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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많은 둘째언니 장혜영 (Jang Hye-young), 혜정 씨가 전기밥솥으로 밥을 할 수 있습니까? [어른이 되면 V-log 6화]

혜정 씨가 전기밥솥으로 밥을 할 수 있습니까? [어른이 되면 V-log 6화]

방금 전까지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신청의

첫 번째 관문인 면담,

약 20분간의 면담의 일부를 함께하셨습니다.

이번주 목요일에 저랑 막내는

국민연금공단의 본사를 방문해서

이 면담을 진행을 했고요

(허탈한 웃음)

이번 목요일의 경험을

한 마디로 총평하자면

지난 장애인 연금 신청에 이은

현실판 다니엘 블레이크 체험이었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편의 흠 잡을 곳 없는 부조리극에 출연하고 온

기분이었구요.

이 인터뷰를 통틀어서 제가 받은 느낌은

이 시스템은 혹은 이 앞에 앉아있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은

우리가 뭘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 중에서

자기들이 뭘 줄 수 있는지 얼만큼이나 이런 건 전혀 관심이 없고

우리가 뭘 못하는 지만 알고 싶어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 시간 동안 우리에게 돌아온 질문들은

오직 혜정이가 뭘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밥을 혼자 지을 수 있는지 없는지

라면을 혼자 끓여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끝 없는 있는지 없는지의 질문

그리고 도대체 우리 부모님 뭐 하시는 분들인지

언제 이혼 하셨는지

우리가 그곳을 방문한 이유하고는 전~혀 본질적으로 상관없는

질문들이었죠.

보세요 이 20분을

간추리자면 이분은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우리 바로 옆에 앉지도 않고 두 개 떨어진 의자에 앉아서

너무나 당연하게 모든 질문을

장애 당사자인 막내가 아니라 바로 저에게 하기 시작했어요.

막내에 대해서 이미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이 대화를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무슨 취조를 하듯 아니면 무슨 저랑 중매를 서줄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우리 부모님 이야기를 꼬치꼬치 물어보는지

그건 아마도 그거겠죠.

지금까지 우리 국가가 그래왔듯이 이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어떻게 해서든 가정에 미뤄야 될텐데

미룰 수 있는 사람이 얼마큼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었겠죠.

그리고 막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너무나

단편적인 이해에 기반한

너무나 단편적인 질문들

심지어 실례가 되는 질문까지도.

언제부터 지적장애 있었어요?

도대체 그 질문이 이 서비스를 받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리고 지적장애가 정확히 언제부터 있었는지 물어보는 건

지적장애에 대해서 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뜻이에요.

게다가 이분은 심지어 저를 동정하기까지 했죠.

당사자 앞에서 언니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러셨어요.

그 말은 막내가 아무런 감정도 없고 이 대화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 이상

결코 그럴 수는 없는 거에요.

완벽하게 막내는 대상화 되어있었죠. 이 인터뷰 동안

우리가 하는 이 모든 말을

얘는 거의 아무것도 이해하고 있지 않을거야.

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가정이

그 모든 시간을 지배하고 있었어요.

막내한테 이 분이 물어봤었던 건 딱 3가지에요.

오늘 며칠이에요? 무슨 요일인지 알아요? 이름 써보세요.

그리고 그 분이 준 종이에 막내가

많은 것들을 썼을 때 이분이

막내에게 얘기하는 방식은

서른 살짜리 성인 여자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무슨 세 살짜리 아이를 대하는 것 같은

그런 태도였었죠.

정말 깜짝놀랐어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죠.

이 정도로 전문성 없고

이 정도로 장애에 대한 이해나 감수성이 없고

경험도 없는 분이 무려

막내를 보고 활동 보조 서비스를

심사할 수 있는 자리에

첫 번째 관문에 앉아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정말 이건 너무 나쁜 농담이에요.

여러분 이게 꿈이라고 말해주세요.

저 진짜 궁금해요.

이 분이 물어봤었던 모든 질문에 대해서

우리가 다 예스였다면 과연 어땠을까 혼자서 전기밥솥으로 밥 지을 수 있어요? YES!

혼자서 용변처리 잘 할 수 있어요? YES!

