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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라의 오디오북 (Novella Audio Books), 뽕 나도향 1/2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 읽어주는 노벨라

뽕 나도향 1/2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ㅣ책 읽어주는 노벨라

피어 노벨라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마음과 몸을 리셋하는 시간이죠

나도향의 대표작 세 개를 꼽는다면

물레방아 벙어리 삼룡이 그리고 뽕을 들 수 있겠죠 사실주의 경향으로 씌여진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로 평가받는 나도향의 뽕 영화 뽕을 보신 분들이 있다면 오늘 만큼은 다 잊으시고 새로운 이야기로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소설 속으로 다 함께 들어가 볼게요 안협집이 부엌으로 물을 길어 가지고 들어오자

쇠죽을 쑤던 머슴 삼돌이

부지깽이로 불을 헤치면서 묻는다

어젯밤에는 어딜 가셨었나

하면서 불밤송이 같은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 뒤통수에 슬쩍 질러 맨머리를 번쩍 들고 안협집을 훑어본다

남이야 어딜가든 그쪽이 알아서 뭐하게

안협집은 별 꼴사나운 소리를 듣는다는 듯이

암상스러운 눈을 흘겨보며 톡 쏴버린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 같으면

얼굴빛이라도 변했을 테지만

워낙 여자라면 가리지 않고 염치없이 추근추근 쫓아다니면서 음흉한 술책을 부리는 삼십 가까이 된 노총각 삼돌은 도리어 비웃는 듯한 웃음을 웃으면서

뭘 그리 화를 내슈

어젯밤 안주인 심부름으로 그쪽 집엘 갔었으니깐 하는 말이지 하고 털 벗은 송충이 처럼

군데 군데 꺼칫꺼칫하게 난 수염을

숯 검정 묻은 손가락으로 두어 번 쓰다듬는다 어젯밤에도 김참봉 아들네 사랑방에서 자고 오셨겠지 삼돌은 싱긋 웃는 가운데에도 남의 약점을 쥔 비겁한 즐거움이 나타났다

뭐가 어쩌고 어째 이 망나니 같은 놈 하는 말이 입 바깥까지 나왔던 안협집은 꿀꺽 다시 집어삼키면서 남이 어디서 자든 말든 무슨 상관이람

하며 물동이를 이고 다시 나가려니까

흥 두고 보지 내가 가만 있을 줄 알았다가는 듣기 싫어 흥 별꼬락서니를 다 보겠네

강원도 철원 용담이라는 곳에 김삼보라는 자가 있으니 나이는 삼십 오륙 세쯤에 키는 작달막하고 목은 다가붙고 얼굴빛은 노르께하며

언제든지 가죽창 박은 미투리에

대갈편자를 박아 신고

걸음을 걸을 때마다 엉덩이를 내 저으므로

동네에선 그를 땅딸보 김삼보

아편쟁이 김삼보

오리 궁둥이 김삼보라고 불렀다

그는 한 달에 자기 집에 붙어 있는 날이 이틀이면 꽤 오래 있는 셈이고

보통은 하루 뿐이다

그리고는 언제든지 나돌아 다니니

몇 해 전까지도 잘 알지 못했으나

차차 동네에서 소문이 돌기를

노름꾼 김삼보라는 말이 퍼졌다

차차 알게된 것은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접경을 넘어 다니며

골패 투전으로 먹고 지낸다는 것이다

그 노름꾼 김삼보의 아내가 아까 말하던 안협집이니 안협은 강원 평안 황해 삼도에 걸친 읍의 이름이다

그 안협집을 김삼보가 얻어 오기는

지금으로부터 오 년 전

안협집이 스물한 살 되던 해인데

어떻게 해서 얻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술 파는데서 눈이 맞았다고 하기도 하고 안협집이 김삼보에게 반해서 따라 왔다기도 하고 또는 그런 것 저런 것도 아니라

그녀의 전남편과 노름을 해서 빼앗았다고도 하는데 위인 된 품으로 봐선

맨 나중 말이 가장 유력할 것 같다고 동네 사람들이 말을 한다 처음에 안협집이 동네에 오자

그 동네 그 또래 여자들은 모두 거울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안협집이 비록 몸은 그리 귀하게 태어나진 못했지만 인물이 남달리 고운터라

동네 젊은것들이 암연히 부러워도 하고 질투도 하게 되고 또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네들의 예쁘지 못한 얼굴을 쥐어뜯고 싶기도 했으니 지금까지 나만한 얼굴이면

