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배의 시사통 3월14일 AM
03/14 AM 호랑이 굴에서의 ‘분투', 그 끝은? 시사통 김종뱁니다.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14일 금요일 출근길을 여는 시사통입니다. 자, 오늘 오프닝은 특별한 고지 말씀으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애청자 여러분, 저희 시사통이 어제 아주 특별한 방송 장비 하나를 들여왔습니다. 바로 전화 연결 장치 하이브리드인데요. 이 장비 하나가 없어서 음질이 좋지 않은 전화 인터뷰를 방송한 적도 있고요. 정말 하고 싶었던 이슈 인터뷰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 한시름 덜게 됐습니다. 방송 첫 주에 이 음질이 좋지 않은 핸드폰 통화 녹음 방송을 내보낸 걸 알고 몇 분이 물심양면으로 알아봐 주셨습니다. 이 조금이라도 싸게 양질의 하이브리드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셨고요, 그 결과 정말 아주 싼 그렇지만 또 쓸만한 하이브리드가 어제 저희 스튜디오에 입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애청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과 후원이 있었고요. 애청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뭐, 이제 좀 발이 가벼워졌으니까 이 다음주 부터는 이슈 인터뷰도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슈, 그리고 뉴스의 당사자를 전화 연결해서 그들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뭐, 인력이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매일 같이 이슈 인터뷰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현장의 육성을 전해드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오늘 방송도 뉴스 브리핑으로 시작을 합니다.
유우성 씨에 대한 공소 유지를 맡고 있는 이 모 부장 검사가 2011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국정원에 파견되어 근무를 했다고 합니다. 이 검사의 파견 기간은 유우성 씨 여동생 유가려 씨가 합동 신문 센터에 6개월 동안 갇혀서 강압적인 조사를 받고 유우성 씨가 구속 기소되던 시기와도 겹치는데요. 바로 이 점 때문에 검찰이 국정원의 증거 조작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조작 자체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이런 의혹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검찰도 점입가경, 첩첩산중, 설상가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발언한 차명 계좌는 노 전 대통령에게 큰 책임과 부담을 줄 수 있는 계좌로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차명 계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하는데, 여러 사정에 비춰볼 때 피고인의 발언은 허위로 봐야한다. 이렇게 판단을 했고요. 당시 서울 경찰청장이던 피고인은 자신이 들었다는 정보의 진위에 관해서 다른 경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도 확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사실인 것처럼 언급한 점 등을 보면 자신의 발언이 허위인 점에 관해 최소한 미필적 인식은 있었다고 봐야한다. 이런 판단도 덧붙였습니다. 한마디로 경찰의 수치죠.
민주당의 문병호 의원이 지난 7일에 검찰에 출석해 국정원 여직원 김아영 씨의 감금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 검찰은 문병호 의원을 상대로 10시간 동안 김아영 씨 오피스텔 앞에서 장시간 자리를 지킨 이유가 뭔지, 감금할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캐물었다고 합니다. 김아영 씨는 민주당 당직자들이 2012년 12월 11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 찾아와서 13일까지 오피스텔 앞에 머물러 감금 당했다고 주장을 하면서 고소를 한 바있고요. 새누리당도 같은 취지로 민주당의 전현직 의원 10여 명을 고발한 바가 있었는데요.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건 문병호 의원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왜 이 시점에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낼까요?
검찰이 제 18대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 책자를 쓴 저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선관위 직원들이 백서에 자신들이 실명들이 거론됐다면서 고소를 한 데 따른 조치인데요. 희한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당초 이 고소 사건을 수사한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달에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를 했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오히려 구속 영장을 청구를 한거죠. 이 방배경찰서는 이 백서가 국가 기관과 관련한 주장을 기술하고 있어서 개인에 대한 명예 훼손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판단을 내린 바가 있었습니다. 법원이 구속 영장을 발부할지 일단 이것부터 지켜보죠.
민주당의 조경태 의원이 또 한마디 했습니다. 이번엔 이 통합과 관련된 건데요. 조경태 의원은 친노 종북 세력은 신당에 따라오지 말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이념이 다른 사람들, 패권주의적인 사람들과 한 지붕 두 가족이 더 이상 되선 안된다. 이대로 가면 도로 민주당이다. 이런 주장도 함께 했다고 합니다. 이 국가 정체성 운운하기 이전에 자신이 신당 정체성에 맞는지, 이걸 한번 좀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원격 진료 시범 지역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경남 통영시의 곤리도라고 하는 섬인데요. 통영시가 2009년에 지능형 홈 네트워크 산업 기반 조성 사업을 시작을 해서 2012년 12월부터 이곳에서 원격 진료를 시범 운영을 해왔다고 합니다. 자, 그럼 그 결과가 어땠을까요? 한 마디로 별로였다고 합니다. 이 곤리도에는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00가구 204명이 거주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원격 진료를 경험한 사람은 5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원격 진료를 받아도 처방전을 발행하는 등의 실질적인 의료 행위가 불가능해서 통영시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는 수준에 불과했고,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기 때문에 보건소 도움 없이는 의사와의 소통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자, 이 원격 진료. 원점에서 재 논의를 해야 할 필요성을 입증하는 사례같습니다.
