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꽃나무」
벌판한복판에 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近處)에는 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熱心)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爲)하여 그러는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시_ 이상 - 본명 김해경(金海卿). 1910년 9월 23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재학 중 학생 회람지 「난파선」의 편집을 주도하면서 시를 발표했고, 1928년 졸업 앨범에서 평생 동안 필명이 되는 이상(李箱)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잡지 《조선(朝鮮)》의 1930년 2월호부터 12월호까지 9회에 걸쳐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기도 한 『12월12일(十二月十二日)』을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하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같은 해 여름 이상은 폐결핵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자상(自像)'이 입선하고, 「조선과건축」에 일본어로 쓴 시 「이상한가역반응(異常ナ可逆反應)」, 「파편의경치」 등 20여 편을 발표하며 활발히 시작 활동을 하다가, 1932년부터는 「건축무한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등의 시와 더불어 단편소설 「지도의 암실」, 「휴업과 사정」 등을 발표했다. 1937년 2월, 이상은 동경 니시간다 경찰서에 사상 불손이라는 혐의로 수감되어 조사를 받던 중 폐결핵이 악화되어 동경제국대학 부속병원으로 옮겨진다. 그해 4월 17일 그곳에서,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낭송_ 장인호 - 배우. 영화 '고지전', '하울링' 등에 출연. 배달하며
우리 문학사에서 만약 이상이 없었다면 그 공허와 허전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 가정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이상(그리고 우리들 마음에 사는 예술가들)을 기려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요. 이상이 남긴 문학의 광맥은 파내도 파내도 다하지 않을 겁니다. 미소를 지으며 저만큼 달아나는, 끝내 저항하는 의미망. 그 의미망을 따라가며 얻는 즐거움과 창조적 영감의 가치를 이른바 '컨설턴트'라는 데에 의뢰하여 계산해 보면 어떻게 나올까요. 속된 궁금증마저 생겨납니다. 입술을 적시고 나서 줄줄줄 외워보면 어느 순간 눈물이 핑 돕니다. 벌판에 꽃나무가 하나 오롯이 피어 있습니다. 그리움에 타는 듯한 그 오롯한 꽃나무. 마음이 쏟구쳐올라 꽃이 된 겁니다. 이 순진한 소년은 그 꽃나무의 심정이 되어서 뜀박질을 했습니다. 이 소년도 벌판의 홀로 핀 꽃나무였기 때문이지요.
문학집배원 장석남
출전_ 『이상 전집 1』(뿔) 음악_ 권재욱 애니메이션_ 정정화 프로듀서_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