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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8 -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 Part 5

Episode 28 -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 Part 5

그 먼 곳에서 택배로 뭘 부쳐오기도 했다. 아이스박스로 바다메기라나, 물메기라나하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징그러운 생선을 부쳐오기도 하고 깐마늘을 부쳐오기도 했다. 그 섬 마늘은 단단하고 맛 좋기로 전국적으로 소문난 마늘이라 혼자 먹기 아까워서 부치는데, 일하기 싫어하는 언니 생각해서, 까서, 씻어서, 깨끗히 행주질 해서 보내니, 떠내서 쓰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 것들을 받고 나서도 내 쪽에서 섬으로 전화거는 일은 없었다. 고맙지 않아서도, 전화값이 아까워서도 아니고, 그 영감이 받을 까봐서 였다. 전화상으로라도 그 늙은 뱃놈하고 수인사를 하기가 싫었다. 그러나 내 주위 사람에게 동생이 재가 했다는 걸 알리지 않을 수 없을 경우가 생겼을 때는 그녀가 남해에 그림같은 섬에 선주에게로 시집갔다고 말해주곤 했다. 체면을 위해선진 모르지만 대단한 격상이었다. 겨울이 시작될 무렵 동생한테서 제 남편 제사를 지내려 상경한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알기론 그 영감이 전남편 제사를 지내라고 새 마누라를 육지로 내보낼 남자가 아니었다. 동생은 그 천진하고도 날렵한 말 솜씨로 거짓을 꾸며대 그 영감을 감쪽같이 속였을 것이다. 어쩌면, 아니 틀림없이 동생이 그 섬을 탈출하겠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동생은 오겠다는 날 보다 이틀이나 더 일찍 서울에 왔다. 영감을 속이고 온 것도, 영감 곁을 도망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아들네로 도착하자마자 걸려온 전화 목소리는 영감이 제수거리와 서울가서 옷사입으라고 찔러준 돈 봉투 자랑으로 들떠 있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명랑하게 조잘대는 시냇물에 점점히 떠내려오는 복사꽃잎을 떠올렸다. 다음날 물메기 말린 걸 한 보따리 들고 내 앞에 나타난 동생을 보다 그저 반가기만 해서 허둥대며 맞아들였다. 석달만에 만난 동생은 어찌나 생기가 넘치는지 첫 근친 온 딸자식이라 해도 그만하면 시집 잘 갔구나 하는 마음을 놓고 말 것 같았다. 나는 아끼던 포도주를 따서 건배하고 물메기 말린 것을 짝짝 찢어 안주 삼아 둘이서 한 병을 다 비웠다. 아직도 제삿날 까지는 사흘이나 더 남아 있었다. 나는 헤롱헤롱해진 김에 행전 안 하던 짓을 해버렸다. 동생보러 나하고 같이 자자고 붙든 것이다. 그날 밤 자리 나란히 깔고 같이 자면서 동생의 수다를 끝까지 다 들어 줬는지, 끝나기 전에 스르르 잠들어 버렸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동생에 대해 궁금한 건 다 알아버린 건 확실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도, 일말의 불안감도 가셔버렸으니 말이다.