하는 자만심 있던 젊은 여자들에게

가엾게도 자가결함이 폭로되는 환멸을 느끼게했다 그러나

안협집은 촌구석에서 아무렇게나 자란데다가

먼저 안 것이 돈이었다

돈만 있으면 남편도 있고 먹을 것 입을 것 다 있지 하는 굳은 신조는 자기 목숨을 제외하곤

무엇이든지 제공하여 부끄러운 것이 없었다

열 대 여섯 살에 참외 한 개에 원두막 총각녀석들에게 정조를 빌린 것이나

벼 몇 섬 저고릿감 한 벌에 그것을 빌리는 것이 분량과 방법이 조금 높아졌을 뿐

그 관념은 동일했다

그리하여 이곳으로 온 뒤에도 동네에서 돈푼이나 있고 얌전한 젊은 사람은 거의 다 한 번씩은 후려 냈으니

그것을 남자 편에서 실없는 짓 좋아하는 이에게 먼저 죄가 있다 하는 것보다도 안협집에게 그 책임이 더 있다고 할 수 있고 또 그것보다 더 큰 죄는

그 남편되는 노름꾼 김삼보에게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그 까닭은 남편 노름꾼이 한 달에 한 번을 올까 말까 하면서도 올 적에는 빈손으로 오는 때가 많으니

젊은 여인 혼자 지낼 수가 없어

자연히 이집 저집 다니며 품방아도 찧어 주고 김도 매주고

잔일도 해주며 얻어먹던 중

한번은 어떤 집 서방님에게 실없는 짓을 당하고 나서 쌀 한 말과 피륙 두 필을 받게 되었다

하니 그것처럼 좋은 벌이가 없다는 생각에 차츰차츰 자기 스스로 벌이를 시작했고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거래 단골을 트듯이

이사람 저사람 집어먹기 시작하더니

그것도 차차 눈이 높아지니까

웬만한 목도꾼 패장이나 장돌림

조금 올라서서 경찰 나리쯤은

눈으로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고

적어도 그곳에서는 돈푼도 상당하고

여간해서 손아귀에 들지 않는다는 자들을 얼러 보기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는 일도 하지 않고 지내며

모양을 내고 거드름을 부리고 다니는데

자기 남편이 오면

이번에는 얼마나 따셨소

하고 포르께한 눈을 사르르 내리뜬다

딴 게 뭔가 밑천까지 올렸네

노름꾼 삼보는 목 뒤를 쓰다듬으며 입맛을 다신다

그러면 안협집은 전에 없던 바가지를 긁으며 불알 두 쪽을 달구서 그래 계집만두 못하단 말이요 하고서 할 말 못할 말을 불어서 풀을 잔뜩 죽여 놓은 뒤에

혹시 남편이 알면 경이 내릴까봐

노자랑 밑천 푼을 주어서 떠나보낸다

그럼 울며 겨자 먹기로 삼보는 혼자 한숨을 쉬면서 허허 참

실상 지금 세상에는 섣부른 불알보다 계집 편이 훨씬 낫군 하고 봇짐을 짊어지고 가버린다

이렇게 이삼 년을 지내고 난 어떤 가을

삼돌이란 놈이 그 뒷집에 머슴으로 왔다 놈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빌어먹던 놈인진 모르지만

논을 맬 때 콧소리나마

아르렁타령 마디나 똑똑히 하고

술잔이나 먹을 줄 알며

동료들 가운데 나서면 제법 구변이나 있는 듯 떠들어 젖히는 것이 그럴듯하고 게다가 힘이 쎄서 송아지 한 마리 옆에 끼고 개천 뛰기는 밥 먹듯하니

동네에서는 호랑이 삼돌이로 이름이 높다 놈이 음침해서 오던 때부터 동네 계집으로 반반한 것은 남 모르게 모두 건드려 보았지만

안협집 하나가 내내 말을 듣지 않으니

추근추근 귀찮게 구는 중이었다

때마침 여름이 되서 자기 집 안주인이 누에를 놓고 혼자는 힘이 드니까 안협집을 불러 같이 누에를 길러 실을 낳거든 반분하자는 약속을 한 뒤에

여름 내 함께 누에를 치게 된 걸 알고 기회만 엿보면서 흥 계집년이 배때가 벗어서 말쑥한 서방님만 얼르더라 어디 두고 보자 너도 깩소리 못 하고 한 번 당해야 할걸 건방진 년 하고는 술이 취하면 주먹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안주인이 치는 누에가 거의 오르게 되자 뽕이 다 떨어졌다 자기 집 울타리에 심은 뽕은 어림도 없이 다 따다 먹였고 그 후엔 삼돌을 시켜서

