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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심청전 (The Story of Sim Cheong), 3 장 심 봉사, 공양미 300석을 약속하다

3 장 심 봉사, 공양미 300석을 약속하다

마을 사람들은 심청의 효심을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게다가 심청은 뛰어난 일솜씨에 빼어난 미모까지 갖추고 있었기에 심청에 대한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고 이웃 마을 무릉촌에까지 퍼졌다. 무릉촌에 사는 장승상 부인은 소문을 듣고 심청을 몹시 만나고 싶어 했다. 부인은 일찍이 남편 장 승상을 여의고, 아들 삼 형제는 모두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하고 있어 홀로 지내고 있던 터였다.

승상 부인은 심청의 집에 사람을 보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소식을 전달받은 심청은 심 봉사에게 말했다.

“아버지, 승상 댁 부인께서 오라고 하시니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진지는 차려 두었으니 제가 늦거든 아버지 먼저 잡수세요.”

심 봉사가 당부했다.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고 승상 댁 부인을 만나거든 예의범절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네, 그럴게요.”

심청은 아버지를 혼자 두고 오랜 시간 집을 비우는 일이 마음에 걸렸지만 별일 없을 거라고 자신을 달랬다. 심청이 승상 댁에 도착하니 하인이 나와 심청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심청은 대궐 같은 집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큰 나무들이 집을 둘러쌌고 마당에는 화사한 꽃이 만발했으며 넓은 연못에는 금붕어가 한가롭게 놀고 있으니, 집의 규모와 화려함이 비길 데가 없었다.

승상 부인은 심청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겼다.

“네가 도화동에 사는 심청이냐? 어서 오너라. 듣던 대로 빼어난 처녀로구나.”

승상 부인과 심청은 수도 놓고, 다과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승상 부인은 심청의 예의 바른 말과 행동이 마음에 쏙 들어 심청이 딸처럼 여겨졌다.

부인이 말했다.

“심청아, 승상이 일찍 세상을 떠나시고 자식들도 멀리 있으니 내 곁에는 말벗이 없구나. 네가 수양딸로 들어오면 글공부도 시켜 주고 친딸처럼 길러서 좋은 곳에 시집도 보내 줄 수 있는데,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뜻밖의 말에 심청은 당황했지만, 예의를 갖춰 말했다.

“미천한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나 제 한 몸 편하기 위해 부인의 말씀을 따른다면 앞 못 보는 제 아버지는 누가 돌보겠습니까? 저는 아버지의 눈이 되어 평생 곁에서 모시고자 합니다. 부인께서는 제 뜻을 헤아려 주시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승상 부인은 심청의 말에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효녀로구나. 내가 생각이 짧아 과한 부탁을 했으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렴.”

즐겁게 담소를 나눈 후 심청이 돌아갈 때가 되자, 승상 부인은 심청에게 양식과 옷감을 싸 주었다.

“내 마음이니 사양하지 말고 가지고 가거라. 다음에도 와서 내 말벗이 되어 주렴.”

심청은 자신을 딸처럼 생각해 주는 승상 부인이 정말 고마웠다.

심청은 꼭 그러하겠다고 말하고 부인이 준 양식과 옷감을 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그때 심 봉사는 점심때가 훌쩍 지났지만, 밥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심청을 기다렸다. 방 안에서 기다리던 심 봉사는 바람 부는 소리에 심청이 왔나 싶어 마당으로 나와서 또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다 행인이 지나가는 소리에 또 심청이 왔나 싶어 대문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심 봉사는 개천에 이르렀고, 발을 헛디뎌 그만 물에 풍덩 빠져 버렸다.

심 봉사가 소리쳤다.

“사람 살려! 거기 아무도 없소? 어푸어푸, 이게 웬 날벼락이냐! 아이고 나 죽겠네! 사람 살려!”

그때 마침 몽은사 승려가 절을 새로 짓기 위해 시주 장부를 들고 마을로 내려왔다가 어디에선가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간 승려는 개천에 빠진 심 봉사를 발견해서 물밖으로 끌어내었다. 심 봉사는 힘겹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죽을 뻔한 목숨을 살려 주니 정말 고맙소.”

승려가 심 봉사에게 답했다.

“몽은사 승려요.”

심 봉사는 죽을 뻔한 자신을 살려 준 것이 부처님의 은혜라고 생각했다. 승려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심 봉사를 위해 집까지 업어다 주고는 물었다.

“앞도 못 보는 분이 어쩌다 물에 빠지게 되었소?”

심 봉사는 지금까지의 일을 승려에게 말했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승려는 혀를 차며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당신이 지금 눈이 먼 것은 전생에 지은 죄 때문이오. 부처님께 공양미 삼백 석을 올리고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린다면 눈을 뜰 수 있소.”

심 봉사는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놀라서 집안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다급하게 말했다.

“그게 정말이오? 그럼 삼백 석을 올리겠소.”

승려는 기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쯧쯧, 집을 둘러보니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데 쌀 삼백 석을 무슨 수로 마련한다는 말이오?”

승려의 걱정에도 심 봉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부처님께 거짓 약속은 하지 않을 테니 어서 ‘심학규 쌀 삼백 석' 이라고 시주 장부에 적어 내 눈을 뜨게 해 주십시오.”

