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건강을 국가에서 책임지는 남한
매일 우편함을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된 저는 퇴근 후 아파트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우편함부터 열어보았습니다. 우편함에는 아파트 관리비, 난방연료비, 핸드폰 요금고지서를 비롯한 여러 장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중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고 씌어 있는 한 장의 봉투가 눈에 확 들어 왔습니다. 승강기에 올라 층 번호를 누르고는 봉투를 뜯어보았습니다.
국가에서 무료로 해주는 건강검진을 아직 하지 않았으니 꼭 건강검진을 하라는 독촉장이었습니다. 이제는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처음 한국에 와서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통지서를 받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에는 사실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통지서를 받고 혹시 죽을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불쑥 났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갑작스러운 탈북을 결심하게 됐고 두만강을 넘어 말도 모르는 중국에서의 어렵고 힘들고 안 좋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말이 통하지 않았고 국적과 호적이 없어 중국공안을 피해 다니며 살다보니 웬만한 아픔과 고통은 그저 참아내고 전통편이라는 약으로 달래곤 했습니다. 치아 진통에도 전통편, 고된 농사일에 허리가 쑤시고 아파도 전통편, 40도가 되는 감기와 몸살로 인한 고열에도 해열제 대신 전통편을 하루 4~5번씩 먹었습니다.
그 약에 의한 중독으로 이곳 한국으로 올 때에도 다른 것은 다 버려도 전통편만은 가지고 와서 먹다 보니 웬만큼 아파도 병원을 찾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해마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통지서를 하나의 부담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제가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아마도 5년은 된 듯합니다.
아직도 이곳 남한사람이 되려면 멀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사실 북한에서는 예방주사도 나이가 들면 국가에서 놔주지 않거든요. 인민들의 건강은 가장 소중하고 인간의 생명을 책임진 의사는 곧 혁명가라는 구호가 있습니다만 나라의 어려운 사정을 강조하면서 나이 50이 지난 사람들은 각종 예방주사 대상 명단에서 제외됩니다. 사실 나이가 들면 서러운 것이 많아지는 법인데 예방주사까지 제외한다고 하니 “나라에서도 오래 살지 말라고 하네” 하시며 너무도 쓸쓸해하시던 시어머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곳 남한에서는 그야말로 60이 청춘 90이 환갑입니다. 100세가 넘은 어르신들의 모습을 자주 그리고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그만큼 노인 복지가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이 훨씬 좋아져 어렵고 힘든 일에서 해방되었다는 말이죠. 농사뿐만 아니라 웬만한 일은 모두 기계가 하고 컴퓨터가 하거든요.
또 만 65세가 되면 독감을 비롯한 일체 예방주사는 무료이고 누락이 될까 보건소 담당 의사들이 찾아다니며 체크하고 예방치료를 해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건강검진 역시 무료입니다. 그러니 누구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병이 나서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청진기를 환자의 가슴에 대는 것이 아니라 그 청진기로 은근슬쩍 환자의 돈지갑을 들여다보는 북한. 무상치료제라고 대내외적으로 선전, 선동하는 것과는 달리 주민들은 병이 나도 농민시장으로 달려가야 하며 돈이 없으면 치료를 받을 수없는 것이 북한사회입니다. 지금도 북녘 내 고향 주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