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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라의 오디오북 (Novella Audio Books), 옥토끼 김유정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 소설읽기, 오디오명작, Korean Novel, Korean Audio Book,

옥토끼 김유정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 소설읽기, 오디오명작, Korean Novel, Korean Audio Book,

안녕하세요 노벨라예요

오늘은 김유정의 옥토끼를 읽겠습니다

옥토끼는 1936년 여성 7월호에 발표된 단편입니다

나는 한 마리 토끼 때문에

자나 깨나 생각하였다

어떻게 하면 요놈을 얼른 키워서

새끼를 낳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었다

이 토끼는 하느님이 나에게 내려 주신 보물이었다

몹시 춥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내가 아직 꿈 속에서 놀고 있을 때

어머니가 팔을 흔들어 깨우셨다

아침잠이 번히 늦은데다가

자는데 깨우면 괜스레 약이 오르는 나였다

팔꿈치로 그 손을 툭 털어 버리고

아이 참 죽겠네

골을 이렇게 내자니까

너 이 토끼 싫으냐

하고 그럼 고만두란 듯이

은근히 나를 댕기고 계신 것이다

나는 잠결에 그럼 아버지가 아마

오랜만에 고기 생각이 나서

토끼 고기를 사오셨나

그래 어머니가 나를 먹이려구

깨우시는 것이 아닐까 하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뻑뻑한 눈을 떠보니

이게 다 뭐냐

조막만하고 아주 하얀 옥토끼 한마리가

어머니 치마 앞에 폭 싸 여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눈곱을 부비고 허둥지둥 다가 앉으며

이거 어서 났수

글쎄

글쎄 어서 났냔 말이야

하고 조급히 물으니까

아침에 쌀을 씻으러 나가니까

우리 부뚜막 위에 올라앉아서 웅크리고 있더라

아마 누집에서 기르는 토낀데 빠져 나왔나봐

어머니는 얼른 두 손을 화로 위에 부비면서

무척 기뻐하셨다

그 말씀이

우리가 이 신당리로 떠나 온 뒤로는 이날까지

지지리지지리 고생만 하였다

이렇게 옥토끼가 그것도 이 집에 네 가구가 있으련만

그 중에서 우리를 찾아 왔을 적에는

새해부터는 아마 운수가 좀피려는 거나 아닐까 하시며

고생 살이에 찌들은 한숨을 내쉬셨다

그러나 나는

나대로의 딴 희망이 있지 않아선 안 될 것이다

이런 귀여운 옥토끼가 뭇사람을 제치고

나를 찾아 왔음에는

아마 나의 심평이 차차 피려나부다 하였다

그리고 어머니 치마 앞에서 옥토끼를 집어내 들고

고놈을 입에 대 보고 뺨에 문질러 보고

턱에다 받쳐도 보고 하였다

참으로 귀엽고도 아름다운 동물이었다

나는 아침 밥도 먹을 새 없이

그리고 어머니가 팔을 붙잡고

너 숙이 갖다 줄려고 그러니

내 집에 들어온 것은 남 안 주는 법이야

인내라 인내

이렇게 굳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덜렁거리고 문 밖으로 나섰다

뒷골목으로 들어가 숙이를 문간으로 넌지시 불러내다가

이 옥토끼 잘 길루

하고 두루마기 속에서 고놈을 꺼내 주었다

나의 예상대로 숙이는 가손진 그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두 손으로 담싹 집어다가는

저도 역시 입을 맞추고 뺨을 대보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가슴에다 막 부등켜 안은 데는

나는 고만 질색을 하며

아 아 그렇게 하면 뼈가 부서져 죽수

토끼는 두 귀를 붙들고 이렇게

하고 토끼 다루는 법 까지 아르켜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라는 대로 두귀를 붙잡고 섰는 숙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는 이 집이 내 집이라 하고