날마다 십리나 되는 건넛 마을 친척집 뽕을 얻어다 먹였지만 그것도 이제는 발가숭이가 되었다

이제는 뽕을 사다 먹이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사다 먹이자면 돈이 든다

안주인 노파는 생각해 보았다

개량 뽕이 좋기는 좋지만 돈을 여간 받아야지 그리고 일일이 사서 먹였다가는 뽕값으로 다 들어가고 남는게 없겠어 그의 생각에는 돈 한푼 안 들이고 공짜로 누에를 땄으면 좋겠는 거다 돈 한푼을 들인다 하면

그 한푼이 전 수확에서 나오는 이익의 전부 같이 생각되어 못 견뎠다 뿐만 아니라 자기 혼자 이익을 먹는것 같으면 모르지만 안협집하고 동업으로 하는 것이니 안협집이 비록 뼈가 부서지도록 일을 한다 해도 그 힘이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 한 푼 만 못해 보인다 그래서 어떻게 공짜로 뽕을 돈 안 들이고 얻어 올 궁리를 하고 있는데 마침 안협집이 마당으로 들어섰다 뽕 때문에 큰일이요

하며 안협집에게는 무슨 도리가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글쎄

안협집 생각은 주인의 마음과는 또 달라서 남의 주머니 돈 백 냥이 내 주머니 돈 한 냥만 못하다 그래서 돈 주면 살텐데 하는 듯이 심상하게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구해 와야지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데

들에 나갔던 삼돌이 툭 튀어 들어오다가 이 소리를 들었다

제딴에는 동정하는 표정으로

그거 큰일이네요 어떡하나 한참 허리를 짚고 생각해 보더니 헝 참 그 뽕은 좋더라만

생김새도 미선조각 같이 된 놈이

기름이 지르르 흐르는데

그놈을 먹이기만 하면 고치가 차돌같이 여물텐데 들으라는 말인지 혼자말인진 모르나 한마디 탁 던지고 말이 없다

귀가 반짝 띈 주인은

어디 그런 것이 있단 말이냐

하며 궁금증 난 사람처럼 묻는다 네 저 새술막에 있는 뽕밭이요 거기 있는 거 말씀이에요 혹시 좋은 수가 있을까 하려다가 남의 뽕밭

더구나 그것으로 살아가는 양잠소 뽕이라 말씨름만 하는 것이 될 것 같아서 응 나도 봤지

그게 그렇게 잘됐나

잘 됐겠지

그렇지만 그런 거야 있으면 뭐하니 언제 보셨어요

보기야 여러 번 봤지

올봄에 두릅 따러 갔다가도 보고

삼돌인 한참 있다가 싱긋 웃더니 은근하게

쥔 마님 제가 뽕을 한 짐 져다 드리면 탁주 많이 사 주실래요 듣던 중에도 그렇게 반가운 소리가 또 어디 있겠나

그럼 조오치

따오기만 하면 탁주가 문제야

귀찮스런 삼돌이도 이런 땐 쓸 만 하다는 듯 안협집도 환심 얻으려는 듯 웃음을 웃으며 삼돌을 본다 삼돌은 사내자식의 솜씨를 네 앞에 보여 주리라 하는 듯 기운이 나며 만족했다

그날 밤 저녁을 먹고 자정 때나 되어 삼돌은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문 밖으로 나갔다 나갔다가 한 두어 시간 만에 무엇인지 지고 오더니 그것을 뒤꼍 건넌방 뒤 창 밑에 뭉뚱그려 놓았다 이튿날 보니 딴은

미선쪽 같은 기름이 흐르는 뽕잎이었다 어디서 난걸까

주인하고 안협집은 수군수군 했다 그 녀석이 밤에 도둑질 해온 거겠지 뽕은 참 좋군 그렇지 참 좋네요

날마다 이만큼씩 만 가져오면 넉넉히 먹이겠는데요 두 사람은 뽕을 또 따오지 않을까봐 아무 말도 않고 뽕이 참 좋더라

오늘도 좀 또 따오지

하고 충동인다

놈은 두 손을 내저으며

쉬 떠들지 마세요 큰일나요

그게 그렇게 쉬우면 그 노릇만 하게요 까딱하다간 다리 마디가 두 동강이 난다구요 도둑해 온 삼돌이나

받아들인 두 사람이나

도둑질 왜 했어 하는 말은 없지만

서로 알고 있다

그러다가 하루는 주인이 안협집더러 이봐요 이번엔 임자가 하루 저녁 가봐요 그놈이 혹시 못 가게 되더라도

임자가 대신 갈 수 있게 말이예요 또 고삐가 길며는 밟힌다구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둘이 가서 한몫에 많이 따오는게 좋지 않겠소

