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gebruiken cookies om LingQ beter te maken. Als u de website bezoekt, gaat u akkoord met onze cookiebeleid.


image

Soft Voice Audiobook YouTube Collection, [KOR/ENG SUB] 감동적인 이야기ㅣ안내를 부탁합니다ㅣ폴 빌라드의 실화 이야기ㅣ리베르 출판사

[KOR/ENG SUB] 감동적인 이야기ㅣ안내를 부탁합니다ㅣ폴 빌라드의 실화 이야기ㅣ리베르 출판사

안녕하세요 현준입니다.

오랜만에 세계단편소설, 이 책을 갖고 왔어요.

제가 한... 두, 세 달 만에 이 책을 다시 꺼내든 것 같은데..

이 책은 리베르 출판사의 책이에요.

근데 여기에 굉장한 명작들이 단편소설 명작들이 많이 실려있어요.

제가 지난번에 읽어드렸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책에 있고요.

그리고 저번에 좀 읽어 드렸던 변신도 여기 있고, 어린왕자도 이 책에 실려있습니다.

글쎄요. 저는 이 책을 성인이 되어서 읽으니까

어렸을 때 읽었던 거랑 조금 다가오는 게 틀렸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에는 조금... 부모님이 읽으라고 하니까

그리고 학교에서 읽으라고 하니까

명작이라고 하니까, 고전작품 이라고 하니까

어.. 커서는 이제 조금 내가 삶에 있어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이 있을까?"

"문학 작품의 본질이 뭘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만큼 다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책들이

좋습니다. 오늘 제가 읽어드릴 건요.

폴 빌라드의 "안내를 부탁합니다" 라는 단편소설이에요.

한번 들어보세요.

안내를 부탁합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일이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 제일 먼저 전화를 놓은 집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벽에 붙어 있던 참나무 전화기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수화기가 그 전화기 옆에 걸려 있었다.

그 당시 우리 집 전화번호도 생각이 난다.

정확히 캔우드 3105 번이었다.

나는 일곱 살 밖에 안 된 꼬마라서 전화기에 손은 닿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전화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할 때면 마치 귀신에 홀린 듯이 귀를 기울이고는 했다.

한 번은 어머니가 나를 번쩍 들어올려 지방에 출장 중인 아빠와 통화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빠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머뭇거리면서 "아, 아빠, 안녕" 이라고 인사했다.

정말 요술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이 멋진 기계 속 어딘가에 놀라운 인물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안내를 부탁합니다" 였다.

그녀는 무엇이든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어떤 사람의 전화번호를 물어도 너무나도 쉽게 대답해 주었고, 나는 그런 "안내를 부탁합니다" 가 이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밥을 주지 않아 우리집 괘종시계 멎었을 때에도 그녀는 즉시 정확한 시간을 내게 알려 주었다.

내가 이 전화기 속 요정과 함께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눈 때는 어머니가 이웃집의 볼일 보러 나가느라 집에 안 계신 어느 날이었다.

그날 난 지하실에 꾸며 놓은 작업대 앞에서 놀다가 그만 실수로 망치로 손가락을 찌어 버렸다.

너무나 아팠지만 집 안에는 나를 달래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울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쿡쿡 쑤시는 손가락을 입으로 빨면서 집안을 헤메다가 어느덧 층계 옆에 이르렀다.

그래! 전화기다!

나는 얼른 응접실로 달려가 발 받침대를 끌고와서 그 위에 올라섰다.

수화기를 들고 귀에 갖다대자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몇 번 바꿔 드릴까요?"

나는 키가 작아 가까스로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안내를 부탁해요."

한 두 짤깍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작지만 또렷한 음성이 내 귓가에 들려 왔다.

"안내입니다."

"으음.. 손가락을 다쳤어.. 아파.."

나는 전화기에 대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생기자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어... 엄마가 안 계시나요?" 안내를 부탁합니다가 물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어..." 나는 훌쩍거리며 대답했다.

"어..피가나요?"

"아냐... 망치로 손가락을 쳤는데... 그냥 막 아파요..."

"냉장고를 열 수 있겠어요?"

"네..."

그럼 얼음을 좀 꺼내서 손가락에 대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 금방 가실 겁니다."

"그렇게 하면 금방 괜찮아질거예요."

"얼음을 꺼낼 땐 조심해야 돼요."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상냥하게 덧붙였다.

"이제 그만 울어요. 금방 나을 테니까!"

그녀의 말대로 했더니 정말 아프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나는 모르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안내를 부탁합니다"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지리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게 있어 전화를 걸면, 그녀는 필라델피아가 어디에 있는지 오리노코강은 어디로 흐르는지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오리노코 강은 내가 이 다음에 크면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멋진 곳이었다.

그녀는 철자법 숙제도 도와주었고, 우리집 고양이가 석탄 담는 통에서 새끼를 낳았을 때 처음 며칠 동안은 가까이 가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내게 알려 주었다.

내가 공원에서 잡은 다람쥐에게는 과일이나 땅콩을 먹이면 된다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우리 가족이 애지중지하던 카나리아인 패티가 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즉시 "안내를 부탁합니다." 를 불러 이 슬픈 소식을 전했다.

