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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2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2

병을 집어 올리려다 오히려 병이 불안정하게 데구르르 구르면서 케첩이 그의 손가락과 흰 셔츠에 묻었다.

"그냥 내버려둬!" 올리브가 벌떡 일어서며 명령했다. "그냥 좀 둬, 헨리 제발!" 그러자 헨리 시보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제 이름이 거명되자 놀랐는지 머쓱한 얼굴로 의자 깊숙이 몸을 들였다.

"이런, 엉망이 되었군." 헨리 키터리지의 말이었다.

이윽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덩이씩이 각자의 푸흔 디저트 그릇 가운데로 미끄러져 내렸다.

"바닐라 맛을 제일 좋아해요." 데니즈가 말했다.

"그래?" 올리브가 데꾸했다.

"나도야." 헨리 키터리지가 맞장구쳤다.

가을이 오자 아침 나정에도 어둑해서, 짧은 햇살 한조각만 약국에 비쳐들다가 이내 해가 건물 뒤쪽으로 넘어가면 약국은 일찍부터 천장의 전등을 켜야 했다. 헨리가 약국 안 쪽에 서서 작은 플라스틱 약병을 채우고 전화를 받는 동안 데니즈는 약국 앞쪽 계산대에서 일을 했다. 점심시간이면 그녀가 먼저 집에서 가져온 샌드위치를 꺼내 약품 창고가 있는 약국 안쪽에서 먹고 그 다음에 헨리가 점심을 먹었는데, 약국에 손님이 없으면 그들은 옆 건물 슈퍼마켓에서 사온 커피를 마시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데니즈는 천선이 조용한 여자였지만 갑자기 수다스러워질 때가 있었다.

"저희 엄마는 오랫동안 다발성 경화증을 앓으겼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어릴 때 부터 집안일을 도와야 했어요. 저희 오빠들은 셋이 서로 다 달라요. 형제끼리 아주 다른 거, 우습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삼푸를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데니즈가 말하길, 아버지는 큰오빠를 제일 아꼈는데 큰오빠는 아버지가 맘에 안 들어하는 여자와 결혼해 눈 밖에 났다고 한다. 자신의 시어른들이 매우 좋다는 얘기도 했다. 헨리를 만나기 전에 개신교도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부모는 데니즈에게 별로 잘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람하곤 어차피 잘 안 됐을 거예요." 귀 뒤로 머리칼을 넘기며 데니즈가 말했다.

"헨리야 말로 훌률한 남편이지. 헨리 키터리지가 대꾸했다.

그녀는 열세 살 난 소녀 처럼 안경 너머로 빙그레 웃었다. 그는 다시 한번 그녀의 트레일러와 두 젊은 부부가 다 큰 강아지들 처럼 서로 장난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녹인 황금이 마음속으로 스며들기라도 한 것 처럼, 그 광경이 왜 그렇게 흐뭇하게 그려지는지 헨리는 알 지 못했다.

데니즈는 그레인저 부인만큼 유능했지만 더 느긋했다. "두번째 코너 비타민 바로 밑에요." 그녀는 손님에게 먼저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요, 제가 보여드릴게요." 언젠가 그녀는 헨리에게 손님이 약국을 일단 죽 돌아보도록 한 다음에야 뭘 도와드릴지 묻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빌요한 줄 모르고 있던 물건을 찾을 수도 있고, 그러면 매출이 늘잖아요." 겨울 햇살 한 토막이 유리로 된 화장품 선반 위로 펼쳐졌다. 기다란 마룻바닥 한 부분이 꿀처럼 반들거렸다.

헨리는 칭찬하듯 눈을 치켜떴다.

"데니즈, 자네가 약국에 온 날이 내겐 행운의 날이었군 그래." 그녀는 손등으로 안경을 밀어 올린 다음 연고가 든 병들을 총채로 톡 털었다.

일주일에 한번 혹은 필요하면 그보다 자주 포틀랜트에서 의약품을 배달하는 제리 매카시는 가끔 약국 안 쪽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 여덟 살 소년이었다. 덩치가 크고 뚱뚱하고 얼굴이 둥근 제리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웃옷이 군데군데 땀으로 젖곤 했는데, 때로 가슴까지 젖어 가련한 소년은 젖이 줄줄 새는 모양개사 되었다. 플라스틱 상자에 걸터앉아 거의 귀를 그 커다란 무릎까지 처박고 샌드위치를 먹을 때면 빵에서 마요네즈 범벅인 계란이나 참치 샐러드가 삐져나와 셔츠에 떨어지곤 했다.

