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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8 -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 Part 6

Episode 28 -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 Part 6

나도 동생 얘기를 거기까지 듣다가 잠들었던가. 아니면 동생이 먼저 잠들었을까. 하여튼 아침에 깨어나 건진게 거기까지였다. 그후 나는 더이상 동생을 부릴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게 그렇게 기분좋은 일인 줄 몰랐다. 나는 동생에게 항상 베푸는 입장이라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상전의식이지 동기간의 우애는 아니다. 상전의식이란 충복을 갈망하게 돼있다. 예전부터 상전들의 심보란 종에게 아무리 최고의 인간대접을 한다고 해도 일단 자신의 거룩한 혈통이 위태로워졌을 때면 종이 기꺼이 제 새끼하고 바꿔치기 해주길 바라는 잔인무도한 것이 아니던가. 나는 상전의식을 포기한 대신 자매애를 찾았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도 춥지않은 남해의 섬. 노란 은행잎이 푸른 잔디위로 지는 곳.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 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그런 섬을 생각할 때 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 것도 그리워 하지 않았다. 그리울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매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은 내년 여름에 이모님이 시집간 섬으로 피서 가자고 지금부터 벼르지만 나는 안 가고 싶다. 나의 그리움을 위해그 대신 택배로 동생이 분홍빛 도미를 부쳐올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네, 여러분 잘 들으셨습니까? 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작가 박완서 선생님께서 향년 팔십세를 일기로 돌아가셨습니다. 오늘 읽은 소설은요 박완서 선생님이 지금으로 부터 딱 십년 전인 2001년에 쓰신 소설입니다. [그리움을 위하여]라는 소설이고요. 이 소설로 제 1회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을 하셨습니다. 이 소설은 언제나 제 서가에 꽂혀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소식을 듣고 책을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죽으면 저는 책에 묻힌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쓴 책에 자신의 영혼을 묻고 이 세상을 떠나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 그 책을 들추면서 나름의 어떤 애도와 추모의 시간을 갖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래서 박완서 선생님의 십년전 작품을 들춰보게 됐는데요. 이 것이 어떤 시작하자마자 노인의 죽음과 겨울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점도 저로서는 좀 의미심장했고요. 특히 그 노인들의 삶이다 보니까 죽음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죠. 그런 것, 특히 그, 좀 마음을 울리는 장면은 어부가 물에 빠지려는 동생을 건지면서 죽은 아내에게 빌었다는 장면 같은 건 정말, 네... 마음을 울리는 그런 장면입니다. 이 소설은 박완서 선생님이 갖고 계신 그 작가로서의 특장을 다 보여주고 있는 그런 소설이죠. 일단 전통적으로 박완서 선생님이 잘 쓰시는 수다의 기법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그냥 아주머니들이 모여가지고 앞집얘기 뒷집얘기 하듯이 술술 풀어놓죠. 술술 풀어 놓습니다. 이전에 그 제임스 조이스가 소설가는 손톱을 다듬으면서 ..하듯이 그렇게 얘기를 해야된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즉, 정색을 하고 뭘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마치 이렇게 손톱을 깍으면서, 근데 말야 뭐 어제 그 얘기 알어? 옆집에 ..그런식으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뜻인데요. 박완서 선생님이 가장 부합하는 작가셨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얘기하다가 한방이 있는거죠.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이 보면 화자가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결혼도 잘 했고요. 모든 면에서 아주 깔끔하게 살아왔고, 자식들도 잘 공부 시켰고 재산도 잘 지켰죠. 그리고 처음에 보면 동생은 인생을 잘못 산 사람처럼 보입니다. 열정에 휘말려서 결혼하고, 열두살이나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유부남이었죠, 그리고 옥탑방에서 불우하게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나중에 보니 정말 인생을 잘 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동생이었습니다. 