또 혼자서 대중교통 탈 수 있어요? YES!

혼자 라면도 끓일 줄 알아요? YES!

모든 걸 이 사람이 물어본 모든 걸

혜정이가 다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막내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사회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를 모른다는 점이거든요.

지금 우리 막내는

너무 안타깝게도 이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인 스킬들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리고 그런 사회적인 스킬을 획득하기 위해서

대단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고

그리고 그러한 노력과 훈련을 하기 위한

시간적 금전적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오직 저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막내가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라면을 끓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은 변하지 않아요.

이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구요.

저는 저의 이 일을 함께 도맡아서

막내를 인간답게 대하고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데

자기의 시간을 막내의 시간과 함께 나란히 놓아줄

그런 누군가가 필요한거라구요.

밥 지어줄 사람이 필요한게 아니에요.

그런데 왜 저는 이런 이야기를 그 인터뷰에서는 못하고

여러분한테 이렇게 유투브에서 하고 있냐구요.

뭔가 잘 못 된 거 아닌가요?

이 제도는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존재라고 하는 부분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어요.

그냥 의식주가 해결되면 충분히 인간적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디 그렇습니까?

우리가 밥만으로 사는 존재입니까?

아니잖아요. 우리는 사회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 하고 관계하고

가능하면 더 매력적인 존재처럼 보이고 싶어하고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고 그렇게 삶과 세계를

살아있는 동안 탐험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은 그런 존재잖아요.

근데 왜(...)

그런 것들은

질문 안에 들어가 있지 않느냐구요.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린 욕망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서의 장애인에 대한 고민이

왜 이 제도 안에는

보이지 않느냐는 말이죠.

제발 반성 좀 하세요.

제가 이 영상을 찍으면서 우려하는 부분은 그거에요.

마치 이게 저를 인터뷰했던

그 공무원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그 공무원이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오해받을까봐

전혀 그렇지 않구요. 그렇게 받아들여진다면

그거야말로 또 다른 완벽한 오해이구요.

저는 이 제도의 총체적 난국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거에요.

이 활동보조 서비스 심사는

완벽히 제로부터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다른 메뉴얼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은 살아계세요부터 묻는 게 아니라

그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이 무엇 떄문에

어떤 종류의 일에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지

얼만큼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지

그거를 먼저

마치 몇 가지 질문만으로 우리는 너희의 상황을 판단할 수 있어

그리고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려 줄 수 있지

뭐 이런 말도 안되는 고압적이고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는 내려놓으시고

일단 듣는 데서 시작을 해야한다구요.

이 장애인 당사자 혹은

장애인 당사자를 돌보고 있는 보호자가

무엇이 필요해서 여기에 왔는지

무엇에서 가장 괴로움을 겪고 있는지를

먼저 들으셔야 된다구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잖아요.

완벽한 방법을 바라지는 않아요.

먹히는 방법, 조금이라도 상황이 나아지는 방법을

같이 찾고

그 방법 중에 하나가 활동 보조 서비스라고 하는 것이 있는 것이고

그건 그 장애인 당사자가

혼자 라면을 끓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보는 거 하고는 전혀 다른 거라는 거는

아시겠죠.

제가 그 인터뷰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얘기는

이런 거에요.

저는 지금 18년 동안 시설에 있으면서

사회에 적응하는 훈련이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중증 발달 장애인

동생과 함께 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동생에게

24시간의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저 혼자 뿐입니다.

지금은 제가 모든 일을 쉬면서 이렇게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이럴 수는 없기 때문에 저는 적어도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만이라도

마음놓고 동생을

돌보아줄 수 있는 누군가

혹은 어떤 서비스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의치 않군요.

우리 집 근처에서 다닐 수 있는

모든 복지관들이 제공하는 주간보호 프로그램은

이미 다 만석이고 대기도 너무 깁니다.

하루에 단 한 시간 만이라도 저 이외의

제 동생을 인간답게 돌볼 수 있는

누군가가 저는 너무 절실히 필요해요.

아무나 한 시간만 옆에 있어주세요. 이런 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장애에 대한 이해가 있고

특히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이해가 있고

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적절하게 훈련된 사람들이 와서 내 동생을

그냥 장애인이 아니라 장혜정씨로

적절히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막내한테, 우리한테 주어지는 활동보조시간이

일주일에 단 한 시간이어도 좋아요.