가만히 듣고있던 그녀는 어른들이 흔히 아이를 달랠 때 하는 말로 나를 위로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토록 아름답게 노래하며, 온 가족에게 기분을 선사하던 카나리아가 어떻게 한밭 깃털 뭉치로 변해서 새장 바닥에 그렇게 누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가만히 이야기했다.

"폴.. 죽어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나는 그 말을 듣자 왠지 기분이 한 결 나아졌다.

어느날 난 또 전화기에 매달렸다.

"안내입니다."

이제는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픽스" 라는 말은 어떻게 쓰죠?

"픽스 말인가요 f-i-x 에요."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누나가 뒤에서 나를 향해 달려와 "왁!" 하고 소리쳤다.

나는 깜짝 놀라 수화기를 쥔 채,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 바람에 수화기는 뿌리채 전화 통해서 뽑히고 말았다.

내가 놀라는 것을 보고 깔깔대던 누나는 내가 전화선을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자 이래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어.. 그걸 그냥 잡고 있으면 어떻게 해! 전화선이 뽑혔잖아!"

내게는 전화선이 문제가 아니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이 음성이 더 이상 내게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전화선을 뽑아내 혹시 그녀가 다치지 않았는지, 나는 걱정이 되었다.

누나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훌쩍거리며 혼자 계단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니 한 남자가 현관에 서 있었다.

"뭐가 잘 못 되었니?"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전화기를 수리하는 아저씨란다."

"저 아랫동네에서 일하고 있지"

"전화 안내하는 분께서 지금 이 집 전화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서 가 보라고 하시더라."

그는 아직도 내 손에 들려있는 수화기를 집으며 물었다.

"무슨 일 있었니?"

나는 조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해 줬다.

"그런 건 잠깐이면 고칠 수 있어."

그는 내게서 수화기를 받아 들고 전화통을 열었다.

얽히고 설킨 전선과 코일들이 들어났다.

그는 끊어진 전화선을 어디엔가 대고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조금만 드라이버로 조여서 고정을 시켰다.

이어서 수화기 걸이를 몇 번 위아래로 흔든 다음 전화에 대고 말했다.

"저 피터에요. 3105번 전화는 이제 괜찮아요."

"누나가 동생을 놀라게하는 바람에 전화선이 뽑혔더군요. 이젠 신경 쓸 거 없어요."

"다시 연결 했으니까. 그럼 수고해요."

그는 수화기를 전화통에 걸고는 빙그레 웃으면서 내 머리를 한 번 쓸어주고 밖으로 나갔다.

이 모든 일은 태평양 연안에 있는 시애틀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내가 아홉살이 되던 해에 우리는 대륙을 가로질러 보스턴으로 이사를 했다.

몸은 멀어졌지만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친절한 만물박사로 남아있었다.

나는 새로 이사 가는 집에 전화통에도 그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그녀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않았다.

이사를 하고 며칠이 지나서 짐이 거의 다 정리 됐을 때의 일이다.

엄마가 거실 쇼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있는 이상한 검은 물체를 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말을 마치자 나는 그게 뭐냐고 물었다.

"뭐긴 뭐야? 새 전화지."

나는 공포에 질린 채, 그 검은 물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그 홀쭉하고 흉측한 물건 속에 들어가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계단 옆 벽에 걸려있던 반짝반짝 빛나던 아름다운 참나무 전화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도 사라졌다.

나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이제는 내가 모르는 게 있어도 "안내를 부탁합니다." 에게 물어 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나는 새 전화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새 전화기가 미웠다.

내 인생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새 전화기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 적이었다.

나는 심통이나서 새 전화기를 밀쳤다.

전화기가 테이블에서 떨어져 바닥이 나뒹굴었지만, 나는 내버려둔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세월이 흘러, 십대가 되어서야 전화기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게 되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는 점점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간혹 어려운 문제나 난처한 일이 생기면 그 옛날의 "안내를 부탁합니다"가 떠올랐다.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그 언제나 척척 대답을 해주던 그녀가 있었기에 내 마음은 얼마나 든든하였던가

새 전화기의 안내는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려 하지 않았다.

전화기에서 안내를 찾으면 "미안합니다만, 우리는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라고 대답하기 일쑤였다.

이제는 나도 알 것 같다.

얼굴도 모르는 호기심 많은 꼬마에게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내어 준, 그녀는 얼마나 참을성이 있고 이해심이 깊은 사람이었던가!

누나 결혼을 한 뒤에 어릴적 살던 켄우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게 되었다.

몇 년 후 나는 대학 입학하기 전에 누나네 집에 잠깐 머물렀던 적이 있다.

누나가 사는 동네에 전화국도 켄우드 있었다.

어느 날 오후, 별 생각없이 누나의 전화를 집어들고 귀에 갖다 댓다.

그러자 "몇 번을 바꿔 드릴까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마법에 홀린듯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안내를 부탁해요."

한두번 짤깍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어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내입니다."

그 한마디에 나는 타임머신이라도 탄듯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목소리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시간도 공간도 그 옛날 그대로인 것 같았다.

"저 혹시 '픽스' 라는 단어를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시겠어요?"

그때 나는 들었다.

급하게 숨을 들이쉬다 멈추는 소리를

그렇게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물었다.

"손가락은 다 나았겠죠?"

