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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라의 오디오북 (Novella Audio Books),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1/2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 읽어주는 노벨라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1/2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 읽어주는 노벨라

안녕하세요 피어 노벨라를 찾아주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마음과 몸을 리셋하는 시간이죠

기지개 한 번 시원하게 켜 보세요

오늘의 이야기는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 입니다

눈 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온 삶이 가져오는 뼈 아픈 미래

그건 한국의 근대사회에서든 21세기 사회에서든

차이가 없는 것 같네요

그래서 지금 여기서 내가 내리는 순간순간의 결정들이

더욱 중요한 거겠죠

노벨라와 함께하는 시간이

여러분의 하루 중 가장 편안한

휴식의 시간이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이야기 2부까지 꼭 다 들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노총각 M이 약혼을 했다

우리는 이 뜻밖의 소식에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M은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세태가 갑자기 변하면서 혹은 경제 문제로

혹은 적당한 배우자를 찾지 못했서

혹은 단지 조혼에 대한 반항심 때문에 늦도록 총각으로 지내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서른두 살의 총각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은 지금껏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에게 채근 비슷하게

결혼에 대해 주의를 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M은 언제나 그런 의론을 받을 때마다

속으론 매우 흥미를 가진 것이 분명한데

겉으론 쓴 웃음을 지어 친구들의 말을 거절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M이 우리가 모르는 틈에

어느덧 약혼을 한 것입니다

M은 가난했습니다

매우 불안정한 어떤 회사의 월급쟁이였습니다

그의 뿌리 약한 경제상태가

그로 하여금 늙도록 총각으로 지내게 한 듯도 합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친구들은 M의 총각생활을

애석히 생각해서 장가 들기를 권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 만은 M이 장가를 가지않는 데

다른 종류의 해석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의사라는 나의 직업이 발견한 M 의 육체적 결함

이것 때문에 M은 서른이 넘도록 총각으로 지낸다

난 이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M은 학생시절부터 대단히 방탕한 생활을 했습니다

방탕이래야 금전상의 여유가 부족한 그는

가장 하류에 속하는 방탕을 했습니다

오십 전 혹은 일 원만 생기면

그 즉시 우동집이나 유곽으로 달려 가던 그였습니다

체질상 성욕이 강한 그는 그 불 붙는 성욕을 끄기 위해

눈앞에 닥치는 기회는 한 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음식을 한턱하라기보다

유곽을 한턱하라는 그였습니다

질로는 모르지만 양으로는

세계의 누구에게든 그다지 지지 않을 테다

관계한 여인의 수효에 대해서

이렇게 발언하기를 주저치 않으리만큼

그는 선택이라는 도정을 밟지 않고

집어 세었다고 하겠습니다

스물 서너 살에 벌써 이백 명은넘을거라고 발표했습니다

서른 살 에는 이미 괴승 신돈을

멀리 눈 아래로 굽어보았을 겁니다

그런지라 온갖 성병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술이 억배요 그 위에 유달리 성욕이 강한 그는

성병에 걸린 동안에도 결코 삼가질 않았습니다

일년 삼백 육십 여 일

그에게서 성병이 떠나 본 적은 없었습니다

늘 농이 흐르고 한 달 건너 고환염으로

걸음걸이도 거북스러운 꼴을 해서

나한테 주사를 맞으러 오고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오십 전 혹은 일 원만 생기면

