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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홍길동전 (The Story of Hong Gildong), 6 장 의적 활동에 앞장서다

6 장 의적 활동에 앞장서다

산적들은 길동이 자기들의 대장이 되기 전부터 해인사라는 절을 공격해 재물을 빼앗으려고 했다. 해인사는 머무는 중들의 수가 수천 명이 넘는 아주 큰 절이었다. 훌륭한 스님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들은 군대에 가기 싫어 도망 온 사람들이거나 죄를 짓고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백성들에게 ‘병을 낫게 해 주겠다, 부자가 되게 부처님께 빌어 주겠다'고 속여 재산을 몽땅 절에 바치게 했다. 절 곳간에는 백성들에게 거둬들인 곡식과 옷감이 넘쳐 날 지경이었다. 부하들의 보고를 받은 길동은 해인사의 재물을 훔쳐 낼 계획을 짰다.

마침내 길동은 부하들 여럿을 하인으로 변장시켜 함께 해인사로 갔다. 양반집 도령 차림을 한 길동은 한눈에도 귀한 집안의 아들 같았다. 절에 도착한 길동은 스님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나는 과거를 앞두고 공부하기 좋은 곳을 찾아 이곳저곳 다녔는데 이 절만큼 경치 좋고 조용한 곳이 없더군요. 당분간 이곳에 머물며 과거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소. 근데 이곳은 스님들 말고도 속세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소. 며칠 기간을 줄 테니 절에 있는 이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시오.”

스님들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굽실거렸다. 스님들은 정승의 아들이 자기네 절에 머물겠다니 걱정도 됐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좋아했다. 과거 시험에서 장원 급제 하면 높은 관리가 되어 절에 도움을 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산을 내려가는 즉시 내가 관청에 명을 내려 이곳으로 쌀 100석을 보내라 할 것이오. 열흘 뒤에 공부할 짐을 챙겨 다시 올 것이니 그날을 위해 잔치를 준비하시오. 알겠소?”

스님들은 과연 정승의 아들이라 재물이 엄청난가 보다며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했다. 스님들은 길동의 꾀를 꿈에도 몰랐다. 스님들은 길동의 말대로 절에 머무르던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산적 소굴로 돌아온 길동은 쌀 100석을 절로 보냈다.

열흘 뒤, 약속한 대로 길동은 해인사에 다시 왔다. 절은 잔치 준비가 한창이었고 길동은 몇 백 명이나 되는 스님들을 절 뒤쪽 계곡으로 불렀다. 계곡에서 소풍 온 것처럼 맛난 음식을 먹자고 한 것이다. 부처님께 기도를 드려야 할 시간에 절 안은 텅텅 비게 되었다.

곧 잔칫상이 나왔고 길동이 보낸 쌀로 지은 밥과 떡도 나왔다. 길동은 음식을 먹는 체하다가 미리 준비해 간 모래 한 줌을 몰래 밥에 뿌렸다. 밥을 먹던 길동이 모래를 씹자 옆에 앉은 스님들은 깜짝 놀랐다. 길동은 밥을 뱉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어찌 깨끗하지 못하게 음식을 만들었소? 나를 우습게 여기고 밥에 모래를 섞다니! 당장, 이놈들을 밧줄로 꽁꽁 묶어 관가에 끌고 가거라.”

계곡에 함께 있던 부하들이 모든 스님들을 한 줄로 묶어 앉혀 길동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다른 부하들은 텅 빈 절 안으로 들어가 절 곳간의 곡식과 재물을 모두 싣고 천천히 산길을 내려왔다.

활빈당이 재물을 싣고 떠나는 모습을 절 건물을 수리하느라 남아 있던 목수가 보고 아래 관가로 뛰어 내려와 신고했다. 고을 사또는 군사들을 데리고 즉시 해인사로 달려갔다. 하지만 곳간은 이미 텅텅 비어 있고 얼이 빠진 스님들만 절마당에 앉아 있었다.

“수레에 재물을 잔뜩 실었다고 하니 빨리 도망치지는 못할 것이다. 근처 숲을 샅샅이 뒤져라!”

군사들은 몇 명씩 짝을 지어 숲을 뒤졌다. 그때 저쪽에서 삿갓을 쓴 스님이 나타났다.

“혹시 수레에 짐을 싣고 도망치는 도적 떼를 못 보았소?”

“그 사내들이 도적 떼였소? 오던 길에 보았소. 저기 저 북쪽 샛길로 달아나던데 얼른 쫓아가 보시오.”