나도 잠깐 숨을 들이킨 다음 그녀에게 물었다.

"안내 하시는 분은 누구신가요? 만나보고 싶습니다..."

"나는 샐리 존슨이에요."

"원래 이름을 샐리 이지만 사람들은 날 오리라 불러요."

"여기 있는 직장 사람들 말고 옛날 친구들이, 그렇게 부르죠."

잠시 후에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냥 날 오리라 불러주세요."

"왜요?"

"나도 만나고 싶어요. 직접 만나서 그 이유를 말해 줄게요."

내가 물었다.

"오늘 저녁 식사는 어떠세요? 괜찮으시다면 남편 분은 존슨씨도 함께 말이에요."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존슨씨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는 다시 생기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요. 우리 함께 저녁 식사를 해요. 나는 저녁 여섯시에 퇴근이에요."

나는 어디서 만날지를 물었다.

"우리집이 어떨까요? 식당에 가는 것보다 편할거예요."

"함께 아름다운 오리노코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그녀는 내게 집 주소를 알려 주었다.

옛날에 내가 살던 바로 그 동네였다.

"조금 이따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존슨 부인"

전화속 목소리에게 "안내를 부탁합니다" 라고 부르지 않고, 존슨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왜인지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전화를 끊고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비행기 시간을 이튿날 같은 시간으로 변경했다.

다시 "안내를 부탁합니다" 에게 전화를 해 약속 시간을 정했다.

나는 마치 파티라도 초대받은 손님처럼 그 날 오후 내내 들떠 있었다.

외출 준비를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누나가 막 놀러대기 시작했다.

"아이구, 우리 도련님 여자친구가 데이트라도 하시나요?"

나는 잠시 누나를 쳐다보면 말했다

"그래, 맞아. 나는 데이트 하면 안 돼?"

존슨 부인의 집은 아담 했고 정원은 예쁘게 가꾸어져 있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벨을 눌렀다.

괜한 방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에 문이 열렸고 "안내를 부탁합니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생각했던 것 보다 젊어 보였다.

50대 후반은 된 것 같았다.

머리는 생기있는 백발이었고, 눈가에 주름은 웃음을 머금고 살아 오기라도 한 듯, 인자한 모습을 띠었다.

그녀는 지금도 웃고 있었다.

그녀의 빛나는 갈색눈은 착하게 살아온 지난날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어서 오세요. 들어오세요."

그녀는 날 거실로 안내했다.

그런데 나를 거실 한가운데 세워놓고 작은 의자에 앉아 날 유심이 쳐다보았다.

"어디 한번 볼까요? 이런, 정말 멋진 청년이네"

그러다가 애써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른데?"

내가 물었다.

"어떤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셨는데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폴로 신이나 백마탄 왕자님 정도는 되는 줄 알았지요?"

우리는 함께 웃었다.

"저는 사실 복장도 불량하고, 장난이나 좋아하는 문제아인데 어쩌죠?"

우리는 또 다시 웃었다.

나는 거실을 둘러보았다.

서가에는 책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존슨 부인이 내 옆에 서서 서가의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책들은요. 나의 델피온 그룹이에요."

내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델피온 그룹이 도대체 뭘 말하는 거예요?"

"학생과 관련이 있어요."

"또 다른 내 이름인 오리와도 관련이 있죠."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말했다.

"자,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먹으면서 이야기 할까요?"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내가 존슨 부인에게 "일류 요리사 입니다!" 라며 엄지를 지켜올리자 매우 흡족해 하는 듯 했다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 남편 월터도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했어요.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켄우드의 꼬마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을 때 그 꼬마가 마치 내 아이처럼 느껴졌답니다."

"나는 늘 다시 전화 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말이죠."

그녀는 갑자기 이야기를 멈추고 내게 물었다.

"픽스의 철자가 어떻게 된다고 시작했나요?"

내가 대답했다.

"f-i-c-s 아니면 f-i-k-s f-i-c-k-s 정도로 시작했어요."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제게 "x"는 굉장히 이상한 글자 였거든요."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나는 남편과 저녁을 먹으면서, 학생이 던진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런 질문 내용을 듣고 한바탕 크게 웃고 나를 막 돌려 댔어요."

"내가 앞으로 신의 영역인 델포이의 정식 여사제가 되었다고 말이에요."

"결국 나를 오리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장난으로 부르다가 나중에는 나의 또 다른 이름으로 굳어졌어요."

그녀는 회상에 잠긴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켄우드의 꼬마가 내가 모르는 걸 물으면 어떻게 해야될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주로 묻는 질문에 관한 책들을 모으기 시작했죠? 지리, 자연, 동물에 관한 것들이요."

"내가 새로운 책을 사가지고 집에 올 때마다 남편은 날 짖굳게 놀러 댔죠."

"오우 여사제님 신전의 서가에 또 새로운 조언자를 모시는군요?"

"그렇게해서 델피온 그룹이 형성 된 거예요."

우리는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그때 죽은 카나리아 패티는 어떻게 되었어요?"

"아버지 시가 상자에 넣어 체리 나무 아래 묻어줬어요."

"작은 비석 하나도 세워줬어요."

나는 떠나면서 말했다.