데니즈가 종이 타월을 갖다주는 걸 헨리가 본 것만도 여러번이었다.

"나도 잘 그래." 하루는 그녀가 소년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간단한 햄 샌드위치면 모를까, 샌드위치 먹을 때 마다 엉망이 돼." 그 말을 사실일리 없었다. 데니즈는 다른 건 몰라도 더할 나위 없이 깔끔했다.

"안녕하세요?" 전화벨이 울리자 데니즈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빌리지 약국입니다.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소꿉놀이 하는 어린 소녀 같았다.

약국 안의 공기가 매섭도록 차가웠던 월요일 아침, 헨리는 약국 문을 열면서 물었다.

"주말 잘 보냈어, 데니즈?" 전날 올리브가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헨리는 평소와 달리 싫은 소리를 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속옷 바람으로 바지를 다리다가 그가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아내가 남편 따라 교회가는 게?" 올리브 없이 교회에 가면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 젠장, 엄청 어려운 일이야!' 올리브는 거릐 침까지 뱉을 지경이었고, 분노의 문이 활짝 열렸다.

"내가 얼마나 피곤한지 당신이 알기나 해? 종일 애들 가르치지, 염병할 교장이라는 작자하고 멍청한 회의는 줄줄이지. 장 보고 요리하고 다림질 하고 빨래하고. 크리스토퍼하고 같이 숙제하고! 그런데 당신은...." 그녀가 식탁 등받이를 움켜쥐자 아직 간밤에 헝클어진 채 그대로인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눈을 덮었다.

"고명하신 우리 헨지 키터리지 집사님, 당신은, 고작 다른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날더러 일요일 아침을 포기하고 교회에 가서 궁뎅이 붙이소 앉아 있으라는 거 잖아!" 그녀는 갑자기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나는 그게 지긋지긋하다는 거고."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 "죽도록 지겨워." 짙은 어둠이 마음속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의 영혼은 짙은 어둠 속에서 숨이 막혔다. 다음 날 아침, 올리브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지난 주의 짐의 차에서 토한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구. 청소가 되어 있으면 좋을 텐데." 짐 오케이시는 올리브와 같은 학교의 동료 교사로, 벌써 몇 년째 올리브와 크리스토퍼의 등하교 길에 차를 태워주었다.

"그러게." 헨리의 대꾸로 두 사람의 싸움도 끝이었다.

"아, 저는 근사한 주말을 보냈어요." 얘기하는 데니즈의 두 눈이 안경 너머에서 너무도 어린아이처럼 맑아 지켜보는 헨리는 가슴이 찡할지경이었다. "시댁에 갔다가 밤에 감자를 캤어요. 헨리가 차의 전조등을 켜서 그걸 조명 삼아 감자를 캤거든요. 차가운 흙 속에서 감가를 찾는게 꼭 부활절 달걀 사냥 같았어요!" 그는 페니실린 한 박스를 풀다 마라고 내려와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직 손님은 없었고 창문아래 라디에이터가 쉭쉭 소리를 냈다. 그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랬군, 좋았겠어, 데니ㅈ. "그녀가 곁에 있는 비타민 선반 꼭데기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표정이 스쳤다. "저는 추워서 곧 차에 들어가 앉았는데, 감자를 캐는 헨리를 지켜보니, '이렇게 좋을 순 없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어린 그녀의 인생에서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행복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헨리는 생각했다. 아마 어머니의 병 때문에 그리 되었겠지. 그가 말했다.

"즐겨야지, 데니즈. 앞으로도 행복할 날이 수십 년이나 남았는데." 아니면 천주교 신자라서 그런지도 모르지, 다시 페니실린 상자 쪽으로 돌아가면서 그가 생각했다. 천주교에서는 뭐든 내 탓이라고 가르치니까.

그리고 다음 해, 그해가 헨리 키터리지의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을까? 인생의 어떤 해가 되었는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인 줄 알면서도 헨리는 그해가 그랬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의 기억에 그해는 시작이나 끝이라는 개념이 없는 시간이라는 달콤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겨울날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또는 봄이 되어 동틀 무렵에, 또는 한여름을 가르며 약국으로 운전해 올 때 그를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준 것은 일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들이었다. 헨리 시보도가 자갈 깔린 주차장 안 으로 차를 몰고 들어오면 헨리 키터리지는 데니즈를 위해 문을 잡아주며 외치곤 했다. "여어, 헨리! "그러면 헨리 시보도는 입에 귀에 걸린 채 점잖고 유머러스한 밝은 얼굴로 열린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대답했다. "예. 헨리!' 때로는 거수경례만 나누기도 했다.

