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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31 - 위화 “허삼관 매혈기” 1

Episode 31 - 위화 “허삼관 매혈기” 1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안녕하세요,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는 작가 김영합니다.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자 오늘은 그 상당히 많이 알려진 소설이죠, 중국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라는 소설을 읽으려고 합니다. 이 소설은 일단 먼저 읽은 다음에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음악)

성 안의 생사 공장에서 누에고치 대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 허삼관은, 이날 마을에 할아버지를 뵈러 왔다. 그의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해진 터라, 허삼관이 바로 눈앞에 서 있는데도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그의 코앞에 바짝 얼굴을 대고 물었다. “아들아, 니 얼굴이 어디 있는 거냐.” “할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아니고 할아버지 손자예요. 제 얼굴이 여기…” 허삼관은 할아버지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게 하였다. 할아버지의 손은 마치 공장의 사포 같았다. “니 아비는 왜 나를 보러오지 않는 게냐.” “아버지는 이미 죽었잖아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가에서 침이 흘러나오자 입을 삐딱하게 하고서 침을 약간 삼킨 후 말을 이었다. “아들아, 넌 뼈대가 좀 쓸만하냐.” “튼튼하죠, 할아버지 근데 전 아버지가 아니고….” 할아버지는 허삼관의 말을 가로막고 계속해서 물었다. “아들아, 너도 피 팔러 자주 가느냐.” 허삼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오, 저는 피를 팔아본 적이 없는데요.” “피도 안 팔아봤으면서 무슨 뼈대가 튼튼하다는 소리를 하느냐. 너는 나를 속이고 있구나.” “할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전 무슨 말씀이신지 통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요, 혹시 노망드신 거 아니에요?” 그 말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삼관이 다시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아니고 할아버지 손자예요.” 할아버지는 허삼관의 말엔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말만 늘어놓았다. “아들아. 니 아비가 내 말을 듣지 않고 성안에 그 누구냐 그 화인가 하는 계집한테 푹 빠져가지고는….” “아 금화요. 그게 우리 엄마잖아요.” “니 애비가 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나이가 찼으니 성안으로 가서 그 무슨 환가 하는 계집하고 결혼하겠다고 해서 내가 아직 니 두 형도 결혼하지 않았으니 큰 형이 아직 여자를 데려오지 않았는데 동생이 먼저 여자를 데려오는 것은, 그냥 우리 마을에는 이런 법도가 없다고.”

허삼관은 삼촌 집 지붕 위에 올라앉아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늘 저 멀리로부터, 붉은 기운이 점점 진흙땅 위로 솟아오르더니 밭 멀리까지 밝게 비추어 농작물을 토마토같이 진홍빛으로 물들여갔다. 또한 들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과, 쭉 뻗어있는 좁은 길, 나무들, 초가집들과 연못, 지붕 위로 꼬불꼬불 피어오르는 연기까지 모든 것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허삼관의 넷째 삼촌이 그 아래서 외밭에 똥거름을 뿌리고 있는데 여자 둘이 걸어왔다. 한 사람은 나이가 많았고 하나는 젊었다. 삼촌이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계화가 자랄수록 엄마를 많이 닮아가는구나.” 그 말에 젊은 여자는 히죽대고, 나이가 많은 여자는 지붕에 허삼관을 보면서 삼촌에게 물었다. “지붕에 있는 저 이는 누구요.” “우리 셋째 형님의 아들이요.” 아래의 세 사람이 모두 고개를 들어 허삼관을 바라보았다. 허삼관도 실실 웃으며 계화라는 젊은 여자를 쳐다보자 그녀가 고개를 떨구었다. 나이 많은 여인이 중얼거렸다. “자기 아버지를 쏙 뺐구만.” 그러자 삼촌이 웃으면서 말했다. “계화가 다음 달에 시집을 가지요?” 나이 많은 여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우리가 파혼 놨어요.” “파혼했다구요?” 삼촌은 손에 든 삽을 내려놓았다. 나이 든 여인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 사내가 몸이 망가져서 요렇게 작은 그릇으로 밥을 한 공기밖에 먹지 못하더라구. 우리 계화도 두 그릇이나 먹는데.” 삼촌 역시 목소리를 낮추어서 물었다. “그치는 몸이 어쩌다 그렇게 망가졌는데요?” “어쩌다 망가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내 처음에 그 사람이 일 년 동안이나 성안으로 가서 피를 팔지 않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하더라고. 혹시 그 사람 몸이 성하지 않은가 해서 말이야. 그래서 사람을 시켜 그 사람을 집으로 불러 식사 대접을 했지. 밥을 얼마나 먹나 보려고. 만약 그가 큰 사발로 두 그릇을 먹는 다면 그런대로 안심이고, 만약 세 그릇을 먹어 치우면 계화는 그날로 그의 사람이 되는 거였다고. 그런데 그 치가 한 그릇을 다 비워서 내가 밥을 더 퍼주려고 하는데 그만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먹겠다는 거야. 아니 건장한 대장부가 밥을 한 그릇밖에 못 먹는다면 그게 몸이 망가진 것이 아니고 또 뭐겠냐고.”

삼촌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 많은 여인에게 말했다. “참, 세심하시구려.” “에미 마음이라 그렇지.” 잠시 후 두 여자가 고개를 쳐들어 지붕 위의 허삼관을 보았다. 허삼관은 여전히 헤헤거리며 젊은 여자를 보고 있었는데, 나이 많은 여인이 재차 한마디를 했다. “자기 아버지를 꼭 빼다 박았네.” 그리고나서 두 여자가 총총히 지나가는데 엉덩이가 둘 다 정말 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허삼관의 눈으로는 그들의 엉덩이와 넓적다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이 지나간 후에도 여전히 허삼관은 똥거름을 뿌리는 넷째 삼촌을 보고 있었다. 점차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삼촌의 몸도 따라서 어두워졌다. “넷째 삼촌, 얼마나 더 뿌려야돼요?” “곧 끝난다.” “삼촌, 한 가지 잘 모르는 게 있어 좀 물어 보려구요.” “말하려무나.” “피를 안 팔아본 사람은 모두가 몸이 부실한가요?” “그렇지. 너 방금 계화 엄마가 한 얘기 들었니? 이 마을에서는 피를 안 팔아본 남자는 여자를 얻을 수가 없지.” “아, 그런 법이 어딨어요?” “무슨 법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만 몸이 튼튼한 사람은 다 가서 피를 판단다. 한번 피를 팔면 삼십오 원을 받는데 반년 동안 쉬지 않고 땅을 파도 그렇게 많이는 못 벌지. 사람 몸속의 피라는 건 우물의 물처럼 퍼내지 않으면 많아지지 않는 거거든. 니가 매일 파내도 우물물은 아직도 그렇게 많이….” “아, 삼촌. 삼촌 말씀대로라면 피가 바로 돈줄이네요?” “하지만 먼저 니 몸이 실한지 부실한지 봐야지. 만약에 몸뚱이가 부실하면 피 팔러 갔다가 목숨까지 팔게 되는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니가 피를 팔러 가면 병원에서 우선 검사를 하게 되는데 먼저 피를 한번 뽑아 몸이 실한지를 보고 나서 이, 건강해야 이, 피를 팔게….” “삼촌, 저도 피를 팔 수 있을까요?” 삼촌은 고개를 들어 지붕 위의 조카를 바라보았다. 허삼관은 상반신을 드러낸 채 히죽대고 있었다. 그의 상반신은 살집이 그런대로 붙어있었다. “니 몸 정도는 팔 수도 있겠는데?” 허삼관은 지붕 위에서 한바탕 웃어대더니,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고개를 숙여 삼촌에게 물었다. “삼촌, 물어볼 게 또 하나 있어요.” “뭐냐?” “병원에 가서 검사할 때 먼저 피를 뽑는다고 하셨죠?” “그랬지.” “그 피 값은 주나요?” “아니 그 피는 그냥 병원에 주는 거야.”