안협집이 삼돌을 꺼리는 줄 알지만

제 욕심에 입맛이 달아서 자꾸 자꾸 충동인다 따다가 잡히면 어쩌구요

뭘 밤중에 누가 알우

그리고 혼자 가래나 삼돌이 놈하고 가랬지 글쎄 운이 나빠 잡히거나 하면 욕이죠 잡히는 것보다도 안협집의 걱정은 보기도 싫은 삼돌이 녀석하고 밤 중에 무인지경에를 같이 가라니 그것이 딱한 일이다

안협집은 정조가 헤프기로 유명한 만큼 또 매몰스럽기도 유명해서

한번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죽어도 막무가내다 만냥 금을 줘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삼돌이 그 중에 하나가 되어 간장을 태우는 모양이다

안협집은 생각하고 생각해서 결심해 버렸다 빌어먹을 녀석이 그 따위 맘을 먹거든 저 죽고 나 죽지 내가 기운은 없어도

하고 쌀쌀하게 눈을 가로뜨고 맘을 다져 먹었다

그리고는 뽕을 따러 가기로 했다

삼돌은 어깨춤이 저절로 추어진다 아하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드디어 때가 왔네

인제는 제가 꼭 당했지

삼돌은 신이 나서

저녁 먹고 마당 쓸고 소 여물 주고 도야지 병아리 새끼 다 몰아넣고 앞뒤로 돌아다니며 씻은 듯 부신 듯 다 해놓고 목물하고 발 씻고

등거리 잠뱅이 까지 갈아입은 후 곰방대에 담배를 꾹꾹 눌러 듬뿍 한모금 빨아서

휘~

내뿜으며 시간 오기만 기다린다 안협집은 보자기를 가지고 삼돌을 따라서 뽕밭을 향해 길을 나선다 날이 유달리 깜깜해서 앞의 개천까지 자세히 보이질 않는다 돌부리가 발끝을 건드리면

안협집은 어머 소리를 내며 천방지축으로

다리도 건너고 논 이랑도 지나고 해서 길 반쯤 왔다 삼돌은 속으로 궁리를 했다 뽕을 따기 전에 논이랑으로 끌고가 아니지

그러다가 뽕두 못 따가지고 오면 어쩔려고 저도 열녀가 아닌 다음에야

당하고 나면 할 말 없지

아주 그런 버릇이 없는 년 같으면 모르지만 옳지 좋은 수가 있어 뽕을 잔뜩 따서 이어 주면 지가 항우의 딸 년이야 큭 한번은 중간에서 쉬겠지

그럼 그때에

이렇게 궁리를 하다가 너무 말이 없으니까 심심파적도 될 겸

또는 실없는 농담도 좀 해서 마음을 떠보면 나중에 성사의 전제도 만들어 놓을 겸 공연히 쓸데없는 말을 지껄인다 삼보는 언제나 온대요

몰라 언제는 온다 간다 말하고 다니나 그래 영감은 밤낮 나돌아다니니 혼자 지내기 쓸쓸하시겠어

놈이 모르는 것 같이 새삼스레 시치미를 뗀다 별걱정 다 하네

어서 앞서 가 난 길이 서툴러 못 가겠어 매우 쌀쌀하시네

난 거기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그렇지만 김참봉 아들은 쇠귀신 같은 놈이라 아무리 다녀도 잇속 없을걸 내 말이 틀리진 않지

안협집은 삼돌이 아주 터놓고 말을 하는 걸 들으니까 분해서 뺨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그대로 참으면서

뭐가 어째

말이라면 다 하는 줄 아는군

하고 뒤로 조금 떨어져 걸어간다 전엔 그 녀석이 미웠지만

남의 약점을 들어 제 욕심을 채우려는 것이 더 더러웠다 뽕밭에 왔다

삼돌이 철망으로 울타리 친 것을 들어 주자 안협집이 먼저 들어가고

나중에 삼돌은 그 무거운 다리를 성큼 하여 밭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다가 발끝에 삭정이 가시를 밟아서 딱 우지끈

소리가 나고는 조용했다

삼돌은 손에 익어서 서슴지 않고 따지만 안협집은 익숙하지도 못한 데다가 마음이 떨리고 손이 떨려서 마음대로 안 된다 삼돌인 뽕을 따면서도 이따가 안협집을 꾀일 궁리를 하지만 안협집은 이것 저것 다 잊어버리고 손에 닥치는 대로 뽕을 땄다 얼마쯤 땄을 때 갑자기 안협집의 뒤에서 누구야

하고 범 같은 소리를 지르는 남자 목소리가 안협집의 간담을 서늘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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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노벨라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Welcome to Peer Novella

마음과 몸을 리셋하는 시간이죠 It's a time to reset your mind and body.