또 성행위를 합니다

이런지라 물론 그는 생식능력이 없어진 사람이었습니다

이 일을 잘 아는 나는

M이 결혼을 안 하는 이유를 여기에 연결시켜서

그의 도덕심에 동정 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일생을 빈곤한 가운데서 보내고

늙은 뒤에도 슬하도 없이 쓸쓸하게 지낼 그

더구나 자기를 봉양할 슬하가 없으니

백발이 되도록 제 손으로 이 고해 를 헤엄쳐 나갈 그는

과연 한 가련한 존재이겠습니다

이렇던 M이 어느덧 우리가 모르는 틈에

우물쭈물 약혼을 한 것입니다

하긴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을 먹은 뒤

혼자서 신간 치료보고서를 읽고 있을 때에

M이 찾아왔습니다

비교적 어두운 얼굴로

내가 묻는 이야기에 그다지 시원치 않은 듯이

겉도는 대답을 억지로 하고 있다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졌습니다

남자가 매독을 앓으면 생식을 못하니

괜찮겠지

임질은

글쎄 고환이 감염되지 않았으면 괜찮어

고환은

어 내 친구 가운데 고환염 앓은 사람이 있는데

인제는 생식을 못 하겠다고 비관이 여간 아니야

고환이 감염되면 절대 불가능인가

양쪽을 다 앓았다는데

그것도 가볍게 앓았으면 영향 없겠지

가령 그 가볍다는게

그럼 내가 앓은게 가벼운 걸까 심각한 걸까

뜻하지 않은 질문에 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심하기도 그렇게 심하게 앓은 뒤에

지금 그게 가벼운거냐 심각한거냐 묻는 것이

농담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으니까요

M의 얼굴은 역시 무겁고 어두웠습니다

무슨 중대한 선고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눈을 푹 내리뜨고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본 뒤에

난 어이가 없어서

아주 가벼운 편이지

이렇게 대답해 버렸습니다

가벼운 편이라구

그럼

그리고나서 작별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저녁의 대화가

오늘날의 그의 약혼을 이루게 하지 않았는가 합니다

M이 약혼을 했다는 기보를 가지고 온 건

T라는 친구였습니다

그땐 마침 M을 아는 친구 너덧 사람이

모여 있을 때였습니다

골동 국보 하나 없어졌다

누가 이런 비평을 가했습니다

나는 T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연애로 약혼이 된 건가요

연애

연애가 다 뭐예요 아시잖아요

어디서 상대를 구하겠어요

그렇다면 지참금이라도 있다던 가요

지참금이 누구 집 애 이름이가요

난 여기서 이 약혼에 대해

가장 불유쾌한 한 면을 보았습니다

삼십이 넘도록 총각으로 지낸 그로서

연애라 하는 기묘한 정사 때문에 그 뜻을 굽혔다면

그건 도리어 축하할 일이지 책할 일이 아닙니다

지참금을 바라고 혼약을 했다고 해도

지금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로서

더구나 그의 빈곤을 잘 아는 처지에

크게 욕할 수가 없는 일이죠

하지만 연애도 아니고 금전문제도 아닌 이 약혼에서는

가장 불유쾌한 한가지 결론밖엔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나는 가장 불유쾌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곽에 다닐 비용을 아끼려고 마누라를 얻은 셈이군

이 혹평에 대해서 T는 마땅치 않다는 듯 나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혹언할 것도 아니죠

M도 벌써 서른 둘 셋

좌우간 그만하면 차차 자식도 무릎에 앉혀 보고 싶을거고

그렇다고 마땅한 마누라를 선택할 길이나 방법은 없고

자식이요

고환염을 그렇게 심히 앓은 녀석에게 자식

자식은

불유쾌하기 때문에 경솔하게도 직업적 비밀을

입 밖에 낸 나는 하던 말을 끊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 말까지는

다시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죠

M의 생식능력에 대해 사방에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이미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던 나는

그 말을 돌려 꾸미기에 한참 애를 썼습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M은 생식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찰을 안 해 봤으니까 혹은

생식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M이 너무도 싱거운 혼약을 한 게 불유쾌해서

그런 혹언을 했지만 그 말은 취소한다

이런 뜻으로 꾸며 댔습니다

그리고 그 좌석에 있던 스무 살 쯤 난 젊은이가

오히려 일생을 자식 없이 지내면 편한거 아닌가요

이런 의견에 대해

젊은이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혈육의 애정이라는 문제와

그 문제를 너무나도 무시하는 이즘의 풍조에 대한

논평으로 말머리를 돌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M은 몰래 결혼식까지 했습니다

그의 친구들 중에 M의 결혼식 날짜를 미리 안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지금 모두들 하는 소위 신식 결혼식을 하지 않고

