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1 - 존 크라카우어 (Jon Krakauer) - Part 3
전설적인 산악인으론 라이놀트 워스너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 분은 뭐... 티롤지방, 알프스 산록에서 태어났고 아마 유전적으로도 대단히 탁월한 집안이었던 것 같아요. 형제가 10 대 때부터 알프스를 뭐 동네 뒷산 올라다니듯이 다녔고요. 그당시만 해도 아이거 북벽을 삼박 사일, 사박 오일에 비박을 해가면서 등반을 하는게 최단 코스였던 그런 시절에, 라이놀트 워스너는 그냥 하루에 주파해버립니다. 그리고 뭐 먹을 것도 별로 들고 가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하루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뭐 간단한 빵 몇 조각 가져갔을까요? 그런거를 씹으면서 하루에 주파하는데 이분은 에베레스트에, 모두가 산소가 필요하다고 산소, 보조 산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시기에 그냥 뭐 무산소로 등정해버렸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대기록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 라이놀트 워스너는 글도 잘 써요. 그래서 보면 자신의 체험들 산에서 추락했을 때 느꼈던 임사체험, 이런 것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라이놀트 워스너가 아이거 북벽이런 것도 하루에 주파해 버리고,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8000m 급 고봉들을 셀파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무산소로 등정해버리는 이런 사람이 하루는 티롤지방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다가 열쇠를 안 가지고 나와가지고요 담을 넘다가 추락했다는.. 그래서 상당히 그로써는 크게 다쳤던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천하의 라이놀트 워스너도 자기 집 넘다가 담장에서 떨어져가지고 다치는구나..이런 생각하면서 웃었던 기억이납니다. 이런 산악문학에 대해서는 심산 씨가 (옛날에 '비트' 영화, 정우성 씨가 주연했던, '비트'의 시나리오를 썼던 심산 씨, 소설가이기도 했죠) 이분이 다 정리해서 산악문학의 길잡이와 같은 책을 내신적도 있어요. 한 번 찾아보시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절판되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아 제목이 뭐였더라? 제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심산'으로 아마 검색하시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여기 책이 다 있는게 아니라서요. 자 이런 산악문학만이 가진 나름의 미학과 즐거움들이 있게 마련인데요. 이 크라카우어의 책은 그 중에서도 압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산악인이 쓴 것이라기 보다는 비교적 일반인의 시점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좀 비슷한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글쟁이죠. 옛날엔 산에 좀 다녔지만, 결혼한 다음에는 산에 안 다녔던 이런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에베레스트에 가게 된 그런 이야기기 때문에 훨씬 더 몰입해서 우리가 볼 수가 있고요. 무엇보다 존 크라카우어가 얼마나 글을 잘 쓰냐면, 제가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느낀건데 (처음엔 몰랐죠. 그래서 책은 꼭 다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독자를 자기들의 운명 속으로 낯선 곳으로 끌여들여서, 끝까지 끌고 갑니다. 사실 독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낯설고 생소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고 예전에 어떤 작가가 정리한 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익숙한 곳에서 벌어지는 익숙한 이야기'..이런 건 그렇게 재밌진 않죠. 정말 잘 쓰지 않으면 재미가 없고요. '낯설고 생소한 곳에서 벌어지는 낯설고 생소한 이야기' 이것도 역시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Star Wars', 낯설고 생소한 곳이지만 거기에서 사랑도 하고, 일어날 법한 일들이 일어나죠. 그런거라던가 미국 드라마 'Lost' 같은 데, 무인도, 우리가 무인도를 얼마나 가볼 일이 있겠습니까만은, 그런데서 벌어지는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 그런 것들을 보고 좋아하는 것인데, 이 존 크라카우어는 일단 에베레스트라는 우리가 왠만해선 가보기 힘든 곳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여서 끝까지 끌고 가는데요. 