"저는요. 내일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하지만 학기가 끝나면 다시 누나 집으로 올 거예요. 그때 전화해도 되죠?"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켄우드에 있는 아무 전화나 잡고 안내를 찾아요."

"나는 오후에 근무해요."

몇 달 뒤, 나는 다시 시애틀로 돌아왔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안내를 부탁합니다" 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내입니다."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난 샐리씨를 찾는다고 말했다.

"샐리씨의 친구이신가요?"

"오랜 친구입니다. 폴 빌라드라고 전해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목소리가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유감입니다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샐리씨는 몸이 좋지 않아서 지난 몇 달 동안 오후에만 근무를 해 왔어요. 그러다가 5주전에 돌아가셨죠..."

내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그녀가 물었다.

"잠깐만요. 혹시 폴 빌라드 씨라고 했던가요?"

"그렇습니다..."

"샐리씨가 마지막 출근하던 날, 빌라드 씨에게 남긴 메모가 있어요."

"빌라드씨가 전화를 걸어 오면, 그때 읽어 주라고 부탁을 하셨거든요."

"무슨... 메모 인가요?"

그녀가 대답하지 않아도, 순간적으로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여기있군요... 읽어 드리겠습니다."

"폴에게 말해 줘요. 내게는 여전히 죽어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다고... 그는 내 말 뜻을 이해 할 거에요..."

나는 감사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가 남긴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KOR/ENG SUB] 감동적인 이야기ㅣ안내를 부탁합니다ㅣ폴 빌라드의 실화 이야기ㅣ리베르 출판사 [EN/ENG SUB] Eine inspirierende GeschichtePaul Vilard's True Life StoryLilibert Publishers [KOR/ENG SUB] A touching storyㅣAsk for guidanceㅣThe true story of Paul VillardㅣLiber Publishing House [EN/ENG SUB] Une histoire inspiranteL'histoire vraie de Paul VilardLilibert Publishers [Una storia d'ispirazione La vera storia di Paul VilardLilibert Editori [KOR/ENG SUB] 感動的な物語......案内をお願いします......イロール・ヴィラードの実話......イリベル出版社 [KOR/ENG SUB] Uma história inspiradoraA verdadeira história de Paul VillardPublicado por ILLIBER [EN/ENG SUB] Вдохновляющая историяПол Вилар - правдивая история жизниИздательство "Лилиберт

안녕하세요 현준입니다. Hello, I'm Hyunjun.

오랜만에 세계단편소설, 이 책을 갖고 왔어요. It's been a while since I brought this book, a world short story.

제가 한... 두, 세 달 만에 이 책을 다시 꺼내든 것 같은데.. I think I brought this book out again after one... two or three months...

이 책은 리베르 출판사의 책이에요. This book is from Libert Publishing House.

근데 여기에 굉장한 명작들이 단편소설 명작들이 많이 실려있어요. But there are a lot of great masterpieces and short story masterpieces here.

제가 지난번에 읽어드렸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What did the person I read last live by?

이 책에 있고요. It's in this book.

그리고 저번에 좀 읽어 드렸던 변신도 여기 있고, 어린왕자도 이 책에 실려있습니다. And here is the transformation that I read a bit last time, and the Little Prince is also included in this book.

글쎄요. 저는 이 책을 성인이 되어서 읽으니까 I do not know. I read this book as an adult

어렸을 때 읽었던 거랑 조금 다가오는 게 틀렸던 것 같아요. I think what I read when I was young was a little bit different from what I read.

그때 당시에는 조금... 부모님이 읽으라고 하니까 At that time, it was a little... because my parents told me to read it.

그리고 학교에서 읽으라고 하니까 And when they tell me to read it at school

명작이라고 하니까, 고전작품 이라고 하니까 They say it's a masterpiece, they say it's a classic

어.. 커서는 이제 조금 내가 삶에 있어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이 있을까?" Uh... Now that I've grown up a little bit, "Is there any direction in which I can get help?"

"문학 작품의 본질이 뭘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What is the essence of a literary work?" I think it makes me think like this.

그만큼 다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책들이 I think it all comes down to meaning. books

좋습니다. 오늘 제가 읽어드릴 건요. great. I'm going to read you today.

폴 빌라드의 "안내를 부탁합니다" 라는 단편소설이에요. It's a short story called "Please Guide Me" by Paul Villard.

한번 들어보세요. Take a listen.

안내를 부탁합니다. Please guide.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일이다. It happened when I was very young.

우리 집은 동네에서 제일 먼저 전화를 놓은 집이었다. Our house was the first house in the neighborhood to put the phone in.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벽에 붙어 있던 참나무 전화기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The oak telephone hanging on the wall next to the stairs going up to the second floor is still vivid in my memory.

반질반질 윤이 나는 수화기가 그 전화기 옆에 걸려 있었다. A shiny handset hung next to the phone.

그 당시 우리 집 전화번호도 생각이 난다. I also remember my home phone number at that time.

정확히 캔우드 3105 번이었다. It was exactly Canwood 3105.

나는 일곱 살 밖에 안 된 꼬마라서 전화기에 손은 닿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전화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할 때면 마치 귀신에 홀린 듯이 귀를 기울이고는 했다. I was only seven years old, so I couldn't reach the phone, but whenever my mother spoke on the phone, I listened as if possessed by a ghost.

