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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심청전 (The Story of Sim Cheong), 8 장 심 봉사, 고난의 삶을 살다

8 장 심 봉사, 고난의 삶을 살다

한편 심 봉사는 심청이 떠난 강가에 앉아 매일매일 통곡하며 지냈다. 심청의 목숨과 맞바꾼 공양미 삼백 석으로도 심 봉사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채였다.

“청아, 내 딸 청아! 내가 전생에 많은 죄를 지었나 보다. 금쪽같은 내 딸이 아비 눈 뜨게 하겠다고 스스로 저승길로 걸어갔는데, 그 아비는 눈도 못 뜨고 딸마저 잃었으니 내가 숨 쉬는 이곳이 지옥이다. 지옥이야.”

혼자 밥을 차려 먹을 수도 없고, 빨래며 살림도 할 수 없으니 심봉사의 몰골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때 아랫마을에 뺑덕 어미라는 여인이 심 봉사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되었다. 뺑덕 어미는 심 봉사를 찾아가 따뜻한 밥도 지어 주고 집안일도 해 주며 가깝게 지냈다. 심 봉사는 뺑덕 어미에게 점차 의지하게 되었고 덕분에 심 봉사의 얼굴에 다시 살이 오르고 옷차림도 깔끔해졌다.

뺑덕 어미가 싹싹하고 상냥하게 대해 주니 웃을 일 없을 것만 같던 그에게도 웃는 일이 생겼다.

‘앞도 못 보고 아내와 자식까지 잃은 내게 이렇게 잘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하늘이 내게 살길을 열어 주시려나 보다.'

결국 심 봉사는 뺑덕 어미를 아내로 맞이했다. 하지만 그녀는 심 봉사의 생각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뺑덕 어미는 장사꾼들이 심 봉사를 위해 공양미 삼백 석 외에도 돈과 곡식, 옷감을 부족함 없이 주고 갔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심 봉사를 찾아갔던 것이다. 심 봉사와 결혼한 뺑덕 어미는 심 봉사의 재물을 물 쓰듯 했고 집안 살림을 돌보는 것도 뒷전이었다. 하루는 심 봉사가 뺑덕 어미에게 물었다.

“뺑덕 어미. 이웃 사람들 말이 우리 집 형편이 꽤 괜찮았었는데 지금은 쪽박 신세라 하오. 그게 정말인가?”

“대충 그러합니다.”

“뭐? 그러하다고? 내 딸 청이가 팔려 갈 때 뱃사람들이 늙어서라도 편하게 지내라고 주고 간 것이 꽤 많았는데 그것들이 다 어디로 가고 없단 말이오?”

“어디로 가긴 어디로 가요. 다 써 버렸지.”

“뭐? 어디에?”

“쌀 팔아 떡 사 먹고, 의복 팔아 엿 사 먹고, 세간 팔아 술 사먹었소. 이제 남아 있는 건 빚뿐이오.”

뺑덕 어미가 뻔뻔스럽게 말했다. 심 봉사는 기가 막혔다.

“뭐? 그대는 양심도 없는가? 하긴 누굴 탓 하겠는가. 딸이 아비 위해 남긴 재물도 간수 못한 내가 바보지. 다시 동냥해서 먹고 살려니 부끄러워 못 살겠네. 차라리 자네와 나, 함께 이 마을을 떠나세.”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합시다.”

그리하여 남은 살림 다 팔아서 뺑덕 어미가 진 빚을 갚은 심 봉사는 빈 봇짐을 메고 뺑덕 어미와 함께 고향을 떠났다. 일 년이 지나고 새로 이사 간 마을의 사또가 심 봉사를 불렀다.

“궁에서 맹인 잔치를 연다고 하오. 여기 한양까지 갈 여비를 줄 테니 꼭 참석하도록 하시오.”

심 봉사가 돈을 들고 좋아하며 집에 돌아와 뺑덕 어미를 불렀다.

“여보게, 뺑덕 어미. 황제께서 맹인들을 위해 잔치를 여신다고 하니 자네도 같이 가세. 이렇게 여비까지 받았으니 돈 걱정은 말게.”

뺑덕 어미는 심 봉사가 받아온 돈도 탐나고 한양 구경도 하고 싶어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뺑덕 어미는 한양으로 가는 도중에 젊고 돈 많은 황 봉사를 만났다. 뺑덕 어미는 곰곰이 생각했다.

‘한양에 가 봐야 내가 잔치에 갈 수도 없고, 잔치가 끝나고 돌아와 봐야 형편도 예전만 못할 텐데……. 차라리 황 봉사를 따라가면 앞으로 더 편하게 살 수 있겠구나.'

뺑덕 어미는 한양으로 가는 여비마저 훔쳐서는 황 봉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심 봉사는 신세 한탄을 했다.

“애고, 무정하고 고약한 사람.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나. 도망치려면 날 궁에 데려다 놓고 도망칠 것이지. 낯선 곳에 와서 이게 웬일인가? 하긴 이 모두 내 팔자인 것을 누굴 탓해 무엇 하겠는가. 어진 곽 씨 보내고도 잘 살았고, 착한 딸 청이 보내고도 잘 살았는데 너 없다고 못 살겠느냐? 에잇! 잘 가거라.”

혼자가 된 심 봉사는 터덜터덜 한양을 향해 걸었다. 넘어지고 떨어지고 부딪히기를 수십 번도 더 했다. 그래도 하늘의 도움이 있었는지 죽지 않고 살아 심 봉사는 한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심 봉사는 맹인 잔치가 끝나는 마지막 날에 이름과 고향을 적어낸 후 간신히 잔치에 참석했다.

