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원 초대소, 아홉 번째-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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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원 초대소, 아홉 번째
금성정치군사대학에서 교육 중 가장 힘든 것은 군사훈련이었다. ‘사격'은 권총 1,200발의 실탄 사격과 자동보총 200발의 실탄 사격을 했으며 매주 2회로 매회 4시간씩 교육을 받았고 무기의 분해 결합, 고장 퇴치훈련의 경험을 쌓았다. ‘수류탄 투척' 훈련도 아울러 하는데 25M 거리에서 지름 1.5M 원에 투척하는 방법을 터득하여야만 했다. 1회 3발을 투척하는 실제 훈련이었다. ‘ 576수영'은 석암저수지에 가서 10일간 2km를 평영으로 쉬지 않고 계속 헤엄쳐 가는 훈련을 받고 가능케 되었다. ‘비밀 아지트 훈련'은 야간에 지도를 보고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 삽으로 땅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 3일간 숨어 있는 훈련이었다. 배짱과 끈기, 인내심을 필요로 한 훈련이었다. ‘단도조법'은 단검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훈련으로 플라스틱 모형 단도를 이용해 칼 잡는 법과 급소 찌르는 법을 5시간에 익힌다. ‘지형학'은 지도를 정확히 보고 지정장소를 찾아가 암호 문건을 매몰하거나 발굴해 내는 훈련이다. 훈련시간 총 150시간 중에서 강의 50시간과 실제 훈련 100시간으로 군사훈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요하는 훈련이었다. 그 외에도 자동차 운전, 사진을 촬영하고 그것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방법도 배웠다.
숙희와 나는 이를 악물며 고된 훈련을 참아내려고 애썼다. 한 가지씩 자신감이 붙을 때마다 무서울 것이 없는 초능력의 녀자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우리도 이제 어지간한 남자 몇 명 쯤은 끄떡없이 해치울 수 있을 거야.”
우리는 격술과 사격, 단도조법을 익히며 서로 우쭐한 기분을 느꼈다.
교육은 강의와 훈련뿐이 아니고 영화 관람을 통해서도 실무를 익히고 사상을 다졌다. 영화는 주 1~2회 정도 첩보영화를 중심으로 관람했고 관람 후 이에 대한 ‘실효 투쟁'을 위해 숙희와 토론했다. 우리는 ‘죽음으로 가는 5명' 이라는 외국 첩보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숙희와 나는 영화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이 영화에서 녀자 공작원이 5명의 아군 정찰조가 습격할 기회와 시간을 주기 위해 적의 군관을 유인하여 몸까지 주면서 임무는 성공적으로 수행했지만 결국 곧 정체가 드러나 그 적 군관에게 권총을 맞고 죽는 내용이었다. 숙희는 울상이 되어,
“우리도 저렇게 까지 해야 되나?”
하고 말하며 나를 보았다. 나도 물론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후 담당 과장이 우리에게,
“첩보전에서 녀자를 쓰는 리유가 뭔지 알아? 그게 다 미인계라는 거이야. 필요할 때는 몸도 바쳐야지, 그럼. 그런 각오없이야 공작원이 될 수 있나. 또 외국에서 합법 신분을 얻어 활동하려면 그 나라 남자와 결혼하는 게 최고지.”
라고 교양을 주었다. 이런 날 저녁에는 숙희와 나는 동병상린을 하게 된다.
“넌 혁명을 위해 아무에게나 몸을 바칠 수 있니? 마음에도 없는 외국남자와 결혼 할 수 있어?” “글세..., 좀 자신 없는데...” “너무 비참한 것 같애. 그지? ”“그래. 허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하니?”
그럴 때 우리는 약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끝맺곤 했다.
교육은 한시도 한눈 팔 사이 없이 바쁘고 고되게 진행되었다. 지도원은 우리가 지친 기색을 보이면,
“옛날에는 큰일을 하려면 산에 가서 도를 닦았는데 동무들은 조국통일을 두 어깨에 짊어졌으니 이겨내야 하오.”
라고 독려했으며 우리도 이를 악물고 이겨내려 했다. 그 결과 우리는 피나는 노력 끝에 1년간의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