"언니, 그건 언니가 이상한거야. 영감님이 날 그이 제사에 보내준게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거야? 보내주긴. 내가 갔다 온다고 했어. 나도 지 마누라 첫 차례지내려고 풍랑을 무릅쓰고 갔는데 그 정도의 주장도 못 해? 추석 밑에 영감님하고 삼천포에서 만나서 들어갈 때 나 죽을 뻔 했다. 정말이야. 그때 파랑주의보가 내려서 여객선도 못 뜰 때 였어. 영감님은 그 전에 섬에서 나와 삼천포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내가 터미널에 내리니까 어찌나 기뻐하는지 마치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 같더라고. 내가 언약을 지키리라고 백퍼센트 믿는 건 아니었나봐. 안 나타나면 서울까지 쫒아가봐야지, 혼자 섬으로 돌아갈순 없다고 생각했다니까. 서울서 나 못 찾으면 어쩔 뻔 했냐구 물어봤더니, 바다에 빠져 죽었을 거래. 사내들 허풍은 부모도 못 말린다니까.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선뜻 나를 배에 태우려 들지를 않는 거야. 삼천포에 큰 딸이 사는데 거기서 하룻밤 자고 갔으면 하지 뭐야. 풍랑이 심상치 않다는 거지. 아주 못 갈 정도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다길래, 짐도 있고 피곤해서 이왕이면 내 집에 짐 풀고 쉬고 싶다고 했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더라고. 그럼 그러자고 배를 태우더군. 나중에 그러는데 내가 벌써 자기집을 내 집 처럼 말하는 걸 듣고 이젠 됐다 싶었다나. 배가 어찌나 출렁이는지, 우리배를 타본건 그때가 처음이거든. 그래도 난 여객선 보다 작아서 그런 줄 알고 하나도 안 무서웠어. 내가 바다에 대해서 뭘 알우. 영감님이 운전하는 배에 영감님하고 같이 탔나는 생각만 하면 겁나는게 아무 것도 없더라고. 배가 기우뚱 하면서 파도가 덮칠 때 마다, 꺄악 소리를 지르며 재밌어 하니까 영감님이 화를 내면서 꼼짝말고 엎드려있으라고 하더군.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지만 마음은 편안했어. 영감님하고 둘이면 죽어도 그만이다 싶은데 뭐가 무섭겠어. 한 시간 사십 분 걸린다던 배가 두 시간 반 만에 섬에 도착했는데도 나는 늦는 다는 생각도 없었어. 영감님이 나를 얼싸 안으면서 인제 살았다고 등을 토닥거릴 때도 그 뱃길이 그렇게 위험한 건지는 몰랐지. 우리가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 이웃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는데 다들 영감님을 막 야단치는 거야. 민박집은 다짜고짜 영감님 등짝을 철썩철썩 때리면서 이런 풍랑에 배를 띄우는 사람이 어딨냐고, 만약 두 사람이 어떻게 됐으면 중심에선 자기가 어떻게 저집 식구들을 대할 뻔 했느냐고 막 소리를 지르는 거야. 영감님이 싹싹 빌면서 잘못했다고 하더군. 그 사람들 하는 양을 보니까 비로소 우리가 죽을 고비를 뚫고 왔다는 걸 실감하겠더라고. 언니 그 얘기가 그렇게 재밌수? 그럼 재밌는 얘기 또 하나 해줄까? 며칠 전이었어. 한 동네사는 큰 아재라는 친척하고 면사무소가 있는 이웃 섬으로 볼일을 보러 간다고 전날부터 벼르더니 나도 같이 가야한다고 아침부터 서두르라는 거야. 단 둘이서라면 모르지만 평소 어렵게 대하던 큰 아재하고 같이 간다길래 내키지 않아 했더니 꼭 가야된다고 두둑한 서류봉투까지 내 코트 주머니에 집어넣어 주면서 조르는 거야. 그래서 선창가 까지 따라갔는데 우리 배에서 큰 배로 영감님이 껑충 옮겨 타고 나서 혼을 내밀길래 나도 그렇게 가볍게 건너 뛸 수 있을 줄 알았지. 근데 배와 배 사이가 너무 넓었나봐. 바닷물에 빠질 뻔 하면서 어찌어찌 뱃전을 잡긴 잡았는데 아랫도리는 온통 물에 잠겨 버둥거렸지 뭐야. 영감님이 내 팔을 잡고 끌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인거 있지. 영감님이 사람 살리라고 막 악을 쓰더군. 마침 같이 가기로 한 큰 아재가 왔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바다에 빠져 죽는 줄 알았다니까. 