나도향의 대표작 세 개를 꼽는다면

물레방아 벙어리 삼룡이 그리고 뽕을 들 수 있겠죠 사실주의 경향으로 씌여진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로 평가받는 나도향의 뽕 영화 뽕을 보신 분들이 있다면 오늘 만큼은 다 잊으시고 새로운 이야기로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소설 속으로 다 함께 들어가 볼게요 안협집이 부엌으로 물을 길어 가지고 들어오자

쇠죽을 쑤던 머슴 삼돌이

부지깽이로 불을 헤치면서 묻는다

어젯밤에는 어딜 가셨었나

하면서 불밤송이 같은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 뒤통수에 슬쩍 질러 맨머리를 번쩍 들고 안협집을 훑어본다

남이야 어딜가든 그쪽이 알아서 뭐하게

안협집은 별 꼴사나운 소리를 듣는다는 듯이

암상스러운 눈을 흘겨보며 톡 쏴버린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 같으면

얼굴빛이라도 변했을 테지만

워낙 여자라면 가리지 않고 염치없이 추근추근 쫓아다니면서 음흉한 술책을 부리는 삼십 가까이 된 노총각 삼돌은 도리어 비웃는 듯한 웃음을 웃으면서

뭘 그리 화를 내슈

어젯밤 안주인 심부름으로 그쪽 집엘 갔었으니깐 하는 말이지 하고 털 벗은 송충이 처럼

군데 군데 꺼칫꺼칫하게 난 수염을

숯 검정 묻은 손가락으로 두어 번 쓰다듬는다 어젯밤에도 김참봉 아들네 사랑방에서 자고 오셨겠지 삼돌은 싱긋 웃는 가운데에도 남의 약점을 쥔 비겁한 즐거움이 나타났다

뭐가 어쩌고 어째 이 망나니 같은 놈 하는 말이 입 바깥까지 나왔던 안협집은 꿀꺽 다시 집어삼키면서 남이 어디서 자든 말든 무슨 상관이람

하며 물동이를 이고 다시 나가려니까

흥 두고 보지 내가 가만 있을 줄 알았다가는 듣기 싫어 흥 별꼬락서니를 다 보겠네

강원도 철원 용담이라는 곳에 김삼보라는 자가 있으니 나이는 삼십 오륙 세쯤에 키는 작달막하고 목은 다가붙고 얼굴빛은 노르께하며

언제든지 가죽창 박은 미투리에

대갈편자를 박아 신고

걸음을 걸을 때마다 엉덩이를 내 저으므로

동네에선 그를 땅딸보 김삼보

아편쟁이 김삼보

오리 궁둥이 김삼보라고 불렀다

그는 한 달에 자기 집에 붙어 있는 날이 이틀이면 꽤 오래 있는 셈이고

보통은 하루 뿐이다

그리고는 언제든지 나돌아 다니니

몇 해 전까지도 잘 알지 못했으나

차차 동네에서 소문이 돌기를

노름꾼 김삼보라는 말이 퍼졌다

차차 알게된 것은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접경을 넘어 다니며

골패 투전으로 먹고 지낸다는 것이다

그 노름꾼 김삼보의 아내가 아까 말하던 안협집이니 안협은 강원 평안 황해 삼도에 걸친 읍의 이름이다

그 안협집을 김삼보가 얻어 오기는

지금으로부터 오 년 전

안협집이 스물한 살 되던 해인데

어떻게 해서 얻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술 파는데서 눈이 맞았다고 하기도 하고 안협집이 김삼보에게 반해서 따라 왔다기도 하고 또는 그런 것 저런 것도 아니라

그녀의 전남편과 노름을 해서 빼앗았다고도 하는데 위인 된 품으로 봐선

맨 나중 말이 가장 유력할 것 같다고 동네 사람들이 말을 한다 처음에 안협집이 동네에 오자

그 동네 그 또래 여자들은 모두 거울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안협집이 비록 몸은 그리 귀하게 태어나진 못했지만 인물이 남달리 고운터라

동네 젊은것들이 암연히 부러워도 하고 질투도 하게 되고 또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네들의 예쁘지 못한 얼굴을 쥐어뜯고 싶기도 했으니 지금까지 나만한 얼굴이면