그들은 길을 걷고 있었다. 일행은 셋이었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 서른 두어 살, 작은 쪽은 겨우 열아홉 살이었다. 허삼관은 그 중간쯤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걸어갈 때도 가운데에서 걸었다. 허삼관이 양쪽에서 걷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 당신들 그 수박을 짊어지고 자루 속에 사발을 넣어 들고 다니는 것을 보니 피 팔고 나서 또 거리로 수박도 팔러 나갈 건가 보죠? 하나, 둘, 셋, 넷, 전부 합쳐봐야 겨우 여섯 개인데 수박을 팔려면 한번에 일이백 근 정도는 지고 나서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 그 사발은 또 뭐하는데 쓰는 거죠? 수박팔 때 돈통으로 쓰려는 겁니까? 당신들은 왜 끼니 거리는 지니지 않고 점심때는 또 뭘 먹고….” “우리는 피를 팔 때만큼은 끼니 거리를 지니고 다니지 않아요.” 열아홉 살 먹은 근룡이가 말했다. “피를 팔고 난 다음엔 식당에 가서 볶은 돼지 간에다가 황주 두 냥을 마신다구요.” 서른 몇쯤으로 보이는 방씨라는 사람이 말을 덧붙였다. “돼지 간은 보혈을, 황주는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거라고.” 허삼관이 물었다. “당신들 한번에 사백밀리미터정도의 피를 팔 수 있다고 했는데, 사 밀리미터면 도대체 어느정도나 되는거죠?” 그러자 방씨가 자루에서 사발을 꺼냈다. “이런 사발 봤수?” “봤죠.” “한번에 두 그릇 팔수 있수다.” “두 그릇이나 말이요?” 허삼관은 숨을 들이마신 후 다시 물었다. “사람들이 밥 한 그릇을 먹어야 겨우 피 몇 방울 만들어진다고 그러던데, 이걸로 두 사발이면 도대체 밥을 얼마나 먹어야 한단 말이요?” 방씨와 근룡이가 허허 웃었다. 방씨가 다시 말을 이었다. “밥만 먹어봐야 소용이 없소. 황주하고 볶은 돼지간을 먹어야지.” “이것 보세요,” 근룡이가 말했다. “방금 우리 수박이 너무 적다고 했죠? 내 말씀드리죠. 이 수박들은 팔 것들이 아니고 누구에게 줄 것들이에요.” 방씨가 말을 이었다. “이혈두에게 줘야 한다고.” “이혈두가 누군데요?” 허삼관이 물었다.

그들은 강물을 가로지르는 목조 다리에 다다랐다. 강줄기는 곱게 흐르다 점차 넓어지기도 하고, 또다시 좁아지기도 하였다. 강둑을 따라 자라난 푸른 풀들이 논으로까지 이어져 있었다. 방씨는 걸음을 멈추고 근룡에게 말을 건넸다. “근룡아, 이제 물 마셔야지?” 근룡이는 수박을 내려놓고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네. 마시자구요.” 두 사람은 자루 속에서 사발을 꺼내 들고서 강둑 아래로 내려갔다. 허삼관은 다리 난간에 기대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사발로 강물을 이리저리 흔들어, 물 위에 떠 있는 잡초 따위를 치워낸 후 벌컥벌컥 퍼마시기 시작하였다. 그 둘 모두 쉬지 않고 네뎃 사발이나 마셔댔다. 다리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허삼관이 물었다. “당신들 새벽에 짠 음식을 많이 드셨나 보죠?” 방씨가 아래에서 대답했다. “우린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저 물만 몇 사발 마셨을 뿐이요. 지금 또 몇 사발 마시고 성안에 들어가서 또 몇 사발 들이키고 계속 마셔서 배가 아플때까지 이 뿌리가 시큰시큰 할때까지, 물을 많이 마시면 몸속의 피도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이지. 물이 핏속으로 들어가서….” “아, 물이 핏속으로 들어가면 피가 묽어지지 않을까요?” “묽어지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래야 몸 속에 피가 많아지지 않겠나?” “이제야 당신들이 왜 자루 속에 사발을 하나씩 넣어 가지고 다니는지 알겠네요.” 허삼관은 이렇게 말을 하면서 강둑 아래로 내려갔다. “그 당신들 그릇 좀 빌려주세요. 나도 몇 그릇 마시게.” “내 사발 쓰세요.” 근룡이가 사발을 건네주며 말했다. 허삼관이 근룡이의 사발을 받아 강물 쪽으로 몸을 숙이자 방씨가 그를 보며 말했다. “그 수면의 물은 더러워. 바닥 물도 더럽고. 그러니 중간쯤의 물을 떠 마시라고.”

그들은 물은 다 마시고 나서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방씨와 근룡이는 수박을 담은 멜대를 함께 지고, 허삼관은 그 멜대에서 나는 삐익삐익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당신들 힘들텐데 나와 교대합시다.” “방씨 아저씨하고 좀 바꿔주세요.” “이까짓 수박 몇 개 지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오. 내가 성에 들어가서 수박을 팔 때는 매번 이백 근 정도를 진다오.” 허삼관이 물었다. “당신들이 아까 말한 이혈두라는 사람, 그 사람이 누구요?” “이혈두라….” 근룡이가 말했다. “그자는 병원에서 우리들 피 파는걸 관리하는 대머린데요, 좀 있으면 보게 될거에요.” 방씨가 말을 이었다. “그자는 마을 촌장과 같은 사람이요. 촌장은 우리를 관리하지만 이혈두는 바로 우리들 피를 관리하는 촌장이지. 누구는 피를 팔게 하고 누구는 안되고 전부 그 사람 말하는 대로 되는 거지.” 허삼관이 듣고 나서 말했다. “아, 그래서 혈두라고 부르는 거군요.” “간혹 피를 팔려는 사람은 많고 병원에서 피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적을 때가 있지 않겠어? 그때는 바로 평소에 누가 이 혈두와 교분이 두터웠나가 중요하지. 바로 그자와 친분이 두터웠던 사람의 피가 팔리게 된다 이 말씀이야. 여기서 말하는 교분이란 무엇이냐. 이혈두의 말을 빌리자면, 피를 팔지 않아도 될 때도 자기를 늘 생각하고, 평소에도 늘 자기를 잊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군. 평소에 그를 생각한다는 것이 뭔가하면 말이야,” 방씨는 지고 있는 수박을 가리키며 푸념했다. “이게 바로 평소에 그를 생각하는 거지.” “하지만 평소에 그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요?” 근룡이가 말했다. “그 뭐라더라 무슨 영이라는 여자, 그 여자는 평소에도 이혈두를 생각하잖아요.” 두 사람은 그 말이 나오자 피식피식 웃어댔고 방씨는 그러면서 허삼관에게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그 여자와 이혈두 사이의 교분이란 이불 속 교분을 말하는 건데, 그 여자가 피를 팔러 갔을때 일단 먼저 온 누구라도 한쪽에 서서 기다려야지. 만약 그렇지 않고 그 여자에게 욕이라도 한다면 말이야, 설령 그 사람의 피가 신선의 피라도 이혈두는 쳐다보지 않을 거야.”

그들은 어느덧 성 안에 이르렀다. 성 안에 들어와서는 이곳 사람인 허삼관이 두 사람을 이끌고 나섰다. 그들은 마실 물을 찾고 있었다. 허삼관이 말했다. “성안에서는 강물을 마시면 안 돼요. 이 성의 강물은 더러우니까. 내 우물 있는 곳을 알려줄 테니 가서 그 물을 마십시다.” 두 사람은 허삼관을 따라나섰다. 허삼관은 그들을 데리고 꾸불꾸불한 골목길을 걸으며 말했다. “나 지금 오줌마려 죽겠는데 어디 가서 오줌이나 한방 먼저 갈기고 가는 게 어때요.” 근룡이가 말했다. “오줌 누면 안 돼요. 만약 오줌을 누면 물 몇 사발 마신거 이제 다 허사가 되고 만다구요. 몸에 피도 줄어들고 말이에요.” 방씨가 허삼관에게 말했다. “우리가 당신보다 물을 마셔도 한참을 더 마셨으니 아직 견딜 만 할 꺼요.” 그러고나서 방씨가 근룡에게 말했다. “이 사람 오줌보가 작아서 그래.” 허삼관은 배가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고, 걸음도 갈수록 느려졌다. “혹시 목숨에는 지장이 없겠죠?” “무슨 목숨?” “내 목숨 말이오. 내 배가 터지면 어쩌냔 말이오.” “자네 지금 이 뿌리가 시큰거리는가?” 방씨가 물었다. “이 뿌리요? 아직 시리진 않은데요.” “그럼 됐네. 이 뿌리가 아직 시리지 않은걸보니 자네 오줌보가 아직은 괜찮은 거야.” 허삼관은 그들을 데리고 병원 근처의 우물로 갔다. 우물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고, 우물 사방으로 이끼가 가득 끼어있었다. 우물 옆에 두레박이 하나 놓여있었고, 두레박을 묶는 삼으로 된 밧줄이 한 쪽에 깔끔하게 말려있었다. 방씨가 밧줄을 두레박에 묶어 우물 속으로 떨어뜨렸다. 두레박이 수면에 부딪히면서 철썩하고 마치 뺨을 때리는 듯 한 소리를 냈다. 두레박을 건져 올려서 방씨와 근룡은 각기 두 사발씩의 물을 마시고 사발을 허삼관에게 건네주었다. 허삼관이 사발을 건네받아 한 사발의 물을 마시고 나니, 방씨와 근룡이가 한 사발 더 마시라고 권했다. 허삼관은 다시 한 사발을 떠서 두 모금을 마시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머지 물을 두레박에 버렸다. “나는 오줌보가 작단 말이오, 죽어도 못 마시겠다구.”

