는 그것을 받아 한쪽에 소중히 보관했다. 그리고 최 과장은 우리가 비엔나와 베오그라드에서 구입한 아부다비 - 암만 - 로마행 항공권과 로마 - 비엔나행 항공권을 보면서 자기 수첩에 비행기 편과 시간을 일일이 기록했다. 우리는 최 과장 일행에게 열대지방인 바그다드, 아부다비에서 불필요한 겨울용 의류 등을 가져가도록 하였다.
“이번 일만 무사히 성공하면 영웅이 될거요. 건강 조심하고 비엔나에서 다시 만납시다.”
“자, 우리가 오래 있으면 신변에 좋지 않으니까 그만 가겠소.”
그들은 필요한 이야기만 간단히 하고는 일어섰다. 우리가 모두 우르르르 몰려나가면 호텔 측의 주목을 받게 되므로 김 선생은 그냥 방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나만 호텔 정문까지 배웅했다.
호텔 방에 돌아오니 김 선생은 최 과장이 주고 간 쇼핑백에서 물건을 탁자 위에 꺼내놓았다. 그 속에는 내가 전에 초대소에서 작동실습을 했던 트랜지스터라지오와 김 선생이 매일 복용하고 있는 약병과 똑같은 약주병이 들어있었다.
김승일은 그것들을 바라보며 “라지오 작동방법을 잊지 않았지?” 하고 다시 확인했다.
“이 술병에 들어있는 액체 폭약은 이 라디오가 터지면서 동시에 폭발하여 위력을 높이는 것이니 항상 라지오와 약주병은 함께 두어야 하는거야.”
그는 만약을 위해서인지 나 혼자서라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상세히 일러준다.
“그리고 폭파용 라지오에 들어 있는 밧데리는 다른 밧데리와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 잊어 버리면 안돼. 알겠지?”
“내가 먹고 있는 물약이 들어 있는 약주병과 폭약 약주병이 바뀌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그는 그 외에도 폭파 사용방법과 취급상 주의할 점에 대해 몇 번씩 강조해 가며 설명해 주었다. 나는 이것을 메트로폴리탄호텔 1층 면세점에서 물건 살 때 받은 엷은 청색 비닐 쇼핑백 속에 ‘김승일 복용 물약 1병', ‘말보로 담배 1보루', ‘과자'와 함께 넣어 텔레비 받침대 속에 보관했다. 우리가 타고 갈 베오그라드 출발 비행기 시간은 오후 2시 반이었으나 오전 중에 호텔 방을 나가야 하므로 10시 조금 넘어 방값을 계산하고 호텔을 나왔다. 드디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폭발물을 넣은 엷은 청색 비닐 쇼핑백을 조심스럽게 허리에 끼고 우리는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탔다. 공항으로 향하면서 이제부터는 모든 일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마음다짐을 새로이 하였다. 아무리 태연스럽게 행동하려고 해도 온통 신경은 옆구리에 있는 비닐 쇼핑백에 가 있었다.
베오그라드공항에 도착하여 붐비는 사람들을 비집고 항공 시간 안내판을 살폈다. 우리가 탈 바그다드행 항공기 출발 시간은 정시대로 표시되어 있었으나 우리는 다시한번 확인했다. 다른 때 같으면 이처럼 철저하게 하지 않았는데 긴장된 탓인지 두 번 세 번 확인하지 않으면 미덥지가 않았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2층 커피숍에 가서 커피와 과자를 들면서 최 과장과 최 지도원을 기다렸다. 정각 12시가 되자 최 과장과 최 지도원이 나타났다. 같이 차를 마시며 항공기 시간 안내판을 주시했다. 그런데 출발 1시간 전이 다 되어도 바그다드행 안내 표시가 들어오질 않았다.
나레이션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