"헨리!" 그러면 다른 헨리가 대답했다. "헨리!" 그들은 이런 순간을 즐겼고, 데니즈는 두 사람 사이에서 부드럽게 패스되는 풋볼 공처럼 가게 안으로 쏙 들어갔다.

벙어리 장갑을 벗은 그녀의 손은 아이의 손 처럼 가냘펐지만 금전 등록기의 단추를 누르거나 흰 봉지에 물건을 담을 때면 성숙한 여인의 우아한 손이 되었다. 남편을 애정으로 쓰다듬고, 언젠가 아기의 기저귀를 채우며 열이나는 이마를 쓸어주고, 치아 요정의 선물을 베개 밑에 넣어줄, 은근한 권위를 자랑하는 여인의 손이라고 헨리는 생각했다.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2 Episode 39 - Elizabeth Strout "Olive Kittery" - Part 2

병을 집어 올리려다 오히려 병이 불안정하게 데구르르 구르면서 케첩이 그의 손가락과 흰 셔츠에 묻었다. As he tried to pick up the bottle, the bottle rolled unsteadily, and ketchup got on his fingers and white shirt.

"그냥 내버려둬!" "Just leave it alone!" 올리브가 벌떡 일어서며 명령했다. Olive jumped up and ordered. "그냥 좀 둬, 헨리 제발!" "Just leave it, Henry please!" 그러자 헨리 시보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제 이름이 거명되자 놀랐는지 머쓱한 얼굴로 의자 깊숙이 몸을 들였다. Then Henry Sibodo looked deep into the chair with a shuddered face as if surprised when my name was named in a sharp voice.

"이런, 엉망이 되었군." "Oh, that's a mess. 헨리 키터리지의 말이었다.

이윽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덩이씩이 각자의 푸흔 디저트 그릇 가운데로 미끄러져 내렸다.

"바닐라 맛을 제일 좋아해요." "I like the taste of vanilla the most." 데니즈가 말했다.

"그래?" 올리브가 데꾸했다.

"나도야." 헨리 키터리지가 맞장구쳤다. Henry Kitaryji clashed.

가을이 오자 아침 나정에도 어둑해서, 짧은 햇살 한조각만 약국에 비쳐들다가 이내 해가 건물 뒤쪽으로 넘어가면 약국은 일찍부터 천장의 전등을 켜야 했다. 헨리가 약국 안 쪽에 서서 작은 플라스틱 약병을 채우고 전화를 받는 동안 데니즈는 약국 앞쪽 계산대에서 일을 했다. 점심시간이면 그녀가 먼저 집에서 가져온 샌드위치를 꺼내 약품 창고가 있는 약국 안쪽에서 먹고 그 다음에 헨리가 점심을 먹었는데, 약국에 손님이 없으면 그들은 옆 건물 슈퍼마켓에서 사온 커피를 마시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데니즈는 천선이 조용한 여자였지만 갑자기 수다스러워질 때가 있었다. Denise was a quiet woman, but there were times when she suddenly became talkative.

"저희 엄마는 오랫동안 다발성 경화증을 앓으겼거든요. “My mom has had multiple sclerosis for a long time. 그래서 저희는 어릴 때 부터 집안일을 도와야 했어요. So we had to help with the housework from childhood. 저희 오빠들은 셋이 서로 다 달라요. 형제끼리 아주 다른 거, 우습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삼푸를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데니즈가 말하길, 아버지는 큰오빠를 제일 아꼈는데 큰오빠는 아버지가 맘에 안 들어하는 여자와 결혼해 눈 밖에 났다고 한다. 자신의 시어른들이 매우 좋다는 얘기도 했다. 헨리를 만나기 전에 개신교도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부모는 데니즈에게 별로 잘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람하곤 어차피 잘 안 됐을 거예요." 귀 뒤로 머리칼을 넘기며 데니즈가 말했다.

"헨리야 말로 훌률한 남편이지. 헨리 키터리지가 대꾸했다. Henry Kitridge replied.