제 집에서 구식으로 했습니다

모 여고 출신인 신부는 구식 결혼식 이 싫다고 했지만

M이 억지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리하여 유곽에서는

한 부지런한 손님을 잃어버렸습니다

독점을 한다는건 참 유쾌한 일이거든

결혼한 뒤에 M은 어떤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비록 연애로써 성립된 결혼은 아니지만

그다지 실패의 결혼은 아닌 듯 했습니다

오십 전 혹은 일 원의 돈을 내어 던지고

순간적 성욕의 만족을 사던 이 노총각이

꿈에도 생각지 못할 독점을 했으니

그의 긍지가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연애 결혼은 아니었지만

결혼한 뒤에 연애 감정이 생긴 모양입니다

언제든 음침한 기분이 떠돌던 그의 얼굴이

그래서 그런지 좀 밝아진 듯 했습니다

복 받거라

우리들

더구나 나는 그들의 결혼을 심축했습니다

처음엔 한낱 M의 성적 만족의 도구로 M과 결합게 된

커다란 희생물인 그의 젊은 아내를 위해서

이것이 행복된 결혼이 되기를 축수했습니다

동기는 여하튼 결과에 있어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라

너의 아내로서 한낱 희생물 이 되지 않게하여라

어머니로서의 즐거움을 맛볼 기회가 없는 너의 아내에게

그 대신 아내로서는

남에게 곱 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여라

M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진심으로 이렇게 기원했습니다

신혼의 며칠이 지난 뒤부터

M이 자신의 젊은 아내를 학대한다는소문이

조금씩 들렸습니다

완력 을 사용한단 말까지도 들렸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는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소문이 귀에 들어 올 때마다

난 아라비안 나이트의 마신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되풀이해 보곤 했습니다

어떤 어부가 그물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그물을 끌어 올리니까

거기 고기는 없고 그 대신 병이 하나 걸려 있었습니다

병은 마개가 닫혀 있고

그 위에 납으로 굳게 봉함까지 되어 있었습니다

어부는 잠시 주저한 뒤에

그 병의 봉함을 뜯고 마개를 뽑아 보았 습니다

병에서는 한 줄기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간 그 연기는

차차 뭉쳐 커다란 마신이 나타났습니다

나를 이 병 속에 감금한 것은 선지자 솔로몬이다

이 병 속에 갇혀 있는 동안 난 스스로 맹세했다

백 년 안에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거대한 부를 주겠다고

그리고 백 년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난 다시 맹세했다

이제 다시 백 년 안으로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 있는 보배를 다 주겠다고

그리고 헛되이 백 년을 더 기다린 뒤에

백 년을 더 연기해서

그 백 년 안에 날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권세와 영화를 주겠다고

그러나 그 백 년이 다 지나도

역시 구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맹세했다

이젠 누구든지 나를 구해 주는 놈이 있거든

당장에 그놈을 죽여서

그 동안 갇혀 있던 그 분풀이를 하겠다고

이것이 병 속에서 나온 마신의 이야기 였습니다

M이 자기의 젊은 아내를 학대한다는 소문이 들릴 때

난 이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삼십이 지나도록 총각으로 지낸

그 고통과 고적함에 대한 분풀이를

제 아내에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컷 학대해라

더욱 축수했습니다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1/2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 읽어주는 노벨라 Die Zehen sind gleich Kim Dong-in 1/2 (CC), koreanische Kurzgeschichten-Hörbücher und vorgelesene Novellen The toes are alike Kim Dong-in 1/2ㅣHanjumak (CC), Korean short story, audio book, and novela read to you. Los dedos de los pies son iguales Kim Dong-in 1/2 (CC), audiolibros de cuentos coreanos y novelas para leer en voz alta Toes are alike Kim Dong-in 1/2ㅣKorean lettering (CC), Korean short story audiobooks and read-aloud novellas Пальцы похожи Ким Дон Ин 1/2 (CC), аудиокниги корейских рассказов и новелл для чтения вслух

