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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홍길동전 (The Story of Hong Gildong), 7 장 임금을 만나다.

7 장 임금을 만나다.

전국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읽으며 임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구나. 홍길동은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같이 전국을 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귀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하룻밤 사이 전국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이냐?”

결국 신하들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끝에 길동을 잡아 오는 자에게는 천 냥을 주겠다고 공고했다. 그러나 길동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임금과 신하들은 길동을 잡을 방법을 찾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전하, 소문을 듣자 하니 도적 홍길동은 홍 정승의 서자라고 합니다.”

정승의 아들이 도적 짓을 한다는 말에 임금은 더욱 노하여 즉시 홍 대감 집으로 군사들을 보냈다.

한편 홍 대감은 길동에 대한 소문으로 골치를 앓다가 심한 병을 얻었다. 영리하고 재주 많던 아들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도적이 되었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 큰아들 인형은 아버지를 보살피기 위해 집에 와 있었다.

그때 임금의 명을 받은 관원들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혹시 홍길동이 집에 숨어 있지 않은지 온 집을 샅샅이 뒤졌다. 마당으로 끌려 나온 홍 대감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말했다.

“집 나간 지 몇 해가 되도록 소식 하나 없었소. 나라에 큰 죄를 지은 아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하루도 편히 지낸 본 적이 없소.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이 아비 탓이 크니 차라리 내게 벌을 내리시오.”

“길동을 잡는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길동과 활빈당을 붙잡아 올 테니 병드신 아버지는 제발 놓아주십시오.”

인형은 관원들에게 사정했다.

결국 길동 잡는 일을 인형에게 맡기고 관원들은 돌아갔다. 사실 유 씨 부인의 아들인 인형과 길동은 어릴 적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서자인 길동과 본처의 아들인 인형은 신분이 달랐기 때문이다. 가문에 먹칠한 길동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인형은 밤을 새우며 전국 곳곳에 붙일 글을 썼다.

홍길동 보아라.

길동아, 너와 활빈당 도적 떼가 나라를 어지럽히고 다녀 임금님과 백성들의 근심이 끊이지 않으니 죄를 어찌하려느냐?

하루빨리 뉘우치고 돌아와 벌을 받아라. 늙으신 아버지도 너를 걱정하시다 병을 얻어 돌아가시게 생겼다.

홍인형

이 글은 곧 전국 방방곡곡에 붙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길동이 집으로 찾아왔다.

길동이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자 병석에 누워 있던 홍 대감도 오랜만에 몸을 일으켰다. 몇 년 만에 집에 돌아온 길동은 자신 때문에 병을 얻어 초췌해진 아버지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

인형은 길동이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관청에 알렸다. 날이 밝자 길동은 밧줄에 묶인 채 수레에 태워져 임금님이 계신 궁궐로 끌려가게 되었다. 아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춘섬은 담에 기대어 쉼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다음 날 전국에서 길동을 잡았다며 그 수레를 궁궐로 보내왔다. 여덟 명의 길동이 궁궐에 도착하자 임금과 신하들은 기절할 뻔했다. 여덟 명의 길동은 쌍둥이처럼 똑같았다.

“대체 누가 진짜 홍길동이냐? 바른대로 말하라!”

임금님이 엄한 표정으로 호통을 치자 여덟 명의 길동은 서로 자기가 진짜라며 우기기 시작했다. 기가 막힌 임금님은 당장 홍정승을 불러오라고 명령했다. 친아버지라면 누가 진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궁궐로 불려온 홍 정승은 정신을 차리고 길동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길동이 태어났을 때 왼쪽 다리에 북두칠성 모양의 붉은 점 일곱 개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다리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모두 다리에 점이 있었고 진짜 아들을 찾아낼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지자 홍 대감은 쓰러지고 말았다. 길동들은 법에 따라 벌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임금님께 자기 말을 들어 달라고 하나같이 울며 애원했다. 임금님은 화를 억누르고 일단 길동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전하, 저희는 여느 산적들과 다릅니다. 활빈당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뒤 가난한 백성들의 재물은 절대 빼앗지 않았습니다. 오직 착한 백성들을 괴롭히는 관리들의 재물만 훔쳤습니다. 그리고 그 재물로 가난한 백성들을 도왔습니다. 진짜 도둑은 저희가 아니라 저기 있는 전하의 신하들입니다.”

임금은 길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신하들은 입도 뻥긋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임금도 할 말을 잃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을 마친 길동들은 임금님께 넙죽 절을 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솟았다. 연기가 걷히자 여러 길동들이 절을 했던 자리에 일곱 개의 지푸라기 허수아비가 누워 있었다.