그들 세 사람이 병원에 이르렀을 때 그들의 얼굴은 오줌을 참느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걸음걸이는 마치 만삭의 임산부처럼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방씨와 근룡은 여전히 수박을 메고 있어서 걸음이 한층 더 늦어졌다. 그들은 수박이 담긴 광주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짐 끈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병원의 복도가 너무 좁고 무시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에 그들의 광주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렸다. 광주리가 흔들릴 때마다 방씨와 근룡에 뱃속에 찬 물도 따라서 요동을 쳐 두 사람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때마다 꼼짝않고 서서 움직일 생각도 못 하다가, 광주리의 요동이 잠잠해 지면 그제야 다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길 반복했다. 병원의 이혈두는 수혈실 앞에서 두 다리를 탁자에 얹은 채로 앉아있었는데, 바짓가랑이는 다 닳아 벌어져 있었고, 바지 앞 단추는 다 떨어져서 알록달록한 속옷이 들여다보일 정도였다. 허삼관이 들어섰을 때, 수혈실에는 이혈두 한 사람뿐이었다. 허삼관은 이혈두를 보고 생각했다. 이자가 이혈두인가? 이자는 바로 우리 공장에 와서 걸핏하면 뻔데기를 사 먹던 그 대머리 이씨가 아닌가. 이혈두는 방씨와 근룡이가 수박을 지고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발을 내려놓고서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아, 자네들이로구만, 어서들 오라구.” 그리고 나서 허삼관을 보고는 방씨와 근룡에게 말을 건넸다. “이 사람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방씨가 말했다. “성안 사람이니 낯이 익을 만도 합죠.” “그러면 그렇지.” 허삼관이 끼어들었다. “뻔데기를 사러 우리 공장에 자주 오시잖아요.” “아, 그럼 자네는 생사공장에서 일하는….” “그렇습니다.” “이런 제기랄, 어쩐지 본적이 있는 것 같더라니. 자네도 피 팔러 왔는가?” 이번엔 방씨가 끼어들었다. “어르신께 드릴려고 수박을 좀 가져왔습죠. 오늘 아침에 막 딴 것으로 말입죠.” 이혈두는 엉덩이를 일으켜 수박을 보더니 다시 한 번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나하나 그런대로 큼지막하구만. 저기 벽 쪽에 갖다놓으라고.” 방씨와 근룡은 광주리 속에 수박을 꺼내어 이혈두의 분부대로 벽 쪽에 옮겨 놓으려 했으나 허리를 몇 번 굽히더니 얼굴과 귓볼이 새빨개지면서 숨을 헐떡거렸다. 이혈두가 그들을 보며 웃음이 싹 가신 얼굴로 물었다. “자네들 물을 얼마나 마셨나?” 방씨가 물었다. “딱 세 사발 마셧습니다요.” 근룡이가 옆에서 거든다고 끼어들었다. “저 양반은 세 사발 마시고 저는 네 사발 마셨습니다.” “웃기고 있네.” 이혈두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내가 자네 같은 사람들 방광이 얼마만 한지 모르는 줄 아나? 제기랄. 자네들 방광이 뽈록 튀어나온 게 애 밴 여자보다도 더 튀어나왔다고. 아마 최소한 열 사발은 마셨을걸?” 방씨와 근룡이가 헤헤거리며 웃었고 이혈두는 그들의 웃는 모습을 보자 두 손을 휘저으며 입을 열었다. “됐네. 자네들 그래도 양심은 좀 있구만. 평상시에 나를 생각한 걸 봐서 이번에는 피를 팔도록 봐주지만 다음에는 절대로 이러면 안되네.” 이렇게 말하며 이혈두는 허삼관을 바라보았다. “자네 이리 좀 와보게.” 허삼관이 이혈두의 얼굴 앞으로 다가왔다. “고개 좀 낮춰봐.” 허삼관이 머리를 낮추자 이혈두는 그의 눈꺼풀을 까보고 혓바닥을 보는 등 간단한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자네 눈을 좀 보자고. 황달이나 간염이 있는지. 음… 없군. 자 혓바닥을 내밀어 봐. 자네 위장 상태를 좀 보게. 아주 좋아, 됐어. 자네 피를 팔아도 되겠어. 잘 들으라고. 규정에 따라서 먼저 피를 한 통 뽑아야 되네. 그것으로 자네가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사해야 하지만, 내 오늘 방씨와 근룡이의 얼굴을 봐서 검사용 피는 안뽑겠네. 다시 말해서 오늘 우리는 서로 안면을 튼 거야. 처음 만난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라구.”

그들 세 사람은 피를 팔고 나서 곧바로 비틀거리며 병원 변소를 향해 걸어갔다. 세 사람 모두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세 사람 중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진 못하고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땅만 보고 걸었다. 만약 지금 배에 조금만 힘을 줘도 배가 터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이 변소에 소변통 앞에 일렬로 서서 오줌을 눌 때 이 뿌리에 격렬한 신맛이 파고들었다. 그 때문에 이빨끼리 서로 심하게 맞부딪혔는데, 그 소리가 그들의 오줌 줄기가 통해 부딪히는 소리만큼이나 날카로왔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승리 반점이라는 간판이 붙은 식당에 갔다. 식당은 석조다리 어귀에 있었는데, 다리 높이에 채 미치지 않은 지붕에 잡초가 가득히 자라고 있었다. 언뜻 보니 식당에는 문이 따로 없는 듯, 문과 창문이 하나로 되어 중간에 나무로 두 줄 획을 그어놓았을 뿐이다. 허삼관 일행은 분명 창문일듯한 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서, 창문 쪽 탁자에 앉았다. 창밖으로 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강과 그 위에 떠다니는 풀잎들이 보였다. 방씨가 먼저 식당 점원에게 소리쳤다. “여기 볶은 돼지 간 한접시하고 황주 두냥 가져오라고. 황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말이야.” 근룡이도 소리쳤다. “여기 볶은 돼지 간 한 접시하고 황주 두 냥 가져오라고. 황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말이야.” 허삼관이 그들이 주문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소리칠 때 손으로 탁자를 치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져서 그 역시 그들이 하는 대로 손으로 탁자를 치며 주문했다. “볶은 돼지 간 한 접시하고 황주 두 냥. 황주는… 데워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볶은 돼지 간 세 접시와 황주 세 잔이 나왔다. 허삼관이 돼지 간을 집으려고 젓가락을 들다가 보니, 방씨와 근룡이는 술잔을 먼저 들어 입술에 살짝 대고, 눈을 가늘게 뜬 채 한 모금씩 마셨다.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캬!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구겨져 있던 둘의 얼굴이 기지개를 켜듯 팽팽해졌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됐구만.” 방씨가 한숨 돌리며 말했다. 허삼관은 들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술잔을 들어 한 모금 살짝 마셨다. 황주가 그의 목줄기를 타고 따스한 훈기를 전하며 흘러내려 갔고, 그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캬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방씨와 근룡이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내어 웃었다. 방씨가 허삼관에게 물었다. “어때, 피를 팔고 나니 어지럽지는 않은가?” “머리는 어지럽지 않은데 힘이 없네요. 손발이 나른하고 걸을 때 떠다니는 것 같은 듯이….” “힘을 팔아 버렸으니 그럴 수밖에. 우리가 판 것은 힘이라고. 자네 이제 알겠나? 자네 성안 사람들이 말하는 피가 바로 우리 촌사람들이 말하는 힘일세. 힘은 두 가지 종류가 있지. 하나는 피에서 나오는 힘이고, 나머지 하나는 살에서 나오는 힘이지. 피에서 나오는 힘은 살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처지는 법이네.”” 어떤 힘이 피에서 나오는 것이고 어떤 힘이 살에서 나오는 건가요?” “우리가 잠자고 먹고, 우리 집에서 근룡이 집까지 가는 것은 별로 힘쓸 필요도 없는 일이지. 이런 게 바로 살에서 나오는 힘이란 말이야. 자네가 논밭에 나가서 일을 하거나, 백여 근 쯤 되는 짐을 메고 성안으로 들어갈 땐 힘을 써야 한단 말이야? 이런 힘들은 다 핏속에서 나오는 거라구.” 허삼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 힘이라는 것이 주머니 속에 돈이랑 똑같은 것이군요. 먼저 쓰고나서 다시 벌어들이는.” 방씨가 고개를 끄떡이며 근룡이가 말했다. “성안 사람이라 역시 똑똑하군.” 허삼관이 또 물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중노동을 하고도 또 남은 힘을 병원에 파는 걸 보니 역시 나보다는 이, 힘이 많군요.” 근룡이가 말을 받았다. “힘이 많다고 말할 순 없죠. 우리 들이 당신 같은 성안 사람보다 힘 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를 얻고 집을 짓고 하는 돈은 전부 피를 팔아서 번 돈으로 하는 거라구요. 땅 파서 버는 돈이야 겨우 굶어 죽지 않을 정도니까요.” 방씨가 말했다. “근룡이 말이 맞소. 내가 방금 피를 판 것은 집을 짓기 위해서라오. 두 번만 더 팔면 집 지을 돈이 충분해지지. 근룡이가 피를 판 것은 우리 마을의 계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오. 원래 계화는 다른 사람이랑 벌써 정혼이 되어있었는데 계화가 파혼을 하고 나니까 근룡이가 눈독을 들이는 거지.” 허삼관이 말했다. “나도 그 계화라는 여자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여자 엉덩이 한번 되게 크던데, 근룡이 너는 엉덩이 큰 여자를 좋아하나 보지?” 근룡이가 헤헤거리며 웃었다. 방씨가 다시 말했다. “엉덩이 큰 여자가 쓸만하지. 침대에 누우면 마치 한 척의 배처럼 넉넉하거든.” 허삼관도 헤헤거리며 따라 웃었다. “어이 삼관이, 자네 피 팔아 번 돈 어떻게 쓸지 생각해 봤나?”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오늘에서야 피땀 흘려 번 돈이 어떤 거라는 걸 안 셈이죠. 제가 공장에서 일해 번 돈은 땀으로 번 돈이고, 오늘 번 돈은 피 흘려 번 돈이잖아요. 이 피 흘려 번 돈을 한 번에 써버릴 수는 없죠. 반드시 큰일에 쓰도록 해야죠.” 이때 근룡이가 말 꼬리를 낚아챘다. “그런데 참 오늘 이혈두 바지 속에 알록달록한 거 보셨죠?” 이 말을 들은 방씨가 깔깔대며 웃었고 근룡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거 혹시 무슨 영인가 하는 그여자의 빤쓰 아닐까요?” “말할 거 뭐 있나. 두 사람이 자고 나서 모르고 바꿔 입은 거지.” 방씨가 말했다. “정말 가서 한번 보고 싶네요.” 근룡이가 깔깔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여자 바지 안에 정말로 이혈두의 빤쓰를 입고 있는지 말이에요.”