사랑하고, 그리고 정말 뜨겁게 느끼고, 죽는 순간 남편에게도 사랑했다는 얘기를 듣는 그런 사람인겁니다. 예로 부터 이런 구도는 작가들이 참으로 좋아했던 그런 구도입니다. 자기 삶에 갖혀있는 화자가 정말 욕망에 따라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그런 구도죠. 이것은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스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라던가, [위대한 개츠비] 이런데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구도입니다. 왜냐하면 보통 독자들이 바로 이런 화자와 같은 상태에 있기 때문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욕망하게 되는 그런 인물은 자기 욕망에 따라서, 자기 어떤 충동에 따라서 살아가면서 삶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기가 십상입니다. 바로 그런 구도에 따라서 쓰여졌는데 이것을 간단하게 제시하지 않고 박완서 선생님 특유의 그 입담을 따라서 조금씩 조금씩 내보이면서 끝까지 독자들을 끌고 가는 그런 정말 이야기 꾼 다운 모습을 보여주신 단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네, 저는 사석에서 박완서 선생님을 많이 뵀습니다. 이분은 네.. 좀 연세가 많으셨지만 또 언제나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고요 문학소녀나 아니면은 저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료작가라는 느낌을 주는 분이셨어요. 되게..대단히 좀 뭐랄까요.. 이 여성들이 좀 연세가 많아지면 여성성을 버리고 괄괄해지지 않습니까? 근데 박완서 선생님은 그런 면이 거의 없으셨습니다. 언제나 여성적이셨어요. 여성적이셨고요, 유머와 소주..이런걸 좋아하셨고, 젊은 작가들, 특히 남성작가들은 매우 예뻐하셨던 걸로 저는 기억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남성 작가들이, 젊은 청년 작가들이 박오나서 선생님에 대해서는 대단히 좀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 네. 말하자면 뭐 끝이 없을 것 같고요. 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오늘은요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그분의 단편 [그리움을 위하여]를 가지고 진행을 했습니다. 네 여러분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pisode 28 -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 Part 6 Episode 28 - Wanseo Park, "For Longing" - Part 6

나도 동생 얘기를 거기까지 듣다가 잠들었던가. 아니면 동생이 먼저 잠들었을까. 하여튼 아침에 깨어나 건진게 거기까지였다. 그후 나는 더이상 동생을 부릴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게 그렇게 기분좋은 일인 줄 몰랐다. 나는 동생에게 항상 베푸는 입장이라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상전의식이지 동기간의 우애는 아니다. 상전의식이란 충복을 갈망하게 돼있다. 예전부터 상전들의 심보란 종에게 아무리 최고의 인간대접을 한다고 해도 일단 자신의 거룩한 혈통이 위태로워졌을 때면 종이 기꺼이 제 새끼하고 바꿔치기 해주길 바라는 잔인무도한 것이 아니던가. 나는 상전의식을 포기한 대신 자매애를 찾았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도 춥지않은 남해의 섬. 노란 은행잎이 푸른 잔디위로 지는 곳.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 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그런 섬을 생각할 때 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 것도 그리워 하지 않았다. 그리울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매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은 내년 여름에 이모님이 시집간 섬으로 피서 가자고 지금부터 벼르지만 나는 안 가고 싶다. 나의 그리움을 위해그 대신 택배로 동생이 분홍빛 도미를 부쳐올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네, 여러분 잘 들으셨습니까? 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작가 박완서 선생님께서 향년 팔십세를 일기로 돌아가셨습니다. 오늘 읽은 소설은요 박완서 선생님이 지금으로 부터 딱 십년 전인 2001년에 쓰신 소설입니다. [그리움을 위하여]라는 소설이고요. 이 소설로 제 1회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을 하셨습니다. 