그녀는 열세 살 난 소녀 처럼 안경 너머로 빙그레 웃었다. She grinned through her glasses like a thirteen-year-old girl. 그는 다시 한번 그녀의 트레일러와 두 젊은 부부가 다 큰 강아지들 처럼 서로 장난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녹인 황금이 마음속으로 스며들기라도 한 것 처럼, 그 광경이 왜 그렇게 흐뭇하게 그려지는지 헨리는 알 지 못했다.

데니즈는 그레인저 부인만큼 유능했지만 더 느긋했다. Denise was as competent as Mrs. Granger, but more relaxed. "두번째 코너 비타민 바로 밑에요." 그녀는 손님에게 먼저 이렇게 설명했다. She explained to the guest first: "여기요, 제가 보여드릴게요." 언젠가 그녀는 헨리에게 손님이 약국을 일단 죽 돌아보도록 한 다음에야 뭘 도와드릴지 묻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빌요한 줄 모르고 있던 물건을 찾을 수도 있고, 그러면 매출이 늘잖아요." 겨울 햇살 한 토막이 유리로 된 화장품 선반 위로 펼쳐졌다. 기다란 마룻바닥 한 부분이 꿀처럼 반들거렸다. One part of the long hardwood floor was shiny like honey.

헨리는 칭찬하듯 눈을 치켜떴다. Henry raised his eyes as if praising him.

"데니즈, 자네가 약국에 온 날이 내겐 행운의 날이었군 그래." "Deniz, the day you came to the pharmacy was a lucky day for me." 그녀는 손등으로 안경을 밀어 올린 다음 연고가 든 병들을 총채로 톡 털었다.

일주일에 한번 혹은 필요하면 그보다 자주 포틀랜트에서 의약품을 배달하는 제리 매카시는 가끔 약국 안 쪽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 여덟 살 소년이었다. He was an 18-year-old boy who had just graduated from high school. 덩치가 크고 뚱뚱하고 얼굴이 둥근 제리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웃옷이 군데군데 땀으로 젖곤 했는데, 때로 가슴까지  젖어 가련한 소년은 젖이 줄줄 새는 모양개사 되었다. Jerry, who is big, fat, and has a round face, sweats so much that her jacket was wet with sweat in several places, but sometimes her chest was wet, so the poor boy became leaky. 플라스틱 상자에 걸터앉아 거의 귀를 그 커다란 무릎까지 처박고 샌드위치를 먹을 때면 빵에서 마요네즈 범벅인 계란이나 참치 샐러드가 삐져나와 셔츠에 떨어지곤 했다.

데니즈가 종이 타월을 갖다주는 걸 헨리가 본 것만도 여러번이었다. It was many times that Henry saw Denise bringing a paper towel.

"나도 잘 그래." "I do well too." 하루는 그녀가 소년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간단한 햄 샌드위치면 모를까, 샌드위치 먹을 때 마다 엉망이 돼." 그 말을 사실일리 없었다. 데니즈는 다른 건 몰라도 더할 나위 없이 깔끔했다.

"안녕하세요?" 전화벨이 울리자 데니즈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As the phone rings, Denise said, answering the phone.

"빌리지 약국입니다. “This is a village pharmacy.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What can I do for you today?" 소꿉놀이 하는 어린 소녀 같았다. It was like a little girl playing house.

약국 안의 공기가 매섭도록 차가웠던 월요일 아침, 헨리는 약국 문을 열면서 물었다.

"주말 잘 보냈어, 데니즈?" "Did you have a good weekend, Denise?" 전날 올리브가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헨리는 평소와 달리 싫은 소리를 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속옷 바람으로 바지를 다리다가 그가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아내가 남편 따라 교회가는 게?" 올리브 없이 교회에 가면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 젠장, 엄청 어려운 일이야!' "Yeah, damn it, it's very difficult!" 올리브는 거릐 침까지 뱉을 지경이었고, 분노의 문이 활짝 열렸다. Olive was about to spit out, and the door of anger opened wide.

"내가 얼마나 피곤한지 당신이 알기나 해? "Do you know how tired I am? 종일 애들 가르치지, 염병할 교장이라는 작자하고 멍청한 회의는 줄줄이지. Teach kids all day long, fewer stupid stupid meetings of the headmaster. 장 보고 요리하고 다림질 하고 빨래하고. Shopping, cooking, ironing, washing clothes. 크리스토퍼하고 같이 숙제하고! 그런데 당신은...." 그녀가 식탁 등받이를 움켜쥐자 아직 간밤에 헝클어진 채 그대로인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눈을 덮었다. As she grabbed the back of the table, her hair, still matted last night, flowed down and covered her eyes.