임금과 신하들이 어리둥절한 사이 궁궐 지붕 위로 진짜 길동이 구름 위에 올라타고 멀리 사라져 갔다. 길동에게 속은 것을 안 임금님과 신하들은 불같이 화를 냈다. 다음 날 임금이 계시는 궁궐 근처에 길동이 남긴 글이 붙었다.

저의 소원은 나라의 병조 판서가 되는 것입니다. 임금께서 저에게 자리를 주신다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활빈당 홍길동 드림

글 앞에 몰려든 사람들은 길동에게 병조 판서를 내려야 한다는 쪽과 말도 안 된다는 쪽으로 나뉘어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고민에 빠진 임금님은 신하들을 불러 모았다.

“그동안 내가 궁궐에서만 지내느라 백성들의 괴로움을 잘 몰랐던 것 같소. 홍길동이 그 재주를 잘 살린다면 비리 관리들을 몰아내고 백성들을 잘 도울 것 같소. 지금 당장 홍길동에게 병조 판서 자리를 내릴 것이니 글을 붙이도록 하시오.”

임금님의 명령에 따라 병조 판서 자리를 주겠다는 글을 읽고 길동은 부하들과 함께 궁궐로 향했다.

길동과 활빈당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궁궐 주변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죄인이 아니라 벼슬을 받기 위해 임금님을 만난 길동은 감사의 절을 올렸다.

“전하를 다시 뵙게 되어 저 또한 매우 기쁩니다. 그러나 병조 판서 자리는 정중히 거절합니다. 전하께서 저를 믿어 주시는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제가 전하께 벼슬을 청한 것은 저와 같은 서자도 차별 없이 벼슬에 나갈 길을 열어 달라는 뜻이었습니다. 뛰어난 학문과 덕을 갖추고도 서자라는 신분 때문에 벼슬길에 나서지 못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부디 서자를 차별하는 악법을 고쳐 주십시오.”

임금님은 길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제 멀리 떠납니다. 부디 간신들을 멀리하시고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피는 어진 임금님이 되시옵소서.”

하늘에서 오색찬란한 구름이 내려와 궁궐을 가득 덮었다. 길동은 구름 위에 사뿐히 올라탔다. 임금님을 향해 다시 한번 절을 한 길동은 곧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7 장 임금을 만나다. Kapitel 7 Treffen Sie den Lohn. Chapter 7 Meet the Wage.

전국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읽으며 임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구나. 홍길동은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같이 전국을 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귀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하룻밤 사이 전국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이냐?”

결국 신하들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끝에 길동을 잡아 오는 자에게는 천 냥을 주겠다고 공고했다. 그러나 길동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임금과 신하들은 길동을 잡을 방법을 찾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전하, 소문을 듣자 하니 도적 홍길동은 홍 정승의 서자라고 합니다.”

정승의 아들이 도적 짓을 한다는 말에 임금은 더욱 노하여 즉시 홍 대감 집으로 군사들을 보냈다.

한편 홍 대감은 길동에 대한 소문으로 골치를 앓다가 심한 병을 얻었다. 영리하고 재주 많던 아들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도적이 되었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 큰아들 인형은 아버지를 보살피기 위해 집에 와 있었다.

그때 임금의 명을 받은 관원들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혹시 홍길동이 집에 숨어 있지 않은지 온 집을 샅샅이 뒤졌다. 마당으로 끌려 나온 홍 대감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말했다.

“집 나간 지 몇 해가 되도록 소식 하나 없었소. 나라에 큰 죄를 지은 아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하루도 편히 지낸 본 적이 없소.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이 아비 탓이 크니 차라리 내게 벌을 내리시오.”

“길동을 잡는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길동과 활빈당을 붙잡아 올 테니 병드신 아버지는 제발 놓아주십시오.”

인형은 관원들에게 사정했다.

결국 길동 잡는 일을 인형에게 맡기고 관원들은 돌아갔다. 사실 유 씨 부인의 아들인 인형과 길동은 어릴 적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서자인 길동과 본처의 아들인 인형은 신분이 달랐기 때문이다. 가문에 먹칠한 길동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인형은 밤을 새우며 전국 곳곳에 붙일 글을 썼다.

홍길동__ __보아라__.__

길동아__,__ 너와__ __활빈당__ __도적__ __떼가__ __온__ __나라를__ __어지럽히고__ __다녀__ __임금님과__ __백성들의__ __근심이__ __끊이지__ __않으니__ __그__ __죄를__ __어찌하려느냐__?__

하루빨리__ __뉘우치고__ __돌아와__ __벌을__ __받아라__.__ 늙으신__ __아버지도__ __너를__ __걱정하시다__ __병을__ __얻어__ __곧__ __돌아가시게__ __생겼다__.__

형__ __홍인형__ __씀

이 글은 곧 전국 방방곡곡에 붙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길동이 집으로 찾아왔다.