큰 아재의 도움으로 나를 건져올려서 흠뻑 젖은 아랫도리를 자기 잠바랑 큰 아재 잠바로 꼭꼭 싸주면서 영감님이 엉엉우는 거야. 나는 남자가 그렇게 눈물을 철철흘리며 우는 거 처음 봤다우. 그러면서 죽은 마누라가 도와줬다나. 내 손목을 붙들고 마누라 한테 도와달라고 이 사람마저 잃으면 못 산다고 빌었데. 언니두... 그게 뭐가 기분 나빠. 난 하나도 기분 안 나쁘더구만. 영감님이 워낙 정이 많아서 그래. 언니는 그 사람이 마누라 잃은지 일년도 안 돼서 새 장가 들었다고 욕하지만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는게 왜 나빠. 그날 나를 데리고 면사무소에 갈려구 한 목적이 집문서를 내 이름으로 해주려는 거였더라구. 내 안 주머니에 넣어준게 집문서였던 거야. 다행히 그건 안 젖어서 그날로 계획한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그때가지 암말 안 하고 있었던 거지. 사실 민박집도 내가 내 낭탁을 할 줄 모른다고 그러고, 경환이나 경숙이도 혼인신고 할거냐, 영감 죽은 후를 위한 대책은 뭐냐 알고싶어 했지만 나는 무대책으로 그냥 간 거였어. 호적을 옮기면 그쪽 오남매가 내가 재산이나 탐내서 시집 온 줄 알거아냐. 그러니 서로 눈치보고 사이 나빠지는 것도 싫고 내 아들하고 같은 호적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도 싫고 그래서 호적에 오르는 건 사양하겠다고 했더니 영감님도 동의하더라고. 남들이 중요하게 여기는게, 영감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하나도 안 중요하더라고. 그래도 영감님은 자기가 먼저 죽으면 나는 어찌 사나, 내 걱정을 무지 해. 우리 집이 우리 동네에서 민박집 다음으로 커. 짓기도 단단하게 지었고 아파트 마냥 갖출 건 다 갖췄어. 그 섬에서 땅값 젤로 비싼 선창가에 있고. 그래도 팔아봐야 이, 삼천 밖에 안 나간데. 영감님 재산중에는 뱃값이 되레 알토란 같다나봐. 그건 자식들 몫이겠지. 난 영감이 나는 하나도 걱정 안 하는 자기 죽은 후에 내 살 걱정까지 해주는게 신기하고 고마울 뿐 더 바라는건 없어. 오늘 먹을 양식과 잠자리 걱정 안 하고 사는게 얼마나 좋은지, 난 그걸로 족해.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자다가도 꼬집어 본 적이 있다니까. 영감님 참 좋은 사람이야. 집문서 옮겨주고도 천만원짜리 통장도 내 이름으로 해줬어. 그 밖에 적금도 하나 들어줬고. 그 나이에도 우리 섬에서 가장 고기 잘 잡는 어부야. 물메기는 무진장 잡아. 때가 되면 도미도 많이 잡는데, 시커먼 도미 말고 금붕어 같은 도미말이야, 도미 잡으면 내가 택배로 붙여줄게. 언니는 맛있는 것만 좋아하잖아. 그 사람 그런거 안 아껴. 올해 물메기가 많이 잡히니까 집집마다 돌린걸. 섬이니까 과부들이 많아. 영감님이 상처하니까 다들 나 안 데려가나 끼룩끼룩 영감님을 넘봤다나봐. 그런데 도시에서 꽃같이 예쁜 색시를 얻어왔으니 얼마나 속이 상하고 샘이 나겠으냐면서 홀어머니들한테 인심쓰느라고 물메기도 돌리고 문어도 돌리고 그런다우. 그이 그런 사람이야. 서울서 마누라를 얻어 들인게 그렇게도 좋은 가봐. 나더러 당신은 어쩌면 놀음도 못 하고, 술도 못 하고, 담배도 못 하느냐고, 무슨 보배 덩어리 보듯이 본다우. 섬엔 세가지 다 하는 여자가 천지래. 섬 남자들도, 거기 사투리가 그런건지 친한척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지, 한 두번만 만나 얼굴을 익혔다 하면 단박에 반말지꺼리야. 왔나. 갔나. 묵었나. 봐라. 이런식으로. 영감님은 처음부터 석달을 같이 산 지금까지 깍듯이, 보소, 드소, 갔다 오소, 하는 식으로 존대말을 쓴다우. 그게 얼마나 듣기 좋다구. 우리 둘이 말을 많이 해. 할 얘기가 왜 없어. 지가 지 마누라 얘기하면 나는 우리 남편 얘기도 하고 한 얘기 하고 또 해도 실증이 안 나. 우린 서로 얼마나 열심히 들어준다구. 듣고 또 들어도 재미나니까. 그러다가 누가먼저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들지."