우리나라에 돈이 없고 없고 너무 없어서

방산 비리 이러는 데 퍼주느라 돈이 없고 없고 너무 없어서

그래서

우리한테 줄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에 단 한 시간밖에 없어도 좋은데

그 한 시간을 산정하기 위해서

그 많은 의미없는 질문들로

그곳을 찾아간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구요.

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고 24시간을 줄 게 아니라면

우리가 뭘 원하는지

그중에 국가가 정부가 뭘 줄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해서 의논해요, 같이 고민하자구요.

저 바닥에 있는 수혜 대상자

이런게 아니라구요.

여러분이 장애를 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당사자 만큼 알 수는 없어요.

그리고 설령 여러분 중에, 그런 공무원 분들 중에

장애인이 계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한 사람 한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먼저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어요.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 입으로 듣는 것이

순리죠, 그것이 예의죠. 그것이 존중이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 보조 서비스 심사에 대해서

매우 강력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구요.

반드시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생각과 욕구를

존중하고 대등한 대화와

논의의 주체로서 이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짜여진

새로운 매뉴얼이 정말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한숨섞인 목소리)

네, 지금까지 생각많은 둘째언니였구요.

이번주의 어른이 되면 브이로그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번주도 활기찬 한 주 보내세요.

안녕!

혜정 씨가 전기밥솥으로 밥을 할 수 있습니까? [어른이 되면 V-log 6화] Can Hye-Jeong cook rice with an electric rice cooker? [V-log Episode 6 of When I Grow Up] Hye-Jung peut-elle faire cuire du riz avec un cuiseur électrique ? [V-log Episode 6 of When I Grow Up]

방금 전까지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Until just now, you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신청의 Person with a disability activity assistance service application

첫 번째 관문인 면담, Interview, the first gateway,

약 20분간의 면담의 일부를 함께하셨습니다. You were part of an interview that lasted about 20 minutes.

이번주 목요일에 저랑 막내는 This Thursday, me and the youngest

국민연금공단의 본사를 방문해서 I visited the headquarters of the National Pension Service

이 면담을 진행을 했고요 I conducted this interview

(허탈한 웃음) (Fallen laughter)

이번 목요일의 경험을 This Thursday's experience

한 마디로 총평하자면 In a word, in general

지난 장애인 연금 신청에 이은 Following the last disability pension application

현실판 다니엘 블레이크 체험이었다. It was a real Daniel Blake experience.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 think it can be said.

한 편의 흠 잡을 곳 없는 부조리극에 출연하고 온 After appearing in one flawless absurd play

기분이었구요.

이 인터뷰를 통틀어서 제가 받은 느낌은 Throughout this interview, the feeling I got

이 시스템은 혹은 이 앞에 앉아있는 This system or sitting in front of it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은 The person conducting the interview

우리가 뭘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What we need and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 중에서 Among the things we need

자기들이 뭘 줄 수 있는지 얼만큼이나 It's not that they don't know what they're giving away. 이런 건 전혀 관심이 없고 I'm not interested in anything like this

우리가 뭘 못하는 지만 알고 싶어하는 Wanting to know what we can't do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 시간 동안 우리에게 돌아온 질문들은

오직 혜정이가 뭘 할 수 있는지 없는지 Only what Hye-jung can do

밥을 혼자 지을 수 있는지 없는지

라면을 혼자 끓여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Whether you can cook ramen alone or not

끝 없는 있는지 없는지의 질문 The endless question

그리고 도대체 우리 부모님 뭐 하시는 분들인지 And what the hell are my parents doing

언제 이혼 하셨는지

우리가 그곳을 방문한 이유하고는 전~혀 본질적으로 상관없는 The reason why we visited there is essentially nothing

질문들이었죠.

보세요 이 20분을 Look at these 20 minutes

간추리자면 이분은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In short, this person is as soon as we enter

우리 바로 옆에 앉지도 않고 두 개 떨어진 의자에 앉아서

너무나 당연하게 모든 질문을

장애 당사자인 막내가 아니라 바로 저에게 하기 시작했어요. I started doing it right away, not the youngest, who is a disabled person.