8 장 심 봉사, 고난의 삶을 살다 Kapitel 8 Tiefer Dienst, ein Leben im Leiden Chapter 8 Deep Service, Living a Life of Suffering Chapitre 8 Un service profond, une vie de souffrance Розділ 8 Глибоке служіння, життя в стражданні

한편 심 봉사는 심청이 떠난 강가에 앉아 매일매일 통곡하며 지냈다. 심청의 목숨과 맞바꾼 공양미 삼백 석으로도 심 봉사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채였다.

“청아, 내 딸 청아! 내가 전생에 많은 죄를 지었나 보다. 금쪽같은 내 딸이 아비 눈 뜨게 하겠다고 스스로 저승길로 걸어갔는데, 그 아비는 눈도 못 뜨고 딸마저 잃었으니 내가 숨 쉬는 이곳이 지옥이다. 지옥이야.”

혼자 밥을 차려 먹을 수도 없고, 빨래며 살림도 할 수 없으니 심봉사의 몰골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때 아랫마을에 뺑덕 어미라는 여인이 심 봉사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되었다. 뺑덕 어미는 심 봉사를 찾아가 따뜻한 밥도 지어 주고 집안일도 해 주며 가깝게 지냈다. 심 봉사는 뺑덕 어미에게 점차 의지하게 되었고 덕분에 심 봉사의 얼굴에 다시 살이 오르고 옷차림도 깔끔해졌다.

뺑덕 어미가 싹싹하고 상냥하게 대해 주니 웃을 일 없을 것만 같던 그에게도 웃는 일이 생겼다.

‘앞도 못 보고 아내와 자식까지 잃은 내게 이렇게 잘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하늘이 내게 살길을 열어 주시려나 보다.'

결국 심 봉사는 뺑덕 어미를 아내로 맞이했다. 하지만 그녀는 심 봉사의 생각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뺑덕 어미는 장사꾼들이 심 봉사를 위해 공양미 삼백 석 외에도 돈과 곡식, 옷감을 부족함 없이 주고 갔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심 봉사를 찾아갔던 것이다. 심 봉사와 결혼한 뺑덕 어미는 심 봉사의 재물을 물 쓰듯 했고 집안 살림을 돌보는 것도 뒷전이었다. 하루는 심 봉사가 뺑덕 어미에게 물었다.

“뺑덕 어미. 이웃 사람들 말이 우리 집 형편이 꽤 괜찮았었는데 지금은 쪽박 신세라 하오. 그게 정말인가?”

“대충 그러합니다.”

“뭐? 그러하다고? 내 딸 청이가 팔려 갈 때 뱃사람들이 늙어서라도 편하게 지내라고 주고 간 것이 꽤 많았는데 그것들이 다 어디로 가고 없단 말이오?”

“어디로 가긴 어디로 가요. 다 써 버렸지.”

“뭐? 어디에?”

“쌀 팔아 떡 사 먹고, 의복 팔아 엿 사 먹고, 세간 팔아 술 사먹었소. 이제 남아 있는 건 빚뿐이오.”

뺑덕 어미가 뻔뻔스럽게 말했다. 심 봉사는 기가 막혔다.

“뭐? 그대는 양심도 없는가? 하긴 누굴 탓 하겠는가. 딸이 아비 위해 남긴 재물도 간수 못한 내가 바보지. 다시 동냥해서 먹고 살려니 부끄러워 못 살겠네. 차라리 자네와 나, 함께 이 마을을 떠나세.”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합시다.”

그리하여 남은 살림 다 팔아서 뺑덕 어미가 진 빚을 갚은 심 봉사는 빈 봇짐을 메고 뺑덕 어미와 함께 고향을 떠났다. 일 년이 지나고 새로 이사 간 마을의 사또가 심 봉사를 불렀다.

“궁에서 맹인 잔치를 연다고 하오. 여기 한양까지 갈 여비를 줄 테니 꼭 참석하도록 하시오.”

심 봉사가 돈을 들고 좋아하며 집에 돌아와 뺑덕 어미를 불렀다.

“여보게, 뺑덕 어미. 황제께서 맹인들을 위해 잔치를 여신다고 하니 자네도 같이 가세. 이렇게 여비까지 받았으니 돈 걱정은 말게.”

뺑덕 어미는 심 봉사가 받아온 돈도 탐나고 한양 구경도 하고 싶어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뺑덕 어미는 한양으로 가는 도중에 젊고 돈 많은 황 봉사를 만났다. 뺑덕 어미는 곰곰이 생각했다.

‘한양에 가 봐야 내가 잔치에 갈 수도 없고, 잔치가 끝나고 돌아와 봐야 형편도 예전만 못할 텐데……. 차라리 황 봉사를 따라가면 앞으로 더 편하게 살 수 있겠구나.'

뺑덕 어미는 한양으로 가는 여비마저 훔쳐서는 황 봉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심 봉사는 신세 한탄을 했다.

“애고, 무정하고 고약한 사람.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나. 도망치려면 날 궁에 데려다 놓고 도망칠 것이지. 낯선 곳에 와서 이게 웬일인가? 하긴 이 모두 내 팔자인 것을 누굴 탓해 무엇 하겠는가. 어진 곽 씨 보내고도 잘 살았고, 착한 딸 청이 보내고도 잘 살았는데 너 없다고 못 살겠느냐? 에잇! 잘 가거라.”

혼자가 된 심 봉사는 터덜터덜 한양을 향해 걸었다. 넘어지고 떨어지고 부딪히기를 수십 번도 더 했다. 그래도 하늘의 도움이 있었는지 죽지 않고 살아 심 봉사는 한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심 봉사는 맹인 잔치가 끝나는 마지막 날에 이름과 고향을 적어낸 후 간신히 잔치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