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장
이규상 : 안녕하십니까? <생생경제>에 이규상입니다. 이현주 : 안녕하세요? 이현줍니다. <생생경제>는 서울과 워싱턴을 연결해 우리 생활 속 생생한 경제소식들을 전해드립니다. 이규상 : 지금 러시아의 휴양도시 소치에서는 2014 동계올림픽이 한창 열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올림픽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데요. 경기가 볼만하면 꼭 튀어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텔레비전 광고입니다.
이현주 : 텔레비전 광고만 있나요, 경기를 유심히 보시면 경기장 가림막에 붙어 있는 광고도 많습니다. 이 광고들... 공짜는 아니겠죠?
이규상 :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퍼보울' 중계방송 중간에 들어가는 텔레비전 광고는 초당 13만3천 달러입니다. 오늘 <생생경제> 광고 시장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규상 : 흔히들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라고 표현합니다. 자본을 등에 업고 탄생한 예술이라는 뜻입니다. 새로 만든 제품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만들어진 상업적인 예술 활동... 그게 바로 광고죠.
이현주 : 그렇지만 상업적인 광고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규상 : 보통 우리가 광고하면 생각하는 건 상품을 선전하는 상품 광고인데요. 기업 광고나 공익 광고도 있습니다. 아마 청취자분들은 이 두 가지는 좀 생소하실 겁니다. 기업 광고는 기업의 가치를 알리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광고인데요. 우리 기업은 이런 목표를 갖고 사회적으로 이런 노력을 한다... 주로 이런 내용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는 자본주의 국가에선 바로 주가와 이어지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 공익 광고라는 것도 있는데요.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광고 - 예를 들면 환경 보호나 금연, 기부나 이웃돕기를 하자 등 사회적 깜빠니아(캠패인)을 위한 광고입니다.
이현주 : 또 광고 형태도 텔레비전 뿐 아니라 라디오, 옥외 광고,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광고도 있고, 요즘은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 등을 이용한 광고도 있죠. 그야말로 틈이 있으면 다 광고가 붙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광고 시장의 규모도 대단하죠?
이규상 : 그렇습니다. 남한의 광고시장은 2010년을 기준으로 약 460억 달러인데요. 이중에서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170억 달러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신문과 잡지 등 지면광고 그리고 가장 늦게 출발한 인터넷 광고 순입니다. 이중에서 인터넷 광고시장은 가장 늦게 출발 했지만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어서 올해는 인터넷 광고시장의 규모는 23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참고로 경제 규모가 남한보다 큰 미국의 광고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천9백90억 달러입니다.
이현주 : 미국 광고 시장 규모가 엄청나네요. ‘광고 산업은 국가 경제력의 잣대다', 이런 얘기가 나올 만합니다. INS - 미국 광고
이규상 : 지난 2월 2일,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 그러니까 운동경기인 미식축구의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미국에서는 미식축구 결승전을 따로 ‘슈퍼보울'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지금 들으신 광고가 바로 슈퍼보울 중계방송 도중에 나온 텔레비전 광고들입니다.
이현주 : 미국 텔레비전에서 1년 365일 광고가 방송이 안 되는 날이 없겠지만 이날 광고는 아주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슈퍼보울을 지켜보는 시청자가 1억 이상이 된다고 하니까요. 광고가 나가면 그 효과도 대단할 것 같습니다.
이규상 : 네, 그렇기 때문에 또 광고료 역시 엄청납니다. 올해 광고료는 30초 당 4백만 달러, 초당 13만 3천 달러가 넘는데요. 이렇게 높은 광고료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대에 광고를 하기 위해 각 기업들 간의 경쟁도 아주 치열하다고 합니다.
이현주 : 올해는 슈퍼보울 광고 중에 남한 기업 광고가 포함됐다고 해서 남한에서는 아주 화제가 됐습니다...
이규상 : 네, 남한의 현대자동차와 기아 자동차가 광고를 했는데요. 뭐... 현대 자동차의 경우에는 지난 2009년부터 매해 슈퍼보울에 광고를 내놓고 있고요. 지난해엔 삼성전자도 광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이현주 : 남한에서는 이렇게 엄청난 돈을 주고 광고를 하는 기업들은 좀 비판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광고비에 기업이 내지만 따지고 보면 물건 값에 포함되는 거죠. 그러니까 좀 광고도 적당히 하고 물건 값도 적당히 받아라... 이런 비판입니다.
이규상 : 슈퍼보울에 광고를 낸다고 해도 그 광고가 상품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광고비가 얼마나 됐던 간에 슈퍼보울 광고에 들어가는 것도 아주 경쟁이 치열합니다. 또 재미있는 건요. 이 슈퍼볼 경기가 끝나면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슈퍼보울 때 방송된 광고들에 대한 점수를 매깁니다. 어떤 광고가 인상 깊었고, 어떤 광고가 최악이었는지...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점수를 매기는데 올해 현대 자동차의 광고는 꽤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현주 : 저도 봤는데요. 감동적인데 초점을 맞춘 것 같아요.