(음악)

네 잘 들으셨습니까, 이 부분은 허삼관 매혈기의 네, 첫 부분입니다. 허삼관이란 인물이 등장하구요, 허삼관이 에, 처음으로 피를 팔게 되는 그런, 장면입니다. 이 소설은 원래는 중국에선 천구백구십 에… 육년에 나왔습니다. 그 해에 중국 최고의, 에, 화제작이었구요. 위화라는 작가를 일약 유명하게 만든 그런 소설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인제 그 후에 출판이 돼서 나왔고 저는 초판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책이 처음에 인제 저희 집에 왔을 때, 에, 저는 이 책을 읽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목이 허삼관 매혈기, 너무 딱딱해 보이거나 너무 좀… 뭐랄까 옛날 책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그리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현대 중국 소설이 거의 번역 되지 않던 시절입니다. 그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는 그 이후 한국에 그… 들어오게 될 중국 작가들의 그, 선봉이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소설이 한국 내에서 상당히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면서, 그 이후에 수퉁이라던지, 또… 뭐 비페위라던지 이런 작가들이 음… 계속해서 한국 에, 독자들에게 소개가 됐습니다. 저는 몇 달 동안 이 책을 어… 보지는 않고 그냥 책꽂이에 꽂아놨었는데, 어… 우연히 이제 한 몇달 지나서, 어, 읽게 된겁니다. 읽어 보니까 어,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일단 문체가 대단히 특이합니다. 어… 아주 그 뭐랄까요, 멋을 전혀 부리지 않은 그런 문체죠. 그리고 어, 중국의 어떤 설화적 전통에 잇닿아 있는 그런, 어… 소설이었습니다. 일단 이 설화에서는 반복을 좋아하죠? 한 일을 계속합니다. 허삼관도 계속 피를 팔게 되구요.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가 있게 되구요, 그다음에… 그 세 명이 길을 간다거나, 집을 떠나게 된다거나 이런 것들은 설화적이거나 신화적인 그런 설정인데, 중국의 그런 어떤 설화적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중국 현대사를 잘 반영하고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지금 그… 읽어드린 대목은 아직 그, 중국이 공산화되기 전에 네,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가난하게 농촌에 살아가면서, 어, 피를 팔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그런 상황을, 어,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는데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과 비극을 간단하게, 에,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어, 독자보다 못난 사람이 나오는 것은 희극이고, 독자보다 어… 고상하고 더 높은 격을 가진 사람, 들이 고난을 겪는 것 이것이 비극이다, 라고 정의를 했는데,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이… 희극이라는 것. 코미디라는 것은 어, 바보들, 혹은 어리석은 사람들, 들이 나와서 어… 어떤 어리석은 일을 하는 것이죠.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안도하고 웃음을, 어, 이제 얻게 되는 것인데요. 이 허삼관이란 인물은, 네 전형적인 바보입니다. 바보고, 지금 뭐 조금 들어보셔서 알겠지만 앞부분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뒤에 가면, 이 허삼관의 이, 바보짓은 점점 더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이, 되는데요. 이 허삼관이 바보로 설정돼 있다는 것은 1990년대 후반에 이 소설이 한국에 소개됐을 때, 음… 어떤 의미에서 큰 충격을 줬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문학에 이, 바보가 등장한, 하지 않은지가 꽤 됐거든요. 어, 물론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떤 바보를 통한 해학과 희극의 전통 이런 것들이 거의 그, 사라져있다시피 했고, 또 이것을 어… 사회와 역사의 현실에 결부하는, 이 방식도 한국 문학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웠던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어, 작가들에게 큰 충격을 줬구요. 처음에는 다들 저처럼 몇 달씩 안 읽고 있다가, 어, 뒤늦게 이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그 당시에 어… 한국일보에 제가 서평을 썼는데요, 아마 그게 이 책이 나온 뒤 몇 달 만에, 아마 일간지 서평이 처음으로 난 거였습니다. 어… 그 뒤에 이문구 선생님 돌아가셨죠? 어 이문구 선생님이 어, 이 책에 대해서 또 서평을 쓰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문구 선생님이 이 책을 좋아하셨을 것은 어, 상당히 당연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두 분 다, 어, 아주 일맥상통하는,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었죠.

자 이 허삼관 매혈기의 작가, 이 위화와 저는 또 재밌는 인연이 있는데요. 어, 이 부분은 어… 다음… 그 회에… 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자 오늘은 어… 일단 여기까지 소개를 드리구요.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서른한 번째 에피소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들 안녕히 계십시오.


Episode 31 - 위화 “허삼관 매혈기” 1 Episode 31 - Wei Hua "The Hsin-Sam-Kwan Hemorrhage Machine" 1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作家金英夏の本を読む時間のポッドキャスト。

안녕하세요,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는 작가 김영합니다.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자 오늘은 그 상당히 많이 알려진 소설이죠, 중국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라는 소설을 읽으려고 합니다. Now, today, I am going to read a novel that is well known, called Heo Sam-gwan, Mae Hyeol-gi by Chinese author Wei Hwa. 이 소설은 일단 먼저 읽은 다음에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I'll read this novel first and then talk about it.

(음악)

성 안의 생사 공장에서 누에고치 대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 허삼관은, 이날 마을에 할아버지를 뵈러 왔다. Heo Sam-gwan, a worker who works as a cocoon planter at a raw silk factory in the castle, came to the village to see his grandfather. 그의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해진 터라, 허삼관이 바로 눈앞에 서 있는데도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그의 코앞에 바짝 얼굴을 대고 물었다. Grandpa asked with his face in front of him. “아들아, 니 얼굴이 어디 있는 거냐.” “할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아니고 할아버지 손자예요. 제 얼굴이 여기…” 허삼관은 할아버지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게 하였다. My face is here... ”Heo Sam-gwan took his grandfather's hand and made him touch his face. 할아버지의 손은 마치 공장의 사포 같았다. Grandpa's hand was like sandpaper from a factory. “니 아비는 왜 나를 보러오지 않는 게냐.” “아버지는 이미 죽었잖아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가에서 침이 흘러나오자 입을 삐딱하게 하고서 침을 약간 삼킨 후 말을 이었다. “아들아, 넌 뼈대가 좀 쓸만하냐.” “튼튼하죠, 할아버지 근데 전 아버지가 아니고….” 할아버지는 허삼관의 말을 가로막고 계속해서 물었다. “아들아, 너도 피 팔러 자주 가느냐.” 허삼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오, 저는 피를 팔아본 적이 없는데요.” “피도 안 팔아봤으면서 무슨 뼈대가 튼튼하다는 소리를 하느냐. 너는 나를 속이고 있구나.” “할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전 무슨 말씀이신지 통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요, 혹시 노망드신 거 아니에요?” 그 말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삼관이 다시 말했다. Heo Sam-gwan said again. “할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아니고 할아버지 손자예요.” 할아버지는 허삼관의 말엔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말만 늘어놓았다. “Grandpa, I am not my father, but my grandfather's grandson.” Grandfather did not respond to Heo Sam-gwan's words, but continued to say other words. “아들아. 니 아비가 내 말을 듣지 않고 성안에 그 누구냐 그 화인가 하는 계집한테 푹 빠져가지고는….” “아 금화요. Your father didn't listen to me and fell in love with the girl who was mad at the castle... .” “Oh, gold coins. 그게 우리 엄마잖아요.” “니 애비가 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나이가 찼으니 성안으로 가서 그 무슨 환가 하는 계집하고 결혼하겠다고 해서 내가 아직 니 두 형도 결혼하지 않았으니 큰 형이 아직 여자를 데려오지 않았는데 동생이 먼저 여자를 데려오는 것은, 그냥 우리 마을에는 이런 법도가 없다고.” That's my mother.” “Your abby came and said, “I’m old, so I’m going to go to the castle and marry a girl who is happy, so I haven’t married your two older brothers yet. The thing is, there is no such law in our village.