안녕하세요 피어 노벨라를 찾아주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마음과 몸을 리셋하는 시간이죠

기지개 한 번 시원하게 켜 보세요 Stretch it out and turn it on cool

오늘의 이야기는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 입니다

눈 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온 삶이 가져오는 뼈 아픈 미래 The painful future of a life spent chasing the bottom line

그건 한국의 근대사회에서든 21세기 사회에서든 It doesn't matter if you're in a modern Korean society or a 21st century society.

차이가 없는 것 같네요 Doesn't seem to make a difference

그래서 지금 여기서 내가 내리는 순간순간의 결정들이

더욱 중요한 거겠죠

노벨라와 함께하는 시간이

여러분의 하루 중 가장 편안한

휴식의 시간이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이야기 2부까지 꼭 다 들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노총각 M이 약혼을 했다

우리는 이 뜻밖의 소식에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M은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세태가 갑자기 변하면서 혹은 경제 문제로

혹은 적당한 배우자를 찾지 못했서

혹은 단지 조혼에 대한 반항심 때문에 늦도록 총각으로 지내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서른두 살의 총각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은 지금껏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에게 채근 비슷하게

결혼에 대해 주의를 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M은 언제나 그런 의론을 받을 때마다

속으론 매우 흥미를 가진 것이 분명한데

겉으론 쓴 웃음을 지어 친구들의 말을 거절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M이 우리가 모르는 틈에

어느덧 약혼을 한 것입니다

M은 가난했습니다

매우 불안정한 어떤 회사의 월급쟁이였습니다

그의 뿌리 약한 경제상태가

그로 하여금 늙도록 총각으로 지내게 한 듯도 합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친구들은 M의 총각생활을

애석히 생각해서 장가 들기를 권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 만은 M이 장가를 가지않는 데

다른 종류의 해석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의사라는 나의 직업이 발견한 M 의 육체적 결함

이것 때문에 M은 서른이 넘도록 총각으로 지낸다

난 이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M은 학생시절부터 대단히 방탕한 생활을 했습니다

방탕이래야 금전상의 여유가 부족한 그는

가장 하류에 속하는 방탕을 했습니다

오십 전 혹은 일 원만 생기면

그 즉시 우동집이나 유곽으로 달려 가던 그였습니다

체질상 성욕이 강한 그는 그 불 붙는 성욕을 끄기 위해

눈앞에 닥치는 기회는 한 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음식을 한턱하라기보다

유곽을 한턱하라는 그였습니다

질로는 모르지만 양으로는

세계의 누구에게든 그다지 지지 않을 테다

관계한 여인의 수효에 대해서

이렇게 발언하기를 주저치 않으리만큼

그는 선택이라는 도정을 밟지 않고

집어 세었다고 하겠습니다

스물 서너 살에 벌써 이백 명은넘을거라고 발표했습니다

서른 살 에는 이미 괴승 신돈을

멀리 눈 아래로 굽어보았을 겁니다

그런지라 온갖 성병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술이 억배요 그 위에 유달리 성욕이 강한 그는

성병에 걸린 동안에도 결코 삼가질 않았습니다

일년 삼백 육십 여 일

그에게서 성병이 떠나 본 적은 없었습니다

늘 농이 흐르고 한 달 건너 고환염으로

걸음걸이도 거북스러운 꼴을 해서

나한테 주사를 맞으러 오고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오십 전 혹은 일 원만 생기면