이규상 : 성장하는 아들을 위험에서 보호하는 아버지의 감동적인 모습과 자동차가 운전자를 보호해 준다는 내용을 접목 시킨 30초짜리 광고였는데요. 부자간의 사랑을 감성적으로 표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현주 : 아이가 어려부터 아슬아슬하게 위험했을 때마다 보호해주는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가 선택한 자동차... 광고에서는 그 차가 당연히 현대차고요. 아들이 운전하면서 위험할 때도 보호해준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만든 자동차다... 뭐 이런 광고인데요. 하지만 광고가 좋다고 해서 자동차가 많이 팔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현주 : 광고는 기업도 낼 순 있지만 개인도 할 수 있습니다. 지어는 지금은 자기 PR 시대, 그러니까 자기광고 시대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자길 알아주길 바라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정말 아무도 모르는 시대입니다. 북쪽에서 오신 분들은 이렇게 광고가 넘치는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평남 문덕 출신 김정순 선생과 광고에 대한 얘기 나눠봅니다.
««< 생략형으로 »»> 기자 :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정순 : 안녕하세요.
기자 : 오늘 저희가 광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선생님, 북쪽에는 사실 텔레비전 방송에도 광고라는 게 거의 없잖아요? 남쪽은 틀면 광고잖아요?
김정순 : 그렇죠. 이상했어요. 국정원에 와서 처음엔 텔레비전을 보는데 광고가 계속 나오는 겁니다. 상점에 물건이 있으면 당연히 팔리겠지 무슨 광고를 저리 요란하게 하나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그저 북쪽 식으로 생각한 거죠. 그런데 나와 보니까 물건이 넘쳐나고 같은 물건도 값도 다르고. 그러니까 소비자들은 더 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고 광고를 이용하고 파는 사람들은 많이 팔려고 광고를 하고요.
[항상 김 선생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북쪽은 물건 가진 사람이 왕이다... 청취자 여러분도 동감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남쪽은 확실히 돈 가진 사람, 그러니까 물건을 사는 사람, 손님이 왕입니다. 광고도 이런 잠재적인 손님들에게 우리 물건이 좋다고 선전을 하는 것이죠. 우리 물건은 이런 점이 좋다, 이런 게 다른 상품과 다르다... 그리고 그 광고,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
기자 : 참, 사람 심리가 이상한 게요. 비누를 살 때도 아무 이름도 없는 것보다는 광고에 한번 나온 제품이 눈이 간단 말이죠.
김정순 : 그래요. 아무래도 광고하는 대로 사게 된단 말이죠.
기자 : 광고는 특히 여성 모델들을 많이 쓰지 않습니까? 여성들이 반짝반짝한 머릿결을 자랑하며 샴푸 광고를 하면 그 샴푸를 쓰면 머릿결이 좋아질 것 같고요.... (웃음)
[ 사실 이런 광고를 보고 혹해서, 꼭 필요치도 않은 물건을 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 같고요. 정부가 허위 광고, 과장 광고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긴 하지만 상품의 좋은 면만 부각시키고 멋진 남성, 아름다운 여성 배우가 출연하는 광고의 유혹은 강합니다. ]
김정순 : 보고 있으면 다 좋은 제품이고 다 해줄 것 같단 말입니다. 그런데 실상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주의해야죠.
기자 : 그럼 정말 남쪽 텔레비전에서는 어떤 광고들이 나오는지 텔레비전을 한번 켜볼게요. 근데 낮 시간이라서 광고가 많이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김정순 : 그래요. 한번 봅시다.
INS - 텔레비전 켜는 소리 / 광고
기자 : 광고를 하는 통로를 찾아볼게요. 지금이 낮시간이라...
INS - 금융상품 광고
김정순 : 어떤 것은 정말 도통 이해 못하는 것도 있고... 기자 : 이건 금융 상품 광고네요. 아... 나온다 화장품 광고.
INS - 화장품 광고 : 확 바뀔 수 있어요...
기자 : 바로 저렇게 바뀔 수 있을 것 같다니까요. (웃음) 김정순 : 고럼 그렇게 생각 되요.
INS - 통신사 광고..
기자 : 이 광고가 아주 유행입니다. 그 때 어떤 광고가 나오는지를 보면 사람들의 관심사와 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어요. 김정순 : 요즘은 오리 고기, 닭고기에 대해서 많이 광고를 하던데요? 병이 돌았으니까 사람들이 안 먹을까봐 끓여먹으면 괜찮다고 알려주는 광고를 많이 하고 또 이자처럼 핸드폰 광고도 많습니다. 핸드폰, 손 전화는 진짜 속도적으로 발전하고 있단 말이죠. 이 광고가 많이 보입니다.