허삼관은 삼촌 집 지붕 위에 올라앉아 사방을 둘러보았다. Heo Sam-gwan sat on the roof of his uncle's house and looked everywhere. 하늘 저 멀리로부터, 붉은 기운이 점점 진흙땅 위로 솟아오르더니 밭 멀리까지 밝게 비추어 농작물을 토마토같이 진홍빛으로 물들여갔다. 또한 들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과, 쭉 뻗어있는 좁은 길, 나무들, 초가집들과 연못, 지붕 위로 꼬불꼬불 피어오르는 연기까지 모든 것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In addition, the rivers flowing across the fields, the narrow roads that stretched out, trees, thatched houses and ponds, and the smoke rolling over the roofs were all colored red. 허삼관의 넷째 삼촌이 그 아래서 외밭에 똥거름을 뿌리고 있는데 여자 둘이 걸어왔다. 한 사람은 나이가 많았고 하나는 젊었다. 삼촌이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계화가 자랄수록 엄마를 많이 닮아가는구나.” 그 말에 젊은 여자는 히죽대고, 나이가 많은 여자는 지붕에 허삼관을 보면서 삼촌에게 물었다. “지붕에 있는 저 이는 누구요.” “우리 셋째 형님의 아들이요.” 아래의 세 사람이 모두 고개를 들어 허삼관을 바라보았다. 허삼관도 실실 웃으며 계화라는 젊은 여자를 쳐다보자 그녀가 고개를 떨구었다. 나이 많은 여인이 중얼거렸다. The old woman muttered. “자기 아버지를 쏙 뺐구만.” 그러자 삼촌이 웃으면서 말했다. “I got rid of my father.” Then my uncle said with a smile. “계화가 다음 달에 시집을 가지요?” 나이 많은 여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우리가 파혼 놨어요.” “파혼했다구요?” 삼촌은 손에 든 삽을 내려놓았다. 나이 든 여인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 사내가 몸이 망가져서 요렇게 작은 그릇으로 밥을 한 공기밖에 먹지 못하더라구. 우리 계화도 두 그릇이나 먹는데.” 삼촌 역시 목소리를 낮추어서 물었다. “그치는 몸이 어쩌다 그렇게 망가졌는데요?” “어쩌다 망가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내 처음에 그 사람이 일 년 동안이나 성안으로 가서 피를 팔지 않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하더라고. 혹시 그 사람 몸이 성하지 않은가 해서 말이야. 그래서 사람을 시켜 그 사람을 집으로 불러 식사 대접을 했지. 밥을 얼마나 먹나 보려고. 만약 그가 큰 사발로 두 그릇을 먹는 다면 그런대로 안심이고, 만약 세 그릇을 먹어 치우면 계화는 그날로 그의 사람이 되는 거였다고. 그런데 그 치가 한 그릇을 다 비워서 내가 밥을 더 퍼주려고 하는데 그만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먹겠다는 거야. But the chi emptied all of the bowls, so I'm trying to pour more rice, but I can't eat any more because I'm full. 아니 건장한 대장부가 밥을 한 그릇밖에 못 먹는다면 그게 몸이 망가진 것이 아니고 또 뭐겠냐고.”

삼촌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 많은 여인에게 말했다. “참, 세심하시구려.” “에미 마음이라 그렇지.” 잠시 후 두 여자가 고개를 쳐들어 지붕 위의 허삼관을 보았다. 허삼관은 여전히 헤헤거리며 젊은 여자를 보고 있었는데, 나이 많은 여인이 재차 한마디를 했다. “자기 아버지를 꼭 빼다 박았네.” 그리고나서 두 여자가 총총히 지나가는데 엉덩이가 둘 다 정말 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허삼관의 눈으로는 그들의 엉덩이와 넓적다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Heo Sam-gwan's eyes looking down from above couldn't tell their buttocks and thighs. 그들이 지나간 후에도 여전히 허삼관은 똥거름을 뿌리는 넷째 삼촌을 보고 있었다. Even after they passed, Heo Sam-gwan was still watching his fourth uncle spraying manure. 점차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삼촌의 몸도 따라서 어두워졌다. “넷째 삼촌, 얼마나 더 뿌려야돼요?” “곧 끝난다.” “삼촌, 한 가지 잘 모르는 게 있어 좀 물어 보려구요.” “말하려무나.” “피를 안 팔아본 사람은 모두가 몸이 부실한가요?” “그렇지. 너 방금 계화 엄마가 한 얘기 들었니? 이 마을에서는 피를 안 팔아본 남자는 여자를 얻을 수가 없지.” “아, 그런 법이 어딨어요?” “무슨 법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만 몸이 튼튼한 사람은 다 가서 피를 판단다. 한번 피를 팔면 삼십오 원을 받는데 반년 동안 쉬지 않고 땅을 파도 그렇게 많이는 못 벌지. 사람 몸속의 피라는 건 우물의 물처럼 퍼내지 않으면 많아지지 않는 거거든. 니가 매일 파내도 우물물은 아직도 그렇게 많이….” “아, 삼촌. 삼촌 말씀대로라면 피가 바로 돈줄이네요?” “하지만 먼저 니 몸이 실한지 부실한지 봐야지. 만약에 몸뚱이가 부실하면 피 팔러 갔다가 목숨까지 팔게 되는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니가 피를 팔러 가면 병원에서 우선 검사를 하게 되는데 먼저 피를 한번 뽑아 몸이 실한지를 보고 나서 이, 건강해야 이, 피를 팔게….” “삼촌, 저도 피를 팔 수 있을까요?” 삼촌은 고개를 들어 지붕 위의 조카를 바라보았다. 허삼관은 상반신을 드러낸 채 히죽대고 있었다. Heo Sam-gwan was showing off his upper body. 그의 상반신은 살집이 그런대로 붙어있었다. “니 몸 정도는 팔 수도 있겠는데?” 허삼관은 지붕 위에서 한바탕 웃어대더니,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고개를 숙여 삼촌에게 물었다. “I could sell your body?” Heo Sam-gwan laughed on the roof, then bowed his head and asked his uncle if he had anything to remember. “삼촌, 물어볼 게 또 하나 있어요.” “뭐냐?” “병원에 가서 검사할 때 먼저 피를 뽑는다고 하셨죠?” “그랬지.” “그 피 값은 주나요?” “아니 그 피는 그냥 병원에 주는 거야.”

그들은 길을 걷고 있었다. 일행은 셋이었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 서른 두어 살, 작은 쪽은 겨우 열아홉 살이었다. 허삼관은 그 중간쯤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걸어갈 때도 가운데에서 걸었다. 허삼관이 양쪽에서 걷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Heo Sam-gwan asked the people walking on both sides. “그, 당신들 그 수박을 짊어지고 자루 속에 사발을 넣어 들고 다니는 것을 보니 피 팔고 나서 또 거리로 수박도 팔러 나갈 건가 보죠? “Well, seeing you carrying that watermelon on your back and carrying a bowl in a sack, why don't you sell blood and then go out to sell watermelons on the street? 하나, 둘, 셋, 넷, 전부 합쳐봐야 겨우 여섯 개인데 수박을 팔려면 한번에 일이백 근 정도는 지고 나서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 One, two, three, four, there are only six in total, but to sell watermelon, you have to lose about a hundred pounds at a time. 그 사발은 또 뭐하는데 쓰는 거죠? What else is that bowl used for? 수박팔 때 돈통으로 쓰려는 겁니까? Are you trying to use it as a money box when selling watermelon? 당신들은 왜 끼니 거리는 지니지 않고 점심때는 또 뭘 먹고….” “우리는 피를 팔 때만큼은 끼니 거리를 지니고 다니지 않아요.” 열아홉 살 먹은 근룡이가 말했다. Why do you not have meals and what else to eat for lunch... .” “We don't carry meals as much as we sell blood.” Said Geunryong, 19 years old. “피를 팔고 난 다음엔 식당에 가서 볶은 돼지 간에다가 황주 두 냥을 마신다구요.” 서른 몇쯤으로 보이는 방씨라는 사람이 말을 덧붙였다. “돼지 간은 보혈을, 황주는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거라고.” 허삼관이 물었다. “Pork liver helps blood, and Hwangju helps blood circulation.” Asked Samgwan Heo. “당신들 한번에 사백밀리미터정도의 피를 팔 수 있다고 했는데, 사 밀리미터면 도대체 어느정도나 되는거죠?” 그러자 방씨가 자루에서 사발을 꺼냈다. "You said you could sell about 400 millimeters of blood at a time, but how much is four millimeters?" Then, Mr. Bang took out the bowl from the sack. “이런 사발 봤수?” “봤죠.” “한번에 두 그릇 팔수 있수다.” “두 그릇이나 말이요?” 허삼관은 숨을 들이마신 후 다시 물었다. “사람들이 밥 한 그릇을 먹어야 겨우 피 몇 방울 만들어진다고 그러던데, 이걸로 두 사발이면 도대체 밥을 얼마나 먹어야 한단 말이요?” 방씨와 근룡이가 허허 웃었다. 방씨가 다시 말을 이었다. “밥만 먹어봐야 소용이 없소. 황주하고 볶은 돼지간을 먹어야지.” “이것 보세요,” 근룡이가 말했다. I have to eat hwangju and roasted pork liver.” “Look at this,” said Geun-ryong. “방금 우리 수박이 너무 적다고 했죠? “I just said our watermelon is too small 내 말씀드리죠. 이 수박들은 팔 것들이 아니고 누구에게 줄 것들이에요.” 방씨가 말을 이었다. “이혈두에게 줘야 한다고.” “이혈두가 누군데요?” 허삼관이 물었다.