Episode 28 -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 Part 5 Episode 28 - Wanseo Park, "For Longing" - Part 5

그 먼 곳에서 택배로 뭘 부쳐오기도 했다. Something was delivered by courier from that far place. 아이스박스로 바다메기라나, 물메기라나하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징그러운 생선을 부쳐오기도 하고 깐마늘을 부쳐오기도 했다. Sea catfish and water catfish were served with iceboxes that were unheard of in their lifetime, as well as peeled garlic. 그 섬 마늘은 단단하고 맛 좋기로 전국적으로 소문난 마늘이라 혼자 먹기 아까워서 부치는데, 일하기 싫어하는 언니 생각해서, 까서, 씻어서, 깨끗히 행주질 해서 보내니, 떠내서 쓰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The island garlic is known throughout the country for its hard and delicious taste, so it is too much to eat alone, so I send it out. 그런 것들을 받고 나서도 내 쪽에서 섬으로 전화거는 일은 없었다. Even after receiving such things, there was no call from my side to the island. 고맙지 않아서도, 전화값이 아까워서도 아니고, 그 영감이 받을 까봐서 였다. It wasn't because I wasn't grateful, not because the phone cost was too much, but because I was afraid I would receive that inspiration. 전화상으로라도 그 늙은 뱃놈하고 수인사를 하기가 싫었다. Even over the phone, I didn't want to do a hand-in with the old sailor. 그러나 내 주위 사람에게 동생이 재가 했다는 걸 알리지 않을 수 없을 경우가 생겼을 때는 그녀가 남해에 그림같은 섬에 선주에게로 시집갔다고 말해주곤 했다. However, when I was forced to inform people around me that my younger brother had been home, I would tell her that she had married to a ship owner on a picturesque island in the South Sea. 체면을 위해선진 모르지만 대단한 격상이었다. I don't know if it was for face, but it was a great upgrade. 겨울이 시작될 무렵 동생한테서 제 남편 제사를 지내려 상경한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At the beginning of winter, a phone call came from my younger brother telling me to go to Tokyo for a sacrifice to my husband. 내가 알기론 그 영감이 전남편 제사를 지내라고 새 마누라를 육지로 내보낼 남자가 아니었다. As far as I know, the inspiration wasn't the man who would send his new wife to the mainland for the sacrifice of his ex-husband. 동생은 그 천진하고도 날렵한 말 솜씨로 거짓을 꾸며대 그 영감을 감쪽같이 속였을 것이다. The younger brother made a lie with his innocent and agile speaking skill, and he would have deceived the inspiration. 어쩌면, 아니 틀림없이 동생이 그 섬을 탈출하겠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Maybe, I thought it was a sign that my younger brother was going to escape the island. 동생은 오겠다는 날 보다 이틀이나 더 일찍 서울에 왔다. 영감을 속이고 온 것도, 영감 곁을 도망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아들네로 도착하자마자 걸려온 전화 목소리는 영감이 제수거리와 서울가서 옷사입으라고 찔러준 돈 봉투 자랑으로 들떠 있었다. As soon as I arrived as my son, the voice of the phone call was excited with the inspiration boasting of the money bag that inspired me to go to Jesu Street and Seoul to get dressed.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명랑하게 조잘대는 시냇물에 점점히 떠내려오는 복사꽃잎을 떠올렸다. As I listened to the voice, I thought of the radiant petals gradually floating in the sleazy stream. 다음날 물메기 말린 걸 한 보따리 들고 내 앞에 나타난 동생을 보다 그저 반가기만 해서 허둥대며 맞아들였다. 석달만에 만난 동생은 어찌나 생기가 넘치는지 첫 근친 온 딸자식이라 해도 그만하면 시집 잘 갔구나 하는 마음을 놓고 말 것 같았다. My younger brother, whom I met after three months, was so lively that I felt like I was relieved that even if I was the first daughter of my closest relatives, I would have a good marriage. 나는 아끼던 포도주를 따서 건배하고 물메기 말린 것을 짝짝 찢어 안주 삼아 둘이서 한 병을 다 비웠다. 아직도 제삿날 까지는 사흘이나 더 남아 있었다. 나는 헤롱헤롱해진 김에 행전 안 하던 짓을 해버렸다. 동생보러 나하고 같이 자자고 붙든 것이다. 그날 밤 자리 나란히 깔고 같이 자면서 동생의 수다를 끝까지 다 들어 줬는지, 끝나기 전에 스르르 잠들어 버렸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동생에 대해 궁금한 건 다 알아버린 건 확실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도, 일말의 불안감도 가셔버렸으니 말이다. Any expectation and anxiety have gone away.