한국 농촌 경제원이 자유 무역 협정 체결 이후에 수입량이 급증한 포도, 오렌지, 쇠고기, 돼지고기의 가격 동향과 경제 주체별 이익을 분석한 보고서를 펴냈는데요. 결론은 수출국 수출 업체와 중간 유통업자들 배만 불려줬다. 이런거였습니다. 농촌 경제 연구원이 자유 무역 협정 전후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포도는 kg당 4,259원에서 4,343원으로, 오렌지는 3,795원에서 5,071원으로, 쇠고기는 16,014원에서 24,168원으로, 돼지고기는 8,400원에서 12,567원으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관세 인하 또는 철폐로 소비자가 이익을 볼 것이라는 정부 설명과는 정반대로, 소비자가 덤터기를 쓴 건데요. 농촌 경제 연구원은 수출국 업체가 관세 인하를 염두에 두고 미리 수출 가격을 올렸거나 국내 유통업자들이 중간 마진을 높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을 했습니다. 정말로 죽 쑤어서 뭐 준 경우다. 이렇게 봐야될 것 같습니다.
어제 어후 3시 30분 경에 서울 2호선 지하철 선릉역 부근에서 사탕 제조 업체 대표인 40대 이 모씨가 사다리차를 이용해서 10미터 높이에서 고공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를 벌인 이유는 모 편의점 본사가 억대의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같은 날 대전에서는 50대 노동자 박모씨가 유성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약 100미터 높이의 타워 크레인에 올라가서 시위를 벌였는데요. 이 경우도 건설사가 밀린 하도급 대금 천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좀 제발 같이 먹고 삽시다.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 게이머 천민기 씨가 감독 지시로 승부 조작에 참여했다는 글을 남기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했습니다. 천씨는 이 글에서 소속팀은 처음부터 승부 조작을 위해 기획되어 만들어졌고, 감독이 불법 스포츠 토토로 돈을 벌기 위해서 가난한 집안 선수들만 영입했다. 이렇게 밝혔고요. 선수들이 지시를 거부하자 감독이 시즌 중간에 숙소를 없애고 팀을 해체했다. 이런 사실도 밝혔습니다. 이 천씨는 온 몸에 골절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자, 어쩌다 한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승부 조작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경기도 과천에서 AI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9일에 경기도 과천시 청계산에서 발견된 큰 기러기 폐사체에서 H5N8형 AI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온건데요. 이에 따라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어제 정오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시는 기러기 폐사체 발견 지점이 서울동물원에서 불과 1.4km 떨어진 곳이어서 동물원의 희귀 조류 안전을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는데요. 또 청계산 등산을 위해 서울대공원을 통과하는 등산객의 출입도 전면 통제를 했습니다. 이 동물원의 조류는 살처분을 안 한다죠? 자, 지금까지 뉴스 브리핑이었습니다.
김종배: 네, 매주 금요일 아침에는 <시사뒷북>으로 꾸며드리죠?. 자, 그 주인공이신 청년논객 노정태 씨 모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노정태: 예, 안녕하세요?
김종배: 네. 자,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어떤겁니까?
노정태: 예, 오늘 소개해드릴 책이 제목을, 제목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이고 (네.) 앨버트 허시먼이라는 (네.) 2012년, 그러니까 얼마 안됐죠. (예.) 돌아가신지 얼마 안됐는데 태어난건 1915년에 태어나서 이제 20세기를 통째로 살다가 가신 그런, 어떤 개발 경제학자.
김종배: 되게 장수하셨네?
노정태: 예. 그렇죠.
(예, 예.) 근 100년을 살면서 근 100년의 역사 속에 계속 참여한 어떤 실천적 지식인 (아, 예.)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종배: 예. 진짜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그럼 다 겪어 봤겠네요?
노정태: 예. 2차 세계대전에서 레지스탕스 역할도 하고 (예, 예.) 원래는 독일에서 태어났어요. (네, 예.) 유대인이어서 이제 나치가 집권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이제 망명을 떠났고 (네.) 거기서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레지스탕스들과 같이 이제 이, 주요 인사들을 (네.) 망명을 시키는 역할을 도맡아 했다가 (예.) 나중엔 미국에 복무합니다. (음, 예.) 미국에 가서 미국 시민권을 따고 미군이 돼요. (예.) 그래서 뉘른베르스 군사 재판에서는 이제 통역을 하기도 한.
김종배: 제 2차세계대전 전범 재판이죠?