심 봉사의 거듭된 요청에 승려는 장부에 심학규의 이름을 적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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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 심 봉사, 공양미 300석을 약속하다 Kapitel 3 Den Sims dienen, 300 Plätze für das Gongyang-Mahl versprechen Chapter 3 Shim Service Promises 300 Seats of Gongyang Mi Chapitre 3 Servir les Sims, promettre 300 places au repas de Gongyang Capitolo 3 Servire i Sim, promettendo 300 posti a sedere al pasto di Gongyang Capítulo 3 Servir os Sims, prometendo 300 lugares para a refeição de Gongyang

마을 사람들은 심청의 효심을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게다가 심청은 뛰어난 일솜씨에 빼어난 미모까지 갖추고 있었기에 심청에 대한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고 이웃 마을 무릉촌에까지 퍼졌다. 무릉촌에 사는 장승상 부인은 소문을 듣고 심청을 몹시 만나고 싶어 했다. 부인은 일찍이 남편 장 승상을 여의고, 아들 삼 형제는 모두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하고 있어 홀로 지내고 있던 터였다.

승상 부인은 심청의 집에 사람을 보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소식을 전달받은 심청은 심 봉사에게 말했다.

“아버지, 승상 댁 부인께서 오라고 하시니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진지는 차려 두었으니 제가 늦거든 아버지 먼저 잡수세요.”

심 봉사가 당부했다.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고 승상 댁 부인을 만나거든 예의범절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네, 그럴게요.”

심청은 아버지를 혼자 두고 오랜 시간 집을 비우는 일이 마음에 걸렸지만 별일 없을 거라고 자신을 달랬다. 심청이 승상 댁에 도착하니 하인이 나와 심청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심청은 대궐 같은 집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큰 나무들이 집을 둘러쌌고 마당에는 화사한 꽃이 만발했으며 넓은 연못에는 금붕어가 한가롭게 놀고 있으니, 집의 규모와 화려함이 비길 데가 없었다.

승상 부인은 심청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겼다.

“네가 도화동에 사는 심청이냐? 어서 오너라. 듣던 대로 빼어난 처녀로구나.”

승상 부인과 심청은 수도 놓고, 다과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승상 부인은 심청의 예의 바른 말과 행동이 마음에 쏙 들어 심청이 딸처럼 여겨졌다.

부인이 말했다.

“심청아, 승상이 일찍 세상을 떠나시고 자식들도 멀리 있으니 내 곁에는 말벗이 없구나. 네가 수양딸로 들어오면 글공부도 시켜 주고 친딸처럼 길러서 좋은 곳에 시집도 보내 줄 수 있는데,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뜻밖의 말에 심청은 당황했지만, 예의를 갖춰 말했다.

“미천한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나 제 한 몸 편하기 위해 부인의 말씀을 따른다면 앞 못 보는 제 아버지는 누가 돌보겠습니까? 저는 아버지의 눈이 되어 평생 곁에서 모시고자 합니다. 부인께서는 제 뜻을 헤아려 주시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승상 부인은 심청의 말에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효녀로구나. 내가 생각이 짧아 과한 부탁을 했으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렴.”

즐겁게 담소를 나눈 후 심청이 돌아갈 때가 되자, 승상 부인은 심청에게 양식과 옷감을 싸 주었다.

“내 마음이니 사양하지 말고 가지고 가거라. 다음에도 와서 내 말벗이 되어 주렴.”

심청은 자신을 딸처럼 생각해 주는 승상 부인이 정말 고마웠다.

심청은 꼭 그러하겠다고 말하고 부인이 준 양식과 옷감을 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그때 심 봉사는 점심때가 훌쩍 지났지만, 밥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심청을 기다렸다. 방 안에서 기다리던 심 봉사는 바람 부는 소리에 심청이 왔나 싶어 마당으로 나와서 또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다 행인이 지나가는 소리에 또 심청이 왔나 싶어 대문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심 봉사는 개천에 이르렀고, 발을 헛디뎌 그만 물에 풍덩 빠져 버렸다.

심 봉사가 소리쳤다.

“사람 살려! 거기 아무도 없소? 어푸어푸, 이게 웬 날벼락이냐! 아이고 나 죽겠네! 사람 살려!”

그때 마침 몽은사 승려가 절을 새로 짓기 위해 시주 장부를 들고 마을로 내려왔다가 어디에선가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간 승려는 개천에 빠진 심 봉사를 발견해서 물밖으로 끌어내었다. 심 봉사는 힘겹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죽을 뻔한 목숨을 살려 주니 정말 고맙소.”

승려가 심 봉사에게 답했다.

“몽은사 승려요.”

심 봉사는 죽을 뻔한 자신을 살려 준 것이 부처님의 은혜라고 생각했다. 승려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심 봉사를 위해 집까지 업어다 주고는 물었다.

“앞도 못 보는 분이 어쩌다 물에 빠지게 되었소?”

심 봉사는 지금까지의 일을 승려에게 말했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승려는 혀를 차며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당신이 지금 눈이 먼 것은 전생에 지은 죄 때문이오. 부처님께 공양미 삼백 석을 올리고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린다면 눈을 뜰 수 있소.”

심 봉사는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놀라서 집안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다급하게 말했다.

“그게 정말이오? 그럼 삼백 석을 올리겠소.”

승려는 기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쯧쯧, 집을 둘러보니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데 쌀 삼백 석을 무슨 수로 마련한다는 말이오?”

승려의 걱정에도 심 봉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부처님께 거짓 약속은 하지 않을 테니 어서 ‘심학규 쌀 삼백 석' 이라고 시주 장부에 적어 내 눈을 뜨게 해 주십시오.”

심 봉사의 거듭된 요청에 승려는 장부에 심학규의 이름을 적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