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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심청전 (The Story of Sim Cheong), 9 장 심 봉사, 눈을 뜨다

9 장 심 봉사, 눈을 뜨다

한편 심청은 잔치의 마지막 날이 되자 안절부절못했다.

‘오늘이 마지막 잔칫날인데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구나. 혹시 부처님의 은혜로 눈을 뜨신 것일까? 늙고 병들어 한양까지 못오시는 것일까? 아니면 불효자식 보내고 속 끓이다 세상을 떠나신 것일까? 불쌍한 우리 아버지, 알 길이 없으니 답답하구나.' 심청은 조급한 마음에 직접 맹인 잔치에 나가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관이 급히 달려와 말하였다.

“심학규라는 맹인이 방금 장부에 이름을 적었나이다.”

황제는 바로 그 맹인을 모셔오도록 했다. 심청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기다렸다. 잠시 후 맹인 한 사람이 황제와 황후 앞에 섰다. 내관이 황제와 황후가 앞에 계신다고 알려 주니 맹인은 엎드려 절하며 황송해했다. 황제가 물었다.

“어디에서 온 맹인인가?”

맹인이 황제의 물음에 답했다.

“저는 처자식도 없고 거처하는 곳도 없는 불쌍한 맹인이옵니다.”

심청은 심 봉사의 초라한 모습에서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 물었다.

“맹인은 다시 성명과 거주지 그리고 처자식에 대해 자세히 밝히시오.”

심 봉사는 처자식이라는 말이 나오자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소인의 고향은 황주 도화동이고 성은 심, 이름은 학규라 하옵니다.

곽 씨 집안의 여인을 아내로 맞았는데 스물이 되어 눈이 멀었습니다. 눈 먼 남편 보살피느라 고생만 한 아내는 마흔에 세상을 떠났고 아내가 남기고 간 딸 아이 하나를 젖동냥으로 근근이 길렀습니다. 그런데 그만 그 딸이 제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서 죽었나이다. 그런데도 눈도 뜨지 못하고 자식만 죽였으니 이렇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합니다. 딸을 죽인 죄인을 죽여 주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심 황후는 버선발로 달려가 아버지의 목을 잡고 통곡했다.

“아이고, 아버지! 어찌 여태 눈을 뜨지 못하셨어요. 뱃사람들이 재물을 남겼건만 무슨 고생을 하셨기에 이리 늙으셨어요. 인당수에 빠져 죽었던 심청이가 이렇게 살아왔으니 어서 눈을 떠서 청이를 좀 보세요, 아버지.”

“뭐? 청이? 우리 청이? 아니, 죽었던 우리 청이가 살아왔단 말이냐? 이게 꿈이냐 생시냐?”

“네, 아버지. 청이에요. 아버지의 하나뿐인 딸 청이에요.”

심 봉사는 더듬더듬 심 황후의 얼굴을 만져보고, 목소리를 들어봐도 알 수 없으니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아이고, 청아! 답답해 못 견디겠다! 어디 한번 보자꾸나! 내 딸 얼굴 좀 보고 싶다!”

심 봉사가 눈을 있는 힘껏 뜨려 애쓰며 가슴의 한을 담아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갑자기 심 봉사의 두 눈이 번쩍 뜨이며 앞이 밝아졌다. 그리고 곧 심 봉사의 눈에 심청의 얼굴이 비쳤다.

“청아, 청아! 보인다. 네가 보인다! 선녀처럼 고운 네가 보인다! 네가 정말 내 딸 청이란 말이냐?”

“네? 아버지, 정말 제가 보이세요? 아아, 아버지! 저는 인당수에서 꼼짝없이 죽는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살아 아버지를 뵙고, 아버지가 눈도 뜨셨으니 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내 사랑하는 딸아, 죽는다는 말은 다시는 하지 말거라. 그런데 이 옷은 다 무엇이며, 네가 왜 궁에 있느냐?”

심 봉사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아버지, 저는 옥황상제님의 은혜로 이렇게 황후가 되었어요.”

“뭐? 내 딸이 황후가 되다니! 네 효심에 하늘이 감동하여 복을 주셨구나!”

심 봉사가 심청을 부여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니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자기의 일처럼 기뻐했다. 심 봉사가 눈을 떠서 춤추고 노래하는 소리가 천하에 쩌렁쩌렁 울려 퍼져온 나라의 맹인들도 그 소리를 듣고 일시에 눈을 떴다. 맹인 잔치 동안 먼저 왔다가 돌아간 맹인들도 집에서 눈을 뜨고, 길 위에서도 눈을 뜬다. 온 나라의 맹인들이 제각기 눈을 뜨니 온 나라에 놀라는 소리가 또 한 번 떠들썩하였다. 심 황후의 어진 덕으로 온 세상에 눈먼 사람들이 모두 세상의 빛을 보았다고 백성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였다.

심 황후는 아버지를 예복으로 갈아입게 하고 예를 다해 내전으로 모셨다. 그런 후에 심 봉사와 마주 앉아 여러 해 동안 쌓인 이야기를 몇 날 며칠 하는데, 한 번 웃으면 한 번 울고 하며 그리던 정을 나누었다. 심 황후의 지극한 효심을 온 백성이 두고두고 칭송하며 본받으니 태평성대가 끝이 없었다.

