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먹고 3주 버틸 수 있을까? #모텔 #삼시세끼 #홈쿡
안녕하세요~
둥근이예요~
저는 호주에서 여러 지역을 떠돌면서 일하는 약사입니다
오늘은 제가 호주 시골 지역에서 일 했을 때,
부엌이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3주 동안 먹고 살았던 얘기를 해볼게요
첫 일이 잡히고
숙소가 모텔이라는 걸 알았을 때
먹고 살 걱정이 되더라고요
모텔에 기본으로 냉장고, 커피포트, 토스터가 있었는데,
장기 투숙이라서 전자렌지도 받았어요
그리고 젤 중요한 쿠쿠 밥솥
요건 저희가 챙겨다녀요
참 잘핸거 같아요
처음에 생각했던 모텔 삼시 세끼는 이랬어요
아침은 빵이나 시리얼
점심은 인스턴트
저녁은 외식 또는 테이커웨이 위주로요
근데 생각 했던 것보다는 잘 해먹고 산 거 같아요
첫주에는 진짜 인스턴트를 많이 먹었어요
3분 요리에다가 이것저것 더 넣어서 대충 먹을만 하게 만들었죠
파, 양파, 후추, 참기름, 깨
이런걸로 어느정도 커버가 되고요
양파가 역할이 크다
다 잡아주제?
첨 먹었을 땐 약간 못먹을 맛이었거든요
인스턴트 쌀국수에다가는 치킨이랑 숙주랑 넣으니까
진짜 가게에서 파는 맛 비슷하게 나서 되게 신기했어요
키포인트는 고추씨,
그리고 마늘가루 같은 거 있음 더 좋더라고요
맛있는데?
가성비 !
'엄청 맛있다' 이런건 아닌데..
컵라면 주제에..(이정도면 엄청 맛있는거야~)
한국 라면도 아닌데~
모텔 생활에서는 최고의 컵라면이야~
잘 먹겠습니다
근데 솔직히 일주일쯤 지나니까 질리기 시작했고
이대로 계속 먹다가는 왠지
수명이 단축될 거 같다는 기분도 쫌 들었어요
불 없이 먹을 수 있으면서, 나름 건강식 메뉴를 생각하다가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어요
전자렌지 돌려서 익힐 수 있는 호박, 콜리플라워 이런거 넣고요
닭고기나 새우 같은거 넣고
탄수화물로는 퀴노아나,
끓인 물만으로도 잘 익는 얇은 쌀국수 넣어서
누들 샐러드로 먹으니까 꽤 든든하더라고요
이렇게 저렇게 재료를 바꿔서 먹으니까 쉽게 잘 안 질렸는데
그래도 좀 뭔가 아쉽죠
한국 사람은 밥심이잖아요
게다가 저희는 쿠쿠까지 챙겨 갔는데요
그래서 남편이 모텔에서 밥 반찬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숙주는 끓인 물로도 익더라구요
그렇게 나물을 하니까
비빔밥도 해 먹을 수 있었어요
김치대신 밑반찬으로 먹을 수 있게
피클무침도 고추기름 넣어서 매콤하게 만들었어요
모텔에서 뒤늦게 샌드위치 프레서를 받았는데.. 이게 대박이예요
계란이 들어가면서 비빔밥이 업그레이드 됐어요
인내심만 쫌만 더 있으면 여기다가 소세지도 구워먹을 수 있어요
어렸을 땐 이게 얼마나 맛있는지...
외식은 일주일에 한번쯤? 했어요
선방했쬬
여기가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서
죄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었거든요 그래서 외식을 자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3주는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어요
좀 불편하긴 했는데, 적응도 빨리 한 편이고,
나름 재미도 있었어요
이게 첨이자 마지막으로 부엌 없이 지낸 장기 투숙이었는데요
쪼금 이라도 길게 머무는 숙소는 부엌이 필수조건이 됐어요
떠돌이 생활 처음을 이렇게 빡세게 시작해서
이후로는 부엌이 아무리 작아도, 뭐가 진짜 없어도
뚝딱뚝딱 잘 해먹고 살아요
저는요.
주방에 피자 커터부터 아이스크림 퍼는거, 와인 따르는거,
타이머, 온도계, 그릇도 주방도구도
전부 종류별로 사이즈별로 다 가지고 있으면서
또 새거 사고 싶어서 찾아다니던 사람이었는데요
우리가 먹고 사는데 꼭 필요한 거는 몇 개 없다는 걸
깨닫게해준 값진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