노정태: 예, 그렇죠. 그러니까 실천과,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예.) 어떤 그런 지식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김종배: 예. 이 분이 이제 쓴 책 이름이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노정태: 예, 이게 이제 약간 풀어서 옮긴 제목이고요. (예.) 원제는 <The rhetoric of reaction> 그러니까 리액션이라는게, 뭐 반작용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은 (그렇죠.) 정치학적 용어로 볼 때는 (예.) 이제 특히 사회주의,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반동 (아, 예.) 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니까 (아, 예.) 직역하면 반동의 수사학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예, 그러니까 이게 이제 어떤 법적인 아니면 뭐 제도적인 그런 지배 방식을 얘기한다기 보다는 (네.) 보수 쪽에서 어떤 진보적인 무언가를 펼치려고 할 때 (네.) 어떻게 반발하는가. (예.) 그 말하는 방식, 수사학. 여기에 집중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김종배: 그렇죠. 출판사는 어디죠?
노정태: 예, 웅진지식, 지식하우스이고요.
김종배: 예. 웅진지식하우스에서 펴낸 (예.)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예, 그렇습니다.) 이 책 내용은 오늘 소개를 해 드릴텐데. 그러니까 <The rhetoric of reaction>이요? (예.) 원제가? 그러면 레토릭이 있다라는 거잖아요. (예, 그렇죠.) 레토릭이 어떤 레토릭이 있다라는 겁니까?
노정태: 그러니까 레토릭이 세가진데. (예.) 하나씩 하나씩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종배: 예. 첫번째 레토릭은요.
노정태: 첫째가 역효과, 그러니까 뭘 하려고 하면 (네.) 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예.) 그러니까 해봤자 이제... (부작용만 크다.) 부작용만 생긴다. (예.) 이런 식의 역효과 명제를 첫번째라고 할 수 있겠죠. (예.) (이게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보면서 (네.) 에드먼드 버크라고 있지 않습니까. (예, 예, 예.) 그, 대단히 유명한 영국의 보수주의자지요. (그렇죠.) 그 사람이 혁명을 통해서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고 하지만 (네.) 그리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지만, 남는 것은 폭력과 (예.) 갈등과, 뭐 이런것 뿐이다. (예.) 이렇게 비판을 하기 시작하면서. (예.) 그때부터 기원을 찾는 거예요. (예.) 아까 잠깐 얘기 나왔지만 허시먼은 이제 독일에서 태어났고 (네.)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또 영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미국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예.) 영어, 불어, 독어를 완벽하게 다 해요. (예.) 그러니까 영어로 책을 썼는데 (예.) 어지, 거의 모든 영어권 경제학자보다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사람이거든요. 이러다보니까.
김종배: 영어 문장이 아름답다는건 저는 체감이 안 되서.
노정태: 예. 저도 뭐 어려우니까 아름답구나 합니다. 근데 아무튼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모든 정치 경제학 논의들을 본인이 원전을 읽어가지고 그 속에서 이제 레토릭을 뽑아내는거거든요.
김종배: 음. 그러니까 지금 첫번째가 역효과 레토릭을 말씀을 하셨는데. (예.) 그러니까 대표적인 예가 이제 복지 담론이 나왔을 때. (예, 그렇죠.) 그럼 복지병이 생긴다. (예.) 그래서 사람들이 일 안하고 탱자탱자하다가 그 나라 망한다. (예. 그렇죠.) 이런 것도 이제 그러니까 이 역효과 레토릭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겠네요?
노정태: 역효과 레토릭 그 자체입니다. 그것이. ( 아주 대표사례. ) 그래서. 네, 아주 대표적이죠. ( 예, 예. ) 그래서 19세기에 ( 네. ) 영국에서, 이제 이 책에 나온 사례인데 ( 네. ) 19세기 영국에서 이제 산업 재해, 그러니까 산업, 사람이 뭐 손이 잘리거나 다리가 잘리거나 하면 ( 네, 네, 네, 네. ) 거기에 대해서 보상을 해주는 체제를 만들자고 하니까 ( 예. ) 보수 쪽에서는 야, 이러면 이 돈 타먹으려고 일부러 자기 눈을 파는 놈도 나오고 자기 손을 자르는 놈도 나올거다. 라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비판을 실제로 했습니다. ( 음, 예. ) 그런데 당연히 없죠. 누가 그, 그 보상금 타먹겠다고 그러겠어요. ( 네. ) 하지만 보수는 그렇게 얘기를 한다. ( 예. ) 라는 거죠.
김종배: 그러니까 원제가 <The rhetoric of reaction>인데 (예.) 이 리액션이라고 하는 것들을 직역하면 아까 이제 뭐 어디 혁명이라든지 (예.)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저항하는 (예.) 그러니까 반동의 어떤 이런 뜻으로 쓰고 (예.) 그러니까 이 책 제목을, 번역 제목을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로 뽑은 이유가 (예.) 결국은 그런 주된 세력들이 이른바 우파. (예, 그렇죠.) 그리고 이념적으로 우파. (예.) 그리고 어떤 보수. 이런거기 때문인데. (예.) 그럼 더, 우리 애청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보수들의 논리. (예.) 바로 그거잖아요. (그렇죠.) 보수의 방어 논리 내지 공격 논리. (네.) 그게 첫번째가 이제 역효과 레토릭이라고 하는 것이고요. (예.) 뭐, 이거는 우리도 많이 겪어 봤어요. 사실. (예, 그렇죠.) 그럼 두번째 레토릭은 어떤 거예요?