"언니, 그건 언니가 이상한거야. 영감님이 날 그이 제사에 보내준게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거야? What's so weird that inspiration sent me to the ritual? 보내주긴. 내가 갔다 온다고 했어. 나도 지 마누라 첫 차례지내려고 풍랑을 무릅쓰고 갔는데 그 정도의 주장도 못 해? 추석 밑에 영감님하고 삼천포에서 만나서 들어갈 때 나 죽을 뻔 했다. 정말이야. 그때 파랑주의보가 내려서 여객선도 못 뜰 때 였어. At that time, the blue warning was issued and the passenger boat could not be opened. 영감님은 그 전에 섬에서 나와 삼천포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Inspiring was waiting at Samcheonpo from the island before that. 내가 터미널에 내리니까 어찌나 기뻐하는지 마치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 같더라고. 내가 언약을 지키리라고 백퍼센트 믿는 건 아니었나봐. I guess I didn't believe 100% to keep the covenant. 안 나타나면 서울까지 쫒아가봐야지, 혼자 섬으로 돌아갈순 없다고 생각했다니까. 서울서 나 못 찾으면 어쩔 뻔 했냐구 물어봤더니, 바다에 빠져 죽었을 거래. 사내들 허풍은 부모도 못 말린다니까.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선뜻 나를 배에 태우려 들지를 않는 거야. He likes it so much, but he doesn't try to get me on the boat. 삼천포에 큰 딸이 사는데 거기서 하룻밤 자고 갔으면 하지 뭐야. My eldest daughter lives in Samcheonpo, and I want to go to sleep there overnight. 풍랑이 심상치 않다는 거지. It means the storm is not bad 아주 못 갈 정도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다길래, 짐도 있고 피곤해서 이왕이면 내 집에 짐 풀고 쉬고 싶다고 했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더라고. 그럼 그러자고 배를 태우더군. 나중에 그러는데 내가 벌써 자기집을 내 집 처럼 말하는 걸 듣고 이젠 됐다 싶었다나. 배가 어찌나 출렁이는지, 우리배를 타본건 그때가 처음이거든. The boat is so rocky, because it was the first time I ever got on our boat. 그래도 난 여객선 보다 작아서 그런 줄 알고 하나도 안 무서웠어. 내가 바다에 대해서 뭘 알우. 영감님이 운전하는 배에 영감님하고 같이 탔나는 생각만 하면 겁나는게 아무 것도 없더라고. 배가 기우뚱 하면서 파도가 덮칠 때 마다, 꺄악 소리를 지르며 재밌어 하니까 영감님이 화를 내면서 꼼짝말고 엎드려있으라고 하더군.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지만 마음은 편안했어. 영감님하고 둘이면 죽어도 그만이다 싶은데 뭐가 무섭겠어. 한 시간 사십 분 걸린다던 배가 두 시간 반 만에 섬에 도착했는데도 나는 늦는 다는 생각도 없었어. 영감님이 나를 얼싸 안으면서 인제 살았다고 등을 토닥거릴 때도 그 뱃길이 그렇게 위험한 건지는 몰랐지. 우리가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 이웃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는데 다들 영감님을 막 야단치는 거야. 민박집은 다짜고짜 영감님 등짝을 철썩철썩 때리면서 이런 풍랑에 배를 띄우는 사람이 어딨냐고, 만약 두 사람이 어떻게 됐으면 중심에선 자기가 어떻게 저집 식구들을 대할 뻔 했느냐고 막 소리를 지르는 거야. The bed and breakfast house is screaming about where the person who floats the boat in such a storm while slapping his back on the back of inspiration, and if the two are going to be, in the center, how he almost treated the family. 