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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라의 오디오북 (Novella Audio Books), 돌다리 이태준 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읽어주는 여자

돌다리 이태준 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읽어주는 여자

안녕하세요

오늘 이야기는 이태준의 돌다리입니다 어떤 사람이 인생을 참 잘 살았다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삶을 생각하세요 그 삶은 또 어떤가요

오늘 이태준의 돌다리 들으면서

단 한번의 소중한 인생에 대해

시간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샘마을 동네보다는

누르테테한 가닥나무들만 묘지를 둘러 그 삶은 또 어떤가요

어느 것이라고 집어 낼 수는 없어도

창섭이 마침 방학으로 와 있던 여름이었다 창옥은 저녁 먹다 말고 갑자기 복통으로 뒹굴었다 읍으로 뛰어가서 의사를 청해 왔다

의사는 주사를 놓고 돌아갔다

의사는 바쁘다고

하라는 대로 환자를 데리고 갔지만

다시 하루를 지나

창섭은 뜻을 세워

서울에서도 정평이 있는 한 권위자가 된 것이다

창옥아 기뻐해줘

네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창섭은 바람도 쌀쌀할 뿐 아니라

지금은 단풍철도 지나고

바위를 갈라내서까지 고르고 넓은 길로 닦아졌다 창섭은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자기 집 논과 밭들이었다

그전부터 있었던 거지만

밭 하루갈이도 늘리지는 못한 것으로도 나를 부자 소린 못 들어도

불러 보며 묵례를 보냈다

아버니께서 멍덜을 손수 이룩허신 밭을 더 좋은 논으로 더 기름진 밭이 되도록 닦달만 해가기에도 내겐 벅찬 일일거다 하고 절약해 쓰고 남는 돈이 있으면

비뚤어진 논 모양을 바로 잡고

그러다 아들이 의사가 된 후로는

동네 길들은 물론

남을 주면 땅을 버린다고

소작을 주지 않았고

일꾼 셋이 저희들 농사 해 가지고 나간다는 둥

환자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창섭의 아버지는 땅을 위해서는

곡식을 거둔 뒤 그루만 남은 논과 밭이라도 다시 하루를 지나

흙의 부드러움이 마치 시루떡 모판을 대하는 것처럼 누구의 눈에나 탐스럽게 흐뭇해 보였다 이런 땅을 팔기엔 아무리 수입이 몇 배 더 나은

하지만 은행에 빌리는 방법으로는

삼만 원 돈을 만들 수가 없었고

어머니께선 겨울이면 해마다 기침이 도지신다 진작부터 내가 모셔야 했을 거다

천생 부모님이 서울로 가셔야 한다

땅 전부를 소작하도록 맡기고서는

서울 가서 편안히 계실 날이 하루도 없으실거다 아버님의 말년을 편안히 해드리기 위해서도 땅은 전부 없애 버릴 필요가 있는거다

창섭은 샘마을에 들어서자

아버지는 가에는 살얼음이 잡힌 찬물에

무릎까지 걷고 들어서서

예 좀 급히 여쭤 봐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동네 사람 수십 명이

개울은 동네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어

비가 오면 진흙탕에서 헤어날 수 없었는데 하룻밤 비에도 넘치기 일쑤라

이 큰 돌다리의 내력을 들은 것이

너이 증조부님 돌아가셨을 때다

징검다리로야 건네올 수가 있니

다리부터 이렇게 넓구 튼튼한 돌루 놓으신 거란다 눈에 익은 정자나무가 서있는 논이며

몇 해 전 어느 장마엔 어찌 된 셈인지

가운데 제일 큰 장이 내려앉아 떠내려갔던 것이다 논둑에 선 정자나무는

길이는 열 자가 넘는 자연석 그대로라

몇 사람의 힘으로는 손을 댈 염두부터 내지 못했다 더구나 불과 수십 보 이내에

면의 보조를 얻어 난간까지 달린

완전히 잊혀진 채 던져져 있던 것이었다

한다한 보통보다 썩 뛰어난 곡식값보다는 다른 물가들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오늘루 가야 되서요 아무두 안 데리구 왔습니다 오늘루 갈 걸 뭘 허러와

조상님들 산소나 사당보다

굶는단 소린 안 듣고 살도록 물려주시구 가셨다 드럭드럭 탐내 모아선 뭘 허니

할아버니께서 쇠똥을 맨손으로 움켜다 넣시던 논

아버니께서 멍덜을 손수 이룩허신 밭을 더 좋은 논으로 더 기름진 밭이 되도록 닦달만 해가기에도 내겐 벅찬 일일거다 하고 절약해 쓰고 남는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는 품을 몇씩 들여서까지