노정태: 두번째가 무용, 그러니까 쓸모 없다 ( 네. ) 해봤자 안 된다 ( 예. ) 안 될거야 그러니까 하지말자 그냥.
김종배: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취지는 좋으나 (네.) 이게 되겠냐. (예, 그렇죠.) 뭐 이런건가요?
노정태: 예. ( 예. ) 그러니까 이제 똑같이 복지 얘기를 한다고 치더라도 ( 네. ) 어차피 가난한 사람들한테 돈을 공짜로 주면 ( 네. ) 이제, 뭐, 놀고 먹는다. ( 네. ) 그래서 더 가난해진다. 이게 역효과라면 ( 예. ) 그 이전에 돈을 줘봤자 효과가 없다.
김종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노정태: 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 네. ) 뭐 이런식으로 하는게 ( 네. ) 무용 명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어...그래요? ) 근데 이제 여기서 중요한 점 중에 하나가 아까 왜 그 손 자르는 얘기 나오니까 ( 네. ) 우리가 헛웃음이 나오잖아요? ( 예. ) 이런 식으로 뭘 해보자는 얘기보단 뭘 했을 때 이 세상이 너무 크고 복잡하니까 ( 예. ) 이렇게 저렇게 해서 안 될거야. 라고 얘길 하면서 웃기고 ( 예. ) 재미있고 풍자하기가 너무 쉽습니다. ( 예. ) 그 점에 대해서 이제 허시먼이 지적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니, 김종배 선생님도 이제 방송을 하면서 뭐 본인이 너무 진지한게 이제 약점이다.
김종배: 왜 또 그 얘기를 왜 꺼내요? 또?
노정태: 아니 그러니까 유머가 없다. 이런 식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이러시잖아요? 근데...
김종배: 저는 나름 유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노정태: 이게 가차없는 유머를 구사하고 싶을 때 ( 예. ) 누군가가 뭘 하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안 되는 걸 얘기해야 웃기지 않겠습니까. ( 예. ) 그렇죠.
세상이 바뀌는게 웃기는 건 아니잖아요. 웅장하고 아름다운거지. ( 예. ) 그러다 보니까 무용 명제가 특히 이제 조롱할 때 많이 쓰이는 거죠. ( 그렇죠, 그렇죠. ) 예. 니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세상은 변하지 않아. 이러면서 한번 이렇게 똥! 머리를 치고 넘어가는.
김종배: 우리가 일상적으로 해 봐...돼나...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네, 맞아요.) 딱 그거잖아요. 지금.
노정태: 예. 여기서 뭐 굳이 누군가를 디스하자면 이제 썰전에 나오는 강용석 씨가 이제 이런 식의 명제를 많이 사용을 하죠. ( 아, 그래요? ) 아, 뭐 세상이 이렇게 복잡한데 ( 네. ) 이렇게 해봤자 안 될거다. 뭐 이런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김종배: 네. 그러니까 이런, 결국 무용 레토릭은 (예.) 그러니까 사회구조라고 하는, 삶을 옥죄는 게 사회 구존데. 사회 구조는 잘 변하지가 않잖아요. (예, 그렇죠.) 그러다보면은 알게 모르게 이제 패배주의가 스며들게 되어 있는데. (예.) 바로 그거를 짚고 있는거라고도 해석을 할 수 있겠네요.
노정태: 예. 너희들은 이렇게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지만 ( 예, 예. ) 나는 객관적 관찰자로서 한 발 벗어나 있고 ( 네. ) 그래서 내가 볼 때는 안 될거야. 라는 ( 네, 네. ) 그러니까 패배주의를 부추기면서 동시에 자신은 조금 더 말하자면 냉정한 ( 네. ) 쿨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예. ) 라는 식의 태도.
김종배: 아...이게 지금 말씀을 듣다 보니까 우리 사회에서 이 대표적인 논리. 제가 그러니까 떠올랐어요. 그러니까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이 될 때. (그렇죠. 예.) 엄청난 논란을 빚었는데. (예.) 그때 나왔던 논리가 바로 이거였어요. (예, 그렇죠.) 그러니까 해 봐...돼나... 다른데서 또 생길거야... (예, 풍선 효과.) 그렇죠.
(그렇죠.) 그게 바로 이런 경우잖아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 세번째 레토릭은 어떤겁니까?