한 번은 어머니가 나를 번쩍 들어올려 지방에 출장 중인 아빠와 통화할 수 있게 해 주었다. On one occasion, my mother lifted me up and allowed me to speak to my dad, who was on a business trip in the countryside.

아빠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머뭇거리면서 "아, 아빠, 안녕" 이라고 인사했다. When I heard my father's friendly voice, I hesitated and said, "Oh, Dad, bye."

정말 요술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It really couldn't have been more magical.

나는 이 멋진 기계 속 어딘가에 놀라운 인물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I found out that somewhere in this wonderful machine lives an amazing person.

그녀의 이름은 바로 "안내를 부탁합니다" 였다. Her name was "Please guide me".

그녀는 무엇이든 알고 있었다. she knew anything

어머니가 어떤 사람의 전화번호를 물어도 너무나도 쉽게 대답해 주었고, 나는 그런 "안내를 부탁합니다" 가 이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My mother answered anyone's phone number very easily, and I thought that such "please guide me" must be the smartest person in the world.

심지어는 밥을 주지 않아 우리집 괘종시계 멎었을 때에도 그녀는 즉시 정확한 시간을 내게 알려 주었다. Even when my house clock stopped because I didn't feed her, she immediately gave me the exact time.

내가 이 전화기 속 요정과 함께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눈 때는 어머니가 이웃집의 볼일 보러 나가느라 집에 안 계신 어느 날이었다. The first time I talked with the fairy on this phone was one day when my mother was away from the house to do chores at the neighbor's house.

그날 난 지하실에 꾸며 놓은 작업대 앞에서 놀다가 그만 실수로 망치로 손가락을 찌어 버렸다. That day, while playing in front of a workbench decorated in the basement, I accidentally pricked my finger with a hammer.

너무나 아팠지만 집 안에는 나를 달래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울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I was in so much pain, but there was no one in the house to comfort me, so it seemed as though crying would be of no use.

나는 쿡쿡 쑤시는 손가락을 입으로 빨면서 집안을 헤메다가 어느덧 층계 옆에 이르렀다. I wandered around the house sucking my prickly fingers through my mouth, until I reached the side of the stairs.

그래! 전화기다! Yes! It's a phone!

나는 얼른 응접실로 달려가 발 받침대를 끌고와서 그 위에 올라섰다. I hurriedly ran to the parlor, dragged the footrest, and climbed onto it.

수화기를 들고 귀에 갖다대자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When I picked up the receiver and brought it to my ear, someone asked:

"몇 번 바꿔 드릴까요?" "How many times can I change it?"

나는 키가 작아 가까스로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I was short and managed to speak into the phone.

"안내를 부탁해요." "Please guide me."

한 두 짤깍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작지만 또렷한 음성이 내 귓가에 들려 왔다. There was a click or two, and a small, clear voice reached my ears.

"안내입니다." "This is a guide."

"으음.. 손가락을 다쳤어.. 아파.." "Ummm... I hurt my finger... It hurts..."

나는 전화기에 대고 울음을 터뜨렸다. I cried into the phone.

이제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생기자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Now that I have someone to listen to my complaint, tears flowed as if I was waiting.

"어... 엄마가 안 계시나요?" 안내를 부탁합니다가 물었다. "Uh... Mom isn't there?" I asked for guidance.

"나 말고는 아무도 없어..." 나는 훌쩍거리며 대답했다. "No one but me..." I replied with a smirk.

"어..피가나요?" "Uh... are you bleeding?"

"아냐... 망치로 손가락을 쳤는데... 그냥 막 아파요..." "No... I hit my finger with a hammer... It just hurts..."

"냉장고를 열 수 있겠어요?" "Can you open the refrigerator?"

"네..." "Yeah..."

그럼 얼음을 좀 꺼내서 손가락에 대고 있어요." Then I get some ice and put it on my finger."

"그렇게 하면 금방 가실 겁니다." "That way, you'll be gone soon."

"그렇게 하면 금방 괜찮아질거예요." "You'll be fine in no time."

"얼음을 꺼낼 땐 조심해야 돼요." "You have to be careful when you take out the ice."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상냥하게 덧붙였다. He added kindly, asking for guidance.

"이제 그만 울어요. 금방 나을 테니까!" "Stop crying. You'll get better soon!"

그녀의 말대로 했더니 정말 아프지 않았다. I did what she said and it didn't really hurt.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나는 모르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안내를 부탁합니다"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After that, if there was something I didn't know, I unconditionally called "Please guide me" and asked for help.

지리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게 있어 전화를 걸면, 그녀는 필라델피아가 어디에 있는지 오리노코강은 어디로 흐르는지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When I called while studying geography and didn't know something, she gave me detailed instructions on where Philadelphia was and where the Orinoco River flows.

오리노코 강은 내가 이 다음에 크면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멋진 곳이었다. The Orinoco River was a wonderful place that I decided to visit when I grow up next time.

그녀는 철자법 숙제도 도와주었고, 우리집 고양이가 석탄 담는 통에서 새끼를 낳았을 때 처음 며칠 동안은 가까이 가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내게 알려 주었다. She helped me with my spelling homework, and made me aware that my cat shouldn't get too close during the first few days after giving birth in a coal bin.