기자 : 첫 번째 말씀하신 조류 독감 때문에 닭고기를 꺼려하니까 농가들이 힘들잖아요? 그런 농가들을 위해 하는 광고고요. 두 번째 휴대전화 인터넷 광고... 그런데 이런 광고, 너무 많아서 지겨울 때도 있어요.
김정순 : 제가 신문을 구독하는데 6개월을 공짜로 보고 1년을 보게 하더라고요. 내가 물어봤어요, 왜 이렇게까지 해서 신문을 보게 하는가, 그럼 당신네가 뭐가 이득이냐고요. 그랬더니 신문은 신문을 파는 것보다 수입은 광고라고 하더라고요. 신문 자체로는 크게 이득이 안 난다고요.
[남쪽 신문에는 기사와 기사 중간에 크고 작은 지면 광고도 있고요. 신문 중간에 속지로 따로 광고를 넣기도 합니다. ]
기자 : 그래서 저희 집은 신문이 오면 아버지는 신문 기사를, 엄마는 광고 속지를 보면서 동네 상점에서 오늘은 뭐가 할인 판매를 하는지 유심히 보시죠.
김정순 : 그래서 광고가 너무 많아서 지겹기도 하지만 확실히 정보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북쪽의 상황은 어떠신가요? 광고해서 팔 물건도 많지 않고 실제로 광고도 거의 볼 수 없고, 개인들이 광고를 할 수 없으니까 광고는 없다고 봐야하는 걸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
김정순 : 북쪽에는 이런 신문에나 티비에 나오는 광고보다도 사람들의 입 광고가 많습니다. 이 지방에서는 비싼 물건이 저기에는 얼마다 그럼 거기 가서 눅게 사오기도 하고요. 그리고 장마당에 나가면 사람들이 막 글씨를 써 놓고 팔기도 하죠.
기자 : 문구가 아주 재밌던데요?
김정순 : 잎담배 앞에는 ‘한 번 피면 핑 돌아 30분'.... (웃음) 독하단 얘기죠? 이런 게 많이 써 있어요.
기자 : 광고가 없는 건 아니네요. (웃음) 그런 건 비공식 광고이고 진짜 텔레비전 광고도 나오던데요? 대동강 맥주 광고요.
김정순 : 그건 물건을 팔기위한 광고가 아니에요. 우리도 이런 게 있다는 거죠. 사회주의 인민 공화국에서 인민들에게 맥주를 팔고 있다... 일종의 과시용인 거죠.
기자 : 보여주기 위한 광고다...
김정순 : 결국 수령을 위한 광고죠.
[진짜 물건을 사는 소비자를 위한 광고는 확실히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에 정말 팔 물건이 없는 건 아닌데요. 김 선생은 북한에서 뭐 하나 골라 팔아 보라면 개성 인삼을 팔아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
김정순 : 개성 인삼이 최고, 한 뿌리 먹으면 힘이 불끈!
[에이... 이거 너무 밋밋해서 남쪽 시장에선 안 통할 것 같은데요? 어떤 광고가 좋을지, 어떻게 광고하면 잘 팔릴지 한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김정순 : 광고가 늘어난다는 건 그 나라 시장 경제가 괜찮아 진다는 얘긴데요. 북쪽도 물건 많고 사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런 물건을 팔려고 광고도 좀 팍팍 할 수 있는, 이런 경제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기자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규상 : 올림픽은 사실 상업화됐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요. 특히 이 광고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일단 국제올림픽 위원회, IOC는 후원금을 내는 기업만을 공식 후원사로 정하고 이 기업에만 올림픽 명칭과 올림픽 상징 문양, 마스코트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줍니다. 또 올림픽 기간에는 기업 광고에 경기에 출전하는 운동선수의 사진이나 경기 영상 등을 사용할 수 없는데요. 이것도 공식 후원사에게는 예외입니다.
이현주 : 사실 소비자들과 광고... 그야말로 애증관계입니다. 광고는 유용한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운동 경기나 드라마의 가장 재미있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런 광고주들의 후원이 없다면 많은 방송 프로그램이 아예 만들어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규상 : 올림픽도 마찬가지겠죠? IOC가 이런 광고 수익들을 좀 잘 써준다면 광고... 그렇게 나쁘게만 볼 일도 아니겠죠?
이현주 : 어쨌든 못하게 한다고 가만있을 남한 기업들은 아니고요.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거나 ‘대한민국 파이팅!' 이런 홍보 문구를 넣어 한정판을 만드는 등 다양한 올림픽 특수를 이용한 광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규상 : 광고업계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니까요. <생생 경제>,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이현주 : 지금까지 서울에서 이현주, 워싱턴에서 이규상 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