하는 자만심 있던 젊은 여자들에게

가엾게도 자가결함이 폭로되는 환멸을 느끼게했다 그러나

안협집은 촌구석에서 아무렇게나 자란데다가

먼저 안 것이 돈이었다

돈만 있으면 남편도 있고 먹을 것 입을 것 다 있지 하는 굳은 신조는 자기 목숨을 제외하곤

무엇이든지 제공하여 부끄러운 것이 없었다

열 대 여섯 살에 참외 한 개에 원두막 총각녀석들에게 정조를 빌린 것이나

벼 몇 섬 저고릿감 한 벌에 그것을 빌리는 것이 분량과 방법이 조금 높아졌을 뿐

그 관념은 동일했다

그리하여 이곳으로 온 뒤에도 동네에서 돈푼이나 있고 얌전한 젊은 사람은 거의 다 한 번씩은 후려 냈으니

그것을 남자 편에서 실없는 짓 좋아하는 이에게 먼저 죄가 있다 하는 것보다도 안협집에게 그 책임이 더 있다고 할 수 있고 또 그것보다 더 큰 죄는

그 남편되는 노름꾼 김삼보에게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그 까닭은 남편 노름꾼이 한 달에 한 번을 올까 말까 하면서도 올 적에는 빈손으로 오는 때가 많으니

젊은 여인 혼자 지낼 수가 없어

자연히 이집 저집 다니며 품방아도 찧어 주고 김도 매주고

잔일도 해주며 얻어먹던 중

한번은 어떤 집 서방님에게 실없는 짓을 당하고 나서 쌀 한 말과 피륙 두 필을 받게 되었다

하니 그것처럼 좋은 벌이가 없다는 생각에 차츰차츰 자기 스스로 벌이를 시작했고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거래 단골을 트듯이

이사람 저사람 집어먹기 시작하더니

그것도 차차 눈이 높아지니까

웬만한 목도꾼 패장이나 장돌림

조금 올라서서 경찰 나리쯤은

눈으로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고

적어도 그곳에서는 돈푼도 상당하고

여간해서 손아귀에 들지 않는다는 자들을 얼러 보기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는 일도 하지 않고 지내며

모양을 내고 거드름을 부리고 다니는데

자기 남편이 오면

이번에는 얼마나 따셨소

하고 포르께한 눈을 사르르 내리뜬다

딴 게 뭔가 밑천까지 올렸네

노름꾼 삼보는 목 뒤를 쓰다듬으며 입맛을 다신다

그러면 안협집은 전에 없던 바가지를 긁으며 불알 두 쪽을 달구서 그래 계집만두 못하단 말이요 하고서 할 말 못할 말을 불어서 풀을 잔뜩 죽여 놓은 뒤에

혹시 남편이 알면 경이 내릴까봐

노자랑 밑천 푼을 주어서 떠나보낸다

그럼 울며 겨자 먹기로 삼보는 혼자 한숨을 쉬면서 허허 참

실상 지금 세상에는 섣부른 불알보다 계집 편이 훨씬 낫군 하고 봇짐을 짊어지고 가버린다

이렇게 이삼 년을 지내고 난 어떤 가을

삼돌이란 놈이 그 뒷집에 머슴으로 왔다 놈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빌어먹던 놈인진 모르지만

논을 맬 때 콧소리나마

아르렁타령 마디나 똑똑히 하고

술잔이나 먹을 줄 알며

동료들 가운데 나서면 제법 구변이나 있는 듯 떠들어 젖히는 것이 그럴듯하고 게다가 힘이 쎄서 송아지 한 마리 옆에 끼고 개천 뛰기는 밥 먹듯하니

동네에서는 호랑이 삼돌이로 이름이 높다 놈이 음침해서 오던 때부터 동네 계집으로 반반한 것은 남 모르게 모두 건드려 보았지만

안협집 하나가 내내 말을 듣지 않으니

추근추근 귀찮게 구는 중이었다

때마침 여름이 되서 자기 집 안주인이 누에를 놓고 혼자는 힘이 드니까 안협집을 불러 같이 누에를 길러 실을 낳거든 반분하자는 약속을 한 뒤에

여름 내 함께 누에를 치게 된 걸 알고 기회만 엿보면서 흥 계집년이 배때가 벗어서 말쑥한 서방님만 얼르더라 어디 두고 보자 너도 깩소리 못 하고 한 번 당해야 할걸 건방진 년 하고는 술이 취하면 주먹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안주인이 치는 누에가 거의 오르게 되자 뽕이 다 떨어졌다 자기 집 울타리에 심은 뽕은 어림도 없이 다 따다 먹였고 그 후엔 삼돌을 시켜서