또 숙이가 내 아내라 하면 얼마나 좋올까 하였다

숙이가 여자 양말 하나 사 달라고 부탁하고

내가 그래라고 승낙한 지가 달장근이 되련만

그것도 못 하는 걸 생각하니

내 자신이 불쌍 도 하였다

요놈은 크거든 짝을 채워서 우리 새끼를 자꾸 받읍시다

그 새끼를 팔구 팔구 하면 나중에는큰 돈이

그러고 토끼를 쳐들고 들여다보니

대체 수놈인지 암놈인지 분간을 모르겠다

이게 저으기 판심이 되어

그런데 뭔지 알아야 짝을 채지

하고 혼자 투덜거리니까

그건 인제

숙이는 이렇게 낯을 약간 붉히더니

어색한 표정을 웃음으로 버무리며

낭중 커야 알지요

그렇지

그럼 잘 길루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 담날 부터

매일 한 번씩 토끼 문안을 가고 하였다

토끼가 나날이 달라간다는 숙이의 말을 듣고

나는 퍽 좋았다

요새두 잘 먹수 하고 물으면

네 무우 찌끼만 주다가 오늘은 배추를 주었더니

아주 잘 먹어요

하고 숙이도 대견한 대답이었다

나는 이렇게 병이나 없이 잘만 먹으면

다 되려니 생각하였다

아니나 다르랴 숙이가

인젠 막 뛰어다니고 똥도 밖에 가 누구 들어와요

하고 까만 눈알을 뒤굴릴 적에는

아주 훤칠한 어른 토끼가 다 되었다

인제는 짝을 채 줘야 할 터인데

하고 나는 돈 없음을 걱정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돈을 변통할 길이 없어서

내가 입고 있는 두루마기를 잡힐까

그러면 뭘 입고 나가냐

이렇게 양단을 망설이다가

한 댓새 동안 토끼에게 가질 못 하였다

그러나 하루는 저녁을 먹다가 어머니가

금칠 어메게 들으니까

숙이가 그토끼를 잡아 먹었다더구나

하고 역정을 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우리 어머니는 싫다는 걸 내가 디리 졸라서

한 번 숙이네한테 통혼을넜다가 거절을 당한 일이 있었다

겉으로는 아직 어리다는 것이나

그 속셈은 돈 있는 집으로 딸을 내놓겠다는 내숭이었다

이걸 어머니가 아시고 모욕을 당한 듯이

그들을 극히 미워하므로

그럼 그렇지 그것들이 짐생 구여운 줄이나 알겠니

그래 토끼를 먹었어

나는 이렇게 눈에 불이 번쩍 나서 밖으로 뛰어 나왔으나

암만 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제 손으로 색동조끼 까지 해입힌 그 토끼를

설마 숙이가 잡아 먹을 성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숙이를 불러 내다가

그 토끼를 좀 잠깐만 뵈 달라 하여도

아무 대답이 없이 얼굴만 빨개져서 서 있는 걸 보면

잡아 먹은 것이 확실 하였다

이렇게 되면 이놈의 계집애가

나에게 벌써 맘이 변한 것은 넉넉히 알 수 있다

나중에는 같이 살자고 우리끼리 맺은 그 언약을

잊지 않았다면 내가 위하는 그 토끼를

제가 감히 잡아 먹을 리가 없지 않는가

나는 한참 도끼눈으로 노려보다가

토끼 가질러 왔수

내 토끼 도루 내주

없어요

숙이는 거반 울 듯한 상이더니 이내 고개를 떨어치며

아버지가 나두 모르게

하고는 무안에 취하여 말끝도 다 못 맺는다

실상은 이때 숙이가 한 사날 동안이나

밥도 안 먹고 대단히 앓고 있었다

연초 회사에 다니며 벌어 들이는 딸이

이렇게 밥도 안 먹고 앓으므로

그 아버지가 겁이 버쩍 났다

그렇다고 고기를 사다가 몸보신 시킬 형편도 못되고 하여

결국에는 딸도 모르게

그 옥토끼를 잡아서 먹여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속은 모르니까

남의 토끼를 잡아 먹고

할 말이 없어서 벙벙히 섰는 숙이가 미웠다

뭘 못 먹어서 옥토끼를 하고 다시

옥토끼 내놓슈 가져 갈테니 하니까

잡아 먹었어요

그제서야 바로 말하고

언제 그렇게고였는지 눈물이 뚝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을 생각했음인지 허리춤을 뒤지더니