내가 공원에서 잡은 다람쥐에게는 과일이나 땅콩을 먹이면 된다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I even taught the squirrels I caught in the park to be fed fruit or peanuts.

우리 가족이 애지중지하던 카나리아인 패티가 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It was the same when Patty, our family's favorite Canary, died.

나는 즉시 "안내를 부탁합니다." 를 불러 이 슬픈 소식을 전했다. I immediately said, "Guidance, please." I called to tell you this sad news.

가만히 듣고있던 그녀는 어른들이 흔히 아이를 달랠 때 하는 말로 나를 위로 했다. As she listened quietly, she comforted me with the words that adults often use to comfort children.

하지만 내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 But my heart was not released.

그토록 아름답게 노래하며, 온 가족에게 기분을 선사하던 카나리아가 어떻게 한밭 깃털 뭉치로 변해서 새장 바닥에 그렇게 누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How could a canary, who sang so beautifully and made the whole family feel, turned into a bundle of feathers and lay like that on the floor of a cage!

그녀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가만히 이야기했다. She quietly said if she had read my mind.

"폴.. 죽어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Paul... don't forget that there's another world where you can sing when you're dead."

나는 그 말을 듣자 왠지 기분이 한 결 나아졌다. Hearing those words somehow made me feel better.

어느날 난 또 전화기에 매달렸다. One day I hung up on the phone again.

"안내입니다." "This is a guide."

이제는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It was a familiar voice now.

"픽스" 라는 말은 어떻게 쓰죠? How do you use the word "fix"?

"픽스 말인가요 f-i-x 에요." “Is it a fix or a fix?”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누나가 뒤에서 나를 향해 달려와 "왁!" 하고 소리쳤다. I was about to say thank you, but suddenly my sister ran towards me from behind and said, "Wow!" and shouted.

나는 깜짝 놀라 수화기를 쥔 채,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I was startled, grabbed the receiver, and rolled over from the chair.

그 바람에 수화기는 뿌리채 전화 통해서 뽑히고 말았다. The wind picked up the receiver and pulled it out through the phone.

내가 놀라는 것을 보고 깔깔대던 누나는 내가 전화선을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자 이래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My sister, who had been joking at me when she saw me startled, started screaming in horror when she saw me grabbing the phone line.

"어.. 그걸 그냥 잡고 있으면 어떻게 해! 전화선이 뽑혔잖아!" "Uh... what if you just hold on to it! The phone line is unplugged!"

내게는 전화선이 문제가 아니었다. The phone line wasn't the problem for me.

"안내를 부탁합니다." 이 음성이 더 이상 내게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Please guide me." Because this voice was no longer heard by me.

내가 전화선을 뽑아내 혹시 그녀가 다치지 않았는지, 나는 걱정이 되었다. I was concerned that I might have unplugged the phone line and that she wasn't hurt.

누나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My sister has disappeared somewhere.

훌쩍거리며 혼자 계단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I was sitting on the stairs alone, sniffling, when someone knocked on the front door.

문을 열어보니 한 남자가 현관에 서 있었다. I opened the door and saw a man standing in the hallway.

"뭐가 잘 못 되었니?" "What went wrong?"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I nodded with tears in my eyes.

"나는 전화기를 수리하는 아저씨란다." "I'm the guy who repairs phones."

"저 아랫동네에서 일하고 있지" "I'm working in the neighbourhood."

"전화 안내하는 분께서 지금 이 집 전화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서 가 보라고 하시더라." "The phone guide said there seems to be a problem with the house phone now and told me to go."

그는 아직도 내 손에 들려있는 수화기를 집으며 물었다. He asked, picking up the receiver still in my hand.

"무슨 일 있었니?" "What happened?"

나는 조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해 줬다. I told you about something that happened a while ago.

"그런 건 잠깐이면 고칠 수 있어." "That can be fixed in a moment."

그는 내게서 수화기를 받아 들고 전화통을 열었다. He took the handset from me and opened the phone.

얽히고 설킨 전선과 코일들이 들어났다. Twisted wires and coils were lifted.

그는 끊어진 전화선을 어디엔가 대고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조금만 드라이버로 조여서 고정을 시켰다. He put the broken phone line somewhere and fiddled with it for a while, then tightened it a little with a screwdriver to fix it.

이어서 수화기 걸이를 몇 번 위아래로 흔든 다음 전화에 대고 말했다. Then, after shaking the handset hook up and down a few times, he spoke into the phone.

"저 피터에요. 3105번 전화는 이제 괜찮아요." "That's Peter. Call 3105 is fine now."

"누나가 동생을 놀라게하는 바람에 전화선이 뽑혔더군요. 이젠 신경 쓸 거 없어요." "My sister surprised my brother and the phone line was pulled out. I don't care anymore."

"다시 연결 했으니까. 그럼 수고해요." "Because we've reconnected. Well then, thank you."

그는 수화기를 전화통에 걸고는 빙그레 웃으면서 내 머리를 한 번 쓸어주고 밖으로 나갔다. He hung the receiver on the phone, smiled and swept my hair once, and went outside.

이 모든 일은 태평양 연안에 있는 시애틀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All of this happened in a small town in Seattle on the Pacific coast.