그들은 강물을 가로지르는 목조 다리에 다다랐다. They reached a wooden bridge across the river. 강줄기는 곱게 흐르다 점차 넓어지기도 하고, 또다시 좁아지기도 하였다. 강둑을 따라 자라난 푸른 풀들이 논으로까지 이어져 있었다. 방씨는 걸음을 멈추고 근룡에게 말을 건넸다. Mr. Bang paused and spoke to Geun-ryong. “근룡아, 이제 물 마셔야지?” 근룡이는 수박을 내려놓고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Geunryong, should I drink water now?” Geun-ryong put down the watermelon and sighed. “네. 마시자구요.” 두 사람은 자루 속에서 사발을 꺼내 들고서 강둑 아래로 내려갔다. 허삼관은 다리 난간에 기대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사발로 강물을 이리저리 흔들어, 물 위에 떠 있는 잡초 따위를 치워낸 후 벌컥벌컥 퍼마시기 시작하였다. 그 둘 모두 쉬지 않고 네뎃 사발이나 마셔댔다. Both of them drank a netet bowl without a break. 다리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허삼관이 물었다. Heo Sam-gwan, who was watching him on the bridge, asked. “당신들 새벽에 짠 음식을 많이 드셨나 보죠?” 방씨가 아래에서 대답했다. “You must have eaten a lot of salty food at dawn, right?” Mr. Bang answered below. “우린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저 물만 몇 사발 마셨을 뿐이요. 지금 또 몇 사발 마시고 성안에 들어가서 또 몇 사발 들이키고 계속 마셔서 배가 아플때까지 이 뿌리가 시큰시큰 할때까지, 물을 많이 마시면 몸속의 피도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이지. 물이 핏속으로 들어가서….” “아, 물이 핏속으로 들어가면 피가 묽어지지 않을까요?” “묽어지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래야 몸 속에 피가 많아지지 않겠나?” “이제야 당신들이 왜 자루 속에 사발을 하나씩 넣어 가지고 다니는지 알겠네요.” 허삼관은 이렇게 말을 하면서 강둑 아래로 내려갔다. “그 당신들 그릇 좀 빌려주세요. 나도 몇 그릇 마시게.” “내 사발 쓰세요.” 근룡이가 사발을 건네주며 말했다. 허삼관이 근룡이의 사발을 받아 강물 쪽으로 몸을 숙이자 방씨가 그를 보며 말했다. “그 수면의 물은 더러워. 바닥 물도 더럽고. 그러니 중간쯤의 물을 떠 마시라고.” So, drink halfway through the water.”

그들은 물은 다 마시고 나서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After they had finished drinking, they continued walking. 방씨와 근룡이는 수박을 담은 멜대를 함께 지고, 허삼관은 그 멜대에서 나는 삐익삐익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당신들 힘들텐데 나와 교대합시다.” “방씨 아저씨하고 좀 바꿔주세요.” “이까짓 수박 몇 개 지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오. 내가 성에 들어가서 수박을 팔 때는 매번 이백 근 정도를 진다오.” 허삼관이 물었다. “당신들이 아까 말한 이혈두라는 사람, 그 사람이 누구요?” “이혈두라….” 근룡이가 말했다. “그자는 병원에서 우리들 피 파는걸 관리하는 대머린데요, 좀 있으면 보게 될거에요.” 방씨가 말을 이었다. “He's a Daemarin who manages our blood sales in the hospital, and you'll see it in a while.” Said Mr. Bang. “그자는 마을 촌장과 같은 사람이요. 촌장은 우리를 관리하지만 이혈두는 바로 우리들 피를 관리하는 촌장이지. The village chief manages us, but Lee Hyeol-du is the village chief who manages our blood. 누구는 피를 팔게 하고 누구는 안되고 전부 그 사람 말하는 대로 되는 거지.” 허삼관이 듣고 나서 말했다. “아, 그래서 혈두라고 부르는 거군요.” “간혹 피를 팔려는 사람은 많고 병원에서 피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적을 때가 있지 않겠어? 그때는 바로 평소에 누가 이 혈두와 교분이 두터웠나가 중요하지. 바로 그자와 친분이 두터웠던 사람의 피가 팔리게 된다 이 말씀이야. 여기서 말하는 교분이란 무엇이냐. 이혈두의 말을 빌리자면, 피를 팔지 않아도 될 때도 자기를 늘 생각하고, 평소에도 늘 자기를 잊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군. 평소에 그를 생각한다는 것이 뭔가하면 말이야,” 방씨는 지고 있는 수박을 가리키며 푸념했다. “이게 바로 평소에 그를 생각하는 거지.” “하지만 평소에 그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요?” 근룡이가 말했다. “This is what I usually think of him.” “But do some people think of him normally?” Said Geun-ryong. “그 뭐라더라 무슨 영이라는 여자, 그 여자는 평소에도 이혈두를 생각하잖아요.” 두 사람은 그 말이 나오자 피식피식 웃어댔고 방씨는 그러면서 허삼관에게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그 여자와 이혈두 사이의 교분이란 이불 속 교분을 말하는 건데, 그 여자가 피를 팔러 갔을때 일단 먼저 온 누구라도 한쪽에 서서 기다려야지.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woman and Lee Hyeol-du is the relationship in the blanket, but when the woman goes to sell blood, anyone who comes first must stand on one side and wait. 만약 그렇지 않고 그 여자에게 욕이라도 한다면 말이야, 설령 그 사람의 피가 신선의 피라도 이혈두는 쳐다보지 않을 거야.”

그들은 어느덧 성 안에 이르렀다. 성 안에 들어와서는 이곳 사람인 허삼관이 두 사람을 이끌고 나섰다. 그들은 마실 물을 찾고 있었다. 허삼관이 말했다. “성안에서는 강물을 마시면 안 돼요. 이 성의 강물은 더러우니까. 내 우물 있는 곳을 알려줄 테니 가서 그 물을 마십시다.” 두 사람은 허삼관을 따라나섰다. 허삼관은 그들을 데리고 꾸불꾸불한 골목길을 걸으며 말했다. “나 지금 오줌마려 죽겠는데 어디 가서 오줌이나 한방 먼저 갈기고 가는 게 어때요.” 근룡이가 말했다. “오줌 누면 안 돼요. 만약 오줌을 누면 물 몇 사발 마신거 이제 다 허사가 되고 만다구요. 몸에 피도 줄어들고 말이에요.” 방씨가 허삼관에게 말했다. “우리가 당신보다 물을 마셔도 한참을 더 마셨으니 아직 견딜 만 할 꺼요.” 그러고나서 방씨가 근룡에게 말했다. “이 사람 오줌보가 작아서 그래.” 허삼관은 배가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고, 걸음도 갈수록 느려졌다. “혹시 목숨에는 지장이 없겠죠?” “무슨 목숨?” “내 목숨 말이오. 내 배가 터지면 어쩌냔 말이오.” “자네 지금 이 뿌리가 시큰거리는가?” 방씨가 물었다. “이 뿌리요? 아직 시리진 않은데요.” “그럼 됐네. 이 뿌리가 아직 시리지 않은걸보니 자네 오줌보가 아직은 괜찮은 거야.” 허삼관은 그들을 데리고 병원 근처의 우물로 갔다. 우물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고, 우물 사방으로 이끼가 가득 끼어있었다. 우물 옆에 두레박이 하나 놓여있었고, 두레박을 묶는 삼으로 된 밧줄이 한 쪽에 깔끔하게 말려있었다. 방씨가 밧줄을 두레박에 묶어 우물 속으로 떨어뜨렸다. Bang tied the rope around and dropped it into the well. 두레박이 수면에 부딪히면서 철썩하고 마치 뺨을 때리는 듯 한 소리를 냈다. As it bumped into the water, it made a loud, slap-like sound. 두레박을 건져 올려서 방씨와 근룡은 각기 두 사발씩의 물을 마시고 사발을 허삼관에게 건네주었다. 허삼관이 사발을 건네받아 한 사발의 물을 마시고 나니, 방씨와 근룡이가 한 사발 더 마시라고 권했다. 허삼관은 다시 한 사발을 떠서 두 모금을 마시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머지 물을 두레박에 버렸다. Heo Samgwan scooped up a bowl again, drank two sips, frowned, and dumped the rest of the water in the door. “나는 오줌보가 작단 말이오, 죽어도 못 마시겠다구.”