"고명하신 우리 헨지 키터리지 집사님, 당신은, 고작 다른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날더러 일요일 아침을 포기하고 교회에 가서 궁뎅이 붙이소 앉아 있으라는 거 잖아!" 그녀는 갑자기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Suddenly she slumped into the chair.

"그리고 나는 그게 지긋지긋하다는 거고."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 "죽도록 지겨워." 짙은 어둠이 마음속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Deep darkness raged into my heart. 그의 영혼은 짙은 어둠 속에서 숨이 막혔다. His soul choked in the deep darkness. 다음 날 아침, 올리브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지난 주의 짐의 차에서 토한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구. 청소가 되어 있으면 좋을 텐데." 짐 오케이시는 올리브와 같은 학교의 동료 교사로, 벌써 몇 년째 올리브와 크리스토퍼의 등하교 길에 차를 태워주었다.

"그러게." 헨리의 대꾸로 두 사람의 싸움도 끝이었다.

"아, 저는 근사한 주말을 보냈어요." 얘기하는 데니즈의 두 눈이 안경 너머에서 너무도 어린아이처럼 맑아 지켜보는 헨리는 가슴이 찡할지경이었다. "시댁에 갔다가 밤에 감자를 캤어요. 헨리가 차의 전조등을 켜서 그걸 조명 삼아 감자를 캤거든요. 차가운 흙 속에서 감가를 찾는게 꼭 부활절 달걀 사냥 같았어요!" 그는 페니실린 한 박스를 풀다 마라고 내려와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직 손님은 없었고 창문아래 라디에이터가 쉭쉭 소리를 냈다. 그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랬군, 좋았겠어, 데니ㅈ. "Okay, that would have been nice, Denny. "그녀가 곁에 있는 비타민 선반 꼭데기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표정이 스쳤다. "저는 추워서 곧 차에 들어가 앉았는데, 감자를 캐는 헨리를 지켜보니, '이렇게 좋을 순 없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I was cold, so I immediately got into the car and sat down, but as I watched Henry digging potatoes, I thought,'It can't be so good.'” 아직도 어린 그녀의 인생에서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행복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헨리는 생각했다. Henry thought, what in her still young life made her unbelieving in happiness. 아마 어머니의 병 때문에 그리 되었겠지. 그가 말했다.

"즐겨야지, 데니즈. 앞으로도 행복할 날이 수십 년이나 남았는데." 아니면 천주교 신자라서 그런지도 모르지, 다시 페니실린 상자 쪽으로 돌아가면서 그가 생각했다. 천주교에서는 뭐든 내 탓이라고 가르치니까. Because Catholicism teaches that anything is my fault.

그리고 다음 해, 그해가 헨리 키터리지의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을까? 인생의 어떤 해가 되었는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인 줄 알면서도 헨리는 그해가 그랬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의 기억에 그해는 시작이나 끝이라는 개념이 없는 시간이라는 달콤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겨울날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또는 봄이 되어 동틀 무렵에, 또는 한여름을 가르며 약국으로 운전해 올 때 그를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준 것은 일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들이었다. 헨리 시보도가 자갈 깔린 주차장 안 으로 차를 몰고 들어오면 헨리 키터리지는 데니즈를 위해 문을 잡아주며 외치곤 했다. When Henry Sibodo drove into the cobbled parking lot, Henry Kitriji would hold the door and shout for Denise. "여어, 헨리! "그러면 헨리 시보도는 입에 귀에 걸린 채 점잖고 유머러스한 밝은 얼굴로 열린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대답했다. "예. 헨리!' 때로는 거수경례만 나누기도 했다.

"헨리!" 그러면 다른 헨리가 대답했다. "헨리!" 그들은 이런 순간을 즐겼고, 데니즈는 두 사람 사이에서 부드럽게 패스되는 풋볼 공처럼 가게 안으로 쏙 들어갔다.

벙어리 장갑을 벗은 그녀의 손은 아이의 손 처럼 가냘펐지만 금전 등록기의 단추를 누르거나 흰 봉지에 물건을 담을 때면 성숙한 여인의 우아한 손이 되었다. 남편을 애정으로 쓰다듬고, 언젠가 아기의 기저귀를 채우며 열이나는 이마를 쓸어주고, 치아 요정의 선물을 베개 밑에 넣어줄, 은근한 권위를 자랑하는 여인의 손이라고 헨리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