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세상 끝의 봄」
수도원 뒤뜰에서 견습 수녀가 비질을 한다
목련나무 한 그루 툭, 툭, 시시한 농담을 던진다
꽃잎은 금세 멍이 들고 수녀는 떨어진 얼굴을 지운다
샛길 하나 없이 봄이 진다
이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 늙어버린, 꽃이 다 그늘인 시절
밤새 혼자 싼 보따리처럼 깡마른 가지에 목련이 얹혀 있다
여직 기다리는 게 있느냐고 물어오는 햇살
담장 밖의 희미한 기척들이 물큰물큰 돋는, 세상 끝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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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세상 끝의 봄」
수도원 뒤뜰에서 견습 수녀가 비질을 한다
목련나무 한 그루 툭, 툭, 시시한 농담을 던진다
꽃잎은 금세 멍이 들고 수녀는 떨어진 얼굴을 지운다
샛길 하나 없이 봄이 진다
이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 늙어버린, 꽃이 다 그늘인 시절
밤새 혼자 싼 보따리처럼 깡마른 가지에 목련이 얹혀 있다
여직 기다리는 게 있느냐고 물어오는 햇살
담장 밖의 희미한 기척들이 물큰물큰 돋는, 세상 끝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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