노정태: 위험 명제인데. ( 위험? ) 예. 그러니까 위험에 빠진다. 이거죠. 무슨 개혁을 추진하면 ( 네. ) 여태까지 가져왔던 그러니까 여태까지 이제 성취해왔던 것들이 위험에 빠진다. ( 네. ) 뭐 이런 얘기여서. ( 예. ) 똑같이 계속 복지 얘기도 하자면 ( 네. ) 복지를 너무 늘리다보면 경제 성장이 안 된다. ( 그렇죠. ) 라는게 이제 어떤 온건한 위험 명제라고 하겠고요. ( 아하, 예. ) 한국식으로는 니네가 그렇게 복지니 뭐, 노동자의 권리니 얘기를 하면 빨갱이다. ( 네. ) 자유 민주주의가 흔들린다. ( 네. ) 라는 식으로까지 이제 확장되는 ( 예. ) 이게 이제 위험 명제라고 하겠습니다.
김종배: 예. 이게 지금 세가지 레토릭을 듣다 보니까...
노정태: 다 들어가죠? 머릿속에서 막 예시가.
김종배: 그렇죠. 팍팍 떠오르는데. 그러니까 결국은 그 나라나 그 나라나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예, 그렇죠.) 그렇죠? (예.) 이건,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을 이론화 한거예요. 이론화 한거잖아요. (예.) 이 세 개의 레토릭이. 근데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난다. (예, 그렇죠.) 이걸 위안 삼아야 되는거야...뭐야...아무튼.
노정태: 그러니까 이제 사람 사는, 사람이, 특히 남을 지배하는 입장에 섰을 때 ( 예. ) 꺼낼 수 있는 이야기의 화법과 그 방식이라는게 비슷비슷하다. ( 그렇죠. ) 라는 건 일단 알 수 있는거죠.
김종배: 그렇죠. 자, 그러면 이 허시먼이라는 사람이 자 보수는 이렇게 레토릭을 구사를 하는데 (네.) 그러면 진보의 레토릭은 뭐냐. 내지는 이렇게 그러면 또, 그, 진보는 레토릭을 이렇게 구사해야 한다. 이런거까지 혹시 얘기했습니까. 책에서?
노정태: 이 사람이 아까 얘기를 드렸지만 그러니까 1915년에 태어난 ( 네. ) 유럽의 구시대의 산물이에요. ( 네. ) 그리고 이제 뭐 말하자면 귀족적인 교육을 받은 인물인데 ( 그렇죠. ) 그러다보니까 본인이 적극적으로 이제 뭐 좌파운동이나, 한때는 이 좌파 운동에 많이 편향되어 있었는데 스페인 내전을 계기로 ( 아, 예. ) 탈좌파를 했습니다. ( 예. ) 물론 양심적 지식인이긴 하지만. ( 네. ) 그러다보니까 좌파의 레토릭은 옳고 우파의 레토릭은 잘못됐다. 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진 않지만 ( 예. ) 좌파쪽에서도 우파의 레토릭에 맞서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고 그런게 있긴 하다. ( 네. ) 라는 식의 균형잡힌 입장을 보여주긴 하거든요.
김종배: 그게 뭐예요, 그럼?
노정태: 그러니까 가령 역효과 명제에 대해서 ( 네. ) 그거 해봤자 역효과가 발생해. 라고 할때 할 수 있는 좌파들의, 할 수 있고 해왔던 좌파들의 레토릭은 수수방관하고 있으면 큰일 나. ( 아, 예. ) 그러니까 수수방관 명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네. ) 그러니까 가만히, 멍하니 보고만 있으면 큰일난다.
김종배: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느니 하다, 하다가 실패하는게 차라리 낫다. (예, 그렇죠.) 뭐 이런 논리네요?
노정태: 예, 그렇죠. ( 어... ) 그리고 ( 예. ) 해봤자 안 될거야. ( 네. ) 무용 명제. 이렇게, 이런 얘기에 대해서는 특히 이제 좌파의 사적 유물론이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 네. ) 그, 역사는 일단 기본적으로 진보하고 있고 ( 네. ) 거기서 이제 우리가 힘을 보태야 되는 것이다. ( 네. ) 이런 식의 얘기를 이제 많이 해왔는데. ( 예. ) 그러니까 역사의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다.
김종배: 그러니까 역사는 이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있고 (네.) 진보하게 되어있다.
노정태: 예. 역사는 이 대세가 진보인데 ( 네. ) 뭐가 무용하다는 거냐. ( 네. ) 지금 무용해 보이겠지만 ( 예. ) 앞으로는 해방 세상이 찾아올 것이다. ( 예. ) 이런, 우리가 뭐, 약간 익숙한 운동권 논리이기도 하죠.
김종배: 아, 이거 얘기 하니까 또 떠오르는 문장이 있어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예, 그렇죠.) 그거잖아요?
노정태: 예, 바로 그 얘기입니다.
김종배: 제가 지금 노정태 씨가 정리를 잘 해줘서 그런지...책 내용 별거 아닌데?