비뚤어진 논 모양을 바로 잡고

밭에 돌을 추려 바람맞이로 담을 두르고

개울엔 둑막이를 했다

그러다 아들이 의사가 된 후로는

아들 학비로 쓰던 몫까지 들여서

동네 길들은 물론

읍길과 정거장 길까지 닦아 놓았다

남을 주면 땅을 버린다고

매우 근면 성실한 사람이 아니면

소작을 주지 않았고

소를 두 필이나 매고

일꾼을 세 명씩이나 두고

적지 않은 전답을 전부 자농으로 버티어 왔다 실속이 타작만 못하다는 둥

일꾼 셋이 저희들 농사 해 가지고 나간다는 둥

이해만을 따져 비평하는 소리가 많았지만

창섭의 아버지는 땅을 위해서는

자기의 이해만으로 타산하려 들지 않았다 이와 같은 임자를 가진 땅들이라

곡식을 거둔 뒤 그루만 남은 논과 밭이라도 그 바닥이 고르고 그 언저리들이 바르고

흙의 부드러움이 마치 시루떡 모판을 대하는 것처럼 누구의 눈에나 탐스럽게 흐뭇해 보였다 이런 땅을 팔기엔 아무리 수입이 몇 배 더 나은

병원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아버지께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은행에 빌리는 방법으로는

삼만 원 돈을 만들 수가 없었고

서울서 큰 서양식 건물을 손에 넣기란

돈만 있다고 아무 때나 될 일도 아니었다

아버지께선 내년이 환갑이시다

어머니께선 겨울이면 해마다 기침이 도지신다 진작부터 내가 모셔야 했을 거다

그런데 내가 시골로 올 순 없고

천생 부모님이 서울로 가셔야 한다

한동네서도 땅을 당신만치 못 거둘 사람에겐 소작을 주지 않으셨다

땅 전부를 소작하도록 맡기고서는

서울 가서 편안히 계실 날이 하루도 없으실거다 아버님의 말년을 편안히 해드리기 위해서도 땅은 전부 없애 버릴 필요가 있는거다

창섭은 샘마을에 들어서자

동구에서 이내 아버지를 뵐 수 있었다

아버지는 가에는 살얼음이 잡힌 찬물에

무릎까지 걷고 들어서서

동네 사람들을 추겨서 돌다리를 고치고 계셨다 어떻게 갑자기 오느냐

예 좀 급히 여쭤 봐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 먼저 들어가 있거라

동네 사람 수십 명이

쇠고삐로 두 길이는 흘러내려간 다릿돌을

동아줄에 얽어 끌어올리고 있었다

개울은 동네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어

아래위로 징검다리는 서너 군데나 놓여 있지만

하룻밤 비에도 넘치기 일쑤라

모두 이 큰 돌다리로 통행하던 것이었다

창섭은 어려서 아버지께

이 큰 돌다리의 내력을 들은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너이 증조부님 돌아가셨을 때다

산소에 상돌을 해오시는데

징검다리로야 건네올 수가 있니

그래 너이 조부님께서

다리부터 이렇게 넓구 튼튼한 돌루 놓으신 거란다 그 후 오륙십 년 동안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었는데

몇 해 전 어느 장마엔 어찌 된 셈인지

가운데 제일 큰 장이 내려앉아 떠내려갔던 것이다 두께가 한 자는 충분히 되고 폭이 여섯 자

길이는 열 자가 넘는 자연석 그대로라

몇 사람의 힘으로는 손을 댈 염두부터 내지 못했다 한자는 약 삼십 센티미터

더구나 불과 수십 보 이내에

면의 보조를 얻어 난간까지 달린

한다한 나무다리가 놓인 뒤의 일이라

이 돌다리는 동네 사람들에겐

완전히 잊혀진 채 던져져 있던 것이었다

한다한 보통보다 썩 뛰어난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는 다리 고치는 사람들 점심을 짓느라고 역시 여러 명의 동네 아낙네들과 허둥거리고 계셨다 웬일인데 어째 혼자만 오니

어머니는 손자아이들부터 보이지 않음을 물으신다

오늘루 가야 되서요 아무두 안 데리구 왔습니다 오늘루 갈 걸 뭘 허러와

이젠 어머니도 함께 서울로 모셔 가려구요

서울루

제발 아이들허구 한데서 살아 봤음 원이 없겠다 하고 어머니는 땅보다

조상님들 산소나 사당보다

손자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끌리시는 눈치였다

하지만 아버지만은 그처럼 단순히

들떠질 마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뒤를 쫓아

이내 개울에서 들어왔다

아들은 의사인 아들은

마치 환자에게 치료방법을 설명하듯

냉정하게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했다

외아들인 자기가 부모님을 진작 모시지 못한 것이 잘못인 것 한집에 모이려면 자기가 병원을 버리기보단

부모님이 농토를 버리시고

서울로 오시는 것이 순리인 것

병원은 나날이 환자가 늘어 가나

입원실이 부족해서

오는 환자의 삼분의 일밖에 수용 못 하는 것

지금 시국에 큰 건물을 새로 짓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때마침 교통이 편한 자리에