날마다 십리나 되는 건넛 마을 친척집 뽕을 얻어다 먹였지만 그것도 이제는 발가숭이가 되었다

이제는 뽕을 사다 먹이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사다 먹이자면 돈이 든다

안주인 노파는 생각해 보았다

개량 뽕이 좋기는 좋지만 돈을 여간 받아야지 그리고 일일이 사서 먹였다가는 뽕값으로 다 들어가고 남는게 없겠어 그의 생각에는 돈 한푼 안 들이고 공짜로 누에를 땄으면 좋겠는 거다 돈 한푼을 들인다 하면

그 한푼이 전 수확에서 나오는 이익의 전부 같이 생각되어 못 견뎠다 뿐만 아니라 자기 혼자 이익을 먹는것 같으면 모르지만 안협집하고 동업으로 하는 것이니 안협집이 비록 뼈가 부서지도록 일을 한다 해도 그 힘이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 한 푼 만 못해 보인다 그래서 어떻게 공짜로 뽕을 돈 안 들이고 얻어 올 궁리를 하고 있는데 마침 안협집이 마당으로 들어섰다 뽕 때문에 큰일이요

하며 안협집에게는 무슨 도리가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글쎄

안협집 생각은 주인의 마음과는 또 달라서 남의 주머니 돈 백 냥이 내 주머니 돈 한 냥만 못하다 그래서 돈 주면 살텐데 하는 듯이 심상하게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구해 와야지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데

들에 나갔던 삼돌이 툭 튀어 들어오다가 이 소리를 들었다

제딴에는 동정하는 표정으로

그거 큰일이네요 어떡하나 한참 허리를 짚고 생각해 보더니 헝 참 그 뽕은 좋더라만

생김새도 미선조각 같이 된 놈이

기름이 지르르 흐르는데

그놈을 먹이기만 하면 고치가 차돌같이 여물텐데 들으라는 말인지 혼자말인진 모르나 한마디 탁 던지고 말이 없다

귀가 반짝 띈 주인은

어디 그런 것이 있단 말이냐

하며 궁금증 난 사람처럼 묻는다 네 저 새술막에 있는 뽕밭이요 거기 있는 거 말씀이에요 혹시 좋은 수가 있을까 하려다가 남의 뽕밭

더구나 그것으로 살아가는 양잠소 뽕이라 말씨름만 하는 것이 될 것 같아서 응 나도 봤지

그게 그렇게 잘됐나

잘 됐겠지

그렇지만 그런 거야 있으면 뭐하니 언제 보셨어요

보기야 여러 번 봤지

올봄에 두릅 따러 갔다가도 보고

삼돌인 한참 있다가 싱긋 웃더니 은근하게

쥔 마님 제가 뽕을 한 짐 져다 드리면 탁주 많이 사 주실래요 듣던 중에도 그렇게 반가운 소리가 또 어디 있겠나

그럼 조오치

따오기만 하면 탁주가 문제야

귀찮스런 삼돌이도 이런 땐 쓸 만 하다는 듯 안협집도 환심 얻으려는 듯 웃음을 웃으며 삼돌을 본다 삼돌은 사내자식의 솜씨를 네 앞에 보여 주리라 하는 듯 기운이 나며 만족했다

그날 밤 저녁을 먹고 자정 때나 되어 삼돌은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문 밖으로 나갔다 나갔다가 한 두어 시간 만에 무엇인지 지고 오더니 그것을 뒤꼍 건넌방 뒤 창 밑에 뭉뚱그려 놓았다 이튿날 보니 딴은

미선쪽 같은 기름이 흐르는 뽕잎이었다 어디서 난걸까

주인하고 안협집은 수군수군 했다 그 녀석이 밤에 도둑질 해온 거겠지 뽕은 참 좋군 그렇지 참 좋네요

날마다 이만큼씩 만 가져오면 넉넉히 먹이겠는데요 두 사람은 뽕을 또 따오지 않을까봐 아무 말도 않고 뽕이 참 좋더라

오늘도 좀 또 따오지

하고 충동인다

놈은 두 손을 내저으며

쉬 떠들지 마세요 큰일나요

그게 그렇게 쉬우면 그 노릇만 하게요 까딱하다간 다리 마디가 두 동강이 난다구요 도둑해 온 삼돌이나

받아들인 두 사람이나

도둑질 왜 했어 하는 말은 없지만

서로 알고 있다

그러다가 하루는 주인이 안협집더러 이봐요 이번엔 임자가 하루 저녁 가봐요 그놈이 혹시 못 가게 되더라도

임자가 대신 갈 수 있게 말이예요 또 고삐가 길며는 밟힌다구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둘이 가서 한몫에 많이 따오는게 좋지 않겠소

