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광,『똥개행진곡』
김종광,『똥개행진곡』중에서
연전에 무슨 문학인 단체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2010년대 문학인으로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80퍼센트 이상의 문학인들이―놀랍게도 20세기 동안 부동의 1위였던 '가난과 생계'가 아니라―'악성 댓글'이라고 대답했다. 조금 유명해졌다 싶은 문학인들이 그들의 문학작품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혹은 끝까지 읽어보지 않은 이들에게,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너무 경박하다는 이유로,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로, 너무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축구와 붉은 악마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엽기적이라는 이유로, 특정 종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사생활이 복잡한 인물들이 작품에 너무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작품 경향이 과거 작품과 다르다는 이유로, 작품 경향이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역사를 모독하거나 소설을 만들어내기 위한 소재로 전락시켰다는 이유로, 비애국적이라는 이유로, 국수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민족적이라는 이유로,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욕이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성적 표현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자지와 보지 같은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사투리가 나온다는 이유로, 국어사전 깊숙한 곳에 처박혀 사장되기 직전인 고유어를 되살려 썼다는 이유로, 이야기 위주라는 이유로, 이미지와 말밖에 없다는 이유로, 표절의? 의심된다는 이유로, 인터넷 글과 닮았다는 이유로, 네티즌을 비아냥댔다는 이유로, 네티즌에게 아부했다는 이유로, 리얼리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등의 말하기 쉬운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이유로, 평론가들이 할 말을 찾을 수 없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평론가들이 죄다 자기 입 가진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떠들어댈 만한 작품이라는 이유로, 그 작품과 상관없이 그 작가가 문학상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로, 그 작가가 문학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책이 너무 많이 팔린다는 이유로, 책이 지독히도 안 팔린다는 이유로, 사생활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사생활이 너무 깨끗하다는 이유로, 그 작가가 출판사 사람들과 친하다는 이유로, 문학 기자와 친하다는 이유로, 그 작가가 문단과 거리를 두고 혼자 독야청청하다는 이유로, 강연에서 습작자를 모독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성의 없이 강의한다는 이유로, 대학 교수를 겸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학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대학도 못 나왔다는 이유로, 뚱뚱하다는 이유로, 그 작가가 그냥 막연히 싫다는 이유로, 그밖에도 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든 다종다양한 이유로, 때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욕을 먹었다.
작가_ 김종광 -- 소설가. 1971년 충남 보령 출생. 1998년 《문학동네》로 작품활동 시작. 지은 책으로 소설집『경찰서여 안녕』『모내기 블루스』장편소설 『야살쟁이록』『첫경험』등이 있음. 낭독_ 송명기 -- 배우. 연극 '위기의 햄릿', '다락방' 등에 출연. *배달하며
작가가 욕 얻어먹을 수 있는 모든 경우가 총 망라되었군요. 이 정도면 어디 작가 노릇해먹겠어요? 소통이 주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도 마찬가지이죠. 우리는 어느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몰라야 하는데 인터넷 세상은 그것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은 말(語)의 공간입니다. 그 세상에는 상대의 가슴을 푹 찌른 다음 허공으로 사라져버리는 최고의 무기가 들어있습니다. 저는 술과 담배보다, 호환마마보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중금속오염보다, 성인병보다 더 무서운 게 말(語)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