삼층 건물이 하나 나온 것

인쇄소였던 집인데 전체가 콘크리트여서

방화 방공으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

삼층은 살림집과 직공들의 합숙실로 씌였던 것이라 입원실로 바꾸기에 용이한 것

각층에 수도 가스가 다 들어온 것

그러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것

저렴하기는 하지만 삼만 이천 원이라

지금의 병원을 팔면 일만 오천 원쯤은 받겠지만 그것은 집을 고치는 데 그리고 수술실의기계를 완비하는 데 다 들어갈 것이니

집값 삼만 이천 원은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

시골에 땅을 둔대야

일년에 고작 삼천 원의 실리가 떨어질지 말지 하지만 땅을 팔아다 병원만 확장해 놓으면

적어도 일년에 만 원 씩은 이익을 뽑을 자신이 있는 것 돈만 있으면 땅은 이담에라도

서울 가까이라도 얼마든지 좋은 것으로 살 수 있는 것 아버지는 아들의 의견을 끝까지 잠잠히 들었다

그리고

점심이나 먹어라

나두 좀 생각해 봐야 대답허겠다

하고는 다시 개울로 나갔고

떨어졌던 다릿돌을 올려 놓고 나서야

들어와서 점심상을 받았다

점심을 자시면서였다

원 요즘 사람들은 힘두 줄었나 봐

그 다리 첨 놀 때 내가 어려서 봤는데

불과 여남은이서 거들던 돌인데

장정 수십 명이 한나절 동안 씨름을 허다니 나무다리가 있는데 그건 왜 고치시나요

너두 그런 소릴 허는구나

나무가 돌만허다든

넌 그 다리서 고기 잡던 생각두 안 나니

서울루 공부 갈 때 그 다리 건너서 떠나던 생각 안 나 시쳇사람들은 모두 인정이란 게

사람헌테만 쓰는 건 줄 알드라

내 할아버니 산소에 상돌을 그 다리로 건네다 모셨구 내가 천자문 끼구 그 다리루 글 읽으러 댕겼다 네 어미두 그 다리루 가마 타구 내 집에 왔어 나 죽거든 그 다리루 건네다 묻어라

난 서울 갈 생각 없다

천금이 쏟아진대두 난 땅은 못 팔겠다 내 아버님께서 손수 이룩허시는걸 내 눈으루 본 밭이구 내 할아버님께서 손수 피땀 흘려 모으신 돈으루 장만허신 논들이야

돈 있다고 어디가 느르지논 같은게 있구

독시장밭 같은 걸 사

느르지논 옥답으로 유명한 철원군 지역의 논이름 독시장밭 철원군에 있는 밭이름 느르지 논둑에 선 느티나문

할아버님께서 심으신 거구

저 사랑마당에 은행나무는

아버님께서 심으신 거다

그 나무 밑에 설 때마다

난 그 어룬들 동상이나 다름없이

경건한 마음이 솟아 우러러보군 헌다

땅이란 걸 어떻게 일시 이해를 따져 사구 팔구 허느냐 땅 없어 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라가 어딨는 줄 아니

땅이란 천지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구 땅이 뭔지두 모르구

욕심만 내서 문서쪽으로 사 모으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변리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이 어떤 인연이란 건

도무지 생각지 않구

헌신 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루 밖엔 뵈이지 않드라 네가 뉘 덕으루 오늘 의사가 됐니

내 덕인 줄만 아느냐

내가 땅 없이 뭘루

밭에 가 절하구 논에 가 절해야 쓴다

자고로 하늘 하늘 허나

하늘의 덕이 땅을 통허지 않군 사람헌테 미치는 줄 아니 땅을 파는 건 그게 하늘을 파는거나 다름없는 거다 땅을 밟구 다니니까 땅을 우습게들 여기지 땅처럼 응과가 분명헌 게 무어냐

하늘은 차라리 못 믿을 때두 많다

하지만 힘들이는 사람에겐 힘들이는 만큼 땅은 반드시 후헌 보답을 주시는 거다

세상에 흔해 빠진 지주들

땅은 소작인들헌테나 맡겨 버리구

떡 허니 도회지에 가 앉어

소출은 팔어다 모두 도회지에 낭비해 버리구 땅 가꾸는 덴 단돈 일 원을 벌벌 떨구

땅으루 살며 땅에 야박한 놈은

자식으로 치면 후레자식 셈이야

땅이 말을 할 줄 알어

봐라 배가 고프단 땅이 얼마나 많으냐 해마다 걷어만 가구

땅은 자갈밭이 되는 걸 아나

둑이 떠나가니 아나

거름 한번 제대로 넣나

정 급허게 돼서 소작인이 우는 소리나 해야 요즘 너이 신식 의사들 주사침 놓듯

애꿎인 화학비료만 갖다 털어넣지

그렇게 땅을 홀대 허구

인제 죽어서 땅이 무서워 어디루들 갈 텐가 창섭은 입이 얼어 버렸다

손만 부볐다

자기의 생각이 너무나 자기 중심적이었던 걸 대뜸 깨달았다

땅에는 이해를 초월한

일종의 종교적 신념을 가진 아버지에게

아들의 이단적인 계획이 용납될 리 만무였다 아버지는 상을 물리고도 말을 계속했다 너로선 어떤 수단을 쓰든 병원부터 확장허려는 게 과히 엉뚱헌 욕심은 아닐 줄두 안다