길동이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자 병석에 누워 있던 홍 대감도 오랜만에 몸을 일으켰다. 몇 년 만에 집에 돌아온 길동은 자신 때문에 병을 얻어 초췌해진 아버지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

인형은 길동이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관청에 알렸다. 날이 밝자 길동은 밧줄에 묶인 채 수레에 태워져 임금님이 계신 궁궐로 끌려가게 되었다. 아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춘섬은 담에 기대어 쉼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다음 날 전국에서 길동을 잡았다며 그 수레를 궁궐로 보내왔다. 여덟 명의 길동이 궁궐에 도착하자 임금과 신하들은 기절할 뻔했다. 여덟 명의 길동은 쌍둥이처럼 똑같았다.

“대체 누가 진짜 홍길동이냐? 바른대로 말하라!”

임금님이 엄한 표정으로 호통을 치자 여덟 명의 길동은 서로 자기가 진짜라며 우기기 시작했다. 기가 막힌 임금님은 당장 홍정승을 불러오라고 명령했다. 친아버지라면 누가 진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궁궐로 불려온 홍 정승은 정신을 차리고 길동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길동이 태어났을 때 왼쪽 다리에 북두칠성 모양의 붉은 점 일곱 개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다리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모두 다리에 점이 있었고 진짜 아들을 찾아낼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지자 홍 대감은 쓰러지고 말았다. 길동들은 법에 따라 벌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임금님께 자기 말을 들어 달라고 하나같이 울며 애원했다. 임금님은 화를 억누르고 일단 길동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전하, 저희는 여느 산적들과 다릅니다. 활빈당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뒤 가난한 백성들의 재물은 절대 빼앗지 않았습니다. 오직 착한 백성들을 괴롭히는 관리들의 재물만 훔쳤습니다. 그리고 그 재물로 가난한 백성들을 도왔습니다. 진짜 도둑은 저희가 아니라 저기 있는 전하의 신하들입니다.”

임금은 길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신하들은 입도 뻥긋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임금도 할 말을 잃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을 마친 길동들은 임금님께 넙죽 절을 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솟았다. 연기가 걷히자 여러 길동들이 절을 했던 자리에 일곱 개의 지푸라기 허수아비가 누워 있었다.

임금과 신하들이 어리둥절한 사이 궁궐 지붕 위로 진짜 길동이 구름 위에 올라타고 멀리 사라져 갔다. 길동에게 속은 것을 안 임금님과 신하들은 불같이 화를 냈다. 다음 날 임금이 계시는 궁궐 근처에 길동이 남긴 글이 붙었다.

저의__ __소원은__ __이__ __나라의__ __병조__ __판서가__ __되는__ __것입니다__.__ 임금께서__ __저에게__ __그__ __자리를__ __주신다면__ __나라를__ __위해__ __열심히__ __일할__ __것입니다__.__

활빈당__ __홍길동__ __드림

글 앞에 몰려든 사람들은 길동에게 병조 판서를 내려야 한다는 쪽과 말도 안 된다는 쪽으로 나뉘어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고민에 빠진 임금님은 신하들을 불러 모았다.

“그동안 내가 궁궐에서만 지내느라 백성들의 괴로움을 잘 몰랐던 것 같소. 홍길동이 그 재주를 잘 살린다면 비리 관리들을 몰아내고 백성들을 잘 도울 것 같소. 지금 당장 홍길동에게 병조 판서 자리를 내릴 것이니 글을 붙이도록 하시오.”

임금님의 명령에 따라 병조 판서 자리를 주겠다는 글을 읽고 길동은 부하들과 함께 궁궐로 향했다.

길동과 활빈당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궁궐 주변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죄인이 아니라 벼슬을 받기 위해 임금님을 만난 길동은 감사의 절을 올렸다.

“전하를 다시 뵙게 되어 저 또한 매우 기쁩니다. 그러나 병조 판서 자리는 정중히 거절합니다. 전하께서 저를 믿어 주시는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제가 전하께 벼슬을 청한 것은 저와 같은 서자도 차별 없이 벼슬에 나갈 길을 열어 달라는 뜻이었습니다. 뛰어난 학문과 덕을 갖추고도 서자라는 신분 때문에 벼슬길에 나서지 못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부디 서자를 차별하는 악법을 고쳐 주십시오.”

임금님은 길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제 멀리 떠납니다. 부디 간신들을 멀리하시고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피는 어진 임금님이 되시옵소서.”

하늘에서 오색찬란한 구름이 내려와 궁궐을 가득 덮었다. 길동은 구름 위에 사뿐히 올라탔다. 임금님을 향해 다시 한번 절을 한 길동은 곧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