내가 아홉살이 되던 해에 우리는 대륙을 가로질러 보스턴으로 이사를 했다. When I was nine, we moved across the continent to Boston.

몸은 멀어졌지만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친절한 만물박사로 남아있었다. Although my body moved away, "Please guide me" still remained in my heart as a kind doctor of all things.

나는 새로 이사 가는 집에 전화통에도 그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I thought she would be on the phone in the new house I was moving into.

그러므로 그녀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않았다. So I didn't even say goodbye to her.

이사를 하고 며칠이 지나서 짐이 거의 다 정리 됐을 때의 일이다. It happened when I moved and a few days later, my luggage was almost all organized.

엄마가 거실 쇼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있는 이상한 검은 물체를 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Mom sat on the sofa in the living room and started talking, holding a strange black object on the table.

엄마가 말을 마치자 나는 그게 뭐냐고 물었다. When Mom finished talking, I asked what it was.

"뭐긴 뭐야? 새 전화지." "What is it? New phone."

나는 공포에 질린 채, 그 검은 물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I stared intently at the black object, terrified.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그 홀쭉하고 흉측한 물건 속에 들어가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Please guide me" can't be inside that slender, ugly thing.

계단 옆 벽에 걸려있던 반짝반짝 빛나던 아름다운 참나무 전화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The beautiful oak telephone box that had hung on the wall next to the stairs was no longer visible.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도 사라졌다. The small, soft voice whispering into my ear was gone.

나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I felt deeply betrayed.

이제는 내가 모르는 게 있어도 "안내를 부탁합니다." 에게 물어 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Now, even if there is something I don't know, "Please guide me." It was impossible to ask.

나는 새 전화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I didn't want to use my new phone.

아니, 새 전화기가 미웠다. No, I hated the new phone.

내 인생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새 전화기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 적이었다. The new phone that took away the precious things in my life was no longer a friend, but an enemy.

나는 심통이나서 새 전화기를 밀쳤다. I was so upset that I pushed my new phone away.

전화기가 테이블에서 떨어져 바닥이 나뒹굴었지만, 나는 내버려둔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The phone fell off the table and fell on the floor, but I left and went outside.

세월이 흘러, 십대가 되어서야 전화기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게 되었다. Years passed, and it wasn't until I was a teenager that I learned how phones work.

"안내를 부탁합니다" 는 점점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Please guide me" gradually faded from my memory, but it still remained deep in my heart.

간혹 어려운 문제나 난처한 일이 생기면 그 옛날의 "안내를 부탁합니다"가 떠올랐다. Occasionally, when a difficult problem or embarrassment occurred, the old "Please guide me" came to mind.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그 언제나 척척 대답을 해주던 그녀가 있었기에 내 마음은 얼마나 든든하였던가

새 전화기의 안내는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려 하지 않았다.

전화기에서 안내를 찾으면 "미안합니다만, 우리는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라고 대답하기 일쑤였다.

이제는 나도 알 것 같다.

얼굴도 모르는 호기심 많은 꼬마에게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내어 준, 그녀는 얼마나 참을성이 있고 이해심이 깊은 사람이었던가!

누나 결혼을 한 뒤에 어릴적 살던 켄우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게 되었다.

몇 년 후 나는 대학 입학하기 전에 누나네 집에 잠깐 머물렀던 적이 있다.

누나가 사는 동네에 전화국도 켄우드 있었다.

어느 날 오후, 별 생각없이 누나의 전화를 집어들고 귀에 갖다 댓다.

그러자 "몇 번을 바꿔 드릴까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마법에 홀린듯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안내를 부탁해요."

한두번 짤깍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어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내입니다."

그 한마디에 나는 타임머신이라도 탄듯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목소리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시간도 공간도 그 옛날 그대로인 것 같았다.

"저 혹시 '픽스' 라는 단어를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시겠어요?"

그때 나는 들었다.

급하게 숨을 들이쉬다 멈추는 소리를

그렇게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물었다.

"손가락은 다 나았겠죠?"

나도 잠깐 숨을 들이킨 다음 그녀에게 물었다.

"안내 하시는 분은 누구신가요? 만나보고 싶습니다..."

"나는 샐리 존슨이에요."

"원래 이름을 샐리 이지만 사람들은 날 오리라 불러요."

"여기 있는 직장 사람들 말고 옛날 친구들이, 그렇게 부르죠."

잠시 후에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냥 날 오리라 불러주세요."

"왜요?"

"나도 만나고 싶어요. 직접 만나서 그 이유를 말해 줄게요."

내가 물었다.

"오늘 저녁 식사는 어떠세요? 괜찮으시다면 남편 분은 존슨씨도 함께 말이에요."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존슨씨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는 다시 생기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요. 우리 함께 저녁 식사를 해요. 나는 저녁 여섯시에 퇴근이에요."

나는 어디서 만날지를 물었다.

"우리집이 어떨까요? 식당에 가는 것보다 편할거예요."

"함께 아름다운 오리노코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그녀는 내게 집 주소를 알려 주었다.

옛날에 내가 살던 바로 그 동네였다.

"조금 이따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존슨 부인"

전화속 목소리에게 "안내를 부탁합니다" 라고 부르지 않고, 존슨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왜인지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전화를 끊고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비행기 시간을 이튿날 같은 시간으로 변경했다.

