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부. 사랑과 이별의 고통 두번째
제34부. [...] 사랑과 이별의 고통 두번째
그녀는 고관이 평양으로 돌아간 다음 나를 찾아와 사죄했지만, 나는 그녀의 사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두어 달동안 계속하여 나를 만나려고 쫓아다녔다. 그러나 돌아선 내 마음을 어쩌지는 못하고 차츰 멀어져 갔다. 비록 그녀와 깊은 관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녀를 통하여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여자를 알 수 없는 존재로여기고 두려워하던 지난날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타락시킨 것은 그녀를 둘러싼 환경이라는 것도 알았다. 조금 감상적으로 덧붙인다면 그녀를 구원해 주지 못한 데 대해 오랫동안 자책감 비슷한 느낌을 품기도 했다.
이제 아내를 만난 얘기로 들어가자. 1952년 5월, 나는 한 여자와 교제를 시작했는데, 그녀가 바로 50년 가까이 나와 고락을 함께한 아내 박승옥이다. 그녀는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에 간호병으로 참가했다가 제대하여 모스크바 제1의과대학에서 수학하고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아홉 살 아래였다. 나는 학생위원장이였고 그녀는 의과대학 반장이였다. 그녀가 내게 의과대학 조선인 학생들의 실태를 보고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 둘 사이는 자연히 친해졌다.
나는 그녀를 처음부터 진정으로 대했으며, 그녀 역시 나와 (이미 헤어진) 미모의 그 여자 간에 얽힌 소문에도 개의치 않고 나를진심으로 대해 주었다. 유학생들은 박승옥과 나의 만남을 모두 반겼고 또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그녀는 성격이 활달하고 솔직했으며 실천력이 강한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