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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7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7

"아버진 왜 다들 결혼을 못 시켜서 안달이에요?" 헨리가 아들의 인생에 대해 다그쳐 묻자 크리스토퍼가 화가 나서 응수했다. "왜 사람들을 혼자 내버려두질 못해요?" 헨리는 사람들이 혼자 있는 걸 원치 않았다.

집에 오니 올리브가 턱짓으로 식탁을 가리킨다. 아프리카 제비꽃 옆에 데니즈에게서 온 카드가 있었다.

"어제 왔어." 올리브가 말한다. "내가 잊어버렸네." 헨리가 털썩 주저앉아 펜으로 봉투를 뜯고 안경을 찾아 쓴 다음 카드를 바라본다. 평소보다 소식이 길다. 여름 끝 무렵에 크게 놀란 일이 있었다고 써 있다. 심막삼출이라고 했는다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그 일이 저를 많이 변하게 했어요." 데니즈가 썼다. "경험이란 그런 거죠. 삶의 우선순위가 한거번에 정리되고, 그후론 제 가족에게 깊이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있어요. 가족과 친구보다 더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그녀는 단정하고 작은 글씨체로 그렇게 썼다. "그리고 제겐 둘 다 있으니 얼마나 축복이예요." 그리고 카드의 끝을 처음으로 이렇게 맺었다. "사랑을 담아." "잘 지낸대?" 올리브가 개수대에 물을 흘렵보내며 묻는다. 그는 창밖으로 만을, 곶을 따라 늘어선 앙상한 가문비나무들을 건너다본다. 그 광경이 아름답다. 해안선의 고요한 위엄과, 잔물결이 이는 바닷물에서 하느님의 위대함을 본다.

"잘 지낸대." 그가 대답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는 곧 올리브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다정히 잡을 것이다. 올리브 역시 그녀만의 슬픔을 견디며 살아왔다. 오래전에, 그러니까 짐 오케이시의 차가 도로를 벗어난 후에, 그리고 올리브가 몇 주 동안이나 저녁만 먹고 나면 바로 침실로 들어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통곡한 후에야 헨리는 올리브가 짐 오케이시를 사랑했으며, 어쩌면 짐 오케이시도 그녀를 사랑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헨리는 한 번도 올리브에게 묻지 않았고, 그녀도 헨리에게 말하지 않았다. 데니즈를 향한 아프도록 절실한 감정에 대해 그가 한 번도 말하지 않은 것 처럼. 그리고 어느 날, 데니즈가 다가와 제리의 청혼에 대해 알렸고 그는 말했다. "가." 그는 카드를 창턱에 놓는다. '친애하는 헨리'라고 쓰는 그녀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후로 다은 헨리를 알게 되었을까? 알 도리가 없었다. 토니 쿠지오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성당에서는 아직도 헨리 시보도를 위해 촛불을 켜는지도 알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불현듯 데이지 포스터가 춤추러 가는 이야기를 할 때 내비치던 미소가 생각난다. 방금 데니즈의 카드에 대해, 데니즈가 자신의 인생을 행복해한다는 사실에 대해 느낀 안도감이 갑자기, 묘하게도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듯한 상실감으로 변한다.

"올리브." 그가 불러본다. 그녀는 수돗물 소리 때문에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게 틀림없다. 그녀는 전 처럼 키가 크지도 어깨가 넓지도 않다. 물소리가 그친다.

"올리브." 그가 부르고 그녀가 돌아본다. "당신, 날 떠나진 않을 거지? 그렇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헨리. 사람 참 지겹게 만드는 재주있다니까." 그녀는 얼른 수건에 손을 닦는다.

헨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올리브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편생 말하지 못 할 것이다. 데니즈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던 그 오랜 세월동안 데니즈에 대한 작은 미련 한 톨을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었다는 걸. 아니지. 그런 생각은 감히 품을 수도 없어. 그는 곧 아니라며 이 생각을 곧 떨쳐버릴 것이다. 누가 스스로를 남의 행복에 배아파하는 좀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하겠는가. 말도 안 된다.

"데이지한테 남자가 있데." 그가 입을 열었다. "곧 두 사람을 초대해야겠어." 네, 방금 들으신 노래는요 Cat Power 의 Lost Someone이라는 곡입니다. 그리고 조금 그 전에 읽어드린 소설은요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책에 들어있는 첫번째 작품입니다. '약국'이라는 작품이죠. 작가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라는 미국 작가고요, 이 권상미 씨가 옮겼습니다. 이 책은 아마 이천십년 즘에 나오지 않았을까..제가 이렇게 기억을 하고 있는데요. 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라는 작가는 천구백오십육년 생이고요, 이 소설의 배경인 메인 주, 포틀랜드 여기서 태어났습니다. 자기가 태어나고 잘 알고 있는 지역을 배경으로 쓴 것입니다. 이 소설은 단편집 처럼 보이지만 일종의 연작소설이라고 할 수있어요. 그래서 전체 책 제목은 [올리브 키터리지]인데 지금 들으신, 제가 읽어드린 소설에는 헨리 키터리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죠? 이런 식으로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여자 주변에 있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에서는 계속 등장하게 됩니다. 아들이, 크리스토퍼라는 아들이나오죠. 이 아들의 얘기가 전개되기도 하고요. 올리브 키터리지와 또 마을 사람들 사이의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일종의 연작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전에 읽어드린 그 약국이라는 단편, 돌이켜 보면 이런 메인 주, 메인 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추운 주죠. 인구밀도도 낮고, 바닷가에 면해있는 곳이 많고요. 산업도 크게 발달해 있지 않고, 어업이라던가 관광..이런 정도의 사업이 있을 뿐이죠.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7 Episode 39 - Elizabeth Strout "Olive Kittery" - Part 7

"아버진 왜 다들 결혼을 못 시켜서 안달이에요?" 헨리가 아들의 인생에 대해 다그쳐 묻자 크리스토퍼가 화가 나서 응수했다. "왜 사람들을 혼자 내버려두질 못해요?" 헨리는 사람들이 혼자 있는 걸 원치 않았다.