영감님이 싹싹 빌면서 잘못했다고 하더군. Inspiration-sama prayed and said he was wrong. 그 사람들 하는 양을 보니까 비로소 우리가 죽을 고비를 뚫고 왔다는 걸 실감하겠더라고. 언니 그 얘기가 그렇게 재밌수? 그럼 재밌는 얘기 또 하나 해줄까? 며칠 전이었어. 한 동네사는 큰 아재라는 친척하고 면사무소가 있는 이웃 섬으로 볼일을 보러 간다고 전날부터 벼르더니 나도 같이 가야한다고 아침부터 서두르라는 거야. One of the villagers told me to hurry from the day before saying that I had to go with me to go to the neighboring island where the village office is located with a relative called a big boy. 단 둘이서라면 모르지만 평소 어렵게 대하던 큰 아재하고 같이 간다길래 내키지 않아 했더니 꼭  가야된다고 두둑한 서류봉투까지 내 코트 주머니에 집어넣어 주면서 조르는 거야. 그래서 선창가 까지 따라갔는데 우리 배에서 큰 배로 영감님이 껑충 옮겨 타고 나서 혼을 내밀길래 나도 그렇게 가볍게 건너 뛸 수 있을 줄 알았지. 근데 배와 배 사이가 너무 넓었나봐. 바닷물에 빠질 뻔 하면서 어찌어찌 뱃전을 잡긴 잡았는데 아랫도리는 온통 물에 잠겨 버둥거렸지 뭐야. 영감님이 내 팔을 잡고 끌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인거 있지. 영감님이 사람 살리라고 막 악을 쓰더군. 마침 같이 가기로 한 큰 아재가 왔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바다에 빠져 죽는 줄 알았다니까. 큰 아재의 도움으로 나를 건져올려서 흠뻑 젖은 아랫도리를 자기 잠바랑 큰 아재 잠바로 꼭꼭 싸주면서 영감님이 엉엉우는 거야. With the help of a big boy, he lifted me up and wrapped the drenched bottom with his own jacket and a big boy's jacket, and inspiration is tangled up. 나는 남자가 그렇게 눈물을 철철흘리며 우는 거 처음 봤다우. I've never seen a man cry with tears like that. 그러면서 죽은 마누라가 도와줬다나. 내 손목을 붙들고 마누라 한테 도와달라고 이 사람마저 잃으면 못 산다고 빌었데. 언니두... 그게 뭐가 기분 나빠. 난 하나도 기분 안 나쁘더구만. 영감님이 워낙 정이 많아서 그래. 언니는 그 사람이 마누라 잃은지 일년도 안 돼서 새 장가 들었다고 욕하지만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는게 왜 나빠. 그날 나를 데리고 면사무소에 갈려구 한 목적이 집문서를 내 이름으로 해주려는 거였더라구. 내 안 주머니에 넣어준게 집문서였던 거야. 다행히 그건 안 젖어서 그날로 계획한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그때가지 암말 안 하고 있었던 거지. 사실 민박집도 내가 내 낭탁을 할 줄 모른다고 그러고, 경환이나 경숙이도 혼인신고 할거냐, 영감 죽은 후를 위한 대책은 뭐냐 알고싶어 했지만 나는 무대책으로 그냥 간 거였어. 호적을 옮기면 그쪽 오남매가 내가 재산이나 탐내서 시집 온 줄 알거아냐. If you move your family register, don't your brothers and sisters know that I was married because I coveted property or something. 그러니 서로 눈치보고 사이 나빠지는 것도 싫고 내 아들하고 같은 호적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도 싫고 그래서 호적에 오르는 건 사양하겠다고 했더니 영감님도 동의하더라고. 남들이 중요하게 여기는게, 영감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하나도 안 중요하더라고. 