또 성행위를 합니다

이런지라 물론 그는 생식능력이 없어진 사람이었습니다

이 일을 잘 아는 나는

M이 결혼을 안 하는 이유를 여기에 연결시켜서

그의 도덕심에 동정 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일생을 빈곤한 가운데서 보내고

늙은 뒤에도 슬하도 없이 쓸쓸하게 지낼 그

더구나 자기를 봉양할 슬하가 없으니

백발이 되도록 제 손으로 이 고해 를 헤엄쳐 나갈 그는

과연 한 가련한 존재이겠습니다

이렇던 M이 어느덧 우리가 모르는 틈에

우물쭈물 약혼을 한 것입니다

하긴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을 먹은 뒤

혼자서 신간 치료보고서를 읽고 있을 때에

M이 찾아왔습니다

비교적 어두운 얼굴로

내가 묻는 이야기에 그다지 시원치 않은 듯이

겉도는 대답을 억지로 하고 있다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졌습니다

남자가 매독을 앓으면 생식을 못하니

괜찮겠지

임질은

글쎄 고환이 감염되지 않았으면 괜찮어

고환은

어 내 친구 가운데 고환염 앓은 사람이 있는데

인제는 생식을 못 하겠다고 비관이 여간 아니야

고환이 감염되면 절대 불가능인가

양쪽을 다 앓았다는데

그것도 가볍게 앓았으면 영향 없겠지

가령 그 가볍다는게

그럼 내가 앓은게 가벼운 걸까 심각한 걸까

뜻하지 않은 질문에 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심하기도 그렇게 심하게 앓은 뒤에

지금 그게 가벼운거냐 심각한거냐 묻는 것이

농담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으니까요

M의 얼굴은 역시 무겁고 어두웠습니다

무슨 중대한 선고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눈을 푹 내리뜨고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본 뒤에

난 어이가 없어서

아주 가벼운 편이지

이렇게 대답해 버렸습니다

가벼운 편이라구

그럼

그리고나서 작별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저녁의 대화가

오늘날의 그의 약혼을 이루게 하지 않았는가 합니다

M이 약혼을 했다는 기보를 가지고 온 건

T라는 친구였습니다

그땐 마침 M을 아는 친구 너덧 사람이

모여 있을 때였습니다

골동 국보 하나 없어졌다

누가 이런 비평을 가했습니다

나는 T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연애로 약혼이 된 건가요

연애

연애가 다 뭐예요 아시잖아요

어디서 상대를 구하겠어요

그렇다면 지참금이라도 있다던 가요

지참금이 누구 집 애 이름이가요

난 여기서 이 약혼에 대해

가장 불유쾌한 한 면을 보았습니다

삼십이 넘도록 총각으로 지낸 그로서

연애라 하는 기묘한 정사 때문에 그 뜻을 굽혔다면

그건 도리어 축하할 일이지 책할 일이 아닙니다

지참금을 바라고 혼약을 했다고 해도

지금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로서

더구나 그의 빈곤을 잘 아는 처지에

크게 욕할 수가 없는 일이죠

하지만 연애도 아니고 금전문제도 아닌 이 약혼에서는

가장 불유쾌한 한가지 결론밖엔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나는 가장 불유쾌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곽에 다닐 비용을 아끼려고 마누라를 얻은 셈이군

이 혹평에 대해서 T는 마땅치 않다는 듯 나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혹언할 것도 아니죠

M도 벌써 서른 둘 셋

좌우간 그만하면 차차 자식도 무릎에 앉혀 보고 싶을거고

그렇다고 마땅한 마누라를 선택할 길이나 방법은 없고

자식이요

고환염을 그렇게 심히 앓은 녀석에게 자식

자식은

불유쾌하기 때문에 경솔하게도 직업적 비밀을

입 밖에 낸 나는 하던 말을 끊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 말까지는

다시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죠

M의 생식능력에 대해 사방에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이미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던 나는

그 말을 돌려 꾸미기에 한참 애를 썼습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M은 생식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찰을 안 해 봤으니까 혹은