집에 오니 올리브가 턱짓으로 식탁을 가리킨다. 아프리카 제비꽃 옆에 데니즈에게서 온 카드가 있었다.

"어제 왔어." 올리브가 말한다. "내가 잊어버렸네." 헨리가 털썩 주저앉아 펜으로 봉투를 뜯고 안경을 찾아 쓴 다음 카드를 바라본다. 평소보다 소식이 길다. 여름 끝 무렵에 크게 놀란 일이 있었다고 써 있다. 심막삼출이라고 했는다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그 일이 저를 많이 변하게 했어요." 데니즈가 썼다. "경험이란 그런 거죠. 삶의 우선순위가 한거번에 정리되고, 그후론 제 가족에게 깊이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있어요. 가족과 친구보다 더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그녀는 단정하고 작은 글씨체로 그렇게 썼다. "그리고 제겐 둘 다 있으니 얼마나 축복이예요." 그리고 카드의 끝을 처음으로 이렇게 맺었다. "사랑을 담아." "잘 지낸대?" 올리브가 개수대에 물을 흘렵보내며 묻는다. 그는 창밖으로 만을, 곶을 따라 늘어선 앙상한 가문비나무들을 건너다본다. 그 광경이 아름답다. 해안선의 고요한 위엄과, 잔물결이 이는 바닷물에서 하느님의 위대함을 본다.

"잘 지낸대." 그가 대답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는 곧 올리브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다정히 잡을 것이다. 올리브 역시 그녀만의 슬픔을 견디며 살아왔다. 오래전에, 그러니까 짐 오케이시의 차가 도로를 벗어난 후에, 그리고 올리브가 몇 주 동안이나 저녁만 먹고 나면 바로 침실로 들어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통곡한 후에야 헨리는 올리브가 짐 오케이시를 사랑했으며, 어쩌면 짐 오케이시도 그녀를 사랑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헨리는 한 번도 올리브에게 묻지 않았고, 그녀도 헨리에게 말하지 않았다. 데니즈를 향한 아프도록 절실한 감정에 대해 그가 한 번도 말하지 않은 것 처럼. 그리고 어느 날, 데니즈가 다가와 제리의 청혼에 대해 알렸고 그는 말했다. "가." 그는 카드를 창턱에 놓는다. '친애하는 헨리'라고 쓰는 그녀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후로 다은 헨리를 알게 되었을까? 알 도리가 없었다. 토니 쿠지오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성당에서는 아직도 헨리 시보도를 위해 촛불을 켜는지도 알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불현듯 데이지 포스터가 춤추러 가는 이야기를 할 때 내비치던 미소가 생각난다. 방금 데니즈의 카드에 대해, 데니즈가 자신의 인생을 행복해한다는 사실에 대해 느낀 안도감이 갑자기, 묘하게도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듯한 상실감으로 변한다.

"올리브." 그가 불러본다. 그녀는 수돗물 소리 때문에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게 틀림없다. 그녀는 전 처럼 키가 크지도 어깨가 넓지도 않다. 물소리가 그친다.

"올리브." 그가 부르고 그녀가 돌아본다. "당신, 날 떠나진 않을 거지? 그렇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헨리. 사람 참 지겹게 만드는 재주있다니까." 그녀는 얼른 수건에 손을 닦는다.

헨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올리브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편생 말하지 못 할 것이다. 데니즈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던 그 오랜 세월동안 데니즈에 대한 작은 미련 한 톨을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었다는 걸. 아니지. 그런 생각은 감히 품을 수도 없어. 그는 곧 아니라며 이 생각을 곧 떨쳐버릴 것이다. 누가 스스로를 남의 행복에 배아파하는 좀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하겠는가. 말도 안 된다.

"데이지한테 남자가 있데." 그가 입을 열었다. "곧 두 사람을 초대해야겠어." 네, 방금 들으신 노래는요 Cat Power 의 Lost Someone이라는 곡입니다. 그리고 조금 그 전에 읽어드린 소설은요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책에 들어있는 첫번째 작품입니다. '약국'이라는 작품이죠. 작가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라는 미국 작가고요, 이 권상미 씨가 옮겼습니다. 이 책은 아마 이천십년 즘에 나오지 않았을까..제가 이렇게 기억을 하고 있는데요. 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라는 작가는 천구백오십육년 생이고요, 이 소설의 배경인 메인 주, 포틀랜드 여기서 태어났습니다. 자기가 태어나고 잘 알고 있는 지역을 배경으로 쓴 것입니다. 이 소설은 단편집 처럼 보이지만 일종의 연작소설이라고 할 수있어요. 그래서 전체 책 제목은 [올리브 키터리지]인데 지금 들으신, 제가 읽어드린 소설에는 헨리 키터리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죠? 이런 식으로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여자 주변에 있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에서는 계속 등장하게 됩니다. 아들이, 크리스토퍼라는 아들이나오죠. 이 아들의 얘기가 전개되기도 하고요. 올리브 키터리지와 또 마을 사람들 사이의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일종의 연작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전에 읽어드린 그 약국이라는 단편, 돌이켜 보면 이런 메인 주, 메인 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추운 주죠. 인구밀도도 낮고, 바닷가에 면해있는 곳이 많고요. 산업도 크게 발달해 있지 않고, 어업이라던가 관광..이런 정도의 사업이 있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