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장 춘향, 변 사또의 수청을 거절하다
눈물로 이별한 후, 춘향은 슬픔 속에서 세월을 보냈어요.
“향단아, 이불 깔아라. 이제 서방님을 볼 수 없으니 꿈에서라도 만나야겠구나.”
“아가씨, 도련님이 장원 급제 하면 오신다 했으니 참고 기다 리면 좋은 소식이 올 것입니다.”
춘향은 몽룡에 대한 걱정과 한이 가득하여 매일매일 눈물을 흘렸어요. 한양에 간 몽룡 또한 춘향이 그리워 잠을 자지 못했어요.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밤낮 잊지 못할 내 사랑, 어서 빨리 과거 급제 해 춘향을 꼭 만나야겠다.'
몇 달 후 남원에는 변학도가 새로운 사또로 내려왔어요. 변학도는 학문도 깊고 인물도 좋았지만 지혜롭지 못하고 고집을 많이 부렸어요. 게다가 술과 여자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을 만큼 좋아했어요.
변 사또는 남원에 오기 전부터 춘향의 외모가 빼어나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사람들을 평안하게 보살필까?'라는 고민은 하지 않고 춘향을 볼 생각만 했어요. 남원에 들어갈 때도 백성들에게 있어 보이려고 눈에 힘을 주고, 시끄럽고 화려하게 입장했어요. 변 사또가 관청 중앙 의자에 앉자 관리들이 인사했어요. 그러자 변 사또가 급히 외쳤어요.
“기생들을 불러라!”
변 사또의 명령에 따라 기생들이 관청에 모였어요. 이방이 기생 이름을 하나씩 부를 때마다 아름다운 기생이 인사했지만, 변 사또의 눈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오직 춘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어요.
“여봐라, 이방. 제일 예쁘다는 춘향은 왜 없느냐?”
“춘향의 어미는 기생이나 춘향은 기생이 아니옵니다.”
“기생이 아니라면 왜 그토록 이름이 유명한 것이냐?”
“기생의 딸이지만 전 사또 아들 이몽룡과 약혼을 했고, 이 도령이 과거 급제 하면 데려간다고 약속하였기에 절개를 지키며 그를 기다린다고 하여 유명합니다.”
이방의 말을 듣고 사또는 크게 화를 내며 춘향을 당장 데리고 오라고 소리쳤어요.
“양반집 도령이 잠시 사귀었던 기생 딸을 데려가겠느냐? 다시는 그런 말 꺼내지도 말고, 춘향을 빨리 데려오거라! 만일 춘향을 데려오지 못한다면 너희들 모두에게 벌을 내릴 것이다.”
변 사또의 말에 관리들이 서둘러 춘향의 집으로 뛰어갔어요.
“이리 오너라!”
놀란 춘향이 관리들의 이야기를 대강 듣고 향단에게 관리들을 위해 술상을 차리라고 했어요. 춘향은 술과 안주로 정성을 다해 관리들을 대접하고 돈까지 주었어요. 그렇게 하면 돌아갈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그들은 돌아가지 않았어요.
“춘향아, 너 정도의 절개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너 하나 때문에 지금 관리들이 다 죽어가게 생겼으니 그만 하고 어서 가자.”
춘향은 어쩔 수 없이 비틀거리며 관청으로 갔어요.
“그래요, 그럽시다. 서방님 그리워 죽으나, 새 사또에게 맞아 죽으나 죽기는 똑같으니 갑시다.”
“춘향이 도착했습니다.”
춘향이 사또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앉았어요. 변 사또는 춘향의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신이 났어요.
“춘향이 너는 오늘부터 몸단장 깨끗이 하고 나의 수청을 들어라.”
“사또, 고마운 말씀이나 이미 인연을 맺은 분이 있어 그 말씀을 따르지 못하겠습니다.”
“오, 얼굴만큼 마음도 아름답구나. 네가 진짜 열녀로구나. 하지만 귀한 양반 자식인 이 도령이 한때 사랑한 너를 기억이나 하겠느냐? 기다림에 지쳐 고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도 희게 되겠구나. 차라리 나를 가까이하는 것이 어떠냐?”
“진정한 신하는 두 임금을 따르지 않고, 열녀는 두 남편을 따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할 것이니 사또의 명령을 따를 수 없습니다.”
변 사또가 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어요.
“기생의 딸이면 너도 기생이다. 열녀는 무엇이고 절개가 무엇이냐. 또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는 큰 벌을 받으니 그 입 닥치지 못하겠느냐!”
“도련님에 대한 저의 깊은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제가 남의 첩이 되어 남편을 버리는 것은 사또께서 나라의 임금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어찌 남편을 버리지 않는 것이 죄가 됩니까?”
사또가 화나고 기가 막혀 책상을 탕탕 치며 소리쳤어요.
“여봐라! 이년을 잡아다 형틀에 묶고 다리가 부서지도록 매를 쳐라.”
관리들이 춘향을 형틀에 묶고 매를 가져와 쳤어요. 춘향은 아픈 것을 참으려고 이를 꽉 물었어요. 이때 구경 나온 마을 사람들이 매 맞는 춘향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어요.
“아이고! 우리 사또, 독하구나, 독해. 한양 간 남편 기다리는 춘향에게 매를 치다니?”
두 번째 매를 맞고 춘향이 말했어요.
“이 매를 맞고 죽어도 저는 도련님을 못 잊겠습니다.”
세 번째 매를 맞고 춘향이 소리쳤어요.
“여자는 세 사람을 따라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한 후에는 남편을 따르고, 늙어서는 자식을 따르라기에 남편을 따른 것뿐인데 무엇이 잘못이란 말입니까?”
열 번을 치고도 매질이 계속되었어요. 열다섯 번째 매를 맞고, 춘향의 눈에서는 눈물이 났고 몸에서는 피가 났어요.
“달아 달아 너는 서방님이 계신 곳이 보이느냐? 나는 보이지 않는구나. 차라리 날 죽여 주시오. 죽어서 새가 된 내 울음소리를 듣고 조용한 달밤에 잠든 서방님이 깨어날 수 있게…….”
춘향이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자 매질하던 관리들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어요.
“사람의 몸으로 더 이상 못 하겠네. 춘향의 절개가 정말로 대단하구나. 춘향은 하늘이 내린 열녀로구나!”
모든 사람이 눈물을 흘리자 변 사또도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춘향아, 내 명령을 따르지 않으니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아니냐? 앞으로도 계속 사또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냐?”
이 말에 정신을 차린 춘향이 더욱 독이 올라 말했어요.
“사또, 잘 들으십시오. 죄 없는 사람을 괴롭힌 죄를 임금님이 아시면 사또 또한 벌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서 빨리 저를 죽이십시오.”
“뭐야!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여봐라! 춘향을 당장 감옥에 가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