그러나 욕심을 부려선 못쓰는 거다

의술은 예로부터 인술이라지 않니

매살 순탄허게 진실허게 해라

네가 가업을 이어나가지 않는다구

탓허지 않겠다

넌 너루서 발전헐 길을 열었구

그게 또 모리지배의 악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인술이잖니

내가 어떻게 불평을 하겠니

다만

삼사 대 집안에서 공들여 이룩해논 전장을 남의 손에 내맡기게 되는 게

저으기 애석헌 심사가 없달 순 없구

팔지 않으면 그만 아닙니까

나 죽은 뒤에 누가 거두니

너두 이제두 말했지만

너두 문서쪽만 쥐구 서울에 앉어 지주 노릇만 허게 그따위 지주허구 소작인 틈에서

땅들만 얼마나 곯는지 아니

안된다

팔거다

나 죽을 임시엔 다 팔거다

돈에 팔 줄 아니

사람헌테 팔 거다

건너 용문이는 우리 느르지논 같은 건 한 해만 부쳐 보구 죽어두 농군으로 태어난던 걸 한으로 삼지 않겠다구 했다

독시 장밭을 내논다구 해봐라

문보나 덕길이 같은 사람은 길바닥에 나앉드라두 집을 팔아 살려구 덤빌 게다

그런 사람들이 땅 임자 안 되구 누가 돼야 옳겠니 그러니 아주 말이 난 김에 내 유언이다 그런 사람들 무슨 돈으로 땅값을 한 몫에 내겠니 몇몇 해구 그 땅 소출을 팔아서

연년이 갚어 나가게 헐 테니

너두 땅값을랑 그렇게 받어 갈 줄 미리 알구 있거라 그리구 네 어머니가 먼저 가면 내가 묻을 거구 내가 먼저 가게 되면

네 어머닌 그때 네가 서울루 데려가렴 난 샘마을서 이렇게 야인으로나 죄 없는 밥 먹다가 야인인 채 묻힐 걸 흡족히 여긴다

자식의 젊은 욕망을 들어 못 주는 게

애비 된 맘으루두 섭섭허다

그렇지만 이 늙은이헌테두

그만 신념쯤 지켜 오는 게 있다는 걸

무시하지 말어 다오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 담배를 피우며

다리 고치는 데로 나갔다

옆에 앉았던 어머니는 두 눈에 눈물을 쭈루루 흘리셨다 너이 아버지가 여간 고집이시냐

아니에요

아버지가 어떤 어른이신 건

오늘 제가 더 잘 알았습니다

우리 아버진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러나 창섭도 코허리가 찌르르했다

자기가 계획하고 온 일이 실패한 것쯤은

차라리 당연하게 생각되었고

아버지와 자기와의 세계가

격리되는 일종의 결별의 심사를 체험하는 때문이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고쳐 놓은 돌다리를 건너

저녁차를 타러 가버렸다

동구 밖으로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양을 지키고 섰을 때 아버지 마음도

정말 임종에서 유언이나 하고 난 것처럼

외롭고 한편으로 불안스러운 마음이었다

아버지는 종일 개울에서 허덕였지만

저녁에 잠도 달게 오지 않았다

젊어서 서당에서 읽던

백낙천의 시가 다 생각이 났다

늙은 제비 한 쌍을 두고 지은 노래였다

제 뱃속이 고픈 것은 참아 가며

입에 얻어 문 것은 새끼들부터 먹여 길렀으나 새끼들은 자라서 나래에 힘을 얻자

어디로인지

저희 좋을 대로 다 날아가 버리어

야위고 늙은 어버이 제비 한 쌍만

가을 바람 소슬한 추녀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광경을 묘사했고

나중에는

그 늙은 어버이 제비들을 가리켜

새끼들만 원망하지 말고

너희들이 새끼 적에

역시 그러했음도 깨달으라는

풍자의 시였다

중국 당나라 백낙천의 연자가

노인은 어두운 천장을 향해 쓴웃음을 짓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누구보다도 먼저

어제 고쳐 놓은 돌다리를 보러 나왔다

흙탕이라고는 어느 돌틈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앞쪽에도 가운데에도 끝에도

맑기만 한 소담한 물살이

우쭐우쭐 춤추며 빠져 내려갔다

한가운데로 가서 쾅 굴러 보았다

발바닥만 아플 뿐 끄떡이 있을 리 없다 노인은 쭈루루 집으로 들어와

소금 접시와 수건을 가지고 나왔다

제일 낮은 받침돌에 내려앉아

양치를 하고 세수를 했다

나중에는 다시 이가 저린 물을 한입 물어 마시며 일어섰다 속에 있는 모든 게 씻기는 듯 시원했다 그리고 수염에 묻은 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어떤 한계를 넘는 법은 없다

물이 분수없이 늘어 떠내려갔던 게 아니라 자갈이 밀려 내려와 물구멍이 좁아졌든지 아니면 어느 받침돌의 밑이 물살에 굴러 쓰러졌던 그런 까닭일게다 미리 바닥을 치고

미리 받침돌만 제대로 보살펴 준다면

만년을 간들 무너질 리 없을거다

그저 늘 보살펴야 하는 거다

사람이란 하늘 밑에 사는 날까진

하루라도

천지자연의 이치에

방심을 해선 안 되는 거다

돌다리 이태준 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읽어주는 여자 Doldari Lee Tae-jun ㅣKorean字幕(CC), Korean short story audio book and reading woman Dolphin Bridge Lee Tae-joon ㅣCopyright (CC), Nouvelle coréenne, livre audio et lecture à voix haute femme Мост дельфинов Ли Тхэ Чжун ㅣCopyright (CC), аудиокнига корейских рассказов и чтение вслух женщиной