군사들은 북쪽 샛길로 우르르 달려갔다. 군사들이 모두 떠나자 스님은 삿갓을 벗었다. 군사들을 따돌린 스님은 다름 아닌 길동이었다. 덕분에 길동의 부하들은 남쪽 길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한편 도적 떼를 잡지 못한 관청은 한양에 계신 임금님께 자세한 상황을 보고해야 했다. 해인사와 관청을 속이고 곡식과 재물을 빼앗아 오자 부하들은 길동을 더 따르게 되었다. 활빈당은 빼앗은 재물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길동은 활빈당을 이끌며 조선 팔도의 관리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면 그것을 빼앗았다. 그 재물로 가난한 백성을 구했고 백성과 나라의 재물은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백성들은 모였다 하면 길동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웠다.

“소식 들었나? 홍길동이 어젯밤에 우리 고을에 나타났다고 하네.”

“하하, 나도 들었다네.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앓던 이가 쏙 빠진것 같더라니까.”

“그나저나 홍길동도 정신없이 바쁘겠군. 온 나라에 못된 사또들을 일일이 다니며 혼내 주려면 얼마나 바쁘겠나?”

백성들은 길동이 계속 잡히지 않기를 빌었다. 그러나 나라에서는 길동이 숨은 곳을 말하라며 죄 없는 백성들을 괴롭혔다. 홍길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같은 무리라고 잡아가고, 재물을 받은 집들은 홍길동을 알고 있다고 잡아가고, 백성을 돕기 위해 만든 활빈당이 오히려 백성을 괴롭히는 꼴이 되어 길동은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글을 써 붙였다.

곡식과 재물을 훔친 것은 홍길동과 활빈당이다.

잘못이 있다면 내가 벌을 받을 것이니 없는 백성을 괴롭히지 마라!

홍길동

글을 붙이고 돌아온 길동은 지푸라기로 허수아비 일곱 개를 만들었다. 주문을 외우자 허수아비는 순식간에 길동과 똑같이 변했다. 똑같은 길동이 여덟 명이나 나타나자 부하들은 깜짝 놀랐다.

부하들은 여덟 명의 길동을 따라 오십 명씩 나누어 전국을 다니며 못된 사또들과 관리들을 혼내 주고 불쌍한 백성들을 구했다. 길동을 잡으라는 명령을 받은 군사들은 밤새 창고를 지켰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길동과 활빈당이 꾀를 써서 고을 창고를 털어 달아나는 것을 번번이 당해 낼 수가 없었다.


6 장 의적 활동에 앞장서다 Chapter 6 Leading the charge Chapitre 6 Mener la charge

산적들은 길동이 자기들의 대장이 되기 전부터 해인사라는 절을 공격해 재물을 빼앗으려고 했다. 해인사는 머무는 중들의 수가 수천 명이 넘는 아주 큰 절이었다. 훌륭한 스님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들은 군대에 가기 싫어 도망 온 사람들이거나 죄를 짓고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백성들에게 ‘병을 낫게 해 주겠다, 부자가 되게 부처님께 빌어 주겠다'고 속여 재산을 몽땅 절에 바치게 했다. 절 곳간에는 백성들에게 거둬들인 곡식과 옷감이 넘쳐 날 지경이었다. 부하들의 보고를 받은 길동은 해인사의 재물을 훔쳐 낼 계획을 짰다.

마침내 길동은 부하들 여럿을 하인으로 변장시켜 함께 해인사로 갔다. 양반집 도령 차림을 한 길동은 한눈에도 귀한 집안의 아들 같았다. 절에 도착한 길동은 스님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나는 과거를 앞두고 공부하기 좋은 곳을 찾아 이곳저곳 다녔는데 이 절만큼 경치 좋고 조용한 곳이 없더군요. 당분간 이곳에 머물며 과거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소. 근데 이곳은 스님들 말고도 속세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소. 며칠 기간을 줄 테니 절에 있는 이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시오.”

스님들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굽실거렸다. 스님들은 정승의 아들이 자기네 절에 머물겠다니 걱정도 됐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좋아했다. 과거 시험에서 장원 급제 하면 높은 관리가 되어 절에 도움을 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산을 내려가는 즉시 내가 관청에 명을 내려 이곳으로 쌀 100석을 보내라 할 것이오. 열흘 뒤에 공부할 짐을 챙겨 다시 올 것이니 그날을 위해 잔치를 준비하시오. 알겠소?”

스님들은 과연 정승의 아들이라 재물이 엄청난가 보다며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했다. 스님들은 길동의 꾀를 꿈에도 몰랐다. 스님들은 길동의 말대로 절에 머무르던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산적 소굴로 돌아온 길동은 쌀 100석을 절로 보냈다.

