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수증기」
내일 오후, 애인이 떠나면서 선물한 벽지로 그는 도배를 할 것인가
그들은 서로에게 던지는 평서문에 대해 고민을 하는가
선량하다 이악스럽다 해맑게 억세다 삐뚤빼뚤 피가 흐른다? 무슨 말을 시작해야 좋을까
다정한 주름 밖으로 성대를 잘라낸 개처럼 편안하게 웃는 것, 그들에겐 부족한 것은 없는가
목이 마를 때면 송곳으로 방바닥에 애인은 그의 이름을 긁어주곤 하는지
그들은 서로에게 무능해서 착한 사람들
왜 이별은 가벼워지기 위해 뿌리가 길까
시·낭송_ 박성준 -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는'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몰아 쓴 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