노정태: 아, 근데...이게 별거 아닌 것을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굉장한 책인 것이죠.
김종배: 아, 그런가요? (예.) 알겠습니다.
노정태: 듣고 보면 별거 아닌 그것이 고전의 포인트 아니겠어요?
김종배: 예, 예, 예. 그래요. 그럼 세번째 위험, 어떤 레토릭, 위험 명제에 대해서는 그러면 어떤 거를 또 얘기했어요?
노정태: 그러니까 위험 명제라는게. 좋은 일을 하려다 보니까 기존의 좋은 일과 충돌하게 된다는 이야기이지 않습니까? ( 네. ) 그런데 그게 아니라 좋은 일과 좋은 일이 같이 있으면, 그러니까 기존의 개혁과 현재의 개혁은 서로를 보충해준다. ( 네. ) 뭐 이런 상보성 명제 ( 네. ) 이런 식으로 진보의 레토릭이 존재하는데.
김종배: 상보성 명제라는게 뭐예요?
노정태: 그러니까 서로가 보완해준다 이거죠. ( 아, 예, 예, 예. ) 어떤 개혁과 어떤 개혁이 서로 보완해준다. ( 예, 예. ) 근데 저자는 노골적으로 진보의 레토릭의 편을 들고 있진 않습니다. ( 네, 네. ) 다만 진보...
김종배: 보수가 이런 레토릭을 펼 때 진보는 이런 레토릭을 펴왔다. (펴왔다.) 이렇게 보여주는거죠?
노정태: 네. 그래서 이제 레토릭에만, 왜냐하면 경제학자니까 ( 네. ) 레토릭에만 의존하지말고 ( 네. ) 어쨌건 이제 잘 해보자. 이런 식으로 약간 날선 입장으로 끝내진 않아요. ( 그렇죠. ) 하지만 적어도 이 세가지의 화법들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 네. ) 그리고 이게 얼마나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것인지를 ( 예. ) 보는 것 만으로도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김종배: 예 그렇죠. 지금 말씀하신 것 좀 정리를 하면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어떤 특정한 정치 집단이 (네.) 내지는 특정한 어떤 세력이 어떤 특정한 논리를 편다는 말이죠? (예.) 근데 얼핏 들어보면 그 논리는 참 말도 안 되는 논리인데 (예.) 그런데 그거를 하고도 먹히는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그렇죠.) 대중적으로 먹히는 경우. (예.) 그럼 도대체 왜 이게 먹힐까라고 생각을 해보면 결국은 바탕에는 어떤 이런 대중적인 정서, (예.) 대중적인 심리, 그리고 그 정서와 심리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삶 속에서, 그 피어오르는 것이니까. (그렇죠.) 이걸 치는 거잖아요. (예.) 근데, 알겠습니다. 근데 마지막으로 제가 한번 이런걸 여쭤볼게요. 레토릭이라는 표현을 썼잖아요. (예.) 그러니까 이거는 말 그대로 수사고 기법이고 (그렇죠.) 전략이잖아요. (예.) 근데 꼭 이것만 갖고 바라봐야 되는건가요?
노정태: 음…네, 일단 정치라는 것이 ( 네. )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 예. ) 어떤 공통의 의제를 설정하는, 설정한 다음 그걸 추진하는 과정 아니겠습니까. ( 그렇죠. ) 그러다 보니까 레토릭이라는 지점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물론이죠, 물론이죠. ) 그러니까 우리가 이제 2000년, 특히 2000년대 중후반 쯤에 경제 담론이 막 휩쓸기 시작하면서 경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만 살아있지 않으냐.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왔던 것도 사실인데. ( 예. ) 근데 사실 아무리 무슨 정책이 있고 뭐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어떤 구호나 ( 네. ) 아니면 어떤, 뭐, 비하도 아닌, 비하도 칭찬도 아닌 있는 그대로 레토릭으로 승화시키지 않으면 ( 네. ) 그것은 ( 맞아요. ) 대중적 힘을 받지 못합니다.
김종배: 맞아요. 그 말씀은 전적으로 맞아요. (예.) 뭐냐면 아주 복잡한 내용 (예.) 정책도 사실 파고 들어가면 무지하게 복잡하잖아요. (그렇죠.) 근데 그것을 한마디로 (예, 몇백 페이지짜리의 정책을.) 한 문장으로. (예, 그렇죠.) 그렇죠.
대중적 언어를 써가지고. (예.) 그건 진짜 고도의 정치 기술이거든요. (예.) 이걸 못해서 망하는 경우도 사실은 되게 많죠. (그렇죠.) 그런 점에서는 되게 유용한 틀이라고도 볼 수 있죠.
