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서울대 명강의 / 서가명강
광장에 모여 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을 직접 뽑거나
또 끌어내리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가 바르게 일어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때문에 정치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흐름이자,
행동과 결집을 불러일으키는 힘이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는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에서
이러한 대한민국의 정치를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 총 네 가지 키워드로 분류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독재를 이겨내고 촛불을 들기까지.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과정
속 정치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고
또 어떻게 나아갈까?
대통령제의 대표적 국가는 미국이다.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하여 권력을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세 개로 나누고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제는 권력을 견제하는 기관들의 능력이 쇠퇴하고,
대통령의 권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방향으로
이어져 왔다.
1956년 정. 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권위가 비대해지며
부패해진 것에 대한 시그널이 처음으로 울렸다.
선거를 통해 이승만
정권에 대한 불만이 처음으로 표출된 것이다.
4년 후, 선거로 시그널을 울렸던
민심은 4.19혁명을 통해 폭발하였다.
부정선거로 인해 들썩거린 민심이 시위로 커졌고,
그 이후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상을 당했다.
마산상고 김주열 군의
시신의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로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되면서 정권은
시그널을 읽지 못해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이후 1961 박정희를 주축으로 5.16
군사 정변이 일어난다. 군사 정권은 또다시 국민들의 시그널을 읽지 못했고
1985년 선거를 통해 부정을 저지른다.
이후 1979년 박정희가 암살되고
1980년부터 혼란을 틈타
정권을 잡은 전두환 역시 기존의 군사정권과 다르지 않은 권력
장악과 민주주의 정치 탄압을 저지르며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자‘는 직선제 개헌 운동이 시작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결국 시그널은 커져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으로 발전했다.
대통령의 부패와 권력을
견제하는 기관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계속해서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부패는 대게 권력에서 나오는데, 정당
또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에 참여하는 동시에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정당이 민주주의를 만들어냈고,
근대 민주주의는 정당과 관련하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정당정치는 최근 들어 그 역할을 잘 수행해내지 못하며
민주주의의 위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정당정치 실패로
브렉시트가 표면화되었고,
미국에서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도 발생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정당은 언제 어떻게 등장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는 ‘라팔롬바라‘와 ‘와이너'가
주장했던 위기 이론으로 등장했다고 보인다.
이들이 제시한 세 가지 위기 중 한 가지가 바로 ‘참여의 위기'다.
기존의 정당 체제가 새로운 세력의 참여를 수용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위기를 말한다.
식민지 지배에 있던 국가가 독립을 통해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되었을 경우인데
체제 안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체제가 경험하는 위기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1945년 해방과 동시에 정당이 발생했다.
1946년 미군정은 정치활동을
목표로 조직된 단체는 군정청에 등록하도록 했는데,
그 수는 무려 400여 개에 달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과거, 국가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국민들이 주축이 되어 정치적 관심과 참여가
폭발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불과
14년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여러 정치적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공공 사안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정치
참여로 이어진 것이다.
정치의 자유는 정치를 넘어 문화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군사력과 경제력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가치에 기반을 둔 문화에서 나오고,
이것은 곧 정치적인 자유를 통해 실현되기 때문이다.
인권을 탄압하고 자유가 억압되는 곳이 아닌 ‘한류'의 나라로
우뚝 선 대한민국. 더 이상
우리는 독재적인 권력에 묵인하지 않고
스스로 촛불을 들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개인과 ‘우리‘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 정치에
귀 기울이고 감시하는 것.
우리는 정치에서 위기가 올 때마다
정치의 결정적 순간을
다시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