안녕하세요

오늘 이야기는 이태준의 돌다리입니다 어떤 사람이 인생을 참 잘 살았다라고 하면 Si quelqu'un dit qu'il a eu une très bonne vie 여러분은 어떤 삶을 생각하세요 그 삶은 또 어떤가요

오늘 이태준의 돌다리 들으면서

단 한번의 소중한 인생에 대해

시간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샘마을 동네보다는

누르테테한 가닥나무들만 묘지를 둘러 그 삶은 또 어떤가요

어느 것이라고 집어 낼 수는 없어도

창섭이 마침 방학으로 와 있던 여름이었다 창옥은 저녁 먹다 말고 갑자기 복통으로 뒹굴었다 읍으로 뛰어가서 의사를 청해 왔다

의사는 주사를 놓고 돌아갔다

의사는 바쁘다고

하라는 대로 환자를 데리고 갔지만

다시 하루를 지나

창섭은 뜻을 세워

서울에서도 정평이 있는 한 권위자가 된 것이다

창옥아 기뻐해줘

네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창섭은 바람도 쌀쌀할 뿐 아니라

지금은 단풍철도 지나고

바위를 갈라내서까지 고르고 넓은 길로 닦아졌다 창섭은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자기 집 논과 밭들이었다

그전부터 있었던 거지만

밭 하루갈이도 늘리지는 못한 것으로도 나를 부자 소린 못 들어도

불러 보며 묵례를 보냈다

아버니께서 멍덜을 손수 이룩허신 밭을 더 좋은 논으로 더 기름진 밭이 되도록 닦달만 해가기에도 내겐 벅찬 일일거다 하고 절약해 쓰고 남는 돈이 있으면

비뚤어진 논 모양을 바로 잡고

그러다 아들이 의사가 된 후로는

동네 길들은 물론

남을 주면 땅을 버린다고

소작을 주지 않았고

일꾼 셋이 저희들 농사 해 가지고 나간다는 둥

환자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창섭의 아버지는 땅을 위해서는

곡식을 거둔 뒤 그루만 남은 논과 밭이라도 다시 하루를 지나

흙의 부드러움이 마치 시루떡 모판을 대하는 것처럼 누구의 눈에나 탐스럽게 흐뭇해 보였다 이런 땅을 팔기엔 아무리 수입이 몇 배 더 나은

하지만 은행에 빌리는 방법으로는

삼만 원 돈을 만들 수가 없었고

어머니께선 겨울이면 해마다 기침이 도지신다 진작부터 내가 모셔야 했을 거다

천생 부모님이 서울로 가셔야 한다

땅 전부를 소작하도록 맡기고서는

서울 가서 편안히 계실 날이 하루도 없으실거다 아버님의 말년을 편안히 해드리기 위해서도 땅은 전부 없애 버릴 필요가 있는거다

창섭은 샘마을에 들어서자

아버지는 가에는 살얼음이 잡힌 찬물에

무릎까지 걷고 들어서서

예 좀 급히 여쭤 봐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동네 사람 수십 명이

개울은 동네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어

비가 오면 진흙탕에서 헤어날 수 없었는데 하룻밤 비에도 넘치기 일쑤라

이 큰 돌다리의 내력을 들은 것이

너이 증조부님 돌아가셨을 때다

징검다리로야 건네올 수가 있니

다리부터 이렇게 넓구 튼튼한 돌루 놓으신 거란다 눈에 익은 정자나무가 서있는 논이며

몇 해 전 어느 장마엔 어찌 된 셈인지

가운데 제일 큰 장이 내려앉아 떠내려갔던 것이다 논둑에 선 정자나무는

길이는 열 자가 넘는 자연석 그대로라

몇 사람의 힘으로는 손을 댈 염두부터 내지 못했다 더구나 불과 수십 보 이내에

면의 보조를 얻어 난간까지 달린

완전히 잊혀진 채 던져져 있던 것이었다

한다한 보통보다 썩 뛰어난 곡식값보다는 다른 물가들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오늘루 가야 되서요 아무두 안 데리구 왔습니다 오늘루 갈 걸 뭘 허러와

조상님들 산소나 사당보다

굶는단 소린 안 듣고 살도록 물려주시구 가셨다 드럭드럭 탐내 모아선 뭘 허니

할아버니께서 쇠똥을 맨손으로 움켜다 넣시던 논

아버니께서 멍덜을 손수 이룩허신 밭을 더 좋은 논으로 더 기름진 밭이 되도록 닦달만 해가기에도 내겐 벅찬 일일거다 하고 절약해 쓰고 남는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는 품을 몇씩 들여서까지