그래도 영감님은 자기가 먼저 죽으면 나는 어찌 사나, 내 걱정을 무지 해. 우리 집이 우리 동네에서 민박집 다음으로 커. 짓기도 단단하게 지었고 아파트 마냥 갖출 건 다 갖췄어. 그 섬에서 땅값 젤로 비싼 선창가에 있고. On that island, it's in a dock that's expensive for land. 그래도 팔아봐야 이, 삼천 밖에 안 나간데. Still, there are only two, three thousand to sell. 영감님 재산중에는 뱃값이 되레 알토란 같다나봐. 그건 자식들 몫이겠지. It will be up to the children. 난 영감이 나는 하나도 걱정 안 하는 자기 죽은 후에 내 살 걱정까지 해주는게 신기하고 고마울 뿐 더 바라는건 없어. 오늘 먹을 양식과 잠자리 걱정 안 하고 사는게 얼마나 좋은지, 난 그걸로 족해. How good it is to live without worrying about food and bed to eat today, I'm good enough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자다가도 꼬집어 본 적이 있다니까. Is this a dream or a real life? 영감님 참 좋은 사람이야. Inspiration, he is a very good person 집문서 옮겨주고도 천만원짜리 통장도 내 이름으로 해줬어. Even after moving the documents, I gave a 10 million won bankbook in my name. 그 밖에 적금도 하나 들어줬고. I also paid a savings account. 그 나이에도 우리 섬에서 가장 고기 잘 잡는 어부야. Even at that age, he is the best fisherman on our island. 물메기는 무진장 잡아. 때가 되면 도미도 많이 잡는데, 시커먼 도미 말고 금붕어 같은 도미말이야, 도미 잡으면 내가 택배로 붙여줄게. 언니는 맛있는 것만 좋아하잖아. 그 사람 그런거 안 아껴. 올해 물메기가 많이 잡히니까 집집마다 돌린걸. 섬이니까 과부들이 많아. 영감님이 상처하니까 다들 나 안 데려가나 끼룩끼룩 영감님을 넘봤다나봐. 그런데 도시에서 꽃같이 예쁜 색시를 얻어왔으니 얼마나 속이 상하고 샘이 나겠으냐면서 홀어머니들한테 인심쓰느라고 물메기도 돌리고 문어도 돌리고 그런다우. By the way, since I got a beautiful flower like a flower in the city, I said how upset I would feel and how much I would be greeted by my single mothers. 그이 그런 사람이야. He is that kind of person. 서울서 마누라를 얻어 들인게 그렇게도 좋은 가봐. 나더러 당신은 어쩌면 놀음도 못 하고, 술도 못 하고, 담배도 못 하느냐고, 무슨 보배 덩어리 보듯이 본다우. 섬엔 세가지 다 하는 여자가 천지래. There is a woman who does all three on the island. 섬 남자들도, 거기 사투리가 그런건지 친한척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지, 한 두번만 만나 얼굴을 익혔다 하면 단박에 반말지꺼리야. 왔나. 갔나. 묵었나. 봐라. 이런식으로. 영감님은 처음부터 석달을 같이 산 지금까지 깍듯이, 보소, 드소, 갔다 오소, 하는 식으로 존대말을 쓴다우. Inspiring has lived with him for three months from the beginning, so he writes honorific words in such a way that he has lived with him for three months. 그게 얼마나 듣기 좋다구. How good it sounds. 우리 둘이 말을 많이 해. 할 얘기가 왜 없어. 지가 지 마누라 얘기하면 나는 우리 남편 얘기도 하고 한 얘기 하고 또 해도 실증이 안 나. 우린 서로 얼마나 열심히 들어준다구. 듣고 또 들어도 재미나니까. 그러다가 누가먼저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