9 장 심 봉사, 눈을 뜨다 Kapitel 9 Tiefer Dienst, öffne deine Augen Chapter 9 Deep Service, Open Your Eyes Capítulo 9 Servicio profundo, abre los ojos Chapitre 9 Service en profondeur, ouvrez les yeux Розділ 9 Глибоке служіння, розплющ очі 第9章 辛奉沙,睜開眼睛

한편 심청은 잔치의 마지막 날이 되자 안절부절못했다.

‘오늘이 마지막 잔칫날인데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구나. 혹시 부처님의 은혜로 눈을 뜨신 것일까? 늙고 병들어 한양까지 못오시는 것일까? 아니면 불효자식 보내고 속 끓이다 세상을 떠나신 것일까? 불쌍한 우리 아버지, 알 길이 없으니 답답하구나.' 심청은 조급한 마음에 직접 맹인 잔치에 나가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관이 급히 달려와 말하였다.

“심학규라는 맹인이 방금 장부에 이름을 적었나이다.”

황제는 바로 그 맹인을 모셔오도록 했다. 심청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기다렸다. 잠시 후 맹인 한 사람이 황제와 황후 앞에 섰다. 내관이 황제와 황후가 앞에 계신다고 알려 주니 맹인은 엎드려 절하며 황송해했다. 황제가 물었다.

“어디에서 온 맹인인가?”

맹인이 황제의 물음에 답했다.

“저는 처자식도 없고 거처하는 곳도 없는 불쌍한 맹인이옵니다.”

심청은 심 봉사의 초라한 모습에서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 물었다.

“맹인은 다시 성명과 거주지 그리고 처자식에 대해 자세히 밝히시오.”

심 봉사는 처자식이라는 말이 나오자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소인의 고향은 황주 도화동이고 성은 심, 이름은 학규라 하옵니다.

곽 씨 집안의 여인을 아내로 맞았는데 스물이 되어 눈이 멀었습니다. 눈 먼 남편 보살피느라 고생만 한 아내는 마흔에 세상을 떠났고 아내가 남기고 간 딸 아이 하나를 젖동냥으로 근근이 길렀습니다. 그런데 그만 그 딸이 제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서 죽었나이다. 그런데도 눈도 뜨지 못하고 자식만 죽였으니 이렇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합니다. 딸을 죽인 죄인을 죽여 주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심 황후는 버선발로 달려가 아버지의 목을 잡고 통곡했다.

“아이고, 아버지! 어찌 여태 눈을 뜨지 못하셨어요. 뱃사람들이 재물을 남겼건만 무슨 고생을 하셨기에 이리 늙으셨어요. 인당수에 빠져 죽었던 심청이가 이렇게 살아왔으니 어서 눈을 떠서 청이를 좀 보세요, 아버지.”

“뭐? 청이? 우리 청이? 아니, 죽었던 우리 청이가 살아왔단 말이냐? 이게 꿈이냐 생시냐?”

“네, 아버지. 청이에요. 아버지의 하나뿐인 딸 청이에요.”

심 봉사는 더듬더듬 심 황후의 얼굴을 만져보고, 목소리를 들어봐도 알 수 없으니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아이고, 청아! 답답해 못 견디겠다! 어디 한번 보자꾸나! 내 딸 얼굴 좀 보고 싶다!”

심 봉사가 눈을 있는 힘껏 뜨려 애쓰며 가슴의 한을 담아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갑자기 심 봉사의 두 눈이 번쩍 뜨이며 앞이 밝아졌다. 그리고 곧 심 봉사의 눈에 심청의 얼굴이 비쳤다.

“청아, 청아! 보인다. 네가 보인다! 선녀처럼 고운 네가 보인다! 네가 정말 내 딸 청이란 말이냐?”

“네? 아버지, 정말 제가 보이세요? 아아, 아버지! 저는 인당수에서 꼼짝없이 죽는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살아 아버지를 뵙고, 아버지가 눈도 뜨셨으니 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내 사랑하는 딸아, 죽는다는 말은 다시는 하지 말거라. 그런데 이 옷은 다 무엇이며, 네가 왜 궁에 있느냐?”

심 봉사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아버지, 저는 옥황상제님의 은혜로 이렇게 황후가 되었어요.”

“뭐? 내 딸이 황후가 되다니! 네 효심에 하늘이 감동하여 복을 주셨구나!”

심 봉사가 심청을 부여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니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자기의 일처럼 기뻐했다. 심 봉사가 눈을 떠서 춤추고 노래하는 소리가 천하에 쩌렁쩌렁 울려 퍼져온 나라의 맹인들도 그 소리를 듣고 일시에 눈을 떴다. 맹인 잔치 동안 먼저 왔다가 돌아간 맹인들도 집에서 눈을 뜨고, 길 위에서도 눈을 뜬다. 온 나라의 맹인들이 제각기 눈을 뜨니 온 나라에 놀라는 소리가 또 한 번 떠들썩하였다. 심 황후의 어진 덕으로 온 세상에 눈먼 사람들이 모두 세상의 빛을 보았다고 백성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였다.

심 황후는 아버지를 예복으로 갈아입게 하고 예를 다해 내전으로 모셨다. 그런 후에 심 봉사와 마주 앉아 여러 해 동안 쌓인 이야기를 몇 날 며칠 하는데, 한 번 웃으면 한 번 울고 하며 그리던 정을 나누었다. 심 황후의 지극한 효심을 온 백성이 두고두고 칭송하며 본받으니 태평성대가 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