비뚤어진 논 모양을 바로 잡고

밭에 돌을 추려 바람맞이로 담을 두르고

개울엔 둑막이를 했다

그러다 아들이 의사가 된 후로는

아들 학비로 쓰던 몫까지 들여서

동네 길들은 물론

읍길과 정거장 길까지 닦아 놓았다

남을 주면 땅을 버린다고

매우 근면 성실한 사람이 아니면

소작을 주지 않았고

소를 두 필이나 매고

일꾼을 세 명씩이나 두고

적지 않은 전답을 전부 자농으로 버티어 왔다 실속이 타작만 못하다는 둥

일꾼 셋이 저희들 농사 해 가지고 나간다는 둥

이해만을 따져 비평하는 소리가 많았지만

창섭의 아버지는 땅을 위해서는

자기의 이해만으로 타산하려 들지 않았다 이와 같은 임자를 가진 땅들이라

곡식을 거둔 뒤 그루만 남은 논과 밭이라도 그 바닥이 고르고 그 언저리들이 바르고

흙의 부드러움이 마치 시루떡 모판을 대하는 것처럼 누구의 눈에나 탐스럽게 흐뭇해 보였다 이런 땅을 팔기엔 아무리 수입이 몇 배 더 나은

병원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아버지께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은행에 빌리는 방법으로는

삼만 원 돈을 만들 수가 없었고

서울서 큰 서양식 건물을 손에 넣기란

돈만 있다고 아무 때나 될 일도 아니었다

아버지께선 내년이 환갑이시다

어머니께선 겨울이면 해마다 기침이 도지신다 진작부터 내가 모셔야 했을 거다

그런데 내가 시골로 올 순 없고

천생 부모님이 서울로 가셔야 한다

한동네서도 땅을 당신만치 못 거둘 사람에겐 소작을 주지 않으셨다

땅 전부를 소작하도록 맡기고서는

서울 가서 편안히 계실 날이 하루도 없으실거다 아버님의 말년을 편안히 해드리기 위해서도 땅은 전부 없애 버릴 필요가 있는거다

창섭은 샘마을에 들어서자

동구에서 이내 아버지를 뵐 수 있었다

아버지는 가에는 살얼음이 잡힌 찬물에

무릎까지 걷고 들어서서

동네 사람들을 추겨서 돌다리를 고치고 계셨다 어떻게 갑자기 오느냐

예 좀 급히 여쭤 봐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 먼저 들어가 있거라

동네 사람 수십 명이

쇠고삐로 두 길이는 흘러내려간 다릿돌을

동아줄에 얽어 끌어올리고 있었다

개울은 동네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어

아래위로 징검다리는 서너 군데나 놓여 있지만

하룻밤 비에도 넘치기 일쑤라

모두 이 큰 돌다리로 통행하던 것이었다

창섭은 어려서 아버지께

이 큰 돌다리의 내력을 들은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너이 증조부님 돌아가셨을 때다

산소에 상돌을 해오시는데

징검다리로야 건네올 수가 있니

그래 너이 조부님께서

다리부터 이렇게 넓구 튼튼한 돌루 놓으신 거란다 그 후 오륙십 년 동안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었는데

몇 해 전 어느 장마엔 어찌 된 셈인지

가운데 제일 큰 장이 내려앉아 떠내려갔던 것이다 두께가 한 자는 충분히 되고 폭이 여섯 자

길이는 열 자가 넘는 자연석 그대로라

몇 사람의 힘으로는 손을 댈 염두부터 내지 못했다 한자는 약 삼십 센티미터

더구나 불과 수십 보 이내에

면의 보조를 얻어 난간까지 달린

한다한 나무다리가 놓인 뒤의 일이라

이 돌다리는 동네 사람들에겐

완전히 잊혀진 채 던져져 있던 것이었다

한다한 보통보다 썩 뛰어난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는 다리 고치는 사람들 점심을 짓느라고 역시 여러 명의 동네 아낙네들과 허둥거리고 계셨다 웬일인데 어째 혼자만 오니

어머니는 손자아이들부터 보이지 않음을 물으신다

오늘루 가야 되서요 아무두 안 데리구 왔습니다 오늘루 갈 걸 뭘 허러와

이젠 어머니도 함께 서울로 모셔 가려구요

서울루

제발 아이들허구 한데서 살아 봤음 원이 없겠다 하고 어머니는 땅보다

조상님들 산소나 사당보다

손자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끌리시는 눈치였다

하지만 아버지만은 그처럼 단순히

들떠질 마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뒤를 쫓아

이내 개울에서 들어왔다

아들은 의사인 아들은

마치 환자에게 치료방법을 설명하듯

냉정하게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했다

외아들인 자기가 부모님을 진작 모시지 못한 것이 잘못인 것 한집에 모이려면 자기가 병원을 버리기보단

부모님이 농토를 버리시고

서울로 오시는 것이 순리인 것

병원은 나날이 환자가 늘어 가나

입원실이 부족해서

오는 환자의 삼분의 일밖에 수용 못 하는 것

지금 시국에 큰 건물을 새로 짓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때마침 교통이 편한 자리에