그들 세 사람이 병원에 이르렀을 때 그들의 얼굴은 오줌을 참느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걸음걸이는 마치 만삭의 임산부처럼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방씨와 근룡은 여전히 수박을 메고 있어서 걸음이 한층 더 늦어졌다. 그들은 수박이 담긴 광주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짐 끈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병원의 복도가 너무 좁고 무시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에 그들의 광주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렸다. 광주리가 흔들릴 때마다 방씨와 근룡에 뱃속에 찬 물도 따라서 요동을 쳐 두 사람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때마다 꼼짝않고 서서 움직일 생각도 못 하다가, 광주리의 요동이 잠잠해 지면 그제야 다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길 반복했다. 병원의 이혈두는 수혈실 앞에서 두 다리를 탁자에 얹은 채로 앉아있었는데, 바짓가랑이는 다 닳아 벌어져 있었고, 바지 앞 단추는 다 떨어져서 알록달록한 속옷이 들여다보일 정도였다. 허삼관이 들어섰을 때, 수혈실에는 이혈두 한 사람뿐이었다. When Heo Sam-gwan entered, there was only one Lee Hyeol-two in the blood transfusion room. 허삼관은 이혈두를 보고 생각했다. 이자가 이혈두인가? 이자는 바로 우리 공장에 와서 걸핏하면 뻔데기를 사 먹던 그 대머리 이씨가 아닌가. 이혈두는 방씨와 근룡이가 수박을 지고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발을 내려놓고서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Lee Hyeol-du saw Mr. Bang and Geun-ryong come in with a watermelon, then put down their feet and burst into laughter. “아, 자네들이로구만, 어서들 오라구.” 그리고 나서 허삼관을 보고는 방씨와 근룡에게 말을 건넸다. “이 사람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방씨가 말했다. “성안 사람이니 낯이 익을 만도 합죠.” “그러면 그렇지.” 허삼관이 끼어들었다. “뻔데기를 사러 우리 공장에 자주 오시잖아요.” “아, 그럼 자네는 생사공장에서 일하는….” “그렇습니다.” “이런 제기랄, 어쩐지 본적이 있는 것 같더라니. “You often come to our factory to buy pupa.” “Oh, then you work in a raw silk factory… .” "That's right." “Oh shit, I think I've seen it somehow. 자네도 피 팔러 왔는가?” 이번엔 방씨가 끼어들었다. Have you also come to sell blood?” This time, Mr. Bang intervened. “어르신께 드릴려고 수박을 좀 가져왔습죠. 오늘 아침에 막 딴 것으로 말입죠.” 이혈두는 엉덩이를 일으켜 수박을 보더니 다시 한 번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나하나 그런대로 큼지막하구만. 저기 벽 쪽에 갖다놓으라고.” 방씨와 근룡은 광주리 속에 수박을 꺼내어 이혈두의 분부대로 벽 쪽에 옮겨 놓으려 했으나 허리를 몇 번 굽히더니 얼굴과 귓볼이 새빨개지면서 숨을 헐떡거렸다. 이혈두가 그들을 보며 웃음이 싹 가신 얼굴로 물었다. “자네들 물을 얼마나 마셨나?” 방씨가 물었다. “How much water did you drink?” Asked Bang. “딱 세 사발 마셧습니다요.” 근룡이가 옆에서 거든다고 끼어들었다. “I just drank three bowls.” Geun-ryong intervened that he was next to him. “저 양반은 세 사발 마시고 저는 네 사발 마셨습니다.” “웃기고 있네.” 이혈두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내가 자네 같은 사람들 방광이 얼마만 한지 모르는 줄 아나? 제기랄. 자네들 방광이 뽈록 튀어나온 게 애 밴 여자보다도 더 튀어나왔다고. Your bladder protrudes more protruding than a woman. 아마 최소한 열 사발은 마셨을걸?” 방씨와 근룡이가 헤헤거리며 웃었고 이혈두는 그들의 웃는 모습을 보자 두 손을 휘저으며 입을 열었다. “됐네. 자네들 그래도 양심은 좀 있구만. 평상시에 나를 생각한 걸 봐서 이번에는 피를 팔도록 봐주지만 다음에는 절대로 이러면 안되네.” 이렇게 말하며 이혈두는 허삼관을 바라보았다. “자네 이리 좀 와보게.” 허삼관이 이혈두의 얼굴 앞으로 다가왔다. “고개 좀 낮춰봐.” 허삼관이 머리를 낮추자 이혈두는 그의 눈꺼풀을 까보고 혓바닥을 보는 등 간단한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자네 눈을 좀 보자고. 황달이나 간염이 있는지. 음… 없군. 자 혓바닥을 내밀어 봐. Now stick out your tongue. 자네 위장 상태를 좀 보게. 아주 좋아, 됐어. 자네 피를 팔아도 되겠어. 잘 들으라고. 규정에 따라서 먼저 피를 한 통 뽑아야 되네. According to the rules, you have to draw a bottle of blood first. 그것으로 자네가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사해야 하지만, 내 오늘 방씨와 근룡이의 얼굴을 봐서 검사용 피는 안뽑겠네. 다시 말해서 오늘 우리는 서로 안면을 튼 거야. 처음 만난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라구.”

그들 세 사람은 피를 팔고 나서 곧바로 비틀거리며 병원 변소를 향해 걸어갔다. 세 사람 모두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세 사람 중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진 못하고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땅만 보고 걸었다. 만약 지금 배에 조금만 힘을 줘도 배가 터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이 변소에 소변통 앞에 일렬로 서서 오줌을 눌 때 이 뿌리에 격렬한 신맛이 파고들었다. 그 때문에 이빨끼리 서로 심하게 맞부딪혔는데, 그 소리가 그들의 오줌 줄기가 통해 부딪히는 소리만큼이나 날카로왔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승리 반점이라는 간판이 붙은 식당에 갔다. Then they went to the restaurant with the sign of Victory Spot. 식당은 석조다리 어귀에 있었는데, 다리 높이에 채 미치지 않은 지붕에 잡초가 가득히 자라고 있었다. 언뜻 보니 식당에는 문이 따로 없는 듯, 문과 창문이 하나로 되어 중간에 나무로 두 줄 획을 그어놓았을 뿐이다. 허삼관 일행은 분명 창문일듯한 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서, 창문 쪽 탁자에 앉았다. 창밖으로 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강과 그 위에 떠다니는 풀잎들이 보였다. 방씨가 먼저 식당 점원에게 소리쳤다. “여기 볶은 돼지 간 한접시하고 황주 두냥 가져오라고. 황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말이야.” 근룡이도 소리쳤다. “여기 볶은 돼지 간 한 접시하고 황주 두 냥 가져오라고. 황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말이야.” 허삼관이 그들이 주문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소리칠 때 손으로 탁자를 치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져서 그 역시 그들이 하는 대로 손으로 탁자를 치며 주문했다. “볶은 돼지 간 한 접시하고 황주 두 냥. 황주는… 데워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볶은 돼지 간 세 접시와 황주 세 잔이 나왔다. Soon after, three plates of roasted pork liver and three glasses of Hwangju came out. 허삼관이 돼지 간을 집으려고 젓가락을 들다가 보니, 방씨와 근룡이는 술잔을 먼저 들어 입술에 살짝 대고, 눈을 가늘게 뜬 채 한 모금씩 마셨다.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캬!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구겨져 있던 둘의 얼굴이 기지개를 켜듯 팽팽해졌다. A sound burst out, and their faces, which were crumpled, tightened as if stretching. “이번에는 깔끔하게 됐구만.” 방씨가 한숨 돌리며 말했다. 허삼관은 들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술잔을 들어 한 모금 살짝 마셨다. 황주가 그의 목줄기를 타고 따스한 훈기를 전하며 흘러내려 갔고, 그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캬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방씨와 근룡이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내어 웃었다. 방씨가 허삼관에게 물었다. “어때, 피를 팔고 나니 어지럽지는 않은가?” “머리는 어지럽지 않은데 힘이 없네요. 손발이 나른하고 걸을 때 떠다니는 것 같은 듯이….” “힘을 팔아 버렸으니 그럴 수밖에. 우리가 판 것은 힘이라고. 자네 이제 알겠나? 자네 성안 사람들이 말하는 피가 바로 우리 촌사람들이 말하는 힘일세. The blood that the people in your castle speak of is the power our villagers speak of. 힘은 두 가지 종류가 있지. 하나는 피에서 나오는 힘이고, 나머지 하나는 살에서 나오는 힘이지. 피에서 나오는 힘은 살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처지는 법이네.”” 어떤 힘이 피에서 나오는 것이고 어떤 힘이 살에서 나오는 건가요?” “우리가 잠자고 먹고, 우리 집에서 근룡이 집까지 가는 것은 별로 힘쓸 필요도 없는 일이지. 이런 게 바로 살에서 나오는 힘이란 말이야. 자네가 논밭에 나가서 일을 하거나, 백여 근 쯤 되는 짐을 메고 성안으로 들어갈 땐 힘을 써야 한단 말이야? 이런 힘들은 다 핏속에서 나오는 거라구.” 허삼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 힘이라는 것이 주머니 속에 돈이랑 똑같은 것이군요. 먼저 쓰고나서 다시 벌어들이는.” 방씨가 고개를 끄떡이며 근룡이가 말했다. “성안 사람이라 역시 똑똑하군.” 허삼관이 또 물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중노동을 하고도 또 남은 힘을 병원에 파는 걸 보니 역시 나보다는 이, 힘이 많군요.” 근룡이가 말을 받았다. “힘이 많다고 말할 순 없죠. 우리 들이 당신 같은 성안 사람보다 힘 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를 얻고 집을 짓고 하는 돈은 전부 피를 팔아서 번 돈으로 하는 거라구요. 땅 파서 버는 돈이야 겨우 굶어 죽지 않을 정도니까요.” 방씨가 말했다. “근룡이 말이 맞소. 내가 방금 피를 판 것은 집을 짓기 위해서라오. 두 번만 더 팔면 집 지을 돈이 충분해지지. 근룡이가 피를 판 것은 우리 마을의 계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오. 원래 계화는 다른 사람이랑 벌써 정혼이 되어있었는데 계화가 파혼을 하고 나니까 근룡이가 눈독을 들이는 거지.” 허삼관이 말했다. “나도 그 계화라는 여자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여자 엉덩이 한번 되게 크던데, 근룡이 너는 엉덩이 큰 여자를 좋아하나 보지?” 근룡이가 헤헤거리며 웃었다. 방씨가 다시 말했다. “엉덩이 큰 여자가 쓸만하지. 침대에 누우면 마치 한 척의 배처럼 넉넉하거든.” 허삼관도 헤헤거리며 따라 웃었다. “어이 삼관이, 자네 피 팔아 번 돈 어떻게 쓸지 생각해 봤나?”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오늘에서야 피땀 흘려 번 돈이 어떤 거라는 걸 안 셈이죠. 제가 공장에서 일해 번 돈은 땀으로 번 돈이고, 오늘 번 돈은 피 흘려 번 돈이잖아요. 이 피 흘려 번 돈을 한 번에 써버릴 수는 없죠. 반드시 큰일에 쓰도록 해야죠.” 이때 근룡이가 말 꼬리를 낚아챘다. “그런데 참 오늘 이혈두 바지 속에 알록달록한 거 보셨죠?” 이 말을 들은 방씨가 깔깔대며 웃었고 근룡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거 혹시 무슨 영인가 하는 그여자의 빤쓰 아닐까요?” “말할 거 뭐 있나. 두 사람이 자고 나서 모르고 바꿔 입은 거지.” 방씨가 말했다. “정말 가서 한번 보고 싶네요.” 근룡이가 깔깔거리며 말을 이었다. “I really want to go and see it.” Geun-ryong murmured. “그 여자 바지 안에 정말로 이혈두의 빤쓰를 입고 있는지 말이에요.”