다시 "안내를 부탁합니다" 에게 전화를 해 약속 시간을 정했다.

나는 마치 파티라도 초대받은 손님처럼 그 날 오후 내내 들떠 있었다.

외출 준비를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누나가 막 놀러대기 시작했다.

"아이구, 우리 도련님 여자친구가 데이트라도 하시나요?"

나는 잠시 누나를 쳐다보면 말했다

"그래, 맞아. 나는 데이트 하면 안 돼?"

존슨 부인의 집은 아담 했고 정원은 예쁘게 가꾸어져 있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벨을 눌렀다.

괜한 방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에 문이 열렸고 "안내를 부탁합니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생각했던 것 보다 젊어 보였다.

50대 후반은 된 것 같았다.

머리는 생기있는 백발이었고, 눈가에 주름은 웃음을 머금고 살아 오기라도 한 듯, 인자한 모습을 띠었다.

그녀는 지금도 웃고 있었다.

그녀의 빛나는 갈색눈은 착하게 살아온 지난날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어서 오세요. 들어오세요."

그녀는 날 거실로 안내했다.

그런데 나를 거실 한가운데 세워놓고 작은 의자에 앉아 날 유심이 쳐다보았다.

"어디 한번 볼까요? 이런, 정말 멋진 청년이네"

그러다가 애써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른데?"

내가 물었다.

"어떤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셨는데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폴로 신이나 백마탄 왕자님 정도는 되는 줄 알았지요?"

우리는 함께 웃었다.

"저는 사실 복장도 불량하고, 장난이나 좋아하는 문제아인데 어쩌죠?"

우리는 또 다시 웃었다.

나는 거실을 둘러보았다.

서가에는 책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존슨 부인이 내 옆에 서서 서가의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책들은요. 나의 델피온 그룹이에요."

내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델피온 그룹이 도대체 뭘 말하는 거예요?"

"학생과 관련이 있어요."

"또 다른 내 이름인 오리와도 관련이 있죠."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말했다.

"자,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먹으면서 이야기 할까요?"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내가 존슨 부인에게 "일류 요리사 입니다!" 라며 엄지를 지켜올리자 매우 흡족해 하는 듯 했다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 남편 월터도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했어요.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켄우드의 꼬마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을 때 그 꼬마가 마치 내 아이처럼 느껴졌답니다."

"나는 늘 다시 전화 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말이죠."

그녀는 갑자기 이야기를 멈추고 내게 물었다.

"픽스의 철자가 어떻게 된다고 시작했나요?"

내가 대답했다.

"f-i-c-s 아니면 f-i-k-s f-i-c-k-s 정도로 시작했어요."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제게 "x"는 굉장히 이상한 글자 였거든요."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나는 남편과 저녁을 먹으면서, 학생이 던진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런 질문 내용을 듣고 한바탕 크게 웃고 나를 막 돌려 댔어요."

"내가 앞으로 신의 영역인 델포이의 정식 여사제가 되었다고 말이에요."

"결국 나를 오리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장난으로 부르다가 나중에는 나의 또 다른 이름으로 굳어졌어요."

그녀는 회상에 잠긴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켄우드의 꼬마가 내가 모르는 걸 물으면 어떻게 해야될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주로 묻는 질문에 관한 책들을 모으기 시작했죠? 지리, 자연, 동물에 관한 것들이요."

"내가 새로운 책을 사가지고 집에 올 때마다 남편은 날 짖굳게 놀러 댔죠."

"오우 여사제님 신전의 서가에 또 새로운 조언자를 모시는군요?"

"그렇게해서 델피온 그룹이 형성 된 거예요."

우리는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그때 죽은 카나리아 패티는 어떻게 되었어요?"

"아버지 시가 상자에 넣어 체리 나무 아래 묻어줬어요."

"작은 비석 하나도 세워줬어요."

나는 떠나면서 말했다.

"저는요. 내일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하지만 학기가 끝나면 다시 누나 집으로 올 거예요. 그때 전화해도 되죠?"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켄우드에 있는 아무 전화나 잡고 안내를 찾아요."

"나는 오후에 근무해요."

몇 달 뒤, 나는 다시 시애틀로 돌아왔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안내를 부탁합니다" 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내입니다."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난 샐리씨를 찾는다고 말했다.

"샐리씨의 친구이신가요?"

"오랜 친구입니다. 폴 빌라드라고 전해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목소리가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유감입니다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샐리씨는 몸이 좋지 않아서 지난 몇 달 동안 오후에만 근무를 해 왔어요. 그러다가 5주전에 돌아가셨죠..."

내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그녀가 물었다.

"잠깐만요. 혹시 폴 빌라드 씨라고 했던가요?"

"그렇습니다..."

"샐리씨가 마지막 출근하던 날, 빌라드 씨에게 남긴 메모가 있어요."

"빌라드씨가 전화를 걸어 오면, 그때 읽어 주라고 부탁을 하셨거든요."

"무슨... 메모 인가요?"

그녀가 대답하지 않아도, 순간적으로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여기있군요... 읽어 드리겠습니다."

"폴에게 말해 줘요. 내게는 여전히 죽어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다고... 그는 내 말 뜻을 이해 할 거에요..."

나는 감사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가 남긴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