삼층 건물이 하나 나온 것

인쇄소였던 집인데 전체가 콘크리트여서

방화 방공으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

삼층은 살림집과 직공들의 합숙실로 씌였던 것이라 입원실로 바꾸기에 용이한 것

각층에 수도 가스가 다 들어온 것

그러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것

저렴하기는 하지만 삼만 이천 원이라

지금의 병원을 팔면 일만 오천 원쯤은 받겠지만 그것은 집을 고치는 데 그리고 수술실의기계를 완비하는 데 다 들어갈 것이니

집값 삼만 이천 원은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

시골에 땅을 둔대야

일년에 고작 삼천 원의 실리가 떨어질지 말지 하지만 땅을 팔아다 병원만 확장해 놓으면

적어도 일년에 만 원 씩은 이익을 뽑을 자신이 있는 것 돈만 있으면 땅은 이담에라도

서울 가까이라도 얼마든지 좋은 것으로 살 수 있는 것 아버지는 아들의 의견을 끝까지 잠잠히 들었다

그리고

점심이나 먹어라

나두 좀 생각해 봐야 대답허겠다

하고는 다시 개울로 나갔고

떨어졌던 다릿돌을 올려 놓고 나서야

들어와서 점심상을 받았다

점심을 자시면서였다

원 요즘 사람들은 힘두 줄었나 봐

그 다리 첨 놀 때 내가 어려서 봤는데

불과 여남은이서 거들던 돌인데

장정 수십 명이 한나절 동안 씨름을 허다니 나무다리가 있는데 그건 왜 고치시나요

너두 그런 소릴 허는구나

나무가 돌만허다든

넌 그 다리서 고기 잡던 생각두 안 나니

서울루 공부 갈 때 그 다리 건너서 떠나던 생각 안 나 시쳇사람들은 모두 인정이란 게

사람헌테만 쓰는 건 줄 알드라

내 할아버니 산소에 상돌을 그 다리로 건네다 모셨구 내가 천자문 끼구 그 다리루 글 읽으러 댕겼다 네 어미두 그 다리루 가마 타구 내 집에 왔어 나 죽거든 그 다리루 건네다 묻어라

난 서울 갈 생각 없다

천금이 쏟아진대두 난 땅은 못 팔겠다 내 아버님께서 손수 이룩허시는걸 내 눈으루 본 밭이구 내 할아버님께서 손수 피땀 흘려 모으신 돈으루 장만허신 논들이야

돈 있다고 어디가 느르지논 같은게 있구

독시장밭 같은 걸 사

느르지논 옥답으로 유명한 철원군 지역의 논이름 독시장밭 철원군에 있는 밭이름 느르지 논둑에 선 느티나문

할아버님께서 심으신 거구

저 사랑마당에 은행나무는

아버님께서 심으신 거다

그 나무 밑에 설 때마다

난 그 어룬들 동상이나 다름없이

경건한 마음이 솟아 우러러보군 헌다

땅이란 걸 어떻게 일시 이해를 따져 사구 팔구 허느냐 땅 없어 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라가 어딨는 줄 아니

땅이란 천지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구 땅이 뭔지두 모르구

욕심만 내서 문서쪽으로 사 모으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변리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이 어떤 인연이란 건

도무지 생각지 않구

헌신 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루 밖엔 뵈이지 않드라 네가 뉘 덕으루 오늘 의사가 됐니

내 덕인 줄만 아느냐

내가 땅 없이 뭘루

밭에 가 절하구 논에 가 절해야 쓴다

자고로 하늘 하늘 허나

하늘의 덕이 땅을 통허지 않군 사람헌테 미치는 줄 아니 땅을 파는 건 그게 하늘을 파는거나 다름없는 거다 땅을 밟구 다니니까 땅을 우습게들 여기지 땅처럼 응과가 분명헌 게 무어냐

하늘은 차라리 못 믿을 때두 많다

하지만 힘들이는 사람에겐 힘들이는 만큼 땅은 반드시 후헌 보답을 주시는 거다

세상에 흔해 빠진 지주들

땅은 소작인들헌테나 맡겨 버리구

떡 허니 도회지에 가 앉어

소출은 팔어다 모두 도회지에 낭비해 버리구 땅 가꾸는 덴 단돈 일 원을 벌벌 떨구

땅으루 살며 땅에 야박한 놈은

자식으로 치면 후레자식 셈이야

땅이 말을 할 줄 알어

봐라 배가 고프단 땅이 얼마나 많으냐 해마다 걷어만 가구

땅은 자갈밭이 되는 걸 아나

둑이 떠나가니 아나

거름 한번 제대로 넣나

정 급허게 돼서 소작인이 우는 소리나 해야 요즘 너이 신식 의사들 주사침 놓듯

애꿎인 화학비료만 갖다 털어넣지

그렇게 땅을 홀대 허구

인제 죽어서 땅이 무서워 어디루들 갈 텐가 창섭은 입이 얼어 버렸다

손만 부볐다

자기의 생각이 너무나 자기 중심적이었던 걸 대뜸 깨달았다

땅에는 이해를 초월한

일종의 종교적 신념을 가진 아버지에게

아들의 이단적인 계획이 용납될 리 만무였다 아버지는 상을 물리고도 말을 계속했다 너로선 어떤 수단을 쓰든 병원부터 확장허려는 게 과히 엉뚱헌 욕심은 아닐 줄두 안다