막내에 대해서 이미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With some preconceived notions about the youngest

이 대화를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무슨 취조를 하듯 아니면 무슨 저랑 중매를 서줄 것도 아니면서 And it’s not like you are interrogating, or you’re not going to be matchmaking with me

그렇게 우리 부모님 이야기를 꼬치꼬치 물어보는지

그건 아마도 그거겠죠.

지금까지 우리 국가가 그래왔듯이 이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Care for this disabled person as our country has been

어떻게 해서든 가정에 미뤄야 될텐데 I have to put it off to the family somehow

미룰 수 있는 사람이 얼마큼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었겠죠.

그리고 막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너무나

단편적인 이해에 기반한

너무나 단편적인 질문들

심지어 실례가 되는 질문까지도.

언제부터 지적장애 있었어요?

도대체 그 질문이 이 서비스를 받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리고 지적장애가 정확히 언제부터 있었는지 물어보는 건

지적장애에 대해서 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뜻이에요.

게다가 이분은 심지어 저를 동정하기까지 했죠.

당사자 앞에서 언니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러셨어요.

그 말은 막내가 아무런 감정도 없고 이 대화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 이상

결코 그럴 수는 없는 거에요.

완벽하게 막내는 대상화 되어있었죠. 이 인터뷰 동안

우리가 하는 이 모든 말을

얘는 거의 아무것도 이해하고 있지 않을거야.

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가정이

그 모든 시간을 지배하고 있었어요.

막내한테 이 분이 물어봤었던 건 딱 3가지에요.

오늘 며칠이에요? 무슨 요일인지 알아요? 이름 써보세요.

그리고 그 분이 준 종이에 막내가

많은 것들을 썼을 때 이분이

막내에게 얘기하는 방식은

서른 살짜리 성인 여자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무슨 세 살짜리 아이를 대하는 것 같은

그런 태도였었죠.

정말 깜짝놀랐어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죠.

이 정도로 전문성 없고

이 정도로 장애에 대한 이해나 감수성이 없고

경험도 없는 분이 무려

막내를 보고 활동 보조 서비스를

심사할 수 있는 자리에

첫 번째 관문에 앉아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정말 이건 너무 나쁜 농담이에요.

여러분 이게 꿈이라고 말해주세요.

저 진짜 궁금해요.

이 분이 물어봤었던 모든 질문에 대해서

우리가 다 예스였다면 과연 어땠을까 혼자서 전기밥솥으로 밥 지을 수 있어요? YES!

혼자서 용변처리 잘 할 수 있어요? YES! Can you handle your toilet well by yourself? YES!

또 혼자서 대중교통 탈 수 있어요? YES!

혼자 라면도 끓일 줄 알아요? YES!

모든 걸 이 사람이 물어본 모든 걸

혜정이가 다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막내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사회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를 모른다는 점이거든요.

지금 우리 막내는 Our youngest

너무 안타깝게도 이 사회 속에서 Unfortunately, in this society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인 스킬들을 Social skills necessary to live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리고 그런 사회적인 스킬을 획득하기 위해서

대단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고

그리고 그러한 노력과 훈련을 하기 위한

시간적 금전적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오직 저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막내가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라면을 끓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은 변하지 않아요.

이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구요.

저는 저의 이 일을 함께 도맡아서

막내를 인간답게 대하고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데

자기의 시간을 막내의 시간과 함께 나란히 놓아줄

그런 누군가가 필요한거라구요.

밥 지어줄 사람이 필요한게 아니에요.

그런데 왜 저는 이런 이야기를 그 인터뷰에서는 못하고

여러분한테 이렇게 유투브에서 하고 있냐구요.

뭔가 잘 못 된 거 아닌가요?

이 제도는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존재라고 하는 부분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어요.

그냥 의식주가 해결되면 충분히 인간적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디 그렇습니까?

우리가 밥만으로 사는 존재입니까?

아니잖아요. 우리는 사회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 하고 관계하고

가능하면 더 매력적인 존재처럼 보이고 싶어하고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고 그렇게 삶과 세계를

살아있는 동안 탐험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은 그런 존재잖아요.

