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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발췌문 (Literary Excerpts), [문학집배원] 나희덕, 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

[문학집배원] 나희덕, 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

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 나희덕

주춧돌을 어디에 놓을까

여기쯤에 집을 앉히는 게 좋겠군

지붕은 무엇으로 얹을까

벽은 아이보리색이 무난하겠지

저 회화나무가 잘 보이게

남쪽으로 커다란 창을 내야겠어

동백숲으로 이어진 뒤뜰에는 쪽문을 내야지

그 옆엔 자그마한 연못을 팔 거야

곡괭이를 어디 두었더라

돌담에는 마삭줄이나 능소화를 올려야지

앞마당에는 무슨 꽃을 심을까

대문에서 현관까지 자갈을 깔면 어떨까

저 은행나무 그늘에는

나무 의자를 하나 놓아야지

식탁은 둥글고 큼지막한 게 좋겠어

오늘도 집을 짓는다

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 허공에

생각은 돌담을 넘어

집터 주위를 다람쥐처럼 드나든다

집을 이렇게 앉혀보고 저렇게 앉혀보고

벽돌을 수없이 쌓았다 허물며

마음으로는 백 번도 넘게 그 집에 살아보았

그러나 내 것이 아닌 그 땅에는

이미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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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나희덕 시집,『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사), 2014.

- 나희덕의 「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를 배달하며...

마음속으로, 몇 채나 되는 집을 지어보셨나요? 한 열 채쯤요? 한 스무 채쯤요? 비록 ‘허공'에 짓는 집이기는 하지만 꿈꾸는 집을 앉히다 보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져 오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미 십여 년도 전에 쓱쓱 그린 연필 모양의 뾰족한 집을 제 방 창문 위에 붙여놓고 있는데요. 그 ‘연필집'을 강가 소나무 곁에 세워보기도 하고 강마을 뒷동산 앞에 세워보기도 해요. 연필집 창틀에 턱을 괴고 앉아 강물을 흘려보내기도 하고 뭇별을 헤아려보기도 하죠. 하지만 그게 다예요. “그러나 내 것이 아닌 그 땅에는/ 이미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시인이 하는 말에 ‘그렇네요. 정말 그렇네요.' 속으로 기분 좋은 맞장구를 치기도 하면서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문학집배원] 나희덕, 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 [Literary Postman] Na Hee-deok, on a land that is not mine

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 나희덕

주춧돌을 어디에 놓을까 where to put the foundation stone

여기쯤에 집을 앉히는 게 좋겠군 I'd rather have my house sit around here

지붕은 무엇으로 얹을까 what to put on the roof

벽은 아이보리색이 무난하겠지 The walls should be ivory

저 회화나무가 잘 보이게 I can see that picture tree well

남쪽으로 커다란 창을 내야겠어 I need a big window to the south

동백숲으로 이어진 뒤뜰에는 쪽문을 내야지 In the back yard that leads to the camellia forest, you have to make a side door.

그 옆엔 자그마한 연못을 팔 거야 I'll sell a small pond next to it

곡괭이를 어디 두었더라 where did you put your pickaxe

돌담에는 마삭줄이나 능소화를 올려야지 On the stone wall, you have to put a string or jacaranda on it.

앞마당에는 무슨 꽃을 심을까 What flowers to plant in the front yard

대문에서 현관까지 자갈을 깔면 어떨까 How about laying gravel from the front door to the front door?

저 은행나무 그늘에는 In the shade of that ginkgo tree

나무 의자를 하나 놓아야지 I should put a wooden chair

식탁은 둥글고 큼지막한 게 좋겠어 The table should be round and large.

오늘도 집을 짓는다 build a house today

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 허공에 On the land that is not mine, in the air

생각은 돌담을 넘어 Thoughts go beyond the stone wall

집터 주위를 다람쥐처럼 드나든다 It moves around like a squirrel around the house.

집을 이렇게 앉혀보고 저렇게 앉혀보고 Sit down the house like this, sit it like that

벽돌을 수없이 쌓았다 허물며 Building and tearing down countless bricks

마음으로는 백 번도 넘게 그 집에 살아보았 I've lived in that house more than a hundred times in my heart

그러나 내 것이 아닌 그 땅에는 But in the land that is not mine

이미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Aren't other grasses and trees already gro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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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나희덕 시집,『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사), 2014. - Source of work: Na Hee-duk's poetry collection, 『Time for the Horses to Return』 (Literature and Jisungsa), 2014.

- 나희덕의 「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를 배달하며... - Delivering Na Hee-deok's 「On the land that is not mine」...

마음속으로, 몇 채나 되는 집을 지어보셨나요? In your mind, how many houses have you built? 한 열 채쯤요? About ten or so? 한 스무 채쯤요? About a dozen or so? 비록 ‘허공'에 짓는 집이기는 하지만 꿈꾸는 집을 앉히다 보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져 오는 것 같아요. Although it is a house built in 'empty', I think it makes me feel better when I sit in my dream house. 저 같은 경우에는 이미 십여 년도 전에 쓱쓱 그린 연필 모양의 뾰족한 집을 제 방 창문 위에 붙여놓고 있는데요. In my case, I have a pointed pencil-shaped house that I drew about ten years ago on the window of my room. 그 ‘연필집'을 강가 소나무 곁에 세워보기도 하고 강마을 뒷동산 앞에 세워보기도 해요. I try to build that 'pencil house' next to a pine tree by the river, or in front of the mountain behind the village. 연필집 창틀에 턱을 괴고 앉아 강물을 흘려보내기도 하고 뭇별을 헤아려보기도 하죠. I sit with my chin on the window sill of the pencil case, let the river flow, and count the stars. 하지만 그게 다예요. But that's all. “그러나 내 것이 아닌 그 땅에는/ 이미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시인이 하는 말에 ‘그렇네요. “But in the land that is not mine, are there other plants and trees already growing?” The poet said, 'That's right. 정말 그렇네요.' It really is.' 속으로 기분 좋은 맞장구를 치기도 하면서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I don't think it's a bad thing to live like this while joking around in a pleasant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