이 소설은 언제나 제 서가에 꽂혀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소식을 듣고 책을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죽으면 저는 책에 묻힌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쓴 책에 자신의 영혼을 묻고 이 세상을 떠나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 그 책을 들추면서 나름의 어떤 애도와 추모의 시간을 갖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래서 박완서 선생님의 십년전 작품을 들춰보게 됐는데요. 이 것이 어떤 시작하자마자 노인의 죽음과 겨울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점도 저로서는 좀 의미심장했고요. 특히 그 노인들의 삶이다 보니까 죽음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죠. 그런 것, 특히 그, 좀 마음을 울리는 장면은 어부가 물에 빠지려는 동생을 건지면서 죽은 아내에게 빌었다는 장면 같은 건 정말, 네... 마음을 울리는 그런 장면입니다. 이 소설은 박완서 선생님이 갖고 계신 그 작가로서의 특장을 다 보여주고 있는 그런 소설이죠. 일단 전통적으로 박완서 선생님이 잘 쓰시는 수다의 기법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그냥 아주머니들이 모여가지고 앞집얘기 뒷집얘기 하듯이 술술 풀어놓죠. 술술 풀어 놓습니다. 이전에 그 제임스 조이스가 소설가는 손톱을 다듬으면서 ..하듯이 그렇게 얘기를 해야된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즉, 정색을 하고 뭘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마치 이렇게 손톱을 깍으면서, 근데 말야 뭐 어제 그 얘기 알어? 옆집에 ..그런식으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뜻인데요. 박완서 선생님이 가장 부합하는 작가셨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얘기하다가 한방이 있는거죠.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이 보면 화자가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결혼도 잘 했고요. 모든 면에서 아주 깔끔하게 살아왔고, 자식들도 잘 공부 시켰고 재산도 잘 지켰죠. 그리고 처음에 보면 동생은 인생을 잘못 산 사람처럼 보입니다. 열정에 휘말려서 결혼하고, 열두살이나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유부남이었죠, 그리고 옥탑방에서 불우하게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나중에 보니 정말 인생을 잘 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동생이었습니다. 사랑하고, 그리고 정말 뜨겁게 느끼고, 죽는 순간 남편에게도 사랑했다는 얘기를 듣는 그런 사람인겁니다. 예로 부터 이런 구도는 작가들이 참으로 좋아했던 그런 구도입니다. 자기 삶에 갖혀있는 화자가 정말 욕망에 따라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그런 구도죠. 이것은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스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라던가, [위대한 개츠비] 이런데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구도입니다. 왜냐하면 보통 독자들이 바로 이런 화자와 같은 상태에 있기 때문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욕망하게 되는 그런 인물은 자기 욕망에 따라서, 자기 어떤 충동에 따라서 살아가면서 삶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기가 십상입니다. 바로 그런 구도에 따라서 쓰여졌는데 이것을 간단하게 제시하지 않고 박완서 선생님 특유의 그 입담을 따라서 조금씩 조금씩 내보이면서 끝까지 독자들을 끌고 가는 그런 정말 이야기 꾼 다운 모습을 보여주신 단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네, 저는 사석에서 박완서 선생님을 많이 뵀습니다. 이분은 네.. 좀 연세가 많으셨지만 또 언제나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고요 문학소녀나 아니면은 저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료작가라는 느낌을 주는 분이셨어요. 되게..대단히 좀 뭐랄까요.. 이 여성들이 좀 연세가 많아지면 여성성을 버리고 괄괄해지지 않습니까? 근데 박완서 선생님은 그런 면이 거의 없으셨습니다. 언제나 여성적이셨어요. 여성적이셨고요, 유머와 소주..이런걸 좋아하셨고, 젊은 작가들, 특히 남성작가들은 매우 예뻐하셨던 걸로 저는 기억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남성 작가들이, 젊은 청년 작가들이 박오나서 선생님에 대해서는 대단히 좀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 네. 말하자면 뭐 끝이 없을 것 같고요. 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오늘은요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그분의 단편 [그리움을 위하여]를 가지고 진행을 했습니다. 네 여러분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