안협집이 삼돌을 꺼리는 줄 알지만

제 욕심에 입맛이 달아서 자꾸 자꾸 충동인다 따다가 잡히면 어쩌구요

뭘 밤중에 누가 알우

그리고 혼자 가래나 삼돌이 놈하고 가랬지 글쎄 운이 나빠 잡히거나 하면 욕이죠 잡히는 것보다도 안협집의 걱정은 보기도 싫은 삼돌이 녀석하고 밤 중에 무인지경에를 같이 가라니 그것이 딱한 일이다

안협집은 정조가 헤프기로 유명한 만큼 또 매몰스럽기도 유명해서

한번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죽어도 막무가내다 만냥 금을 줘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삼돌이 그 중에 하나가 되어 간장을 태우는 모양이다

안협집은 생각하고 생각해서 결심해 버렸다 빌어먹을 녀석이 그 따위 맘을 먹거든 저 죽고 나 죽지 내가 기운은 없어도

하고 쌀쌀하게 눈을 가로뜨고 맘을 다져 먹었다

그리고는 뽕을 따러 가기로 했다

삼돌은 어깨춤이 저절로 추어진다 아하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드디어 때가 왔네

인제는 제가 꼭 당했지

삼돌은 신이 나서

저녁 먹고 마당 쓸고 소 여물 주고 도야지 병아리 새끼 다 몰아넣고 앞뒤로 돌아다니며 씻은 듯 부신 듯 다 해놓고 목물하고 발 씻고

등거리 잠뱅이 까지 갈아입은 후 곰방대에 담배를 꾹꾹 눌러 듬뿍 한모금 빨아서

휘~

내뿜으며 시간 오기만 기다린다 안협집은 보자기를 가지고 삼돌을 따라서 뽕밭을 향해 길을 나선다 날이 유달리 깜깜해서 앞의 개천까지 자세히 보이질 않는다 돌부리가 발끝을 건드리면

안협집은 어머 소리를 내며 천방지축으로

다리도 건너고 논 이랑도 지나고 해서 길 반쯤 왔다 삼돌은 속으로 궁리를 했다 뽕을 따기 전에 논이랑으로 끌고가 아니지

그러다가 뽕두 못 따가지고 오면 어쩔려고 저도 열녀가 아닌 다음에야

당하고 나면 할 말 없지

아주 그런 버릇이 없는 년 같으면 모르지만 옳지 좋은 수가 있어 뽕을 잔뜩 따서 이어 주면 지가 항우의 딸 년이야 큭 한번은 중간에서 쉬겠지

그럼 그때에

이렇게 궁리를 하다가 너무 말이 없으니까 심심파적도 될 겸

또는 실없는 농담도 좀 해서 마음을 떠보면 나중에 성사의 전제도 만들어 놓을 겸 공연히 쓸데없는 말을 지껄인다 삼보는 언제나 온대요

몰라 언제는 온다 간다 말하고 다니나 그래 영감은 밤낮 나돌아다니니 혼자 지내기 쓸쓸하시겠어

놈이 모르는 것 같이 새삼스레 시치미를 뗀다 별걱정 다 하네

어서 앞서 가 난 길이 서툴러 못 가겠어 매우 쌀쌀하시네

난 거기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그렇지만 김참봉 아들은 쇠귀신 같은 놈이라 아무리 다녀도 잇속 없을걸 내 말이 틀리진 않지

안협집은 삼돌이 아주 터놓고 말을 하는 걸 들으니까 분해서 뺨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그대로 참으면서

뭐가 어째

말이라면 다 하는 줄 아는군

하고 뒤로 조금 떨어져 걸어간다 전엔 그 녀석이 미웠지만

남의 약점을 들어 제 욕심을 채우려는 것이 더 더러웠다 뽕밭에 왔다

삼돌이 철망으로 울타리 친 것을 들어 주자 안협집이 먼저 들어가고

나중에 삼돌은 그 무거운 다리를 성큼 하여 밭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다가 발끝에 삭정이 가시를 밟아서 딱 우지끈

소리가 나고는 조용했다

삼돌은 손에 익어서 서슴지 않고 따지만 안협집은 익숙하지도 못한 데다가 마음이 떨리고 손이 떨려서 마음대로 안 된다 삼돌인 뽕을 따면서도 이따가 안협집을 꾀일 궁리를 하지만 안협집은 이것 저것 다 잊어버리고 손에 닥치는 대로 뽕을 땄다 얼마쯤 땄을 때 갑자기 안협집의 뒤에서 누구야

하고 범 같은 소리를 지르는 남자 목소리가 안협집의 간담을 서늘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