노정태: 예. 그리고 그게 빠져, 그게 보수쪽에서 흘러가는 논의가 다 비슷비슷 하다는 걸 알고 있어야. ( 네. ) 말하자면 뭐 아이씨. 한국의 국민성이 이래서 안돼. 같은 ( 네. ) 네, 스스로의 의지를 꺾는 ( 그렇죠, 그렇죠. ) 그런 자기최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죠. ( 그렇죠. ) 가령 역효과 명제에 사람들이 되게 많이 휩쓸려 있잖아요. ( 네. ) 그 중에 하나가 최근에 이제 임대주택. 과세를 하면 오히려 세입자들에게 세부담을 전가할거야. ( 네. ) 뭐 이런 식의 ( 예. ) 이야기를 우리들도 직접 많이 하지 않습니까. ( 네. ) 하지만 중요한, 그래서 이제 그, 분위기에 맞춰서, 이제 정부 부처에서는 2000만원 이하에 대해선 과세를 2년 동안 미루겠다. ( 네. ) 뭐 이런식의 얘기를 했단 말이죠. ( 예. )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금을 걷으면 세금이 걷힙니다. ( 그렇죠. ) 지금 돈이 없으니까 세금을 걷겠다는거 아니에요. ( 예. ) 그런데 역효과 명제, 혹은 뭐, 이렇게 무용, 무용은 아니고 이제 위험 명제죠. 역효과 명제, 위험 명제에 휩쓸려서 과세에 대해서 유예안을 ( 예. ) 통과 시켜버리니까 ( 예. ) 정작 세금은 세금대로 못 걷고, ( 네. ) 그리고 보수적인 심리는 심리대로 뒤틀려버리는. ( 네. ) 이런 상황이 도래하지 않나. 그러니까 보수의 레토릭을 알고 있다는 것은 ( 예. ) 그 레토릭을 뚫고 갈 수 있는 용기를 ( 예. ) 얼마나 스스로 끌어낼 수 있느냐. ( 그렇죠. ) 이것과도 관련된 것 같습니다.
김종배: 알겠습니다. 네. 오늘 잘 들었습니다. (예.) 오늘 소개해주신 책이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노정태: 예. 그렇죠.
김종배: 바로 이 책입니다. 자, 오늘 수고하셨어요. 고맙습니다.
노정태: 예,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폭력을 넘어서> 오창익입니다. 우리시대의 예언자 강우일 주교의 <기억하라, 연대하라>를 보내드립니다. 국가는 신성한 존재일까요? 국가의 정책은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될까요? 국가 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과 불의를 넘어서려는 뜻있는 사람들의 연대가 답을 줍니다. 강우일 주교의 <기억하라, 연대하라>를 보십시오. <기억하라, 연대하라>와 함께 공권력의 의미, 사람다운 삶의 의미를 찾기 바랍니다. 강우일 주교의 <기억하라, 연대하라>. 삼인출판사.
더 이상 마법은 필요없습니다. 이제 과학이 미래를 내다봅니다. 과학을 이해하는 자가 중간계를 지배할 것입니다. 구글신에게 물어보십시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아셔야 합니다. 마스터. 21세기를 좌우할 미래 정보학의 세계. 카이스트 최고의 석학들이 펼치는 물리학과 생물학, 네트워크 과학의 황홀한 크로스오버를 만나보십시오. <구글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주식회사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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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연일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저께였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서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 민생을 위한 분투를 계속하겠다면서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당내에서라도 치열한 싸움을 마다하지 않겠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어서 어제는 새정치연합 중앙당 발기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의 통합 결정을 타협하거나 회피한 게 아니고 새 정치를 제대로 이루기 위한 진검승부의 선택이었다고 말을 하면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 민생을 중심에 놓는 시대정신에 맞는 정당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자, 안철수 의원의 이런 말을 종합하면 그는 가치투쟁을 하겠다라는 겁니다. 정치혁신과 민생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치열한 당내 투쟁도 불사하겠다라는 이런 말이죠. 자, 국민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정치를 혁신하고 민생을 보듬기 위해서 분투를 마다하지 않겠다는데 그 누가 반대를 하겠습니까? 이 사실 국민이 야당에 바라는 바가 바로 그것입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하는 무정형·무척추·무기력 야당에 진저리치면서 야당다운 야당을 원하고 있습니다. 자, 애청자이신 ‘아자가라'님이 저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치판의 이전투구가 어떤 목적을 갖고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는 매우 달라진다 이렇게 운을 뗀 다음에 민주주의와 인권, 시민의 삶의 향상을 위한 가치를 위한 것이냐 아니면 개인의 기득권, 특권을 지키고 강화하기 위한 것이냐에 따라서 그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을 했죠. 나아가 이전투구가 필연이 될 수밖에 없다면 한 마리 고고한 학처럼 발 하나 담가놓고 자신의 실체 없는 이미지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할 가치, 실현해야 할 가치를 위해서 자신을 불태워야 한다. 이렇게 주문을 했죠? 바로 아자가라님의 이런 글, 이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온 글이라고 봅니다.