근데 왜(...)

그런 것들은

질문 안에 들어가 있지 않느냐구요.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린 욕망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서의 장애인에 대한 고민이

왜 이 제도 안에는

보이지 않느냐는 말이죠.

제발 반성 좀 하세요.

제가 이 영상을 찍으면서 우려하는 부분은 그거에요.

마치 이게 저를 인터뷰했던

그 공무원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그 공무원이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오해받을까봐

전혀 그렇지 않구요. 그렇게 받아들여진다면

그거야말로 또 다른 완벽한 오해이구요.

저는 이 제도의 총체적 난국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거에요.

이 활동보조 서비스 심사는

완벽히 제로부터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다른 메뉴얼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은 살아계세요부터 묻는 게 아니라

그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이 무엇 떄문에

어떤 종류의 일에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지

얼만큼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지

그거를 먼저

마치 몇 가지 질문만으로 우리는 너희의 상황을 판단할 수 있어

그리고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려 줄 수 있지

뭐 이런 말도 안되는 고압적이고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는 내려놓으시고

일단 듣는 데서 시작을 해야한다구요.

이 장애인 당사자 혹은

장애인 당사자를 돌보고 있는 보호자가

무엇이 필요해서 여기에 왔는지

무엇에서 가장 괴로움을 겪고 있는지를

먼저 들으셔야 된다구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잖아요.

완벽한 방법을 바라지는 않아요.

먹히는 방법, 조금이라도 상황이 나아지는 방법을

같이 찾고

그 방법 중에 하나가 활동 보조 서비스라고 하는 것이 있는 것이고

그건 그 장애인 당사자가

혼자 라면을 끓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보는 거 하고는 전혀 다른 거라는 거는

아시겠죠.

제가 그 인터뷰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얘기는

이런 거에요.

저는 지금 18년 동안 시설에 있으면서

사회에 적응하는 훈련이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중증 발달 장애인

동생과 함께 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동생에게

24시간의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저 혼자 뿐입니다.

지금은 제가 모든 일을 쉬면서 이렇게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이럴 수는 없기 때문에 저는 적어도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만이라도

마음놓고 동생을

돌보아줄 수 있는 누군가

혹은 어떤 서비스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의치 않군요.

우리 집 근처에서 다닐 수 있는

모든 복지관들이 제공하는 주간보호 프로그램은

이미 다 만석이고 대기도 너무 깁니다.

하루에 단 한 시간 만이라도 저 이외의

제 동생을 인간답게 돌볼 수 있는

누군가가 저는 너무 절실히 필요해요.

아무나 한 시간만 옆에 있어주세요. 이런 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장애에 대한 이해가 있고

특히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이해가 있고

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적절하게 훈련된 사람들이 와서 내 동생을

그냥 장애인이 아니라 장혜정씨로

적절히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막내한테, 우리한테 주어지는 활동보조시간이

일주일에 단 한 시간이어도 좋아요.

우리나라에 돈이 없고 없고 너무 없어서

방산 비리 이러는 데 퍼주느라 돈이 없고 없고 너무 없어서

그래서

우리한테 줄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에 단 한 시간밖에 없어도 좋은데

그 한 시간을 산정하기 위해서

그 많은 의미없는 질문들로

그곳을 찾아간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구요.

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고 24시간을 줄 게 아니라면

우리가 뭘 원하는지

그중에 국가가 정부가 뭘 줄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해서 의논해요, 같이 고민하자구요.

저 바닥에 있는 수혜 대상자

이런게 아니라구요.

여러분이 장애를 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당사자 만큼 알 수는 없어요.

그리고 설령 여러분 중에, 그런 공무원 분들 중에

장애인이 계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한 사람 한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먼저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어요.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 입으로 듣는 것이

순리죠, 그것이 예의죠. 그것이 존중이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 보조 서비스 심사에 대해서

매우 강력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구요.

반드시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생각과 욕구를

존중하고 대등한 대화와

논의의 주체로서 이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짜여진

새로운 매뉴얼이 정말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한숨섞인 목소리)

네, 지금까지 생각많은 둘째언니였구요.

이번주의 어른이 되면 브이로그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번주도 활기찬 한 주 보내세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