(음악)

네 잘 들으셨습니까, 이 부분은 허삼관 매혈기의 네, 첫 부분입니다. Yes, did you hear well, this is the first part of Heo Samgwan Maehyeolgi 허삼관이란 인물이 등장하구요, 허삼관이 에, 처음으로 피를 팔게 되는 그런, 장면입니다. It is a scene where a character named Heo Sam-gwan appears, and Heo Sam-gwan sells blood for the first time. 이 소설은 원래는 중국에선 천구백구십 에… 육년에 나왔습니다. Originally, this novel was 1,900 in China... It came out in 6 years. 그 해에 중국 최고의, 에, 화제작이었구요. 위화라는 작가를 일약 유명하게 만든 그런 소설입니다. It is such a novel that made the author of Yuhwa famous. 우리나라에는 인제 그 후에 출판이 돼서 나왔고 저는 초판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책이 처음에 인제 저희 집에 왔을 때, 에, 저는 이 책을 읽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목이 허삼관 매혈기, 너무 딱딱해 보이거나 너무 좀… 뭐랄까 옛날 책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그리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현대 중국 소설이 거의 번역 되지 않던 시절입니다. 그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는 그 이후 한국에 그… 들어오게 될 중국 작가들의 그, 선봉이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소설이 한국 내에서 상당히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면서, 그 이후에 수퉁이라던지, 또… 뭐 비페위라던지 이런 작가들이 음… 계속해서 한국 에, 독자들에게 소개가 됐습니다. 저는 몇 달 동안 이 책을 어… 보지는 않고 그냥 책꽂이에 꽂아놨었는데, 어… 우연히 이제 한 몇달 지나서, 어, 읽게 된겁니다. I've been reading this book for months… I just put it on the bookshelf without looking at it, uh... By chance, it's been a few months now, uh, I read it. 읽어 보니까 어,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일단 문체가 대단히 특이합니다. 어… 아주 그 뭐랄까요, 멋을 전혀 부리지 않은 그런 문체죠. 그리고 어, 중국의 어떤 설화적 전통에 잇닿아 있는 그런, 어… 소설이었습니다. 일단 이 설화에서는 반복을 좋아하죠? 한 일을 계속합니다. 허삼관도 계속 피를 팔게 되구요.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가 있게 되구요, 그다음에… 그 세 명이 길을 간다거나, 집을 떠나게 된다거나 이런 것들은 설화적이거나 신화적인 그런 설정인데, 중국의 그런 어떤 설화적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중국 현대사를 잘 반영하고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지금 그… 읽어드린 대목은 아직 그, 중국이 공산화되기 전에 네, 모습입니다. Now that… The passage that I read is still that, yes, before China became communist. 사람들이 가난하게 농촌에 살아가면서, 어, 피를 팔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그런 상황을, 어,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는데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과 비극을 간단하게, 에,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Aristotle distinguished comedy and tragedy simply, eh, and so on. 어, 독자보다 못난 사람이 나오는 것은 희극이고, 독자보다 어… 고상하고 더 높은 격을 가진 사람, 들이 고난을 겪는 것 이것이 비극이다, 라고 정의를 했는데,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Uh, it's comedy that people uglier than readers come out, and uh... I defined it as a tragedy that people of noble and higher ranks, who suffer, and that is true when you think about it. 이… 희극이라는 것. 코미디라는 것은 어, 바보들, 혹은 어리석은 사람들, 들이 나와서 어… 어떤 어리석은 일을 하는 것이죠. Comedy is uh, fools, or foolish people, come out uh... Doing some stupid thing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안도하고 웃음을, 어, 이제 얻게 되는 것인데요. 이 허삼관이란 인물은, 네 전형적인 바보입니다. 바보고, 지금 뭐 조금 들어보셔서 알겠지만 앞부분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It's an idiot, and as you've heard a little, the front part is nothing. 뒤에 가면, 이 허삼관의 이, 바보짓은 점점 더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이, 되는데요. 이 허삼관이 바보로 설정돼 있다는 것은 1990년대 후반에 이 소설이 한국에 소개됐을 때, 음… 어떤 의미에서 큰 충격을 줬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문학에 이, 바보가 등장한, 하지 않은지가 꽤 됐거든요. Because, it's been quite a while since this, idiot appeared in Korean literature. 어, 물론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떤 바보를 통한 해학과 희극의 전통 이런 것들이 거의 그, 사라져있다시피 했고, 또 이것을 어… 사회와 역사의 현실에 결부하는, 이 방식도 한국 문학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웠던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어, 작가들에게 큰 충격을 줬구요. However, the tradition of humor and comedy through some fools like this almost disappeared, and this was uh... This method, which is connected to the reality of society and history, was something that was hardly seen in Korean literature, so it shocked the writers more than anyone else. 처음에는 다들 저처럼 몇 달씩 안 읽고 있다가, 어, 뒤늦게 이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그 당시에 어… 한국일보에 제가 서평을 썼는데요, 아마 그게 이 책이 나온 뒤 몇 달 만에, 아마 일간지 서평이 처음으로 난 거였습니다. 어… 그 뒤에 이문구 선생님 돌아가셨죠? 어 이문구 선생님이 어, 이 책에 대해서 또 서평을 쓰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문구 선생님이 이 책을 좋아하셨을 것은 어, 상당히 당연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두 분 다, 어, 아주 일맥상통하는,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었죠.

자 이 허삼관 매혈기의 작가, 이 위화와 저는 또 재밌는 인연이 있는데요. 어, 이 부분은 어… 다음… 그 회에… 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자 오늘은 어… 일단 여기까지 소개를 드리구요. Now today uh... First of all, let me introduce you to this point.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서른한 번째 에피소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