열흘 뒤, 약속한 대로 길동은 해인사에 다시 왔다. 절은 잔치 준비가 한창이었고 길동은 몇 백 명이나 되는 스님들을 절 뒤쪽 계곡으로 불렀다. 계곡에서 소풍 온 것처럼 맛난 음식을 먹자고 한 것이다. 부처님께 기도를 드려야 할 시간에 절 안은 텅텅 비게 되었다.

곧 잔칫상이 나왔고 길동이 보낸 쌀로 지은 밥과 떡도 나왔다. 길동은 음식을 먹는 체하다가 미리 준비해 간 모래 한 줌을 몰래 밥에 뿌렸다. 밥을 먹던 길동이 모래를 씹자 옆에 앉은 스님들은 깜짝 놀랐다. 길동은 밥을 뱉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어찌 깨끗하지 못하게 음식을 만들었소? 나를 우습게 여기고 밥에 모래를 섞다니! 당장, 이놈들을 밧줄로 꽁꽁 묶어 관가에 끌고 가거라.”

계곡에 함께 있던 부하들이 모든 스님들을 한 줄로 묶어 앉혀 길동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다른 부하들은 텅 빈 절 안으로 들어가 절 곳간의 곡식과 재물을 모두 싣고 천천히 산길을 내려왔다.

활빈당이 재물을 싣고 떠나는 모습을 절 건물을 수리하느라 남아 있던 목수가 보고 아래 관가로 뛰어 내려와 신고했다. 고을 사또는 군사들을 데리고 즉시 해인사로 달려갔다. 하지만 곳간은 이미 텅텅 비어 있고 얼이 빠진 스님들만 절마당에 앉아 있었다.

“수레에 재물을 잔뜩 실었다고 하니 빨리 도망치지는 못할 것이다. 근처 숲을 샅샅이 뒤져라!”

군사들은 몇 명씩 짝을 지어 숲을 뒤졌다. 그때 저쪽에서 삿갓을 쓴 스님이 나타났다.

“혹시 수레에 짐을 싣고 도망치는 도적 떼를 못 보았소?”

“그 사내들이 도적 떼였소? 오던 길에 보았소. 저기 저 북쪽 샛길로 달아나던데 얼른 쫓아가 보시오.”

군사들은 북쪽 샛길로 우르르 달려갔다. 군사들이 모두 떠나자 스님은 삿갓을 벗었다. 군사들을 따돌린 스님은 다름 아닌 길동이었다. 덕분에 길동의 부하들은 남쪽 길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한편 도적 떼를 잡지 못한 관청은 한양에 계신 임금님께 자세한 상황을 보고해야 했다. 해인사와 관청을 속이고 곡식과 재물을 빼앗아 오자 부하들은 길동을 더 따르게 되었다. 활빈당은 빼앗은 재물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길동은 활빈당을 이끌며 조선 팔도의 관리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면 그것을 빼앗았다. 그 재물로 가난한 백성을 구했고 백성과 나라의 재물은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백성들은 모였다 하면 길동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웠다.

“소식 들었나? 홍길동이 어젯밤에 우리 고을에 나타났다고 하네.”

“하하, 나도 들었다네.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앓던 이가 쏙 빠진것 같더라니까.”

“그나저나 홍길동도 정신없이 바쁘겠군. 온 나라에 못된 사또들을 일일이 다니며 혼내 주려면 얼마나 바쁘겠나?”

백성들은 길동이 계속 잡히지 않기를 빌었다. 그러나 나라에서는 길동이 숨은 곳을 말하라며 죄 없는 백성들을 괴롭혔다. 홍길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같은 무리라고 잡아가고, 재물을 받은 집들은 홍길동을 알고 있다고 잡아가고, 백성을 돕기 위해 만든 활빈당이 오히려 백성을 괴롭히는 꼴이 되어 길동은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글을 써 붙였다.

곡식과__ __재물을__ __훔친__ __것은__ __나__ __홍길동과__ __활빈당이다__.__

잘못이__ __있다면__ __내가__ __벌을__ __받을__ __것이니__ __죄__ __없는__ __백성을__ __괴롭히지__ __마라__!__

홍길동__ __씀

글을 붙이고 돌아온 길동은 지푸라기로 허수아비 일곱 개를 만들었다. 주문을 외우자 허수아비는 순식간에 길동과 똑같이 변했다. 똑같은 길동이 여덟 명이나 나타나자 부하들은 깜짝 놀랐다.

부하들은 여덟 명의 길동을 따라 오십 명씩 나누어 전국을 다니며 못된 사또들과 관리들을 혼내 주고 불쌍한 백성들을 구했다. 길동을 잡으라는 명령을 받은 군사들은 밤새 창고를 지켰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길동과 활빈당이 꾀를 써서 고을 창고를 털어 달아나는 것을 번번이 당해 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