그 지갑

그 지갑은 우리가 둘이 남몰래 약혼을 하였을 때

금반지 살 돈은 없고 급하긴 하고 해서

내가 야시에서 15전 주고 사넣고

다니던 돈지갑을 대신 주었는데

그것을 내놓으며 새침히 고개를 트는 것이다

망할 계집애

남의 옥토끼를 먹고 요렇게 토라지면

나는 어떡 하란 말인가

하나 여기서 더 지껄였다가는 나만 앵한 것을 알았다

숙이의 옷가슴을 부랴사랴 헤치고

허리춤에다 그 지갑을 도로 꾹 찔러 주고는

쫓아 올까봐 집으로 힝하게 달아왔다

게다가 내 옥토끼를 먹었으니까

암만 즈 아버지가 반대를 하더라도

그리고 제가 설혹 마음이 없더라도

인제는 하릴없이

나의 아내가 꼭 되어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는 생각하고 이불 속에서 잘 따져 보다

이 옥토끼가

나에게 참으로 고마운 동물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인제는 틀림없이 너는 내거다

옥토끼 김유정ㅣ한글자막(CC), 한국단편, 소설읽기, 오디오명작, Korean Novel, Korean Audio Book, Octopus Kim Yoo Jung (CC), koreanische Kurzgeschichte, Romanlesung, Audiomeisterwerk, koreanischer Roman, koreanisches Hörbuch, Octopus Kim Yoo Jung (CC), Korean short story, novel reading, audio masterpiece, Korean Novel, Korean Audio Book, Octopus Kim Yoo Jung (CC), relato corto coreano, lectura de novela, obra maestra de audio, novela coreana, audiolibro coreano, Осьминог Ким Ю Чжон (КК), корейский рассказ, чтение романа, аудиошедевр, корейский роман, корейская аудиокнига,

안녕하세요 노벨라예요

오늘은 김유정의 옥토끼를 읽겠습니다

옥토끼는 1936년 여성 7월호에 발표된 단편입니다 Jade Rabbit is a short story published in the July issue of 1936 women.

나는 한 마리 토끼 때문에 because of one rabbit

자나 깨나 생각하였다 Wake up and think

어떻게 하면 요놈을 얼른 키워서 How do I raise this guy quickly?

새끼를 낳게 할 수 있을까 can i have a baby

이것이 었다 this was it

이 토끼는 하느님이 나에게 내려 주신 보물이었다 This rabbit was a treasure God gave me

몹시 춥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It was a very cold morning

내가 아직 꿈 속에서 놀고 있을 때 When I'm still playing in my dreams

어머니가 팔을 흔들어 깨우셨다 my mother woke me up by waving her arm

아침잠이 번히 늦은데다가 Sleeping very late in the morning

자는데 깨우면 괜스레 약이 오르는 나였다 When I woke up while I was sleeping, my medicine went up for some reason.

팔꿈치로 그 손을 툭 털어 버리고 Shake it off with your elbow

아이 참 죽겠네 baby i'm gonna die

골을 이렇게 내자니까 Let's score like this

너 이 토끼 싫으냐 do you hate this rabbit

하고 그럼 고만두란 듯이 And then like a dumpling

은근히 나를 댕기고 계신 것이다 You are secretly stalking me

나는 잠결에 그럼 아버지가 아마 I fell asleep and then my father probably

오랜만에 고기 생각이 나서 After a long time I thought of meat

토끼 고기를 사오셨나 Did you buy rabbit meat?

그래 어머니가 나를 먹이려구 yes my mother wants to feed me

깨우시는 것이 아닐까 하였다 I thought you might wake me up

그리고 고개를 돌려 뻑뻑한 눈을 떠보니 And I turned my head and opened my stiff eyes

이게 다 뭐냐 what is all this

조막만하고 아주 하얀 옥토끼 한마리가 A small, very white jade rabbit

어머니 치마 앞에 폭 싸 여 있는 것이 아닌가 Isn't it wide wrapped in front of mother's skirt?

나는 눈곱을 부비고 허둥지둥 다가 앉으며 I rub my eyes and hurriedly sit down.

