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7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Part 1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는 작가 김영하입니다. 네, 날씨가 아주 춥죠? 대단히 춥습니다. 진짜 겨울이 이런거구나 싶은 그런 시기입니다. 그래서 이런 이런 시절이면 생각나는 이야기는 ... 글쎄요 뭐가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날이 추울 때 생각나는 이야기.. 뭐가 있을까요? 저는 날이 추우면 어렸을 때 읽었던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이 납니다. 안데르센은 대단히 많은 동화를 썼습니다만, 저희 집에는 전집도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이 [성냥팔이 소녀]는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죠. 그 성냥을 켜서 자기 소원을 환상으로 본다는 , 그런 점... 그 환상과 소녀가 처해있는 현실의 극명한 대비..네 그리고 성냥이라는 것은 제한돼있죠? 그걸고 온 몸을 덥힐 수 없다는 것..이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오는 어떤 가슴조림..이런 것들이 있는데요. 짧지만 강렬한 그런 동화였습니다. 그걸 읽을까하다가 너무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아서 그건 놔두고요. 오늘은 밀란 쿤데라의 1984 년도 작품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 작품은 뭐 유명하죠. 유명하지만 이제는 안 읽은 분들도 꽤 많을 그런 소설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판본은 1980년대 말에 한국에서 나온 판본입니다. 대단히 오래됐죠. 종이도 다 낡았고요. 네 이것은 신촌에 한 서점에서 지나가다가 샀습니다. 표지가 예뻤는데요. 이 디자인은 유명한 정병국 씨가 했습니다. 민음사에서 나왔고요. 88 년 11월 20일에 책이 초판으로 나왔습니다. 봤을 때 어떤 표지에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나고요. 제목에서 일단 또 놀라움이 있었습니다. 대단히 관념적이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건 아주 이상한 제목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많이 패러디가 됩니다. 툭하면 뭐... 참을 수 없는..'뭐'의 가벼움, 또는 참을 수 없는 '뭐'의 무거움..뭐 하여튼 참을 수 없는 것들이 대단히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밀란 쿤데라라는 작가는 그 전까지는 전혀 알려져있지 않았던 작가였습니다. 한국에. 당시의 유럽 쪽에서는 서서히 이름을 알려가고 있었습니다만, 우리나라에 이 소설을 필두로 다른 소설들이 들어오게 됩니다. 특히 [농담]이라는 소설도 한국에서는 상당히 많이 읽혔습니다. 밀란 쿤데라는, 네, 체코 출신의 작가죠? 체코의 우리가 흔히 보헤미아라고 말하는 그런 지역의 출신입니다. 거기에서 음악교수의 아들로 탄생을 해서요 영화 아카데미에서 조교로 활동했다..이런 기록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음악에 깊은 조예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75년에 프랑스로 이주해서요 파리에 거주하면서 작가로 활동하는데 대단히 폐쇄적으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일화중에 아주 재밌는 것은요, 우편물을 등기로 보내거나하면..받지 않습니다. 그 우리나라와는 좀 달리 유럽이나 미국 쪽의 등기는요 받는 사람이 집에 있으면 뭐 좋습니다만, 받는 사람이 집에 없고 우페부가 찾아와서 잘 전달이 안 돼면 쪽지만 붙여놓고 갑니다. 그러면 찾으러가야되는 거죠. 그래서 보통우편으로만 보내도록 밀란 쿤데라는 사람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고요. 보통으로 오지 않는 건 다 반송해버립니다. 받지 않아요. 귀찮다는 거죠, 그러니까. 그 재밌는 분인데요. 사실 저도 집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낮에 택배들이 계속 오면 그 흐름이 계속 끊깁니다. 띵동띵동 한다거나 아니면 아파트 경비실에서 자꾸 전화를 한다거나 그런 일이 계속 일의 흐름을 끊죠. 근데 보통우편은 우체통에 던져놓고 가면되니까요. 그리고 분실되면 어쩌나 이런 분들이 있는데 분실되면 안 되는 것은 보내지 말라는게 밀란 쿤데라의 뜻일 겁니다. 그리고 사실 우편물 중에는 매우 귀중하고 소중한 것도 있지만 많은 우편물들이 사실은 광고물이거나 아니면 보내는 사람이 필요해서 보내는 것이 많은데 그것이 받는 사람의 시간과 주의를 빼앗는 다는 점, 이런 것들이 피곤할 수 있죠. 하여튼 밀란 쿤데라는 대단히 그렇게 좀 폐쇄적으로 아파트 안에서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밀란 쿤데라는 이 '프라하의 봄'이라는 정치적 사건과 깊은 문학적인 관련을 갖고있습니다. 작가들마다 그런게 좀 있죠. 우리나라의 작가들 중에도 어떤 작가들은 '광주항쟁'과 깊은 인연을 맺은 그런 작가들이 있을 수가 있고요. 칠레 출신의 많은 작가들은 아옌데 정권의 붕괴. 즉 피노체트의 쿠데타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고요. 중국의 많은 작가들은 문화혁명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그 시기의 이야기들을 생산하고 생산하고 또 되집고 또 되새기고 .. 이런 작가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요. 이 밀란 쿤데라 같은 경우는 [농담]도 그렇고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체코에 수립되었던 친소 공산주의 정권과 그것에 반대해서 봉기했던 60 년대의 '프라하의 봄' 그 짧은 어떤 해방기였죠, 그러나 사실 소련의 탱크가 들어오면서 그 짧은 해방의 시기는 곧 끝나게 되는데요. 밀란 쿤데라는 그 시기에 대해서 계속해서 썼습니다. 특히 그 공산주의 정권, 또는 공산주의 그런 미학이랄까요? 그런것에 (not clear)적인 어떤 조잡함, 그리고 전체주의적인 미학에 대해서 여러지면에서 또 여러 그 에세이를 통해서 강력하게 비판하게 되는데요. 이런 밀란 쿤데라의 세계관은 1988년, 89년, 90년, 즉 우리나라에서 학생운동이 퇴조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짐과 동시에 전세계의 공산주의가 막을 내리는 그런 어떤 시대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