그러나 욕심을 부려선 못쓰는 거다

의술은 예로부터 인술이라지 않니

매살 순탄허게 진실허게 해라

네가 가업을 이어나가지 않는다구

탓허지 않겠다

넌 너루서 발전헐 길을 열었구

그게 또 모리지배의 악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인술이잖니

내가 어떻게 불평을 하겠니

다만

삼사 대 집안에서 공들여 이룩해논 전장을 남의 손에 내맡기게 되는 게

저으기 애석헌 심사가 없달 순 없구

팔지 않으면 그만 아닙니까

나 죽은 뒤에 누가 거두니

너두 이제두 말했지만

너두 문서쪽만 쥐구 서울에 앉어 지주 노릇만 허게 그따위 지주허구 소작인 틈에서

땅들만 얼마나 곯는지 아니

안된다

팔거다

나 죽을 임시엔 다 팔거다

돈에 팔 줄 아니

사람헌테 팔 거다

건너 용문이는 우리 느르지논 같은 건 한 해만 부쳐 보구 죽어두 농군으로 태어난던 걸 한으로 삼지 않겠다구 했다

독시 장밭을 내논다구 해봐라

문보나 덕길이 같은 사람은 길바닥에 나앉드라두 집을 팔아 살려구 덤빌 게다

그런 사람들이 땅 임자 안 되구 누가 돼야 옳겠니 그러니 아주 말이 난 김에 내 유언이다 그런 사람들 무슨 돈으로 땅값을 한 몫에 내겠니 몇몇 해구 그 땅 소출을 팔아서

연년이 갚어 나가게 헐 테니

너두 땅값을랑 그렇게 받어 갈 줄 미리 알구 있거라 그리구 네 어머니가 먼저 가면 내가 묻을 거구 내가 먼저 가게 되면

네 어머닌 그때 네가 서울루 데려가렴 난 샘마을서 이렇게 야인으로나 죄 없는 밥 먹다가 야인인 채 묻힐 걸 흡족히 여긴다

자식의 젊은 욕망을 들어 못 주는 게

애비 된 맘으루두 섭섭허다

그렇지만 이 늙은이헌테두

그만 신념쯤 지켜 오는 게 있다는 걸

무시하지 말어 다오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 담배를 피우며

다리 고치는 데로 나갔다

옆에 앉았던 어머니는 두 눈에 눈물을 쭈루루 흘리셨다 너이 아버지가 여간 고집이시냐

아니에요

아버지가 어떤 어른이신 건

오늘 제가 더 잘 알았습니다

우리 아버진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러나 창섭도 코허리가 찌르르했다

자기가 계획하고 온 일이 실패한 것쯤은

차라리 당연하게 생각되었고

아버지와 자기와의 세계가

격리되는 일종의 결별의 심사를 체험하는 때문이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고쳐 놓은 돌다리를 건너

저녁차를 타러 가버렸다

동구 밖으로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양을 지키고 섰을 때 아버지 마음도

정말 임종에서 유언이나 하고 난 것처럼

외롭고 한편으로 불안스러운 마음이었다

아버지는 종일 개울에서 허덕였지만

저녁에 잠도 달게 오지 않았다

젊어서 서당에서 읽던

백낙천의 시가 다 생각이 났다

늙은 제비 한 쌍을 두고 지은 노래였다

제 뱃속이 고픈 것은 참아 가며

입에 얻어 문 것은 새끼들부터 먹여 길렀으나 새끼들은 자라서 나래에 힘을 얻자

어디로인지

저희 좋을 대로 다 날아가 버리어

야위고 늙은 어버이 제비 한 쌍만

가을 바람 소슬한 추녀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광경을 묘사했고

나중에는

그 늙은 어버이 제비들을 가리켜

새끼들만 원망하지 말고

너희들이 새끼 적에

역시 그러했음도 깨달으라는

풍자의 시였다

중국 당나라 백낙천의 연자가

노인은 어두운 천장을 향해 쓴웃음을 짓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누구보다도 먼저

어제 고쳐 놓은 돌다리를 보러 나왔다

흙탕이라고는 어느 돌틈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앞쪽에도 가운데에도 끝에도

맑기만 한 소담한 물살이

우쭐우쭐 춤추며 빠져 내려갔다

한가운데로 가서 쾅 굴러 보았다

발바닥만 아플 뿐 끄떡이 있을 리 없다 노인은 쭈루루 집으로 들어와

소금 접시와 수건을 가지고 나왔다

제일 낮은 받침돌에 내려앉아

양치를 하고 세수를 했다

나중에는 다시 이가 저린 물을 한입 물어 마시며 일어섰다 속에 있는 모든 게 씻기는 듯 시원했다 그리고 수염에 묻은 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어떤 한계를 넘는 법은 없다

물이 분수없이 늘어 떠내려갔던 게 아니라 자갈이 밀려 내려와 물구멍이 좁아졌든지 아니면 어느 받침돌의 밑이 물살에 굴러 쓰러졌던 그런 까닭일게다 미리 바닥을 치고

미리 받침돌만 제대로 보살펴 준다면

만년을 간들 무너질 리 없을거다

그저 늘 보살펴야 하는 거다

사람이란 하늘 밑에 사는 날까진

하루라도

천지자연의 이치에

방심을 해선 안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