이거 어서 났수 how did this happen

글쎄

글쎄 어서 났냔 말이야

하고 조급히 물으니까 I asked hastily

아침에 쌀을 씻으러 나가니까 I go out to wash rice in the morning

우리 부뚜막 위에 올라앉아서 웅크리고 있더라 He was crouching on top of our stove.

아마 누집에서 기르는 토낀데 빠져 나왔나봐 It was probably a rabbit raised in a nest, but he escaped.

어머니는 얼른 두 손을 화로 위에 부비면서 The mother quickly rubbed her hands over the brazier,

무척 기뻐하셨다 was very happy

그 말씀이 that word

우리가 이 신당리로 떠나 온 뒤로는 이날까지 Ever since we left for this Sindang-ri, until this day

지지리지지리 고생만 하였다 I was just struggling

이렇게 옥토끼가 그것도 이 집에 네 가구가 있으련만 If this jade rabbit is any indication, there are four of them in this house.

그 중에서 우리를 찾아 왔을 적에는 The one that came to us was

새해부터는 아마 운수가 좀피려는 거나 아닐까 하시며

고생 살이에 찌들은 한숨을 내쉬셨다 He let out a long, fat sigh.

그러나 나는

나대로의 딴 희망이 있지 않아선 안 될 것이다 There should be no other hope for the future.

이런 귀여운 옥토끼가 뭇사람을 제치고

나를 찾아 왔음에는

아마 나의 심평이 차차 피려나부다 하였다 Perhaps my judgment will bloom again and again.

그리고 어머니 치마 앞에서 옥토끼를 집어내 들고 And picked up a jade rabbit from under his mother's skirt and said

고놈을 입에 대 보고 뺨에 문질러 보고

턱에다 받쳐도 보고 하였다 I held it on my chin and it reported

참으로 귀엽고도 아름다운 동물이었다 What a cute and beautiful animal

나는 아침 밥도 먹을 새 없이

그리고 어머니가 팔을 붙잡고

너 숙이 갖다 줄려고 그러니 Sook is going to get it for you.

내 집에 들어온 것은 남 안 주는 법이야 I don't give away what I don't have.

인내라 인내 Persevere

이렇게 굳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덜렁거리고 문 밖으로 나섰다

뒷골목으로 들어가 숙이를 문간으로 넌지시 불러내다가 You go into the back alley and secretly call Sookie to the doorway.

이 옥토끼 잘 길루

하고 두루마기 속에서 고놈을 꺼내 주었다

나의 예상대로 숙이는 가손진 그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두 손으로 담싹 집어다가는

저도 역시 입을 맞추고 뺨을 대보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가슴에다 막 부등켜 안은 데는

나는 고만 질색을 하며

아 아 그렇게 하면 뼈가 부서져 죽수

토끼는 두 귀를 붙들고 이렇게

하고 토끼 다루는 법 까지 아르켜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라는 대로 두귀를 붙잡고 섰는 숙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는 이 집이 내 집이라 하고