거기에 그리스 비극의 요소들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논픽션이지만 아주 전형적인 그리스 비극의 플롯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운명의 부름을 받고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요. 이 모험은 실패하게 됩니다. 왜 실패하냐하면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 처럼, 인물들 내면에 잠재해 있던 성격의 결함 때문에 실패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에베레스트에 눈폭풍이 불어와서 이것이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결함들이 있어요. 그 결함들이 점점 더 증폭되면서 이것이 엄청난 자연의 재앙과 만나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 비극에서 참 좋아했던 성격적 결함은 '교만'이었습니다. 오이디푸스 같은 사람. 오이디푸스 참 똑똑하죠.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보면, 오이디푸스는 정치도 잘 하고요. 이미 젊었을 때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 정도로 아주 지혜롭기도 했고요. 모든 걸 다 갖췄습니다. 단지, 이 사람은 자만과 교만이 있었죠. 그리고 욱하는 성질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길에서 만난 자기 아버지를 죽이게 되고요. 결국 운명의 예언이 실현되게 됩니다. 운명의 예언은 그냥 운명이라서 실현되는 게 아니라 오이디푸스라는 인물의 내면에 있던 어떤 결함과 만나서 실현되게 되는데요. 이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에서도 인물들 내면에 갖고 있었던 특히 이 가이드 들이 갖고 있었던 어쩔 수 없는 허영, 그다음에 공명심, 또 탐욕, 또... 이것은 물론 이들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이 자본주의 시대에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문제였던 것입니다. 산을 올라가고 싶은게 돈이 없는 것이예요. 그래서 전세게에서 지금 8000m 급 고봉을 이르는...올라가는 것은 대단한 비지니스가 되어있고요. 많은 대기업들이 이 산악인들을 후원하면서 또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고요. 이런 섭외의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산에 올라갈 여러가지 것들을 찾게 됩니다. 멀쩡한 직업을 갖고 이런 8000m 고봉에 올라간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죠. 네, 그런 여러가지 문제들이 응축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아 에베레스트에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이런 것이 아니고 마치 한 편의 그리스 비극을 읽는 것 처럼 인간이 어떻게 자기 내면의 한계 때문에 파국으로 몰려가는 가를 보는 그런 체험이 됩니다. 그 앞부분, 좀 전에는 머리말을 읽어드렸는데요, 이어서 이 사건을 요약한 도입부 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나는 세계의 꼭대기에서 한 발로는 중국 땅을, 또 한 발로는 네팔 땅을 딛은 채, 바람을 막기위해 한쪽 어깨를 숙이고, 내 산소 마스크에 달라붙은 얼음을 떼어내고는 드넓은 티베트 땅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서도 내 발밑에 펼쳐진 무수한 굴곡을 지닌 끝없는 대지가 보기드문 장관이라는 걸 희미하게나마 의식했다. 지난 몇 달 간 나는 이 순간을 그리고 이 순간의 감격스러운 기분을 머리속에 그려보곤 했다. 그러나 막상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서고 나자,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았다. 1996 년 5 월 10 일 이른 오후의 일이었다. 나는 57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지난 사흘간 먹은 것이라고는 라면 국물 한 공기와 M&M 땅콩 한 줌뿐이었고, 그나마 안 넘어가는 걸 억지로 넘겼다. 그리고 지난 몇 주 동안 심한 기침을 해댄 끝에 이제는 숨 한 번 쉴 때마다 양쪽 갈빗대에서 격렬한 통증이 일곤 했다. 해발 8848미터의 대류권 속에서 아주 적은 양의 산소만이 뇌에 흘러들어 오는 바람에 내 사고능력은 웬만한 어린애만도 못했다. 상황이 그러했으므로 나는 추위와 피로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나는 영리적인 목적으로 미국 등반대를 안내하는 러시아인 등산 가이드 아나톨리 부크레에프가 정상에 오르고 나서 몇 분 뒤에 거기에 이르렀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주축이된 내가 속한 팀의 가이드인 앤디 해리스가 바로 뒤에 올라왔다. 부크레에프와는 그저 안면만 있는 정도였지만 해리스와는 지난 6 주 동안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나는 정상을 밟는 포즈를 취하는 해리스와 부크레에프의 모습을 급하게 네 장의 사진에 담은 뒤 돌아서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 손목시계는 오후 1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