자,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에 대해서 일부 언론은 ‘친안' 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던데요. 지금으로선 굳이 그렇게 과잉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화학적 결합을 해야 하는 대상들이라고 생각하고 스킨십을 강화하는 걸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한 발 물러서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의원들을 다수 확보하기 위한 차원, 통합신당에 자기 세력을 다지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도 현재로선 문제될 게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정치는 사람들과 하는 행위이고, 그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묶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평가는 잠정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지금으로선 또는 현재로선이라고 하는 단서를 달았는데요. 이렇게 단서를 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통합신당 내 정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면 인정하겠지만 계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면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이 계파인지 정파인지를 갈라서 볼 근거가 아직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 앞서서 전해드린 바대로 정치혁신과 민생을 향한 안철수 의원의 결기는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 이런 태도는 추상적입니다. 총론 차원의 다짐이지 각론 차원의 입장은 아닙니다. 비유가 좀 뭐합니다만, 박근혜 대통령도 정치개혁을 얘기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친 서민을 운운한 바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가치를 표현하는 언사가 아니라 그 가치를 담는 내용입니다. 자, 안철수 의원도 이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 열린 새정치연합 중앙당 발기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강정책이라면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 민생을 중심에 놓는 시대정신을 강조한 걸 보면 그렇습니다. 자, 더불어 이런 정강정책을 만들어낼 새정치비전위원회가 가동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각각 추천한 인사들이 가치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간건데요. 이 새정치비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면 안철수표 정치혁신안과 민생진작안이 나오게 되겠죠. 이 앞에서 달았던 잠정적인 단서는 이 결과가 나온 다음에 해제 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이 앞서서 안철수 의원의 결기를 재는 잣대와 관련해 정파는 인정하겠지만 계파는 인정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이유를 좀 더 소상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통합신당은 빅텐트입니다. 통합신당의 한 축인 민주당 스스로가 이전부터 빅텐트를 외쳐왔고, 통합신당의 객관적인 면면이 또 빅텐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빅텐트란 게 뭡니까? 달리 말하면 국민정당입니다. 특정 계급계층 만을 대표하는 계급정당과는 달리 국민 정당은 계급, 계층, 세대를 모두 아우르고자 하죠.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국민정당 안에는 필연적으로 여러 개의 정치 소집단이 존재하게 됩니다. 하나의 당의 이름으로 정치적 공통분모를 갖추긴 하지만 그 틀 안에서 정치 소집단이 특정한 가치, 특정한 계급, 계층, 세대를 대변하려고 하죠. 바로 이 정치 소집단이 정파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당구조에서는 이런 정파보다는 계파가 성했습니다. 보스 한 명을 정점으로 이 나머지 정치인들이 줄을 서고, 그 줄이 지향하는 것은 정치적 가치가 아니라 정치적 이익이었던 바로 이런 계파가 아주 성했죠. 이런 계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정상배입니다. 어느 정치학자의 분류법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이 정치인은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이고, 정상배는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분류를 했으니까요. 자, 부디 당부하건데 안철수 의원은 계파가 아니라 정파를 지향하기 바랍니다. 자신의 말대로 가치투쟁을 벌이기 바랍니다. 그런 가치투쟁을 위한 것이라면 주변에 사람을 모으는 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 더불어 그런 가치투쟁이야말로 본인이 입만 열면 읊조리는 새정치요 정치혁신일 겁니다. 자, 이렇게 당부하는 것은 안철수 의원이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안철수 의원이 추구하는 정치혁신과 민생진작의 구체안이 뭔지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치투쟁에 나서라고, 그리고 가치투쟁 과정에서 결속이 이뤄지고 그 결과 정파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선택을 확실히 하고 싶어서 이기 때문입니다. 뭐, 개인에 대한 호불호, 정서적 차원의 호불호로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정파가 지향하는 가치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놓고 정치적 선택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건 바람이 아니라 권리입니다. 유권자의 권리죠. 유권자라면 응당 누려야 하는 권리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이에 부응하기 바랍니다. 자, 10년 전을 떠올리면서 오늘 <이슈독털>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친노니 비노니 하는 말이 성행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이던 그때는 개혁파 대 실용파라는 말이 성했습니다. 김근태 의원을 필두로 한 개혁파, 정동영 의원을 필두로 한 실용파. 이런 식의 구분법이 성행했죠. 자, 돌아보면 그때의 당내 분화가 ‘친'이라는 한 글자 뒤에 사람 성씨 하나가 덧붙여지는 분화보다는 백 배 나은 듯합니다. 상대적으로 그렇습니다. 최소한 그 정치 소집단의 정체가 뭔지 국민들이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국민들에게 정치,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를 했기 때문입니다. 자, <이슈독털> 이렇게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시간 참 빨리 빨리 지나갑니다. 벌써 아침 방송을 마무리해야 될 시간이네요. 자, 애청자 여러분. 오늘 하루 즐겁고 활기차게 보내시고요. 이따 저녁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