또 숙이가 내 아내라 하면 얼마나 좋올까 하였다

숙이가 여자 양말 하나 사 달라고 부탁하고

내가 그래라고 승낙한 지가 달장근이 되련만

그것도 못 하는 걸 생각하니

내 자신이 불쌍 도 하였다

요놈은 크거든 짝을 채워서 우리 새끼를 자꾸 받읍시다

그 새끼를 팔구 팔구 하면 나중에는큰 돈이

그러고 토끼를 쳐들고 들여다보니

대체 수놈인지 암놈인지 분간을 모르겠다

이게 저으기 판심이 되어

그런데 뭔지 알아야 짝을 채지

하고 혼자 투덜거리니까

그건 인제

숙이는 이렇게 낯을 약간 붉히더니

어색한 표정을 웃음으로 버무리며

낭중 커야 알지요

그렇지

그럼 잘 길루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 담날 부터

매일 한 번씩 토끼 문안을 가고 하였다

토끼가 나날이 달라간다는 숙이의 말을 듣고

나는 퍽 좋았다

요새두 잘 먹수 하고 물으면

네 무우 찌끼만 주다가 오늘은 배추를 주었더니

아주 잘 먹어요

하고 숙이도 대견한 대답이었다

나는 이렇게 병이나 없이 잘만 먹으면

다 되려니 생각하였다

아니나 다르랴 숙이가

인젠 막 뛰어다니고 똥도 밖에 가 누구 들어와요

하고 까만 눈알을 뒤굴릴 적에는

아주 훤칠한 어른 토끼가 다 되었다

인제는 짝을 채 줘야 할 터인데

하고 나는 돈 없음을 걱정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돈을 변통할 길이 없어서

내가 입고 있는 두루마기를 잡힐까

그러면 뭘 입고 나가냐

이렇게 양단을 망설이다가

한 댓새 동안 토끼에게 가질 못 하였다

그러나 하루는 저녁을 먹다가 어머니가

금칠 어메게 들으니까

숙이가 그토끼를 잡아 먹었다더구나

하고 역정을 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우리 어머니는 싫다는 걸 내가 디리 졸라서

한 번 숙이네한테 통혼을넜다가 거절을 당한 일이 있었다

겉으로는 아직 어리다는 것이나

그 속셈은 돈 있는 집으로 딸을 내놓겠다는 내숭이었다

이걸 어머니가 아시고 모욕을 당한 듯이

그들을 극히 미워하므로

그럼 그렇지 그것들이 짐생 구여운 줄이나 알겠니

그래 토끼를 먹었어

나는 이렇게 눈에 불이 번쩍 나서 밖으로 뛰어 나왔으나

암만 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제 손으로 색동조끼 까지 해입힌 그 토끼를

설마 숙이가 잡아 먹을 성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숙이를 불러 내다가

그 토끼를 좀 잠깐만 뵈 달라 하여도

아무 대답이 없이 얼굴만 빨개져서 서 있는 걸 보면

잡아 먹은 것이 확실 하였다

이렇게 되면 이놈의 계집애가

나에게 벌써 맘이 변한 것은 넉넉히 알 수 있다

나중에는 같이 살자고 우리끼리 맺은 그 언약을

잊지 않았다면 내가 위하는 그 토끼를

제가 감히 잡아 먹을 리가 없지 않는가

나는 한참 도끼눈으로 노려보다가

토끼 가질러 왔수

내 토끼 도루 내주

없어요

숙이는 거반 울 듯한 상이더니 이내 고개를 떨어치며

아버지가 나두 모르게

하고는 무안에 취하여 말끝도 다 못 맺는다

실상은 이때 숙이가 한 사날 동안이나

밥도 안 먹고 대단히 앓고 있었다

연초 회사에 다니며 벌어 들이는 딸이

이렇게 밥도 안 먹고 앓으므로

그 아버지가 겁이 버쩍 났다

그렇다고 고기를 사다가 몸보신 시킬 형편도 못되고 하여

결국에는 딸도 모르게

그 옥토끼를 잡아서 먹여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속은 모르니까

남의 토끼를 잡아 먹고

할 말이 없어서 벙벙히 섰는 숙이가 미웠다

뭘 못 먹어서 옥토끼를 하고 다시

옥토끼 내놓슈 가져 갈테니 하니까

잡아 먹었어요

그제서야 바로 말하고

언제 그렇게고였는지 눈물이 뚝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을 생각했음인지 허리춤을 뒤지더니

그 지갑

그 지갑은 우리가 둘이 남몰래 약혼을 하였을 때

금반지 살 돈은 없고 급하긴 하고 해서

내가 야시에서 15전 주고 사넣고

다니던 돈지갑을 대신 주었는데

그것을 내놓으며 새침히 고개를 트는 것이다

망할 계집애

남의 옥토끼를 먹고 요렇게 토라지면

나는 어떡 하란 말인가

하나 여기서 더 지껄였다가는 나만 앵한 것을 알았다

숙이의 옷가슴을 부랴사랴 헤치고

허리춤에다 그 지갑을 도로 꾹 찔러 주고는

쫓아 올까봐 집으로 힝하게 달아왔다

게다가 내 옥토끼를 먹었으니까

암만 즈 아버지가 반대를 하더라도

그리고 제가 설혹 마음이 없더라도

인제는 하릴없이

나의 아내가 꼭 되어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는 생각하고 이불 속에서 잘 따져 보다

이 옥토끼가

나에게 참으로 고마운 동물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인제는 틀림없이 너는 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