생식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M이 너무도 싱거운 혼약을 한 게 불유쾌해서

그런 혹언을 했지만 그 말은 취소한다

이런 뜻으로 꾸며 댔습니다

그리고 그 좌석에 있던 스무 살 쯤 난 젊은이가

오히려 일생을 자식 없이 지내면 편한거 아닌가요

이런 의견에 대해

젊은이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혈육의 애정이라는 문제와

그 문제를 너무나도 무시하는 이즘의 풍조에 대한

논평으로 말머리를 돌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M은 몰래 결혼식까지 했습니다

그의 친구들 중에 M의 결혼식 날짜를 미리 안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지금 모두들 하는 소위 신식 결혼식을 하지 않고

제 집에서 구식으로 했습니다

모 여고 출신인 신부는 구식 결혼식 이 싫다고 했지만

M이 억지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리하여 유곽에서는

한 부지런한 손님을 잃어버렸습니다

독점을 한다는건 참 유쾌한 일이거든

결혼한 뒤에 M은 어떤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비록 연애로써 성립된 결혼은 아니지만

그다지 실패의 결혼은 아닌 듯 했습니다

오십 전 혹은 일 원의 돈을 내어 던지고

순간적 성욕의 만족을 사던 이 노총각이

꿈에도 생각지 못할 독점을 했으니

그의 긍지가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연애 결혼은 아니었지만

결혼한 뒤에 연애 감정이 생긴 모양입니다

언제든 음침한 기분이 떠돌던 그의 얼굴이

그래서 그런지 좀 밝아진 듯 했습니다

복 받거라

우리들

더구나 나는 그들의 결혼을 심축했습니다

처음엔 한낱 M의 성적 만족의 도구로 M과 결합게 된

커다란 희생물인 그의 젊은 아내를 위해서

이것이 행복된 결혼이 되기를 축수했습니다

동기는 여하튼 결과에 있어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라

너의 아내로서 한낱 희생물 이 되지 않게하여라

어머니로서의 즐거움을 맛볼 기회가 없는 너의 아내에게

그 대신 아내로서는

남에게 곱 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여라

M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진심으로 이렇게 기원했습니다

신혼의 며칠이 지난 뒤부터

M이 자신의 젊은 아내를 학대한다는소문이

조금씩 들렸습니다

완력 을 사용한단 말까지도 들렸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는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소문이 귀에 들어 올 때마다

난 아라비안 나이트의 마신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되풀이해 보곤 했습니다

어떤 어부가 그물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그물을 끌어 올리니까

거기 고기는 없고 그 대신 병이 하나 걸려 있었습니다

병은 마개가 닫혀 있고

그 위에 납으로 굳게 봉함까지 되어 있었습니다

어부는 잠시 주저한 뒤에

그 병의 봉함을 뜯고 마개를 뽑아 보았 습니다

병에서는 한 줄기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간 그 연기는

차차 뭉쳐 커다란 마신이 나타났습니다

나를 이 병 속에 감금한 것은 선지자 솔로몬이다

이 병 속에 갇혀 있는 동안 난 스스로 맹세했다

백 년 안에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거대한 부를 주겠다고

그리고 백 년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난 다시 맹세했다

이제 다시 백 년 안으로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 있는 보배를 다 주겠다고

그리고 헛되이 백 년을 더 기다린 뒤에

백 년을 더 연기해서

그 백 년 안에 날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권세와 영화를 주겠다고

그러나 그 백 년이 다 지나도

역시 구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맹세했다

이젠 누구든지 나를 구해 주는 놈이 있거든

당장에 그놈을 죽여서

그 동안 갇혀 있던 그 분풀이를 하겠다고

이것이 병 속에서 나온 마신의 이야기 였습니다

M이 자기의 젊은 아내를 학대한다는 소문이 들릴 때

난 이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삼십이 지나도록 총각으로 지낸

그 고통과 고적함에 대한 분풀이를

제 아내에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컷 학대해라

더욱 축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